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부드러운 야구'의 성공-구경백위원 칼럼

‘부드러운 야구’의 성공 2004년 한국야구위원회의 상벌위원과 규칙위원을 위촉하는 행사가 지난 4월 12일에 있었다. 각 분야에 임명된 위원을 한자리에 모아 박용오 총재가 손수 위촉패를 수여하고 올 한해 수고를 부탁하는 인사말을 끝으로 식이 진행되는 동안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이때 한 위원이 올 시즌 두산 베어스가 진짜 걱정이라며 대화를 주도하자 대다수 위원들은 고개를 끄떡이며 수긍했고 안타까움에 탄식하는 위원의 모습도 보였다. 두산이 개막 이후 8게임을 치루는 동안 2승 6패로 최하위를 기록, 대다수 전문가가 예상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자 도마 위에 오르고 만 것이다. 필자와 김경문 두산 감독은 30년 전인 75년 공주고 야구부 기숙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여드름으로 인해 얼굴이 붉었던 해맑은 고교 1년생인 그 학생은 동문회에서 거금을 들여 스카우트한 주인공으로 기억된다. OB에서 프런트로 재직하던 필자는 82년 김 감독을 다시 만났고, 90년에는 그를 떠나 보내는 악역을 맡았다. 89년 12월 29일 구단으로부터 김경문을 트레이드시키라는 지시를 받고 필자는 바로 구단에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직 팀에 필요한 선수이며 박철순과 더불어 척추요통으로 고생하면서 마운드를 리드한 공로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주장에 구단은 이미 현장과 조율을 끝낸 상태에서 번복할 수 없다며 재차 강행을 지시했다. 당시 운영팀을 이끌던 필자는 90년 1월 1일 태평양 돌핀스와 현금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는데 선수의 가치가 남아 있었기에 불과 2-3일 사이에 합의가 된 것이다. 필자는 신정 연휴에 트레이드 사실을 통보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김감독의 표정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돌고 돈다고 했다. 1년 이후 필자는 김경문선수를 재 영입해야 하는 당위성을 구단에 설득했고 송재박(현 두산 베어스 2군 감독)선수와 맞 트레이드를 추진, 다시 불러 들이는 인연을 만들어 냈다. 이같은 인연 때문에 많은 기자들은 필자에게 김경문 감독의 야구관에 대해 정의해 달라고 한다. 이때마다 필자는 부드러운 야구라고 답변한다. 그리고 이런 부연설명을 빼놓지 않는다. 김감독의 야구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나약해 보인다. 벤치의 움직임이 적으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플레이어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 벤치가 자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선수 구성이 강하지도 않다. 그래도 그는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휠 수는 있어도 결코 부러지지 않는다. 대신, 매서운 회초리를 손에 들고 상대와 승부한다. 98년부터 두산의 지도자로 합류한 김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양지의 선수보다 음지의 선수들을 다독거려주는 역할을 자청했다. ‘삼총사’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 뒤마는 “전체는 개인을 위해, 개인은 전체를 위해 존재한다”고 표현했다. 선수시절부터 팀워크를 중시한 김코치의 평소 철학을 잘 대변하는 말이다. 김코치의 또 다른 장점은 말을 앞세우지 않고 상대편의 의견을 잘 들어준다.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양보를 많이 한다. 이것이 부드러운 야구의 모태가 되는 것이다. 5월31일까지 49게임을 치른 두산은 3연패 이상의 쓴맛을 3번 당했다. 그래도 두산은 23승25패1무로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두산이 하위권으로 처질 것을 걱정하던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당초 모든 전문가들이 롯데와 더불어 두산을 꼴찌 후보로 꼽았을 때 김 감독은 오히려 편안하다고 했다. 아직 시즌이 끝날 때 까지는 속단할 수 없어도 이제 두산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기초공사를 튼튼히 다져 놓았다. 이제 두산의 남은 과제는 탈 꼴찌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해 졌다. 김 감독의 부드러움은 일단 성공했다. 그의 독특한 야구가 두산에 배어든 것이다. 시즌이 종료됐을 때 두산의 성적표를 기대해 본다. ++++++++++++ 구경백 i-TV 해설위원의 홈피에서 퍼왔씀돠.. 경인 방송이 나오지 않는 관계로.. 구수한 말솜씨를 요즘은 듣지 못하지만.. 항상 수고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