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서기기(投鼠忌器)
쥐를 잡고 싶어도 그릇 깰까 두렵다는 뜻으로, 작은 일로 인하여 큰 일을 그릇칠까 염려해서 손을 쓰지 못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投 : 던질 투(扌/4)
鼠 : 쥐 서(鼠/0)
忌 : 꺼릴 기(心/3)
器 : 그릇 기(口/13)
쥐에게 물건을 던져서 때려잡고 싶으나 옆에 있는 그릇을 깰까 꺼린다는 뜻으로, 임금 곁에 가까이 있는 신하를 제거하고 싶으나 임금에게 누(累)가 될까 꺼림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람에게 이득을 안기는 것이라곤 도무지 없다. 쥐란 조그만 동물이 잘 하는 것은 음식을 훔치고 병균을 옮기는 일이다. 애완용으로 기르는 사람이나 실험실에서 희생되는 쥐가 있지만 왕성하게 번식하는 숫자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이 고약한 쥐를 보고도 잡지 못하니 분통터진다.
몰래 들어간 쥐가 눈을 깜박거리며 쌀을 축내는 중인데도 쌀독 깰까봐 어쩌지 못할 경우다. '쥐 잡으려다가 쌀독 깬다'는 속담이 나온 연유다. 쥐에게 물건을 던져서 때려잡고 싶지만(投鼠) 곁에 있는 그릇을 깰까 두려워하여(忌器) 속만 태운다는 말은 나쁜 습관이지만 오랫동안 편하게 지냈던 터라 고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이상의 불편이 따를 때 쓴다.
이 성어는 임금 곁의 간신을 제거하려 해도 임금에게 누가 미칠까 두려워한다는 말에서 나왔다. 시문에 뛰어나고 제자백가에 능통하여 약관의 나이로 최연소 박사가 된 가의(賈誼, 서기전 200~168)는 전한(前漢)의 6대 황제 경제(景帝) 때 많은 제도를 개정하고 관제를 정비하기 위한 많은 의견을 상주했다. 당시 왕의 측근에 위세를 부리는 한 무리의 측근들을 알고 있었으나 황제에게 누가 될까 두려워하여 어찌하지 못했다.
어느 때 가의는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하고 왕을 알현한 뒤 말했다. "폐하께서는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쥐를 때려잡고 싶지만 그릇을 깰까봐 겁낸다(俚諺曰 欲投鼠而忌器/ 리언왈 욕투서이기기)란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하면서 계속 이어간다. 쥐가 구멍에서 나와 주인에게 들켰을 때 재빨리 쌀독에 숨었는데 어찌하는 것이 좋겠는지 물으니 왕은 쥐를 잡으면서 독도 깨지 않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 답했다.
가의는 같은 이치로 왕의 주위에 횡포를 부리는 신하가 많지만 아무도 말을 못하는 것도 항상 곁에 두기 때문이라고 아뢰었다. 반고(班固)가 쓴 '한서(漢書)'의 가의전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성종실록'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사헌부 대사헌 '윤계겸' 등이 차자를 올리기를 “황효원이 훈맹한 것을 믿고 사적인 감정으로 대간을 비난하고 욕을 보이니, 의당 법으로 통렬히 바로잡아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서 용서하시니 대신을 대우하는 것은 후하십니다마는, 옛말에 '투서기기'라 하였습니다. 쥐가 그릇 가까이 있어도 그릇 때문에 물건을 던져 쥐를 잡지 못하는데 더구나 전하의 귀와 눈이 되는 신하인 대간에 있어서이겠습니까?”라고 하였다.
문제점을 알면서 부작용을 두려워해 미루고 미룬 결과는 더 큰 난관이 가로막기 마련이다. 기업의 문제점은 진작에 들어왔어도 입으로만 개혁을 외칠 뿐 남의 일이었다. 정피아, 관피아 등이 대거 낙하산을 펼쳤던 기업 구조조정은 곪은 뒤에야 마지못해 손을 댄 이유다. 더 튼튼한 쌀독을 위해선 작은 것은 과감히 깨뜨릴 필요도 있다.
