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글쓰기책쓰기 - (563) 글쓰기를 방해하는 핑계들 - ⑤ 다른 사람들의 비판이 두렵다/ 작가 이은대

[화룡이(이창모)]

글쓰기를 방해하는 핑계들

네이버블로그/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이 들어야 할 대답

⑤ 다른 사람들의 비판이 두렵다

나 어릴 적에는 중학생은 머리를 짧은 스포츠형으로 깎아야 했다. 남학생들은 누구나 예외 없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나는 그렇게까지 짧은 머리를 해본 경험이 없었던 터라 두렵고도 어색한 마음으로 이발소로 향했다. 지금이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미용실 출입이 자연스럽지만, 그때만 해도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용실이었다.

평소 자주 가던 집 앞 이발소를 편한 마음으로 들어갔다. 주인아저씨 혼자서 이발소를 지키고 있었는데, 매번 보던 얼굴이 아니었다. 주인이 바뀌었나 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저씨는 무척 자연스럽게 나를 의자로 안내한 뒤, 하얀 이발 가운을 내 목에 둘러주고 바리깡으로 머리를 깎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잠시 후 거울 속의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웬일인가! 짧은 스포츠형이라고 분명히 말했건만 거울 속의 나는 흡사 출가를 앞둔 승려의 모습이었다. 고작 열세 살밖에 되지 않았던 어린 나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화가 난 아버지가 이발소로 쳐들어갔다. 그 사건의 자초지종은 우리 가족 모두를 어이없게 했다. 내 머리를 깎은 아저씨는 이발사가 아니라 그 옆 중국집 아저씨란다. 술에 취한 상태로 내 머리를 아주 작살낸 것이란다. 그 아저씨의 아내가 아버지에게 통사정하며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빌며 하는 말, 술에 취해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런 적은 또 처음이란다.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곧 있으면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될 나는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등굣길에 초등학교 때 알고 지내던 여학생이라도 마주치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될까. 짓궂은 녀석들은 또 얼마나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놀려먹을까. 그야말로 혀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팔다리가 부러졌다면 깁스를 하면 될 테지만 머리카락이 한 올도 남지 않은 소림사 스님은 구제할 방법이 없었다. 모자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당시 내 머리통은 워낙 길쭉하게 생겨서 모자를 쓰면 귀 위쪽으로 빈틈이 생겨버렸다. 게다가 모자를 쓰고 보니 대머리를 감추려고 썼다며 대놓고 말하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중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그길로 출가할까 싶을 만큼 막막함을 느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빡빡머리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이슈가 되지 않았다. 새롭게 만난 친구들은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작심했다고 여겨서 오히려 나를 의지가 대단한 친구로 생각했고, 등굣길에 마주치는 여학생들은 아예 나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몇 날 며칠 동안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나의 호들갑스러운 염려는 결국 의미 없는 시간 낭비로 막을 내렸다.

그 시절 친구들을 만날 때면 혹시나 그때의 내 모습을 기억하는지 슬쩍 물어봐도 단 한 명도 머리카락 한 올 없이 반질반질했던 내 머리를 기억하는 친구는 없었다.

요즘은 아이들이 일찍 성숙해져서 초등학교 때부터 사춘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아들 녀석도 슬슬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쓰며 다른 친구들의 눈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그냥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는 편이지만, 지나칠 정도로 외모나 옷차림에 신경 쓰는 모습이 보이면 이렇게 말해준다.

“가족을 제외하면 세상 어느 누구도 너한테 별다른 큰 관심이 없단다. 만약 네가 머리를 새빨갛게 물들이고 옷을 홀딱 벗고 학교에 간다면 친구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한 아무도 너의 모습을 머릿속에 간직하거나 눈여겨보지 않을 거야.

마찬가지로 네가 만약 정말 좋아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 아이의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을 좋아하는 건 아닐 거야. 그 친구의 마음, 그리고 너를 대하는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하겠지. 지금 네 모습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너는 아주 멋지고 훌륭해.”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 아닐까, 괜히 욕먹을 짓을 하는 것은 아닐까…. 끝도 없이 다른 이의 말과 행동을 가슴에 담아두고 눈치 보느라 무엇 하나 소신대로 행동하지 못한다.

조금은 야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세상 사람들은 나의 삶에 별 관심이 없다. 내가 무슨 유명한 영화배우도 아니고 스캔들을 몰고 다니는 정치인도 아니며 수천억을 가진 재벌도 아닌데 무슨 관심을 가지겠는가.

비판이 두려워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가? 김칫국 마시지 말고 내 멋대로 쓰자. 나를 위한 글쓰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만 눈치를 보는가. 고개 빳빳이 쳐들고 어깨 펴고 써도 된다.

물론 독자를 의식해야 하는 글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글 또한 지나치게 독자를 의식하다 보면 정녕 내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할 때가 있다. 내 마음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써보자.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비난할 수도 있고, 유치하다고 집어 던질 수도 있다. 반면, 누군가는 내 글로 인해 삶이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를 글쓰기로 인도한 책이 수도 없이 많은데, 그 책을 쓴 작가들이 내가 이렇게 글을 쓰면서 마음의 평온을 얻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글을 썼겠는가.

어떤 글이든 당신이 쓴다면 그것은 이미 당신의 인생이 녹아든 글이 된다. 당신의 삶이 글이 되어 당신을 찾았고 세상에 남았는데 더 이상 바랄 게 뭐가 있겠는가. 비판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글을 쓰자.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마구 쓰자. 펜은 귓구멍을 파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 ‘무일푼 막노동꾼인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그리고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이은대, 슬로래빗, 2018.)’에서 옮겨 적음. (2024. 1. 6. 화룡이) >

[의초 이정석]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마구 쓰자

고맙습니다^^

[화룡이(이창모)]

예, 두려움 없이 쓰는 것만이
남기는 길임을 되새깁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