시진핑 감동시킨 강성인 전 전남제일고 교장선생님의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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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대에서 강연을 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 사연을 소개했다. 지난 2008년 중국의 쓰촨성 대지진 때, 전남제일고(현 목상고교) 교사와 학생들이 성금과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시 주석은 편지 내용을 직접 언급하며, 한·중 우호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시진핑을 감동시킨 한 마디
당시 중국을 도우려는 손길은 많았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서 성금과 구호 물품을 보냈다. 그러나 국가 주석이 특정 단체를 이렇게 지목해 고마움을 표시한 일은 없었다. 그만큼 이례적인 언급이었다. 시 주석은 당시 편지에 쓰여있던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어구를 언급했다. 중국의 아픔을 걱정하는 진심 어린 한 마디가 시 주석을 감동시켰다는 뜻이다.
사연에 소개된 학교는 전남 목포에 있는 목상고등학교(옛 목포상고, 전남제일고)이며, 편지를 쓴 주인공은 당시 이 학교 교장이었던 강성인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944년 이 학교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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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돕기 모금활동에 나섰던 강성인 전남제일고 교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과 학생, 교사들.
강 전 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시진핑 주석이 우리학교를 언급한 것을 모르고 있다가 학교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인데,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돼 얼떨떨하다”고 했다.
강 전 교장이 편지를 쓰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08년 당시, 전남제일고 학생들은 쓰촨성 대지진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특히 베이촨(北川)고등학교의 건물이 산산조각난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이 학교에서 공부하던 2900여명의 학생 중 1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
학생들은 학생회를 중심으로 스스로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후에 교사와 동문까지 참여해 227만원이라는 돈이 모였다. 이를 곧바로 광주에 있는 중국 영사관 사무소에 전달했다. 편지는 대표로 강성인 당시 교장이 썼다. 실의에 빠진 학생과 교사를 위로하는 마음을 담아 베이촨 고등학교의 교장에게 편지지 1장 분량의 글을 썼다. 어려움에도 용기를 잃지 말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달라는 게 편지 내용이었다.
그는 “우리는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과 시련에 부딪치면서 살아가게 된다. 가시밭길도 헤쳐 나가는 그런 자만이 진정 가치 있는 아름다운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고 썼다. 강 전 교장은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이는 평소에도 그가 학생들에게 훈화로 즐겨 쓰는 말이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미약하지만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며 “학생들 모두 누구 할 것 없이 또래의 학생들이 당한 재난을 돕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이 학교에 부임한 강 전 교장은 학생들에게 베풂과 도움을 강조해왔다. 그의 부임 이후 2007년부터 학교는 교내 백혈병 학생 돕기와 6.25 참전국인 에티오피아를 돕기 위한 성금 모금 활동 등을 벌였다. 그는 바른 인성이 좋은 사람을 만드는 첫번째 길이라고 생각해, 학생들이 이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왔다. 강 전 교장은 지난 2010년을 마지막으로 이 학교에서 퇴임했지만, 학교는 모금 활동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 당시 편지의 전문
베이촨 中·高等學校 校長先生님께
지난 5월 24일 오전 7시 한국의 방송에서 대지진으로 쓰촨성 베이촨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엄청난 인명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아울러 그 폐허 속에서도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좌절하지 않고 공부를 통하여 운명을 개척해 가겠다’는 한 여학생의 인터뷰는 우리 학생과 교직원에게도 감명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과 시련에 부딪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가시밭길도 헤쳐 나가는 그런 자만이 진정 가치 있는 아름다운 행복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절망 속에서 끈기와 인내로 인생의 지도에 희망을 수놓는 귀교의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본교에서는 개교 88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면서 지진피해 학교인 귀교를 대상으로 성금모금 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수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한국 화폐로 227여만원을 모금하여 한국 광주시에 있는 주한 중국대사관 주 광주영사사무소를 통해 성금을 전달합니다.
비록 큰 액수의 돈은 아니지만 귀교의 교직원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용기를 잃지 않고 극복해 가는데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기를 기원합니다.
‘어떤 일이 오는가’보다 ‘어떤 태도로 접근하는 것인가’ 하는 자세는 항상 자신감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일 것입니다. 진정한 성과는 눈 앞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오늘과 내일일 것입니다.
학생, 교직원, 동문들이 동참하여 성금을 모금하였으니 유익한 곳에 사용해 주시기 바라며 귀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