투서기기(投鼠忌器)
중국 고전 삼국지를 보면, 동탁과 여포를 연이어 물리친 후 기고만장한 조조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하루는 임금이 사냥하는 날, 조조가 황제와 나란히 말을 타고 가다 큰 사슴 한 마리를 발견한다. 황제가 세 발을 연달아 쏘았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조조가 황제에게 활과 화살을 달라고 해 사슴을 쏘아 넘어트렸다. 주변 장수들이 환호를 올리자, 조조는 황제 앞으로 나아가 자신이 쏜 화살이라며 크게 자랑을 한다.
먼 거리에서 동행했던 관우가 이를 참지 못하고 칼자루를 쥐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다급히 이를 말린 것은 유비였다. 사냥터에서 돌아와 관우가 유비에게 따지듯 물었다. “역적 조조가 황제를 깔보고 마음대로 설치기에 제가 조조를 죽여 나라의 해를 제거하려 했는데 왜 말리셨습니까?”
그러자 유비가 '투서기기(投鼠忌器)'를 얘기한다. 쥐를 잡고 싶어도 그릇을 깰까 걱정이라는 말이다. 유비는 이렇게 관우를 꾸짖었다. “황제 근처에 조조와 부하들이 많은데, 아우가 일시적으로 분노해 경솔히 행동했다가 자칫 천자가 다치고 우리들만 죄인이 되지 않았겠느냐.”
반칙과 거짓의 독을 깨라
오래된 의문이다. “쌀독에 든 쥐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2000여년 전 중국 한나라의 명신인 가의가 황제에게 던진 질문이다. 주인이 쌀독에 숨은 쥐를 발견했지만 아끼던 독이 깨질까봐 때려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하의 물음에 황제는“쥐를 때려잡으면서 항아리를 깨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답한다.
여기서 나온 말이 투서기기(投鼠忌器)다. 반고가 지은 ‘한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가의가 쥐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황제의 측근들이 그의 위세만 믿고 횡포를 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신 무리를 없애고 싶어도 황제에게 누가 될까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당시의 황제는 어질고 똑똑한 경제였다. 경제는 신하의 충정을 귀담아듣고 측근들의 전횡을 뿌리 뽑았다. 그 덕분에 나라는 태평성대를 이루었고, 황제와 신하의 이름은 청사에 빛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경제와 같은 현군은 드물고 혼군이나 용군(庸君)이 더 자주 출몰한다. 오늘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진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스스로 다짐한 통합과 공존을 절멸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했다. 대통령 측근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기 위해 온갖 암수를 꾸몇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그를 “낯짝이 철판” “동네 양아치”라고 모욕하였다. 청와대 실세는 광화문 집회를 주최한 국민들을 “살인자!”라고 고함쳤다. 국민들은 이런 목불인견에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쥐를 잡으려다 독을 깨뜨릴까봐 머뭇거렸다. 국정이 중단되는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 쥐를 잡기 위해 독을 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똑같은 문제가 당시 우리 앞에 놓였었다. 해법의 열쇠는 1000년 전 일화에 있다.
북송의 역사가 사마광이 일곱 살 무렵의 일이다. 동네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데 한 아이가 큰 물독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어른들이 “사다리를 가져와라”, “밧줄을 가져와라”며 법석을 떠는 동안 아이는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때 어린 사마광이 돌을 가져오더니 독을 깨뜨렸다. 아이는 간신히 살아났다. 독을 깨뜨려 친구를 구한 파옹구우(破甕救友)의 고사다.
일화가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가장 귀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선 아까운 독도 깨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사마광이 살던 황제의 나라가 아니다. 황제라는 독보다 사람, 즉 국민을 중히 여기는 민주시대다. 대한민국은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을 채택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선서를 통해 국민에 대한 봉사를 맹세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1호 공무원인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된 이듬해 도산 안창호 선생은 “황제란 주권자를 일컫는 이름이니 국민 각자가 바로 황제”라면서 “대통령이나 총리나 다 국민의 노복일 뿐”이라고 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정신이다. 이런 민주원칙을 훼손하는 자가 있다면 노복의 자격을 회수해야 마땅하다. 주권자에겐 그런 책임과 권한이 있다.
현실을 직시하면 독을 깰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만약 쌀독이 쌀을 보호하지 않고 쥐를 키우는 온상 역할을 하고 있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쥐들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독을 깨는 게 상책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국정 혼란을 부른 조국과 추미애를 법무장관에 앉혔다. 썩은 냄새가 도처에 진동하고 ‘영혼 있는’ 공직자들이 쫓겨나는 비상식의 꼭대기에는 대통령이 있다.
