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공공부문구조조정' 문제
일반적으로 광의에서 '공공부문'이라고 하면 사적(私的) 자본부문(즉 '민간부문')과 구분되는, 공적(公的) 영역을 가리킨다. 따라서 공공부문 구조조정 문제에는 금융, 보건의료, 교육, 철도 등등의 분야가 모두 포괄 된다고 하겠다. 그런데 공공부문의 개념이 반드시 그렇게 쓰이고 있지는 않다. 공기업, 정부기업 등과 혼용 되고 있다. 그것은 '공공부문'임을 특정하는 준별점을 '공익성' 보다는 '소유권'에 놓고 있음을 일부 반영한 다.
현시기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정부가 '공공부문'이라고 할 때도, 정부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기관으로 서 정부투자·출자기관(公社 형태)과 법정관리기업을 포함한 '공기업'만을 주요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부 는 보건의료나 교육 등에서도 '금융, 기업, 공기업' 등의 부문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추진 하고 있지만1) 그것들은 현재 정부가 말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으로서가 아니라 각 부문별로 구조조정에 착수하고 있다.
그 점을 염두에 두면서 정부가 공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정부에 따르 면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방향은 크게 보아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것', 다른 하나는 '시 장경쟁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전자는 공기업의 '경영합리화', 후자는 '민영화'에 이어져 있다. 핵심은 민영화에 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에서도 역시 '효율성'과 '경쟁력'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기업 및 금융쪽 구조조정 논리와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철저하게 '수익성' '자본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먼저 98년 7월3일 '제1차 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발표되고, 8월4일에는 '제2차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 계획'이 발표되었다. 정부가 민영화 검토대상으로 삼은 공기업은 모두 108개(모기업 26개, 자회사 82개)이고 총 정원은 21만 4천명이다(<표>1 참조).
<표1> 공기업 현황(98년 기준)
기관수(자회사) 인원 예산
정부투자기관 13(30) 8만5천명 44조원
정부출자기관 13(52) 12만9천명 54조9천억원
주) 금융관련 공기업은 6개 기관(자회사 43개).
출처) 기획예산위원회, '1차 공기업민영화계획', 1998.7.3.
정부는 1, 2차에 걸친 민영화 계획 발표를 통해 그 중 100개(모기업 24개, 자회사 76개)에 대하여 완전민 영화, 단계적 민영화, 통폐합, 자체구조조정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진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1차 계획으로 발표된 민영화 대상은 포항종합제철과 16개 출자회사, 한국중공업과 3개 출자회사, 한국종 합화학과 1개 출자회사, 한국종합기술금융과 1개 출자회사, 국정교과서(이상 5개기관과 21개 출자회사는 완 전민영화 대상), 한국전기통신공사, 한국담배인삼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송유관공사, 한국지 역난방공사(이상 6개 기관은 단계적 민영화 대상) 등 총 11개 기관과 그 출자회사 21개이다.
2차 계획에서는 1차 계획에서 단계적 민영화 대상이었던 6개 기관을 포함하여 19개 모기업과 55개 자회 사의 민영화 및 합리화 방안이 발표되었다. 2차로 발표된 민영화 대상기관은, 한국조폐공사, 한국관광공사, 농어촌진흥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대한석탄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석유개발 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감정원 등 13개 기관이며 대상 자회 사 55개 중 한국통신카드 등 12개에 대해서는 완전민영화, 한국통신기술 등 28개에 대해서는 단계적 민영 화, 한국송유관공사 등 6개에 대해서는 통폐합, 한국PC통신 등 8개에 대해서는 자체 구조조정을 추진하도 록 하였다.
위와 같은 민영화 계획이 종료되는 2002년 말이면 공기업은 모기업 13개와 자회사 8개만 남는다는 것이 정부의 전망이다.
정부는 공기업을 대거 민영화하고 축소하는 이유를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 및 '합리성 및 책임성 결여'를 내세우고 있으며, 과거 민영화 정책은 증시침체(87년)와 이해당사자의 반발과 특혜시비(93년), 정부소유권이 전 미수반(96-97년) 등으로 실패했다면서 강력한 리더십과 계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공기업의 문제점
공기업의 주인의식 결여로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
핵심부문 이외에 무분별한 사업확대
관리층을 중심으로 상위직 조직이 비대화
예산운영에서의 합리성 및 책임성 결여(생산성 증가율을 상회하는 임금인상, 무리한 수당신설 등)
자율·책임 경영체제 구축 미흡(과다한 경영간섭과 획일적 규제,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례가 거의 없음)
과거 민영화 정책 실패 원인
대기업 특혜시비와 경제력 집중 문제로 추진이 제약
증권시장 불안정에 대한 우려로 주식매각 한계
이해관계자 및 해당 공기업의 강력한 저항
계획적이고 시스템적인 접근과 추진체제 미흡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강력한 리더십 부족 / 출처 : 위 <표1>과 같음.
