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차여행을 했다.
뒷좌석에 앉은 여자아이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꼭 안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발로 앞좌석 차지 말라고 꾸지람을 듣고 있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내 좌석은 계속 아이에 발길질에 콩콩거렸다.
붉은 서울 하늘, 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2호선 전동차 안에서 안 보이는 눈 때문에
초점을 맞추며 눈살을 찌푸리고 지하철 노선을 가만히 째려보고 있었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내 눈은 시청이 어느 역 옆인지 가늠하고 있었을 것이다.
-홍대입구 6번 출구로 나와.
3년 반 만이었다, 그 아이는 얼굴이 동그랗고, 머리숱이 적고,
쌍거풀 없이 눈이 커다란 애다.내가 영파여고 앞 성내동에 살았을 때,
우리는 성내초등학교에 밤마다 운동을 하러 갔었다. 멀리뛰기도 하고 줄넘기, 뜀박질도 같이 했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일주일 만에 다시 보는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인사를 하고,
농담을 건네고 길을 걸으며 우스갯소리를 해댔다.
시간이 꼭 3년 넘게 정지해 있었던 것처럼,누구의 얼굴도 변하지 않았고,
변한 건 그냥 화장법과 패션스타일 정도였다.
(친구 항상 쌩얼로 다녔었는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눈화장이 엄청 진해져서 깜짝 놀랐음ㅋ)
나는 계피맛이 나는 멕시칸 코코아를 마셨고 그녀는 그린티를 마셨다.
카푸치노를 마셨던 내 옆에 앉은 또 다른 고등학생 때 친구는 내게 책을 건넸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나는 뻔한 내용의 책은 왜 주냐고 타박했지만, 뜻밖에 선물에 기분이 좋았다.
(뭐 받는 거 무지 좋아함, 물질에 약한가 보다.)
좀 걷다가 티셔츠를 사고, 레깅스와 스타킹을 샀다. 거리엔 사람들이 넘쳐났다.
(아 그리고 바르면서 살 빼는 그 로레알~ 샀다. 너무 뿌듯하다 ㅠ _ㅠ 허벅지살 빼야지!)
모두가 걸음이 빠른 사람들이여서인지 아님 내가 걸음이 느려서인지 나는 자꾸 뒤로 쳐졌다.
서울은 정말 너무 빨리 돌아가고 있었고,
나는 계속 혼자 뒤쳐지는 것 같았다.
공지영의 팬은 아니지만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친구에게서 받은 책을 반 쯤 읽었다.
괜찮은 것 같다.
(라고 하지만 옆에 앉은 대머리 아저씨가 자꾸 내 책을 흘깃 쳐다봐서 집중 못 했음! =_-)
영국으로 돌아가는 날도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2003년에 처음 갔던 것처럼 설레임과 떨림은 없지만,
짐을 챙겨야 한다는 '압박감'과 귀찮은 감정만 교차한다.
아아아아아, 다시 또 공부해야 할 계절,
새학기인 가을이다.
사실 새학기에는 치질이나 얼른 낫길 바랄 뿐이다.
ㅋㅋㅋ
첫댓글 전변비요ㅠㅠ새학기에는 변비나..ㅎㅎㅎㅎㅎㅎ
치질은 변비때문에 도지는 거니깐 미역 많이 챙겨가세여~ 미역이 장땡이예여~
물도 많이 마실 수 있도록 하세요..기본 2리터..(물배 불뚝~~)
영국 컴백하시면 전화한번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