혹여 정부의 개혁이 중단될까봐 파옹을 주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문정부의 개혁은 가짜이기 때문이다. 개혁은 자기 몸을 먼저 치는 것이지만 집권층은 남만 때린다. 민주적 통제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지만 그들은 대통령의 명만 따른다. 민주주의는 위선과는 동행할 수 없다. 정의와 공정과 진실의 세상을 원한다면 불의와 반칙과 거짓의 독을 깨야 한다. 무엇을 망설이나. 쥐들이 우글거리지 않는가.
투서기기(投鼠忌器) 북중관계
투서기기, '쥐를 때려잡고 싶어도 주변의 기물이 깨질까 봐 겁낸다'는 뜻이다. 한서(漢書) 가의전(賈誼傳)에 나오는 성어다. 쥐 한 마리 잡으려다가 그릇을 깰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핵심요소로 간주한다. 따라서 한반도 안정을 흔들고 있는 북한에 대해, 지역의 그릇을 깨지 않기 위해 '목에 걸린 생선 가시'와 같이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중국은 왜 북한을 계속 안고 가는가? 구조가 관계를 결정한다!
중국에게 북한의 가치가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다. 국제정치적으로도 골칫거리다.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핵심이다. 북 · 미 간 군사충돌을 촉발할 수도 있고, 한 · 미 · 일의 군비 증강에도 빌미가 된다. 아울러 전통적인 중 · 북 · 러의 북방삼각체제를 더욱 강화시킴으로써 21세기 탈냉전시대에 과거의 냉전체제를 재연시키는 핵심 진원지가 된다.
국제사회의 문제아인 북한을 계속 안고 가는 것은 굴기(부상)하는 중국의 대국 이미지에도, 국제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여론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왜 중국은 지난 70년간 북한을 두둔하고 지원했을까?
국제관계에서 구조와 행위자의 문제는 학문적 쟁점이다. 구조주의적 관점에서는 객관적 조건, 즉 국제체제의 힘이 국가의 행동을 제한한다고 본다. 한편, 국가라는 행위자 중심의 논리는 국가의 의도와 선호가 대외정책을 결정한다고 여긴다.
중국의 대북정책 연구자들 역시 구조를 중시하는 입장과 행위자 요인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구별된다. 구조주의적 측면에서 본다면, 변화보다는 지속성과 일반성이 강조된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이라는 행위자 중심으로 북중관계를 보면, 변화와 특수성이 더 돋보인다.
국내외 다수의 연구는 북중관계의 특수성에 초점을 맞추고, 지속성보다는 특수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시 말해, 탈냉전 이후 북중관계도 과거와는 다르게 변화했다는 것이 주된 흐름이었다.
그러나 북중관계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변화의 속성보다는 지속성과 영속성이라는 특징이 더 돋보인다. 물론 개별 행위자들의 특수성을 경시하고 주관적 요인들을 무시한 채, 구조와 환경 조건의 영향을 과도하게 해석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구조적 신현실주의자 케네스 월츠(Kenneth N. Waltz)는 "어떤 중국 정부라도 압록강으로 접근해오는 다른 강대국을 본다면, 능력이 있는 한 거의 확실히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아의 질서구조와 지정학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임진왜란 때 왜 대군을 조선에 파병(抗倭援朝)했는지, 1950년 타이완 점령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왜 한국전쟁 참전(抗美援朝)을 결정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한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현재 동아시아 질서구조 변화의 핵심은 부상하는 중국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이다. 아시아를 떠난 적 없는 미국은 2010년에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21세기 동아시아에는 두 가지 큰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과 일본의 힘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동시에 중국이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힘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1등 국가는 2등 국가에 어떻게 대응할까? 1등 국가가 2등 국가의 굴기를 두려워해 일으킨 전쟁이 펠레폰네소스전쟁이었다. 과두정인 스파르타가 해상강국으로 떠오르는 민주정인 아테네를 공격했다. 이 후 아테네는 과거의 영화를 되찾지 못했다. 2등 국가들이 1등 국가에 도전한 전쟁이 1차와 2차 세계대전이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기존의 패권국과 신흥강국의 등장은 대부분 전쟁으로 해결되었다.
지구가 둥글고 전 세계에 여러 나라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 후, 역사적으로 패권국가의 등장과 소멸을 살펴보면, 베니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 해양을 장악한 세력들이었다.