이와 같이 정부는 공기업의 주요한 문제점을 '주인의식 결여'와 '책임경영체제 미흡', '비효율'로 파악하고, 그러한 문제점을 민영화(사유화)가 해결해 줄 것으로 사고하고 있다. 그리고 민영화의 폐해로 지적되어온 특혜시비 등은 정부의 민영화계획의 추진을 제약하는 요소로 간주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오로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이 가지고 있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의미에서의 '공익성'이나 '형평성'을 기준으로 하여 공공부문을 사고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공공부문을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서비스 개념에 충실한 수요자 중심의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재정과 공공부문의 시장개입을 축소하고 자율성 확대와 민영화를 통해 시장경쟁의 영역을 확대"2)한다고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기조와 방향을 밝히고 있다. 이때 강조되는 것은 자본의 '효율' 과 '경쟁'이고, 그것은 전적으로 '공익성'을 사적자본의 이윤경쟁의 논리에 종속시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또한 공적 영역을 대폭 축소하고 '시장경쟁의 영역' 즉 사적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공공영역의 대부분을 사적 자본의 이윤추구활동의 장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 이다. 거기에서는 이윤경쟁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 되므로 '수익성'이 최우선 고려사항이 된다.
정부의 이런 계획은 핵심적으로 두 가지의 커다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정부는 공공영역의 사유화(민영화)로 발생될 문제들에 대해 '시장'의 이름으로 해소될 것인양 낙 관하고 있다. 그런데, 민영화하여 사적 영역으로 전환시켜지는 공공부문은 이제 사적 기업들이 되는 것이므 로, 거기에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에서의 기본정책들이 적용되게 되고 거기에서 발 생될 문제점들이 그대로 노정될 것인 바, 그에 대한 제어장치가 없다. 문제는 그것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부여되어야 하는 공적 영역인 데에 있고 예상되는 폐해의 심각성도 거기에 연유하는 측면이 있다.
이를테면 전력이나 통신이나 도로사업, 수도사업 등이 모두 '경쟁력 있는 자본'에 의해 장악되게 되고, 외자에게도 개방되게 된다. 외국자본과 국내 독점자본의 공공부문 지배력 증대, 그 '경쟁력 있고 효율적인 자본들'에 의한 '경쟁체제'와 그 결과로서의 독점, 그리고 자본집중이 벌어질 것이고,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독점의 폐해로서 일반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비용부담 전가 등이 '효율과 경쟁'의 이름하에 버젓이 이루어질 것이다.
원래 자본에게 '경쟁과 독점'이란 상호불가분의 관계로서 경쟁의 결과 독점이 발생하고 독점으로 인해 경쟁이 보다 각박해지는 관계이다. 그러나 정부나 자본측은 현상만을 포착하고 거꾸로 생각한다. 그들 은 독점이나 경제력 집중이 경쟁을 제약하는 그 '현상'에만 집착하여, 경쟁이 거꾸로 독점이나 경제력 집중 을 초래하였다는 그 '본질'을 방기한 채, 거꾸로 시장의 논리와 경쟁을 촉진하면 독점의 폐해가 마치 해소 될 것처럼 보는 것이다.
그 결과, 자본은 '국가'라고 하는 최고의 공적 폭력을 통하여, 겹쌓여진 경쟁의 결 과물들로서의 독점 위에 또다시 경쟁의 논리, 자본관계의 유지재생산 논리(그것은 결국 이윤을 둘러싸고 벌 어지는 갖가지 논리들일 뿐이지만)를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관철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에 의하여 추진되고 있는 공공부문의 민영화논리도 여기에서 전혀 벗어나 있지 않다. 그러므로,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통해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시장경쟁체제를 확대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앞으로 독점을 더욱 강화·심화시키 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경제력 집중 또한 심화시킬 것이며, 대규모 소수로의 자본집중을 초래할 것이라 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둘째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공공부문에 대해서도 정부는 외국자본의 지배를 '국가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적극 용인하고 있다. 민영화논리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민영화와 함께 공공부문 관련 해외(분할)매각 문제, 외자유치 등의 정부정책은, 세계적인 규모에서 움직이고 있는 초(다)국적 기업과 그들의 우산이자 도구로서의 국가들의 손아귀에 국내 노동자·민중의 삶과 생존을 통째로 헌납하는 것이 다. 더욱이 그것이 초래할 국내경제의 피폐화 등 그 폐해가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 라는 점에서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완전히 새로 짜여져야만 하는 것이다.
