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에 찾아온 봄날천지
사방이 꽃잔치다. 전국 어디를 가나 북적이는 축제가 한창인 계절이 왔다.
인파가 몰리는 유명 관광지를 피해 여유로운 봄날을 보내고 싶다면 잔잔한 호숫가로 떠나보자.
글 문유선 여행작가
충주호
일단 지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곳을 찾아 떠나기만 해도 반은 성공이다. 물가자리, 물이 보이는 전망을 유독 사랑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 정서다. 국내 주요 호수 주변에는 잘 가꿔진 산책로나 자전거 길이 기본으로 갖춰져 있고 맛집과 예쁜 카페, 숙소를 찾기도 수월하다.
호반 여행 고수에게 캠핑 의자는 필수. 경치 좋은 호젓한 곳에 의자를 펴고 기분 좋은 봄바람을 즐겨보자.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곁들이면 천국이 따로 없다.
안동선성수상길
수몰된 마을 위를 걷는 시간 여행1976년 완공된 안동호는 와룡면, 도산면, 예안면, 임동면 등에 걸쳐 있으며 면적이 51.5km²에 달한다. 호수 주변의 자연경관이 수려하며, 이곳에 선착장이 있어 유람선을 이용할 수 있고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봄볕에 반짝이는 수면 아래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묻혀 있다. 댐 건설을 위해 여러 마을이 수몰되며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때 유명한 고택들은 통째로 자리를 옮겨가기도 했다.
안동 예끼마을에 자리한 선성수상길은 물 위에 놓인 그림 같은 길이다. 선성현 문화단지와 안동 호반자연휴양림을 연결하는 이 길은 약 1km 길이에 폭 2.75m에 이르는 데크로 조성됐다.
독특하게도 물 위에 뜨는 부교 형태라 바람이 불어 안동호에 잔잔한 물결이 생기면 선성수상길도 따라서 부드럽게 흔들린다. 또 물이 많고 적음에 따라 부교의 높낮이도 달라진다. 그야말로 안동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길인 셈이다.
선성수상길 중간에는 1974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예안국민학교를 추억하는 공간이 있다. 풍금과 책걸상, 그리고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마을 흑백사진으로 꾸며져 있는 곳이바로 예안 초등학교가 있던 위치다.
안동호와 선성수상길
횡성호수길
가볍게 걷기 좋은 오색빛 호수길2000년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인공호수인 횡성호가 탄생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태기산과 청태산, 운무산 등이 감싼 횡성은 횡성호를 만났고, 그 주변에 횡성호수길이 조성되며 아름다움이 배가 됐다.
횡성호수길은 6개 코스로 이뤄졌다. 인공호수지만 둘레는 31.5km에 달한다. 그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코스는 5구간 가족길(A코스 4.5km, B코스 4.5km)이다. 유일한 원점 회귀 코스인 데다 호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많은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다.
5구간이 시작하고 끝나는 지점은 ‘망향의 동산’이다. 망향의 동산은 횡성댐 건립으로 수몰된 갑천면 5개 마을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었으며 해마다 이곳에서 망향제가 열린다. 수몰 전 마을의 생활상과 여러 자료를 볼 수 있는 전시관도 운영한다.
횡성호수길
춘천물레길
춘천가는 기차와 소양강 처녀‘호반의 도시’ 타이틀은 예부터 춘천 몫이었다. 북한강 수계에 걸쳐 있는 의암호, 춘천호, 소양호는 80년대부터 수도권 주민들의 단골 나들이 코스였다.
스테디셀러인 소양댐과 청평사를 오가는 유람선 코스는 여전히 설레고, 춘천물레길에서 카누를 빌려 봄날을 만끽해 봐도 좋다. 춘천물레길은 땅 위가 아닌 물 위를 오가는 길이다. 카누는 초보자도 10분 정도의 기본 교육만 받으면 쉽게 탈 수 있다. 카누 한 대에 최대 어른 3명, 또는 어른 2명과 어린이 2명까지 함께 탈 수 있다.
1973년 준공된 소양강댐은 높이 123m, 제방 길이 530m, 저수량 29억 톤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대단하다. 댐 정상을 걸어 건너편 팔각정 전망대까지 왕복하는 산책길을 개방하고 있는데 왕복 2.5km 거리다.
춘천역 1번 출구 옆에 춘천, 화천, 홍천, 양구, 인제를 아우르는 호수문화권종합관광안내소가 있어 관광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서 매일 오전 10시 30분 시티투어버스가 춘천의 명소를 향해 출발한다.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소양강 처녀상 등 춘천의 대표 여행지를 돌아보는 코스다.
춘천 소양강댐
춘천 소양강 처녀상
충주호반
변화무쌍한 내륙의 바다정선에서 굽이쳐 내려오는 동강과 평창에서 내려오는 서강이 강원도 영월에서 만나 남한강을 이루고 단양 부근을 지나면서 수심은 깊어지고 물살이 잔잔해지기 시작한다. 하류에 있는 충주댐의 영향이다.
충주호는 1985년에 준공된 충주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호수다. 충주 계명산 아래에 건설된 충주댐 본댐에서부터 시작하여 제천시와 멀리 상류쪽 단양군 도담삼봉까지 이르는 총 6,648만 m²의 광활함을 자랑한다. ‘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담수량이 어마어마하며 평균 수심 97.5m, 저수량은 27억 5,000톤이나 된다.
충주와 단양에서는 충주호라 하고 제천에서는 청풍호라고 이름 붙였다. 탄금대 일원은 탄금호, 단양 지역은 단양호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도담삼봉(島潭三峯)은 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손꼽히며 단양군수를 지낸 이황을 비롯하여 황준량, 홍이상, 김정희, 김홍도, 이방운 등이 많은 시와 그림을 남긴 곳이다. 정도전은 자신을 삼봉이라 자호할 정도로 이곳을 사랑했다고 전한다.
예전에는 유람선을 타고 주변을 돌아보거나 산행을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많은 레포츠 시설들이 들어서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 가능한 명품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 호수를 구경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청풍나루에서 장회나루까지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는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인기다.
청풍호반 케이블카는 최근 제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떠올랐다. 인스타그래머라면 무조건 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청풍면 물태리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2.3km 구간을 운행한다.
케이블카 정상의 비봉산은 봉황새가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려고 비상하는 모습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청풍호 중앙에 있어 주변을 모두 조망 가능하며 고도는 해발 531m다.
전망대 옥상 데크에 오르면 짙푸른 청풍호가 파노라마처럼 둘러싸고 있는 풍광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국내 최고의 풍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넓은 바다 한가운데 섬에 오른 기분과 비슷하다.
제천 만천하스카이워크는 수양개 선사유적지로 알려진 적성면 애곡리 일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만학천봉전망대와 짚와이어, 알파인코스터 등 레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제천 청풍호 케이블카 정상
충주호 도담삼봉
청풍호 유람선
제천 만천하스카이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