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2외국어 응시생 가운데 43%의 응시자가 아랍어를 선택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아랍어는 전국 어느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아랍어가 도대체 어떠한 외국어이기에 외국어 학습을 거치지 않고서도 소위 국가 고사라고 할 수 있는 시험을 치를 수 있는지 궁금하고 심지어는 불가사의하기까지 하다.
현재 수능에서는 각 과목간의 난이도 차이에서 생기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표준점수를 적용한다. 표준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일단 그 과목의 평균 점수가 낮은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소위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이라는 법칙에 따라 소비자인 학생들이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외고 학생들이 주로 선택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제2외국어 과목들은 일반고에서는 어지간해서 1등급은커녕, 2등급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제2외국어 선택을 포기하거나 한문을 선택하는 경우가 높아지는 추세다. 그렇기 때문에 아랍어 선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아랍어가 인접 국가인 일본어와 중국어보다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우수한 학생들이 1등급을 받기 위한 고득점 전략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는 곧 왜곡된 대학입시제도를 이용한 일시적인 기현상이거나 제2외국어 교육이 필요한 시대성을 반영하지 못한 대입제도의 불합리한 모순이 바로 그 원인으로 나타난다.
수능성적이 발표됐다. 아랍어가 표준점수 100점이고 일본어, 한문, 독일어, 프랑스어는 69점이다. 무려 31점이라는, 시험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점수차이다. 그러니 "아랍어를 선택해 높은 점수 받고 싶다"는 학생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약삭빠르게 아랍어를 택한 학생들이 성공(?)을 했다고 비아냥거리니 교사의 권위와 체면은 고사하고 수업 현장은 말이 아니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공교육은 죽고 대통령이 바라는 '꽃밭처럼 조화로운 우리 교육'의 앞날은 황폐해지리라 염려된다.
글로벌 세계로 눈을 돌리면, 유럽에서는 27개국으로 구성된 EU(유럽연합)가 경제 분야의 통합을 넘어서 EU의 정치적 대통령이 탄생했다. EU의 중심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의 언어선택은 각 3%에 불과하다. EU의 반쯤에 해당하는 동구권이 독일어 열풍인 것을 우리와 정책 당국자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제2외국어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고 세계화 속에서 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다양성을 확보해야 점점 커가는 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사회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융화되리라 믿는다.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 차제에 대책을 세워 편향되고 침체된 제2외국어 교육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