지금 동아시아 질서구조 변화의 본질은 바로 미국의 '재균형정책'과 '중국의 굴기' 사이의 충돌이다. 동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중미관계의 갈등의 요체는 중국의 해양대국화 추진에 따른 미국의 견제에 있다. 중국의 국력배양이 가시화되고 군사력이 증강되면서, 중국이 점차 해양이익에 관심을 두며 군사력의 투사범위를 확대해나가자, 중 · 미 간에 힘겨루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바다를 장악한 나라가 국제적 패권을 행사했다. 남중국해의 난사군도(南沙群島), 서태평양 해상의 타이완 문제,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釣魚島),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의 본질은 중미 간의 해상패권을 둘러싼 갈등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인도양에서도 미국은 인도와 손잡고 일본까지 참가한 '말라바르(Marabar) 2017'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 · 미 · 일 동맹을 강화하고, 한 · 미 공조에 의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결국 북중관계의 강화를 초래하게 된다. 한 · 미 관계가 강화되고 남 · 북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한중관계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처해 있다.
중국에 북한의 안전이 중요한 이유1, 랴오둥의 현관이자 동북지방의 울타리
중국의 안보전략은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요인들에 큰 영향을 받았다. 중국은 14개의 육지국가와 6개의 해양국가와 마주하고 있다. 국경선이 매우 길며 취약하다. 지리적으로 인접하거나 먼 곳으로부터의 다양한 잠재적 위협이 존재한다.
전통적 왕조시대에 중국의 주요한 안보위협은 대륙의 서쪽과 북쪽에서 왔다. 그러나 1840년 청나라와 영국이 싸운 아편전쟁 이후로 1850~1945년의 시기에는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배를 타고 온 해양세력의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반(半) 식민지 상태의 굴욕을 경험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일본, 러시아, 미국 등 군사적으로 매우 강하고 또한 고도로 산업화한 국가들이 중국에 대해 침공의 위협을 포함한 다양한 안보위협과 안보이슈를 제기했다.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현재 중앙아시아에서는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통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이른바 '탄' 국가들을 안정시키고, 러시아와는 외몽골을 완충지대로 두면서 전략적 관계를 강화했다. 서남지역에서는 파키스탄을 통해, 동북지역에서는 북한과의 유대를 통해 안보위협을 줄였다.
현재 중국의 안보위협은 해양으로부터 오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울타리이자 랴오둥(遼東)의 관문인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미관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이 바로 지정학적인 요충지인 한반도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대국들의 전략적 이익이 서로 엇갈리는 공간이었다. 동아시아의 대륙국가나 해양국가가 영토를 확장해야 할 때는 반드시 한반도를 침략하는 무력행사가 수단이었다.
19세기 말에 중국의 몰락과 동아시아 질서의 해체를 초래한 청일전쟁(1894)의 도화선 역시 한반도였다. 1904년의 러일전쟁도 마찬가지였다. 냉전 시기 지정학적 요충지로 주목받은 원인 또한 같은 맥락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지정학적 접근이 근원이었다. 그러므로 중국은 랴오둥의 '현관'이자 동북의 울타리인 조선의 안전이 자국의 안전에 매우 중요했다.
중국에 북한의 안전이 중요한 이유2, 미국의 위협에 대한 완충지대
1961년 북중우호조약 체결 후에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총리는 북중관계를 순치상의(脣齒相依) 순망치한(脣亡齒寒), 즉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관계'로 규정했다.
물론 북한에 대한 중국 전문가들의 인식에서도 '전통파'와 '전략파' 간 이견이 존재한다. 전략파는 주로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정치학자들로, 북한은 '자산'이라기보다는 '부담'이며, 중미의 협력관계 발전, 교통 · 통신과 첨단무기의 발달 등으로 북한의 지정학적 완충지대 역할은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중미관계는 협력보다 갈등의 요소가 더 많고, 상호 견제와 전략적 불신도 증가하는 추세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중국은 외교부보다는 군부, 당의 계통이 더 힘을 발휘했다. 따라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탈냉전 후에도 크게 변함이 없다. 만약 북한지역이 미국의 수중에 들어가면, 자국의 머리를 때리는 망치처럼 중국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지정학적 인식이 아직 작동하고 있다.
