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국 자동차 업체가 내놓은 가짜 페라리(위)와 지난해 7월 스페인 경찰이 압수한 가짜 페라리(아래).
'짝퉁' 세계엔 과연 못 만드는 것이 없는 모양이다. 이탈리아의 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를 베낀 '짝퉁' 페라리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페
라리의 스페인 지점 직원들은 지난해 터무니없이 싼 값에 페라리를 파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들이 직접 확인한
페라리 한 대 가격은 4만유로(5900만원). 자신들이 파는 값, 약 20만유로(3억원)의 20%에 불과했다. 물론 진품이
아니었다. 외관만 진짜 페라리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값싸고 낡은 부품을 끼워 맞춘 '짝퉁' 차였다.
스페인 언론
등에 따르면, '짝퉁' 페라리를 만드는 업체 직원 중엔 엔지니어와 튜닝전문가 등 자동차 전문가도 있었다. 이들은 중고 도요타
자동차를 사들여 골격을 만들었다. 여기에 유리섬유(fiber-glass)를 사용해 주요 부품을 생산해냈다. 위조가 어려운 제품은
진짜 페라리 공장이 있는 이탈리아 마라넬로나 볼로냐, 영국 등지에서 수입하기도 했다. 핵심인 로고 등은 외부에 맡겨서 정교하게
만들어 붙였다. 이렇게 만들어낸 '짝퉁' 페라리는 외형상 진짜와 차이가 거의 없었다.
지난 2008년 2월에도
'짝퉁' 페라리를 만들던 일당이 적발됐다. 경찰이 덮친 곳은 이탈리아 마피아가 운영하는 현지 공장이었다. 이들은 시칠리아주(州),
밀라노와 로마, 푸글리아 등지에 작업장을 만들어놓고, '짝퉁'을 찍어냈다. 이탈리아 경찰은 작업장을 급습해 조립 중인 짝퉁
페라리 7대를 압수하고 이미 시중에 팔린 14대의 짝퉁 페라리도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이 많이 팔 때는 한 달에 수십대도 판
것으로 추정했다.
마피아까지 나서 '짝퉁' 페라리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고 이익도 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경찰은 "'짝퉁' 페라리 구입자는 대체로 '비즈니스맨'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행사에 가기 위해
과시용으로 '짝퉁' 페라리를 산다고 한다.
'짝퉁' 페라리는 아무리 '짝퉁'이라고 해도, '짝퉁' 시계나 가방처럼
싸지는 않다. 스페인 경찰에 적발된 '짝퉁' 페라리는 한 대 값이 현대차 그랜저 가격(2013년형·3000~4000만원)보다
2000만원은 더 줘야 살 수 있을 정도다. 그래도 공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탈리아엔 소량을 수제(手製)식으로 만드는 '짝퉁'차 업체들이 있는데 기술이 좋아 진품과 비슷한 수준의 모조품을 만들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