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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씨앗을 심었지만,
씨앗이 움트는 것은 내가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래도 씨앗이 움트는 과정에 마음을 두고 함께한 것은 나에게 의미있는 일이다.
여러 조건과 씨앗이 가진 힘으로 싹이 난다.
싹이 나와서 나와 마주하고 한해살이 이어가는 것도 있고,
아쉽지만 싹이 나오지 않은 것도 있다.
우엉과 담배상추, 쪽은 싹이 적게 나왔고, 도라지는 싹을 만나지 못했다.
박은 다른 때보다 늦게 아주 늦게 싹(5/28)을 냈다.
박에게는 이번 봄이 조금 온도가 낮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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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이 되면 만물이 자라고, 비가 오고 나면 온 세상이 푸르러진다.
흙만 있던 곳일지라도 풀이 무성해진다.
비가 내리는 흐름에 따라 일을 계획하게 된다.
고구마줄기가 충분히 자라서 이르게(5/6) 밭에 심은 것, 고추와 가지에 물을 챙겨준다.
입하-소만 사이에 서리는 없었지만 찬 기운이 오래가서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자리 잡아간다.
비가 충분히 올 때, 본격적인 고구마 심었다(5/26).
소만 지나고는 올서리태, 한아가리(메주콩), 선비잡이콩도 씨앗 넣었다.
씨앗 이어가는 것 생각해서, 콩이지만 거리를 둘 수 있게 밭그림 그렸다.
콩 여러 가지를 많이 심고 있으니 밭그림 그릴 때 거리 두는 것을 고려한다.
길가 풀 베다가 베어진 뽕잎이 딱 나물하기 좋은 때다!
하던 일 멈추고 뽕잎을 딴다. 뽕잎은 어쩌면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을까!
다른 때보다 조금씩 꽃과 나무열매가 빠르다.
풍년초에 꽃망울이 잡히려고 해서, 얼른 풍년초 베어 묵나물 했다.
질경이도 씨앗 앉기 전에 베어서 묵나물 한다.
소만도 씨 넣으랴, 묵나물 하랴, 비 오면 훅 자라는 풀 김매기하랴,
할게 많구나!
열매들깨, 참깨, 쥐눈이콩, 옥수수도 씨앗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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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 접어들며, 가물다. 흙이 속까지 말랐다.
너무 가물어 보이는 곳은 허드렛물 돌려주고, 흙 긁어주고 풀덮개 덮어준다.
풀의 그늘의 도움을 받는 곳도 있다.
내가 가꾸는 밭은 냇가 옆과 집안에서 나가는 허드렛물의 동선을 짜서,
물이 필요한 작물은 물의 동선에 맞게 심는다.
마늘주아는 잎이 살아있을 때 거둔다.(6/7)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작은 알을 찾기가 쉽지 않다.
황차조, 황기장, 팥, 녹두, 가을에 먹을 늦옥수수도 씨앗 넣는다.
조를 알뜰하게 먹고 있는데, 웬일인지 올 해는 황차조 싹을 보기가 어렵다.
두 번이나 씨앗 넣고 시도했는데, 싹이 평소 같지 않은걸 보니,
아마도 올해 묵은 씨앗으로 심으려던 것이 원인인가 생각해 본다.
알이 큰 콩 세자매(한아가리, 올서리태, 선비잡이)가 싹을 내밀었는데, 늦게 알아봤다.
내가 살피지 못한 사이에 한아가리 콩은 새가 3/4은 먹었다.
다행히 한아가리콩 한 이랑 정도는 살았다. 새가 한아가리콩 먹느라 올서리태는 괜찮다.
소만-망종에는 빨간 열매가 신나게 한다.
딸기는 이렇게 맛있는데 다른 동물이 먹지 않아서 고맙다.
딸기에 이어 보라빛 오디, 붉은빛 앵두와 보리수.
일하다 딸기밭에 한참 앉아있는다.
완두콩도 익어서 맛을 보여준다.
잎이 쑥쑥 자라는 시기, 비 올 때는 오줌거름 내다 준다.
겨우내 모아둔 오줌통 한 방울까지 탈탈 쓰고 나면,
식구들에게 ‘오줌 다 썼으니, 오줌통에 오줌을 잘 모아줄 것’을 당부한다.
내 몸을 통과한 오줌! 몸으로 겪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이렇게 자란 감자, 고추, 가지, 참외, 토마토...역시 잎이 돋아난다.
각자 자람에 맞게 순지르기 해준다.
내가 심지 않은 푸성귀도, 더 세어지기 전에 푸성귀발효액 만들고 있다.
여러 이유로 이전에 만들어둔 것이 똑 떨어졌는데,
내 생활에서 발효액 찾게 되니..신기하게 수월하게 일을 하게 된다.
사진으로 밭 둘러보기~
첫댓글 당근이 흰 꽃인 걸 보니 원래 당근은 흰색이었을까요?
^^
딸기로 만든 얼음 과자~음 군침^^
보리수 열매~ 새코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