왕조시대에는 동북지역의 국가 및 일본과의 세력경쟁을 위해, 냉전시대에는 소련과의 경쟁을 고려했다. 탈냉전 이후에는 미국의 위협에 대한 완충지대로서 북한을 활용하고자 한다. 더구나 북한은 중국에 지정학적 완충지대로서의 가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향후 미국과의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효한 협상카드이기도 한 것이다.
특히 타이완 문제는 북한문제와 연계되어 있다. 한반도에서 있었던 청일전쟁의 결과로 타이완이 일본에 할양되었고, 한국전쟁 이틀 뒤에 미7함대가 타이완 해협에 개입하면서 현재의 상황으로 고착되었다.
역설적이게도 한국전쟁은 타이완을 구했으며, 마오쩌둥의 '타이완 해방'은 물거품이 되었다. 타이완은 미국에게 있어서 '불침의 항공모함(unsinkable aircraft carrier)'으로, 북한은 중국의 동북을 지키는 '동대문'으로 작용한다. 타이완의 안전을 보장하는 미국의 '타이완관계법'과 타이완이 독립을 선포할 시에는 무력으로 개입하겠다는 중국의 '반분열국가법'은 대척상태에 있다.
중국에게 북한은 미국을 견제하는 동반자며, 미국의 힘을 빼고 분산시키는 일등공신이다. 북한은 오히려 중국이 자신들에게 '안전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중국의 대북한 정책 최우선순위는 북한 체제의 안정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모든 정권(한족 또는 비한족 정권을 막론하고)은 변방에 대한 통제와 영향력 확대를 추구해왔다. 중국은 국경을 지리적, 행정적,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가능한 최대한도로 확대 설정하고 있다.
동북지역의 역사는 모두 중국사라는 동북공정과 티벳트, 위구르의 소수민족의 역사 역시 자국의 역사에 편입하는 서남공정과 서북공정이 이를 증명한다. 변방 영토의 팽창과 수축 패턴은 개별적인 정권의 흥망과 거의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국내 질서와 경제적 번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중국은 아직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이므로, 국가 전략 목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발전이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평화로운 주변 환경 조성은 필수적이다.
당분간 동아시아의 지역구도가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중국의 정책목표에도 부합된다. 이는 한 · 미, 미 · 일 동맹이 공고한 상황에서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중국의 대북정책 목표는 한마디로 북한의 '안정'이다.
중국은 북한 체제의 안정을 대북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북한의 안정을 유지해서 체제 붕괴를 막고, 북한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 · 확대하는 것이다. 더불어 북한의 안정은 대미관계와 관련된 전략적 완충의 확보 및 양호한 주변 환경 조성에도 필수적이다. 북중관계는 대미관계와 관련된 지정학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의 국가 이익을 고려해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생존과 존립을 좌우하는 문제에서는 전략적 협력 차원에서 북한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북한의 생존을 직접 해치지 않는 문제는 국제관례에 따르며, 중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걸리지 않은 문제는 최대한 북한의 의사를 존중해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있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금까지 여덟 차례 제재 결정을 내렸는데, 중국은 모두 동참해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대북제재의 내용에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은 끝내 중국의 반대로 포함시키지 못했다. 에너지를 끊으면서까지 압박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즉, 북한의 생존에 관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유엔의 제재 결정은 북한의 경제에는 약간 타격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생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방증한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입장, 자국의 경제발전과 안전에 유리한 쪽으로
중국에게 통일된 한반도는 경제발전과 안보이익을 가져다준다. 한반도 통일이 타이완과의 통일을 촉진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역사적으로도 한족 정권과는 전쟁이 없었고, 통일된 한반도는 중국의 평화와 안전에 유리했다.
그런데도 통일된 한국이 자국에 유리하다는 '한반도 통일 이익론'과 자국에 위협이라는 '한반도 통일 위협론'이 대립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평가에 대한 '자산론'과 '부담론'의 연장선에 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통일은 지지하되,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국의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은 남북 당사가 간에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에 의해 추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통일 문제가 지정학적으로 주변국의 이해타산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한 자국에 우호적이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통일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통일 한국이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은 미래의 어느 때에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급히 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아직 때가 이르다는 것이다. 한국이 통일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하기 전에는 보류해야 한다는 의미다. 통일의 과정도 미국의 개입 없이 중국의 경제발전과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반도 통일을 통한 중국의 미래 발전에 있어서 북한은 계륵(鷄肋)과 같다. 미국에 대해서는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를 정벌하기 위해서 조선의 길을 빌리겠다고 했던 '정명가도(征明假道)'를 탈냉전 시대인 오늘날 되살려 '신정명가도', 즉 중국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한반도를 빌린다는 굴중차한(屈中借韓)으로 보고 있다.