지금 시기에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의 모든 정부정책들은, 그것을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 정'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러한 위험천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 점에 대해서 무엇보다도 노동자· 민중의 재인식이 절실한 것이다. 이점은 도저히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라고 하는 정도의 것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조정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말한 두 가지 문제점은 단지 공공부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점은 전호와 전전호에서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를 다룰 때 이미 서술하였다. 그런데,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갖는 일반 국민 대중에 대한 영향은, 공공부문이 그 외양상 사회구성원 모두에 대한 "형평성"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일상생활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국가'가 자기의 존립근거를 '국민'에 두고 있다는 하나의 표시였기 때문에 그것 자체, '국민'의 보호막으로서의 '국가'라고 하면서, 계급·계층에 중립적인 존 재로서 자신을 위치시켜온 '국가'의 존립근거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으로 연결된다.
다시말해 그 것은, 자본주의사회에서 국가는 몰계급적인 의미에서의 '국민'이 아니라 국민의 절대소수인 '자본'의 국가일 뿐 국민의 절대다수인 '노동자·민중'의 국가가 아님을 지금시기에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즉 국가는 자 신을 스스로 자본(결국 자본가계급)의 계급지배도구임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현재, 정부의 프로그램에 따라 구조조정이 여과 없이 추진됨으로써 현실에서 관철되어 왔으며, 98년도의 과정까지는 실질적으로 정부의 뜻대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럴 수 있었던 하나의 근거가 '국민'의 이름으로 강요되어진 '노사정위원회'라는 명칭의 코포라티즘('사회적 합의주의')에 의한 노동 자·민중 동원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99년도에도 98년도의 '성과들'을 기반으로 하여 기본기조 불변의 구조조정 가속화를 의도 하고 있으며, 공공부문에 대해서도 '구조개혁의 가속화'를 표명하고 있다. "경영진단을 토대로 정부기능을 핵심역량 위주로 재편하고 공공부문의 운영시스템과 의식·문화를 개혁"3)한다는 등의 계획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총정원제를 도입하여 공무원 감축계획(2000년까지 1만8천명)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연봉 제 및 성과상여금 제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공기업에서 정부기관으로 공공부문의 구조조 정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1, 2차 공기업 구조조정 계획을 통하여 인원감축안이 나와 있는데, 2000년말을 기준으로 대한주택공사가 48%를 감축하는 것을 필두로 하여 농수산물유통공사 47.3%감축, 담배인삼공사 41.4% 감축, 한국조폐공사 35.3% 감축, 한국수자원공사 30.7% 감축, 한국도로공사 30% 감축 등등으로 해서 총 19개 기관 14만3,063명 중 20.1%인 2만8,813명이 감축대상이다. 이러한 정리해 고의 맥락이, 정부가 말하는 '비효율' 등을 빌미로 하면서 자본의 이윤확보 논리의 관철, 그것의 정점으로서 의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올들어 공식발표 실업률이 8.5%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공공부문에서 또다시 쏟아져나올 수밖에 없 는 정리해고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현시기 자본의 논리를 응 결시켜놓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전면 맞설 것인가, 말 것인가? 민주노총은 98년 2월의 노사정위에서의 '합 의'와 3월의 '무효선언과 불참', 6월의 '재참석' 등의 오랜 방황 끝에 올들어 노사정위에서의 완전 철수와 탈 퇴를 결정함으로써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물줄기를 완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노동자계급의 의사표시를 분 명히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며, 그 물줄기를 어떻게 되돌려야 할 지 에 대한 기조가 우선 필요하고, 또다른 형태의 자본의 논리, 그리고 또다른 형태의 노사정위원회에 대응하 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 태풍에 어떻게 맞서나갈 것인지가 분명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투쟁동력 에 대한 논란에서부터 시작해서 구조조정 자체에 대한 시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쟁점들이 가로놓여 있고, 수많은 장해물과 당장의 해고위협에 처한 개개 노동자들의 아픔이 또한 가로놓여 있는 이 지점에서 우리는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98년에 벌어졌던 일련의 사태들이 그 물음을 더 재촉하고 있다. 그것은 간단히 말해서 구조조정의 물줄기를 어느 방향으로 돌려야 할지에 대한 기조를 정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대해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기조는 어 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 그것은 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부문을 더욱 확장하고, 시장의 영역이 아니라 공공 의 영역을 더욱 넓히는 방향에 입각해야 한다고 줄여말할 수 있다.
