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보리,귀리 거둘 때 되어간다.
지난 비에 거둘까 고민했지만,
밀 사이에 아직 초록빛 남은 것 있어
비 한차례 시원하게 맞으며 넘겼다.
이 맘 때 밭에 이런 색을 보기 쉽지 않은데,
붉으면서도 노란 가을 갈무리 풍경이
밭 한 가운데 자리잡아서 참 아름답다.
거의 같이 가는 가지과 삼형제.
날이 따뜻해서 인지 작년보다 빠르게 느껴진다.
밭 휘휘 돌면서 순지르기 부지런히 해줘도,
다음날 또 자라있다.
고추잎 순지르기 한 걸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무말랭이와 무쳐먹으면 별미다.
땅콩 꽃피고 손 바뻐지는 때다.
꽃 피면 아래로 열매 맺으려 내려가니
김매기 때 놓치면 손 쓰기 어려워진다.
그럴 때 일수록 선택에 따른 책임을 숙고하게 된다.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해서
그저 지켜보는 상황이든
손을 써서 예방하는 상황이든
책임져야하는 상황들이 속속들이 밭에서 펼쳐진다.
그런 모든 게 피곤하기보다 흥미로운 삶처럼 느껴진다.
밭 갈무리를 밥상을 중심으로 풀어가면서 밭그림 달라졌다.
쉬어가게 되었던 잡곡들을 다시 심기 시작한 건데,
묵은 씨들 넣었더니 발아율이 좋진 않다.
발아율 좋지 않아도 몇 구덩이라도 싹 나준게 고마운 일이다.
긴 호흡으로 다시 내년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뭐가되었든 그런 자리에 기다렸다는 듯
녹두 들어갈 수 있고,
여기저기 자라는 들깨들 옮겨 자리 잡는다.
내게 부족함 전혀 없어라~
이번 절기에는 비가 드문드문 내리고, 길게 오는 때는 없었다.
고구마 심기 애매했었는데, 때따라 그냥 자리 잡게 했다.
볕 뜨거운 몇일 계속되면서 말라 죽었다 싶은 느낌이었는데,
용하게 하나둘 살아나기 시작해서 자리 잡는다.
그 모습이 볼 때마다 아름답고 멋있다.
올해 씨고구마들 사면에 심을까 했지만,
밭 한켠을 그냥 내어주었다.
줄기를 빠르게 먹을 수 있으려나.
구덩 점뿌림 했던 검은깨도 하나 둘 자리 잡는다.
싹이 늦어서 의심했던 마음에
한 차례 비 지나며 우수수 피어나는 모습 보여줬다.
조건에 따라 오고가는 마음 재미있게 보면서,
쪼그려 앉아 솎아줬다.
어느 때 찍은 계곡 한켠.
밭에서 보는 작물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신비롭게 느껴졌다.
더운 날엔 계곡에서 쉬기도 한다.
참 행복한 마을살이다^^
첫댓글 여름 곡식이 익었군요.
장마 전 더울 때 갈무리하는 게 일입니다.
밀, 마늘 거둘 때, 시원한 계곡에 풍덩 하고 싶어요^^
그러게요. 비 피해 거두는 것도 일이고, 때 맞는 갈무리도 중요하죠 ^ ^
저번주 흙날 비 떨어지기 전 아침에 후다닥 지붕찾아 걸어두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