이욱(李煜)은 오대십국 시대 남당(南唐)의 마지막 왕이었다. 통치에는 무능했지만, 문학적 감수성은 빼어났다. 그는 이별의 슬픔을 "자르려야 자를 수 없고 정리하려 해도 정리할 수가 없다(剪不斷, 理還亂)"고 읊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 역시 아직은 이와 유사하다.
▶️ 投(던질 투, 머무를 두)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殳(수, 투; 치다)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投자는 '던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投자는 手(손 수)자와 殳(몽둥이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投자의 갑골문을 보면 手자가 아닌 豆(콩 두)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제기 그릇을 두드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投자의 본래 의미도 '두드리다'였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豆자가 手자로 바뀌게 되면서 '던지다'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投(투, 두)는 손으로 던지다의 뜻으로 ①던지다 ②뛰어들다 ③가담하다, 편이 되다 ④합치다, 서로 잘 맞다 ⑤의탁하다, 의지하다 ⑥주다 ⑦보내다 ⑧받아들이다 ⑨임하다,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닿다 ⑩떨치다 ⑪버리다 ⑫투호(投壺), 그리고 ⓐ머무르다, 멈추다(두) ⓑ구두(句讀)(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던질 포(抛), 던질 척(擲),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칠 타(打)이다. 용례로는 사업에 자금을 투입함을 투자(投資), 기회를 엿보아 큰 이익을 보려는 것을 투기(投機), 정한 인원 외의 사람을 더 넣음을 투입(投入), 적에게 항복함을 투항(投降), 내던져 버림을 투기(投棄), 지면이나 수면 등에 물체의 그림자가 비침 또는 그 그림자를 투영(投影), 공을 던짐 또는 그 공을 투구(投球), 남에게 줌으로 특히 약 등을 줌을 투여(投與), 병에 알맞은 약제를 투여함을 투약(投藥), 돌을 던짐 또는 그 돌을 투석(投石), 던지어 아래로 떨어뜨림을 투하(投下), 비교적 무거운 물체를 힘껏 던지는 것을 투척(投擲), 배에서 닻을 내림을 투묘(投錨), 강물에 던짐을 투강(投江), 어떤 일에 몸을 던져 관계함 또는 높은 곳에서 밑으로 몸을 던짐을 투신(投身), 옥에 가둠을 투옥(投獄), 원고를 신문사나 잡지사 등에 보냄 또는 그 원고를 투고(投稿), 야구에서 앞 투수의 뒤를 이어 던짐을 계투(繼投), 야구에서 자기편이 못 받을 정도로 함부로 공을 던지는 일을 악투(惡投),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잘 던짐을 호투(好投), 야구 따위에서 잘못 던짐을 실투(失投), 농구에서 자유투 이외의 모든 슛을 야투(野投), 힘껏 던짐을 역투(力投), 투항하여 옴을 내투(來投), 베틀의 북을 내던지는 의심이라는 뜻으로 여러 번 말을 들으면 곧이듣게 된다는 말을 투저의(投杼疑), 붓을 던지고 창을 쫓는다는 뜻으로 학문을 포기하고 전쟁터로 나아감을 비유하는 말을 투필종융(投筆從戎), 채찍을 던져 강의 흐름을 가로막는다는 뜻으로 물을 건너는 군사가 극히 많음을 이르는 말을 투편단류(投鞭斷流), 쥐를 잡으려다가 그 옆에 있는 그릇을 깨뜨릴까 염려한다는 뜻으로 임금 가까이 있는 간신을 없애려다가 임금께 해를 끼칠까 두려워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투서공기(投鼠恐器), 글씨에 능한 사람은 정신을 들이지 아니하고 붓을 던져도 글씨가 잘 된다는 말을 투필성자(投筆成字), 모과를 선물하고 구슬을 얻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선물에 대해 훌륭한 답례를 받음을 두고 이르는 말을 투과득경(投瓜得瓊), 봉숭아에 대한 보답으로 오얏(자두)을 보낸다는 뜻으로 내가 은덕을 베풀면 남도 이를 본받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투도보리(投挑報李) 등에 쓰인다.
