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Review]
언제나 그렇듯,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지난 해 10월 15일에 시작된 2010~11시즌도 6개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부산 KT 소닉붐이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도 막판까지 선두 싸움을 하며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끝은 아직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플레이오프다.
창원 LG 세이커스는 막판 5연승(홈경기 7연승 / 원정경기 2연승)을 질주하며 28승 26패(홈 17-10 / 원정 11-16), 정규리그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06~07시즌부터, 5시즌 연속 진출. 이는 구단 신기록(종전 4시즌)이다. 그리고 LG 세이커스의 최연소 사령탑인 강을준 감독은, 3시즌 연속(2008-09 ~ 2010-11)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 1라운드(4승 5패) - 사상 최악의 출발.
LG는 전국체전으로 인해, 시즌 개막 직후, 17일이 지나서야 창원 홈 개막전을 치를 수 있었다(시범경기 포함하면, 26일). 그렇다고 그 사이에 경기가 적었던 것도 아니다. 7경기나 있었다. '개막 원정 7연전'. LG 구단 자체적으로나, KBL 15년(이번 시즌 포함) 역사를 돌이켜봐도 전례가 없던 일정이었다.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서울 SK 나이츠와 전주 KCC 이지스전을 포함해, 초반 4경기에서 3승(1패)을 거두며 공동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초반이라 해도 계속되는 이동에 따른 피로를 막을 수는 없었다. '라이벌' 서울 삼성 썬더스전부터 남은 원정경기를 모두 졌고, 홈 개막전으로 열린 전자랜드전에서도 석연찮은 판정 속에 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삼성전 패배로 공동 선두 그룹에서 밀려났고, 승률과 순위 모두 떨어졌다. 홈에서 대구 오리온스를 힘겹게 누르고 연패에서 벗어났다.
※ 2라운드(5승 4패) - 정신력과 집중력, 칭찬의 결과물 3연승.
4연패를 끊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있었지만, 11월에 있었던 2라운드 첫 4경기에서 단 1승 밖에 추가하지 못했다. 하승진이 빠진 상태의 KCC에게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고, 원주 동부 프로미에게는 32점차 대패를 당했다.
이후, 12월 들어 1승 1패. 6승 9패가 된 상황에서, 2라운드 종반은 4일간 3경기(서울-창원-인천). '일정상+분위기상' 1승도 쉽지 않아보였다. 오히려, 전패가 유력하다 여겨졌다. 그러나 삼성을 17점차(103-86, 유일한 100득점 이상 경기)로 완파한데 이어, 울산 모비스 피버스, 전자랜드와의 백투백 경기도 쓸어담으면서 3연승을 달렸다. 9승 9패로 승률도 다시 5할이 됐다.
우연히 거둔 3연승이 아니었다. 삼성을 만나기 전, 안양 한국인삼공사전에서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고, 그것이 코칭스탭과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다. 3일간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고 삼성전에 임한 것. 몸은 지칠대로 지쳐있었지만, 삼성과 모비스를 상대로 고득점을 올렸고, 전자랜드전에서는 처음으로 70점대 득점을 기록하면서 승리했다. 더 의미가 있었던 것은, 삼성과 전자랜드가 그 전까지 홈경기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었다는 것.
강을준 감독은 선수들에게 정신력과 집중력을 강조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말이 기술 및 전술적인 부분은 전혀 필요치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문장 그대로 해석하면 정말 곤란하다. 강감독의 말은, 공격에서든 수비에서든, 경기 중에는 매 순간 신경을 써야만 준비된 플레이를 제대로 펼칠 수가 있고, 어이없는 실책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상대를 만나든 주눅들지 말고, 그렇다고 자만하지도 말고, LG의 플레이를 하자는 의미인 것이다. 한편, 강을준 감독은 2라운드 마지막 전자랜드전에서 또 하나의 '어록'을 남겼다. "내가 책임질테니까, 자신있게 던져!" 4일간 3경기의 마지막인 세 번째 경기였고, 게다가 장거리 백투백의 두 번째 경기. 삼성이나 모비스전 이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경기였지만, 연승의 분위기와 더불어 감독의 칭찬이 선수들을 더 뛰게 만들었다. 감독의 칭찬은 선수들을 춤추게 한다.
※ 3라운드(3승 6패) - 높아만 보인 천적의 벽.
