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저희에게 나를 중심삼은 어떠한 주의 주장이나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의식적인 관념이 있다 할진대, 이 모두를 제거시켜 주시옵소서. 다시 창조함을 받아야 할 운명에 처해 있는 저희들이옵고 복귀의 한을 벗지 못한 저희들이옵기에, 당당하게 하늘 앞에 주장할 수 있는 그 무엇을 가졌다 할지라도, 그것이 아버지 앞에는 아무런 조건도 대상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사옵니다.
저희가 아무리 하늘 앞에 자기를 변명하며 자기의 어려움을 내세운다 할지라도, 아버지의 무한하신 수고 앞에는 비교할 수 없는 처량하고 불쌍한 모습들인 것을 알고 있사옵나이다. 이제 나는 스스로 내가 된 것이 아니옵고 내가 나 아님을 알았사올진대, 내가 나 될 수 있게 한 본연의 그 자체를 그리워하며 본연의 마음속에 내가 스며들고, 본연의 그 주인공 앞에 머리숙일 수 있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만우주의 절대적인 주인공이 있다는 것을 마음은 알고 있사옵니다. 또 그것이 저희의 행동 일체를 제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될 때,
이것은 무목적적 인연 가운데 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목적에 의해 제한된 환경의 노정을 거쳐 나가야 할 운명에 처한 자체들인 것을 마음으로 느낄 줄 아는 아들딸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제 아버님의 영광스러운 보좌를 마음으로 그리며 아버지의 무릎 앞에 모였사온데, 이들의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며, 이들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여 움직이는지 모르고 있사오니, 아버지, 원컨대 본연의 저희 자신이 하늘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저희의 부끄러운 얼굴과 부끄러운 시선일지라도 아버지의 심정이 그리워 아버지를 바라볼 수 있으며, 아버지 앞에 머리숙일 수 있는 이 시간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고,
부족한 손길이라도 내밀면 그 손길을 아버지께서 붙들어 주시겠다는 약속의 이 한 시간이 되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오로지 아버지의 심정을 붙들고 아버님과 동거할 수 있는 그 하나의 약속, 그 하나의 생활적인 사실만을 원하옵니다.
그러한 것들이 영원히 영원히 자랑할 수 있는 영광의 표적이 되기를 바라면서 저희들 아버지 앞에 엎드렸사오니, 이날 저희들에게 부족한 무엇이 있다 할지라도, 아버지, 용납하여 주시옵소서. 세우고자 하시는 심정을 세우시어서 아버님과 저희와 끊을 수 없는 부자의 인연을 맺어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오면서,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59. 8.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