▶️ 鼠(쥐 서)는 ❶상형문자로 쥐의 이와 몸을 본 뜬 모양이다. ❷상형문자로 鼠자는 '쥐'나 '좀도둑'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鼠자의 갑골문을 보면 쥐의 주둥이 주위에 흩어진 낱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곡식을 갉아먹고 있는 쥐를 표현한 것이다. 쥐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의 곡식을 훔쳐 먹고 살던 동물이다. 그러다 보니 鼠자에는 '좀도둑'이나 '간신배'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鼠자는 금문으로 넘어오면서 모양이 크게 변형되었는데, 쥐의 앞니는 臼(절구 구)자로 바뀌었고 꼬리와 발은 생략되었다. 鼠자는 쥐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鼢(두더지 분)자나 鼬(족제비 유)자처럼 설치류와 관련된 동물을 뜻하게 된다. 그래서 鼠(쥐)는 ①쥐(쥣과의 포유 동물) ②좀도둑 ③병(病)의 이름, 임파선(淋巴腺) 결핵(結核) ④간신(奸臣)의 비유 ⑤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걱정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쥐며느리를 서고(鼠姑), 족제비를 서랑(鼠狼), 쥐의 족속 또는 몹시 교활하고 잔일에 약게 구는 사람을 서족(鼠族), 좀도둑으로 자질구레한 물건을 훔치는 도둑을 서도(鼠盜), 목에 결핵성 림프선염이 생겨 곪아 뚫린 구멍에서 늘 고름이 나는 병을 서루(鼠瘻), 갈매나무를 서리(鼠李), 소인배들을 서배(鼠輩), 쥐의 털과 같은 빛깔 곧 짙은 잿빛을 서색(鼠色), 곡식을 쥐가 먹어서 나는 축을 서축(鼠縮), 쥐가 쏠아서 결딴냄을 서파(鼠破), 쥐의 가죽을 서피(鼠皮), 두 다리의 사이를 서혜(鼠蹊), 쥐의 쓸개라는 뜻으로 담력이 약한 것을 얕잡아 이르는 말을 서담(鼠膽), 들쥐를 야서(野鼠), 캥거루를 대서(袋鼠), 박쥐를 비서(飛鼠), 사향쥐를 사서(麝鼠), 토끼를 토서(兔鼠), 두더지를 토서(土鼠), 다람쥐를 산서(山鼠), 날다람쥐를 청서(靑鼠), 족제비를 낭서(狼鼠), 족제비를 황서(黃鼠), 흰쥐를 백서(白鼠), 땅강아지를 석서(石鼠), 두더짓과에 딸린 포유 동물을 분서(鼢鼠), 다람쥐과에 딸린 작은 동물을 석서(鼫鼠), 들쥐과에 딸린 포유 동물을 수서(水鼠), 쥐의 간과 벌레의 팔이라는 뜻으로 매우 쓸모없고 하찮은 것을 이르는 말을 서간충비(鼠肝蟲臂), 쥐나 개처럼 가만히 물건을 훔친다는 뜻으로 좀도둑을 이르는 말을 서절구투(鼠竊狗偸) 등에 쓰인다.