시즌 첫 3연승을 거둔 LG. 하지만, '천적' 동부에 패하며 상승세가 멈춰졌다.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동부에 내리 6연패. 6일만에 다시 만난 모비스를 또다시 완파했지만, 한국인삼공사와 전자랜드에게 차례로 패했다. 크리스 알렉산더가 데이비드 사이먼에게 또다시 약한 모습을 보였고, 크리스마스에 열린 전자랜드와의 홈경기에서는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고도 마지막 1.2초를 버티지 못했다. 홈에서의 백투백 두 번째 경기 SK와 오리온스 원정경기를 잡고 3라운드 3승 3패. 그러나 남은 3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상위권 팀들과의 승부에서는 한 차례도 이기지 못한 3라운드. 2라운드 막판의 상승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4라운드(4승 5패) - 천적 제물로 정규리그 홈경기 통산 200승 달성. 그러나 3연승 뒤, 4연패.
10일만의 재대결에서 오리온스를 누르고 연패를 끊었지만, 이번에도 한국인삼공사에게 홈에서 졌다. 역전패. 3라운드 홈 5연전에서 2승 밖에 거두지 못했고, 4라운드 홈 4연전 첫 경기마저 잃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삼성과 SK, 동부를 차례로 꺾었다. 특히, 동부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동부전 6연패는 물론, '정규리그 홈경기 통산 200승'이라는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시즌 두 번째 3연승.
그러나 이후, 고비를 넘지 못하며 내리 4연패. 4연승 실패 후, 4연패. 모두 아쉽게 졌다. 그중에서도 모비스와의 홈경기에서는 연장전 5분을 앗아간 엄청난 오심이 나왔다.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3라운드처럼 5할 이하의 승률로 4라운드를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라운드부터 눈에 띄게 수비가 안정됐다. 실책도 줄여나갔다. 졌어도, 석패가 많았던 이유다.
※ 5라운드(6승 3패) - Beat SK. 그리고 전 구단 상대 승리(vs. KT).
아쉬운 3~4라운드였다. 치고 나갈만 하면, 연승만큼 연패를 했다.
5라운드 들어서도 초반 5경기에서 2승 3패. 아쉬운 패배가 계속됐다. 그러는 사이, 7위 SK에게 1경기차까지 쫓겼다. 그리고 2월 18일, 원정경기로 열린 SK와의 맞대결. 앞서나가다 1쿼터 막판에 흐름을 빼앗긴 LG는 2쿼터 한때, 11점차까지 뒤졌다. 힘들어보였지만, 신예 박형철이 양 코너에서 3점슛을 터트리며 추격에 나섰다. 1쿼터 단 1점이었던 문태영도 4연속 중거리슛으로 야투 득점을 만들어냈다. 전반 마지막 작전시간 이후에는 김용우의 과감한 골밑공격이 이어졌다. 2점차로 좁히며 후반을 맞았고, 3쿼터 시작과 함께 연속 10점(문태영의 동점 중거리슛, 강대협의 역전 중거리슛)을 올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65-62로 시작한 4쿼터. 박형철이 레이업과 중거리슛, 3점슛을 차례로 성공시켰고, 김용우도 달아나는 외곽포를 터트렸다. 1쿼터 이후에 문태영이 폭발하기도 했지만, 박형철과 김용우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결국, 89-80 승리. SK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린 LG는, 홈으로 돌아와 선두 KT에게마저 13점차 완승을 거뒀다(KT전 첫 승, 전 구단 상대 승리 달성!). 이어 삼성과 모비스를 차례로 누르고, 시즌 첫 4연승으로 5라운드를 끝냈다.
※ 6라운드(6승 3패) - 서로간 신뢰가 있어 가능했던, 프랜차이즈 최초의 5시즌 연속 PO 진출 쾌거.