더욱이 공공부문에 대한 자본의 '수익 성' 논리가 관철되는 것을 막아내고 실질적으로 국민의 절대다수인 노동자·민중의 삶과 생활을 명실상부 하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강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독점자본의 사회화'에 준하는 사회개혁 프로그 램이며, 이것을 위한 노동자계급의 출발점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리해고 중단 투쟁일 것이다.
5) '구조조정'에 노동시장이 포함된 이유
이상에서 금융, 기업, 공공, 각 부문으로 구획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정책과 그것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자본의 본성과 본질, 그리고 정부 및 국가의 본질 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살펴보았다.
지금 간략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한 가지는, 왜 정부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네 가지로 되어 있었는가 하는 점, 즉 구조조정에 '노동시장'이 포함된 이유에 대한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도 이미 앞의 글들에서 짬짬이 다룬 바 있지만 정리해서 말한다면 그것은 첫째, 근본적으 로 정부의 구조조정 프로그램 그 자체가 자본가계급의 이윤논리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 이윤이 노동자의 노동에서 나온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할 때 그 노동자의 노동을 자본의 논리에 맞게 조직하려는 가장 기본 적인 자본의 요구, 그것이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의 핵심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노동시장 유연 화'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고, 정리해고, 고용형태의 각종의 변형, 노동시간의 각종의 변형, 임금형태의 각종 의 변형 기도인 것이다. 둘째, 노동자계급의 투쟁력에 대한 국내외 독점자본의 계획적인 무력화 의지가 저 들의 이윤논리와 어우러지면서 정부를 통하여 '국가경쟁력'이라는 이름과 함께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 동조건의 거의 제한 없는 '변형', 그것이 실질적으로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단결의 가능성을 봉쇄할 수 있다 고 저들은 믿고 있고, 현실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자본측은 그 효과를 누려왔고 또 지금도 누리고 있 다. 실업자와 취업자, 비정규직과 정규직, 여성과 남성, 나이든 층과 젊은 층, 생산직과 사무직, 중소기업노 동자와 대기업노동자 등등으로 분할되어 있고 '유연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자본에 맞서 투쟁해온 노 동자계급이었기 때문에, 자본은 그것을 법과 제도라는 이름을 통하여 완전히 묶어놓으려고 한 때문이다.
그 래서 실은 이미 정리해고나 혹은 노동시간의 변형, 파견노동 등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굳 이 법으로서 그것을 확정지으려 있던 것이고, 거기에다가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 코포라티즘적인 기구를 동원하면서 노동자계급 스스로가 자본의 이윤논리에 동조하고 오히려 앞장서서 자본의 논리를 실천하게 하 려고 의도했던 것이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통해, 그리고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동자계급의 고통을 자본의 논리로 재조직해왔지만, 민주노총이 재차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구조조정에서 벌 어지고 있는 현실 그 자체가 노동자계급을 자본의 논리에 결박지을 수 없었다.
-----------------
<미 주>
1) 보건의료 및 교육을 포괄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 1년 평가에 대해서는, 노동·사회·학술단체 공동 토론회, <김대중정권 1년, 자본을 위한 개혁을 비판한다 - 김대중정권 집권 1년 그 평가와 전망 >(1999.2.26) 자료집, "김대중정권 1년과 노동자-민중운동"(김세균) ; "기만과 배제의 구조화, 김대중식 인권 의 길"(박래군) ; "김대중정권과 여성노동문제"(정양희) ; "김대중정부의 보건의료정책 평가"(강동진) ; "신 자유주의와 한국의 교육재편"(조희주) ; "김대중 정부에서의 경제위기와 도시빈민의 삶"(이영남)을 참조할 것.
2) 재정경제부, [한국경제의 구조개혁 종합대책], 제6차 경제대책조정회의, 98.5.20.
3) 재정경제부, [99년 경제정책의 기본방향 및 정책과제], 1998.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