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하이야기>
여름에 들어서니,
완두를 시작으로 인제할머니오이, 인제할머니긴호박...
너부내상추, 토란, 제주검은찰옥수수 따위
앞 절기인 곡우 때 넣은 씨앗에
입하에 내린 비님인지 토토로인지가 내려와..
뾰뵤뵹 온갖 기적을 뿌려놓았다. 🌱
그 가운데 카리스마 으뜸 풍기며 움트는 것도 있는데,
울타리콩이나 땅콩, 강낭콩은
콩알이 커서 그런가 마치 알에서 나오는 새처럼 보인다...
심지어 갓 싹튼 콩싹은 마치 모이 먹으려고 입 벌린 아가새 같다. 삐약삐약 짹짹
새?
귀여운 콧구멍으로 내 맘을 사로잡았던
아가 박새들은 엄마빠가 물어오는 벌레들 먹고
몰라보게 자라, 몇 번의 비행 시도 뒤 별 탈 없이 잘 날아갔는데...
근데...
아니...
이게 머선 일인고?
댕강! 뚝! 뒤적뒤적~ 말라비틀!
멋지게 움트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던 땅콩들이
하루아침에 마치 전쟁치른마냥 내동강이 쳐 있을 땐,
난 새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쁘다 이쁘다 했더니~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그래, 인생이 다 그렇지. 잘해주면 꼭 뒷통수친다...'
혼자 아무렇게나 막 연결지으며 생각이 원망으로 번개처럼 치닫을 때...
강도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마디 건넨다.
"걔네가 그러는거 너가 직접 봤어? 봤냐구~
그리고 설령 그랬다쳐도
다 새끼먹여 살리고, 먹고 살겠다고 그러는 것 뿐이잖아.
그냥 다 자기가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야.
너도 다 그렇게 먹고 살잖아.
남탓하며 감정허비말고 어여 네 할 일이나 하셩~~"
"네.선생님."
🎶💃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바치어 무엇하나~
속상한 일도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 가세~
태평가 노래로 바로 전환하며,
마늘 깐거, 쪽파 잎들(주로 향이 강하고 쥐나 새가 싫어하는 거) 땅콩 위에 올려 위장시켜주니,
그 뒤 땅콩은 행복하게 자랐습니다...
저도
그 기세를 몰아,
입하비에 부지런히 싹 옮겨 심고 거름도 주고...
솔부추 따서 지져먹고, 겉저리해먹고 그냥 먹고...
미나리캐서 버무려 먹고 지져먹고...
인생 즐기며 살았습니다!
<2. 소만이야기>
작은 것이 가득하다는 소만.
작은 것이...
분명 작은 것이...
분명 내가 뿌린 싹은 작은 것이 맞는데...
왜 절로 난 것들은 이리도 큰가?
왜 큰 것들로 가득한 것인가?
이 때 또 다시 등장하는 강도사와 태평가.🎶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리~ 🕺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걸 탓하지 말고 걍 할 바나 하자~
차라리 잘됐다~
쑥쑥크는 쑥을 베어 쑥효소를 담가보자!
큰 풀들아 오너라! 풀덮개 제대로 올려보자!
자연농법으로 열정을 불태워 보련다~..
비님? 안내리심?
"성화는 바치어 무엇하나~💃🎶"
차라리 더 좋다!
잎이 세지기 전에 삼잎국화와 뽕잎으로 마지막 묵나물 해놓자!
앵두도, 보리수도, 오디도
비 안오니 더 다네..아~달다!
<3. 망종이야기>
까끄라기 망. 芒
우리 까끄라기들...
지난 겨울 뿌려 요래 싹이 났던 우리 귀요미, 까끄라기들...
앉은키밀과 참밀.
추위와 눈보라에도...
가뭄과 범상치 않은 풀기세,
새들이 무지하게 쪼아 먹었어도
(이건 눈으로 직접 봤음. 내가 있어도 그냥 먹는걸 보니 그만! 짜증은 내어서...)
그래도 아랑곳 않하고조금만하고
이렇게 잘 살아줬구나!
쓱쓱싹싹 베어 말려놓으니 볼때마다 뿌듯.
다음 까끄라기는
횡성추위에 약한 흑보리.
겨울 잘 자라라고 짚까지 덮어주고
강아지한테 꾹꾹 잘 밟으라 시켰거늘...
역시 무리였다!
그래도 세 단이나 나온 것도 기특하네.
횡성재래 마늘은 또 어떠한가?
촛물 담갔다 재뿌려 심고,
콩깍지덮개로 겨울이불 해주니...
속하나 안썩이고 힘차게 자라서 기운 팍팍주는 것은 물론!
요래요래 알차게 잘 자랐다.
아~ 부지런히 갈무리해,
곧 있을 공부자리에 귀한 님들께 진상하련다!
밀 벤 자리에 메주콩(독새기콩)심고...
마늘 캔 자리에 검은깨, 횡성참깨 심고...
지천인 쑥 씻어 단오앞뒤로 발효액 담그고
소름돋게 제대로 신 맛, 보리수!
다 늦게 배운 공부, 뜨거운 한낮에 하면서
잠깨라 오물거리니 딱이다.
그렇게 뜨거운 태양볕 받아
쑥쑥크는 아욱싹, 흑수박싹, 인제할머니오이
바라보면서
아랫집 동생에게 받은 너부내 상추와
여태껏 싹나자마자 꽃대올려 제대로 못먹었던 담배상추,
늘 잘 크는 청치마상추, 깻잎,금강초에..
더위까지 쌈싸먹으며...
한 학기 벌공부도 재밌게하고...
얼렁 날적이 마치고 밀마늘 갈무리할 생각에 설레니...
여름 앞절기도
아쉬울 것 없이!
참 뜨겁게 살았다...
첫댓글 뜨거운 여름 불태운 열정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을것이라 믿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