당시만 해도 LG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상대는 3위 KCC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KCC와의 원정경기로 6라운드가 시작됐다. 지난 전주 경기(4라운드)에서도 4쿼터에 석연찮은 파울로 퇴장(5반칙)을 당했었던 문태영. 6라운드에서도 4쿼터 초반, 상대 크리스 다니엘스와의 몸 싸움으로 경기가 중단됐다. 강을준 감독이 코트 안까지 들어와 심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감독은 테크니컬 파울 2개를 받고 퇴장당했다. 세 시즌째 LG 감독을 지내는 동안, 처음 퇴장을 당한 날이었다. 문태영과 다니엘스의 더블테크니컬 파울이 불려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문태영만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그 전까지 접전이었지만, 승부의 추가 급격히 KCC로 기울었다. 맥이 풀리는 것도 당연했지만, 끝까지 했다. 문태영 포함, 전 선수가 감독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그 정규리그 마지막인 3월이 왔다. 첫 날에 동부를 홈에서 다시 잡아냈지만, KT, 모비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연패에 빠졌다.
3위(KCC)와 4위(동부)가 먼저 확정됐고, 곧이어 1위와 2위도 KT와 전자랜드로 굳어졌다. 그러나 5위였던 삼성이 갑작스럽게 긴 연패 수렁에 빠졌다. 내용 자체도 매우 나빴다. 6위 LG는 5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2연패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6일, SK가 한국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패하면서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잔여경기는 다 져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순위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 LG는 하위팀이 상위팀을 선택해서 좋았던 적은 없다고 했다. KCC와 동부 모두 어려운 상대이기 때문에, 남은 5경기를 순리대로 풀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정규리그를 팀 시즌 최다인 5연승으로 마무리하며, 5위로 올라섰다.
[6강 PO Preview]
# 당연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
LG의 통산 11번째 플레이오프 첫 상대는 동부로 정해졌다. 지난 시즌에 이어 연속해서 만나는 것이며, 역대 포스트시즌을 통틀어서도 네 번째 격돌이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동부는 언제나 LG의 천적이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LG는 KCC(1패), 삼성(유일한 챔피언결정전 포함, 3패)과 더불어 동부(3패)까지, 이 세 팀만 만나면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하고 무너졌었다. 농구가 타 종목보다 이변이 드문 스포츠이고, 정규리그 순위를 떠나서 객관적인 전력은 동부가 우위에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계속 위축되어 있을 수만은 없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이다. 좋지 않은 기억에 스스로 발목 잡혀서는 안된다. 과거는 잊어야 한다. 지금은 새로운 시즌, 새로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 1차전을 잡아라!
LG는 역대 플레이오프 대부분의 시리즈에서 1차전은 잘 싸웠다. 접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기는 경기'를 하지 못했다.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첫 경기를 그것도 아쉽게 놓친 것은, 커다란 허탈감을 불러왔다. 그 결과, 최근 4시즌에서의 플레이오프 결과는 참담했다. 1차전을 모두 졌고, 그 결과, 0-3 또는 1-3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2007~08시즌은 6강 2패).
'홈코트 어드밴티지'라는 것. 적어도 LG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10번째까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장소 불문하고 약했으니……. 이번 11번째 플레이오프가 전 시즌과 정반대로 원주에서부터 시작되지만, 그렇다 해도 LG는 1차전을 잡아야만 한다. 동부를 포함한 단기전에 강한 팀들은 5전 3선승제 이상의 시리즈에서 첫 판을 잃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지 모르나, LG는 그렇지 못하다. 전 시즌과 달리, LG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이기면서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시리즈가 원주에서 시작되지만, 1차전을 잡는다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25일 벌어지는 1차전. 첫 판은 이번에도 대접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6개월의 대장정. 선수들의 부상과 결정적인 오심 등, 숱한 위기가 있었지만, LG는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흔히들, LG를 '분위기의 팀'이라 말한다. 잘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이다. 창원 홈에서는 1위 팀을 만나도 잘 싸우지만, 원정만 가면 순위가 10인 팀을 만나도 고전한다. 사실이다. 매번은 아니었지만, 그런 경우가 있었다. 어쨌거나 상대가 만만치 않고, 원정경기부터 치러야 하지만, 정규리그 막판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강을준 감독은 다시 동부를 만난 것에 대해, 마음에서 지고 들어가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맞는 말이다. 현재, LG의 분위기는 좋다. 지난 시즌에도 막판에 좋았지만, 그때는 구단 최다연승(9연승)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과보다 내용 자체에 더 중점을 두고 6라운드를 치렀다. 당시의 9연승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5연승을 했다. 그렇기에, 상대가 어떤 팀이든지 시작하기도 전에 지고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다. 그저 몇 경기 더 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 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과감하게!
올 시즌, 동부와의 상대전적은 2승 4패였다. 김주성이 결장했던 4차전(72-66)과 김주성이 10분도 채 뛰지 않았던 6차전(68-59). 하승진이 가세한 KCC에 4연패를 당했던 것처럼, 김주성이 제대로 뛴 동부와의 전적도 4전 전패였다.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며 동시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맞붙어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LG가 동부에 거둔 2승이 동부가 정상전력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도, 동부의 입장일 뿐이다. LG도 조상현이 시범경기 KT전에서 발목을 다쳐, 시즌 내내 부진했다. 또다른 슈터인 강대협도 아팠고, 가드 4인방도 마찬가지였다. 확률과 부상선수의 팀내 비중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특정선수의 결장이 있다고 해서 그 팀을 상대하는 팀이 100%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LG의 올 시즌 동부전 2승이, 폄하되어서는 안된다.
LG는 특히,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동부가 기본적으로 수비의 팀이라도 공격시에 속공 시도 및 그로 인한 득점이 많은데, 6차전에서는 LG가 동부보다 더 많이 움직였다. 문태영은 물론이고, 기승호와 변현수, 로버트 커밍스, 한정원 등의 공수 움직임이 매우 활발했다. 적극적인 수비, 속공, 속공시 트레일러들의 움직임. 공격리바운드, 한 박자 빨리 내주는 패스 등.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좋았다.
동부의 두터운 수비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공격이 필요하다. 골밑이든 외곽이든, 슛을 던질 기회가 쉽게 오지는 않을 것이다. 동부를 상대로는 반드시 외곽이 터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외곽에서만 겉도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상대가 원하는 바다. 때로는 과감한 돌파가 필요하다. 동부가 블록이 좋지만, 당하더라도 슛 실패 하나일 뿐이다. 블록을 당할 수도 있지만, 파울이 쌓이게 만들 수도 있다. 자유투 기회도 얻게 된다. 내외곽의 고른 공격이 이뤄져야 한다.
# 에이스를 춤추게 하라!
3전 4기다. 5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네 시즌째 4강에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동부와도 플레이오프에서는 이번이 네 번째 대결. 이번에야말로 동부와의 악연을 끊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LG에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었고, 현재도 있다. 그러나 1명이 5명과, 그것도 시리즈 내내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동료들의 도움은 너무 부족했고, 결국에는 에이스의 예리함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2006~07시즌에는 찰스 민렌드가 있었다. 민렌드는 부산 KTF 매직윙스(현 KT)와 홈에서 정규리그 2위를 놓고 맞붙었을 때는 40득점(후반에만 20점)을 폭발시켰지만, KTF를 4강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1차전에서) 그 절반인 20득점으로 막혔다. 20득점이 적은 점수는 아니었는데, 퍼비스 파스코는 4쿼터 초반에 5반칙으로 물러나고 없었고, 국내선수들은 침묵했다. 결정적인 오심도 있었지만, 민렌드 홀로 애런 맥기와 필립 리치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2007~08시즌. 원정경기로 열린 삼성과의 1차전에서 캘빈 워너가 내외곽에서 37득점으로 분전했다. 정규리그에서 워너보다 더 고득점을 기록했던 오다티 블랭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국내선수들도 잠잠했다.
강을준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2008~09시즌에는 삼성에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에서 대역전패를 당한 것이 화근이 됐다. 분위기가 완전히 살아난 삼성의 화력을 견뎌내지 못했다. 물론, 그때도 국내선수들은 부진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동부에게 문태영이 봉쇄당했다. 평균 20득점을 훌쩍 넘기며 득점왕에 올랐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득점이 채 20점이 되지 않았다. 리바운드왕 크리스 알렉산더도 전혀 힘을 쓰지 못했고, 국내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에도 문태영은 평균 22득점으로 삼성의 애런 헤인즈에 이어 정규리그 득점 2위에 올랐다. 하지만, 동부전에서는 평균 17.5득점. 제 아무리 문태영이라고 해도, 혼자서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또다시 단 몇 경기만 더 하고 끝나지 않으려면, 이번에는 문태영이 동료들의 도움을 제대로 받아야만 한다. 지난 21일, 미디어데이를 통해 강을준 감독이 문태영 외 모든 국내선수가 '키플레이어'라고 했던 말을 그냥 해본 것이 아니었다.
두 시즌 연속으로 리바운드 타이틀을 차지한 알렉산더가 힘을 내야 한다(평균 10.1개 / 2위 동부 로드 벤슨 평균 9.7개). 알렉산더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리바운드가 맞지만, 득점도 바라지 않을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는 더블더블을 바라고 있다. 알렉산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커밍스가 뛸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커밍스는 동부전에서 오히려 알렉산더보다 벤슨을 효과적으로 막았고, 득점도 더 높았다. 하지만, 6라운드 SK와의 홈경기에서 발가락을 다쳤고, 결국, 자이 루이스라는 선수가 일시대체로 들어와 플레이오프에 뛰게 됐다. 루이스는 필리핀과 일본, 이스라엘에서 뛰었다(올 시즌에는 이스라엘과 일본). 두 외국인선수 알렉산더, 그리고 루이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됐다.
그리고 LG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조상현과 강대협, 두 베테랑 슈터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두 선수는 조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외곽 3점슛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동부의 김주성, 벤슨과 함께 '수비 5걸'에 선정된 변현수. 그리고 신인 듀오 박형철과 방경수. 세 선수 모두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플레이오프에 뛰게 되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변현수는 상대 가드들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박지현과 황진원이 빠르지만, 변현수도 그에 못지 않다. 빠르기도 빠르고, 수비도 뛰어나지만, 버티는 힘 또한 좋다. 외곽슛보다는 돌파를 많이 할 것이다. 동부의 블록이 있지만, 게의치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돌파해서 외곽의 동료에게 빼줄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는 변현수다. 박형철은 강을준 감독이 '들이받는 맛'이 있는 선수라 평했다. 돌파할 때나, 3점슛을 쏠 때에 주저함 없이 과감하다. 시즌 중반 이후부터는 출전시간도 늘어나 자신감까지 붙었다. 또, 방경수. 방경수는 많은 경기를 뛰지는 않았지만, 출전할 때마다 문태영과 함께 코트에 나서 문태영을 편하게 해줬다. 공격과 수비 자체는 투박하지만, 문태영이 보다 수월하게 득점하는데 도움을 줬고, 빈 공간을 잘 찾아들어가 쉬운 골밑슛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기승호. 3년차인 기승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군에 입대한다(상무 지원). 기승호도 그동안 동부에 약한 모습이었는데, 지금 LG의 모든 선수가 그렇지만, 기승호의 이번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각오는 더 당차다. 상대가 동부인 것을 떠나서, 이번에는 기필코 팀을 6강 이상으로 이끌려는 의지가 강하다. 뿐만 아니라, 6차전에서 4쿼터에 결정적인 3점슛 2개를 꽂았던 한정원도 있다. 이현준의 슛감도 시즌 막판부터 많이 올라온 상태다.
문태영 외의 선수들이 이제는 해줘야만 한다.
그리고 문태영 스스로도 잘 해야 한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는 문태영의 잘못도 있었다. 페인트존에서 알렉산더와 겹치는 장면이 적지 않게 나왔었고, 동료에게 빼주지 않고 혼자 하다가 실책을 범하기도 했었다. 문태영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정규리그에서 자신이 어시스트 5개 이상을 기록했을 때, LG의 승률이 9승 1패로 매우 좋았다는 사실이다. 그 1패도 문제의 모비스전이었다.
동료들도 분발해야 하고, 문태영도 자신과 함께 동료들을 믿어야 한다. 그래야 LG가 잘 된다. 제공권 장악이 중요하고, 실책은 줄여야 한다. 공수 양면에서, 알렉산더와 문태영 외의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리바운드에 가담해야 한다. 실책은 특히, 가드진에서 주의해야 한다.
이밖에도, 지금까지처럼 문태영이 김주성과 매치업이 될지 아니면, 문태영이 윤호영과 상대하고 김주성은 국내 빅맨들(방경수, 이창수, 한정원)을 활용한 체력전으로 몰고 갈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가드 4명을 잘 조합해서, 2명의 가드를 함께 기용도 할 것이다. 상대 앞 선에 대한 대비이기도 한 동시에, LG가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공격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이것이 필요하다.
[창원 LG 세이커스 명예기자 전호경]
첫댓글 항상 맛깔나는 프리뷰...잘 봤습니다 콜로라고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