▶️ 忌(꺼릴 기)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마음심(心=忄;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두려워한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己(기)로 이루어졌다. 마음속으로 두려워 하여 멀리하며 미워하는 일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忌자는 '꺼리다'나 '질투하다', '증오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忌자는 己(자기 기)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己자는 노끈을 구부린 모습을 그린 것으로 '자기'라는 뜻을 갖고 있다. 남을 질투하거나 증오하는 것은 모두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忌자는 '자기'라는 뜻을 가진 己자에 心자를 결합해 증오나 질투는 모두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忌(기)는 (1)피하거나 꺼림 (2)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에 외부의 사물을 대하지 않음, 등의 뜻으로 ①꺼리다 ②질투(嫉妬)하다 ③시기(猜忌)하다 ④미워하다 ⑤증오(憎惡)하다 ⑥원망(怨望)하다 ⑦경계(警戒)하다 ⑧공경(恭敬)하다 ⑨기일(忌日: 조상이 죽은 날) ⑩생각이나 뜻,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샘낼 투(妬), 싫어할 혐(嫌), 꺼릴 탄(憚), 시기할 시(猜), 숨길 휘(諱)이다. 용례로는 꺼리어 피함을 기피(忌避), 꺼리어 싫어함을 기휘(忌諱), 어렵게 여겨 꺼림을 기탄(忌憚), 몹시 미워함을 기투(忌妬), 사람이 죽은 날 제삿날을 기일(忌日), 상을 입어 언행이나 범절을 삼가는 기간을 기중(忌中), 샘이 많고 방자함을 기자(忌恣), 남의 재주를 시기하여 가혹하게 대함을 기각(忌刻), 언짢다고 하여 어떠한 방위를 꺼림을 기방(忌方), 꺼리는 일을 기사(忌事), 꺼리는 숫자를 기수(忌數), 꺼리고 미워함을 기오(忌惡), 기일이 있는 달을 기월(忌月), 죽은 날에 지내는 제사를 기제(忌祭), 술마시기를 꺼림을 기주(忌酒), 꺼리어서 싫어함 또는 어떤 병에 어떤 약이나 음식이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 쓰지 않는 일을 금기(禁忌), 어떤 사람이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또는 그의 뛰어난 능력 등을 샘하여 미워하는 것을 시기(猜忌), 남자 애인이나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거나 할 때 화를 내거나 싫어하거나 속상해 하는 것을 투기(妬忌), 뒷일을 염려하고 꺼림을 고기(顧忌), 숨기고 드러내기를 꺼림을 휘기(諱忌), 아버지의 죽음을 부기(父忌), 죽은 뒤 해마다 돌아오는 그 죽은 날의 횟수를 나타내는 말을 주기(周忌), 사람이 죽은 뒤 해마다 돌아오는 그 달 그 날의 기일을 회기(回忌), 크게 꺼림이나 매우 싫어함을 대기(大忌), 몹시 꺼림이나 극히 미워함을 극기(極忌), 세력만 믿고 남을 억누르고 해치는 것을 겸기(鉗忌), 산에 들어가 놓고 범 잡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막상 일을 당하면 처음과 달리 뒤로 꽁무니를 뺌을 이르는 말을 입산기호(入山忌虎), 아무 꺼릴 바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무소고기(無所顧忌), 병을 숨기고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을 휘질기의(諱疾忌醫), 영웅은 다른 뛰어난 사람을 꺼림을 이르는 말을 영웅기인(英雄忌人), 건방지고 꺼림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방자무기(放恣無忌), 병을 숨기고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을 호질기의(護疾忌醫), 병역을 회피하려고 꾀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병역기피(兵役忌避), 약을 지을 때 서로 맞지 않는 약물 끼린 혼합하지 않는 일을 이르는 말을 배합금기(配合禁忌) 등에 쓰인다.
▶️ 器(그릇 기)는 ❶회의문자로 噐(기)의 본자(本字)이다. 犬(견; 개)은 고대(古代)의 식료(食料)로서 무덤에 묻혀지는 일이 많았다. 개고기를 네 개의 접시에 쌓은 모습으로 먹을 것을 제각기 덜어 먹는 접시나 그릇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器자는 '그릇'이나 '접시', '도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器자는 犬(개 견)자와 네 개의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器자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개고기를 그릇에 담은 것으로 보기도 하고 또는 개가 귀한 그릇을 지키는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모두 口자를 그릇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문에 나온 器자를 보면 마치 개가 마구 짖어대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器자가 본래는 '개가 짖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예서(隸書)에는 工(장인 공)자가 쓰인 噐(그릇 기)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후대에 噐자가 器자로 잘못 옮겨진 것은 아닌가 한다. 그래서 器(기)는 어떤 명사(名詞) 다음에 붙어 (1)기계(器械)나 기구(器具)나 그릇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생물체의 한 기관(器官)을 나타냄 (3)성(姓)의 하나 (4)음식의 그릇 수를 세는 단위 (5)근기(根器), 기량(器量)이라는 뜻으로, 교법(敎法)을 믿고, 이를 실제로 닦을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6)기세간(器世間) 등의 뜻으로 ①그릇 ②접시 ③도구(道具) ④(생물체의)기관(器官) ⑤그릇으로 쓰다 ⑥그릇으로 여기다 ⑦존중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그릇 명(皿)이다. 용례로는 세간이나 그릇이나 도구 따위를 통틀어 일컬음을 기구(器具), 사람의 덕량과 재능을 기량(器量), 살림에 쓰는 그릇붙이를 기물(器物), 살림살이에 쓰이는 그릇붙이를 기명(器皿),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기악(器樂), 음식을 담아 먹는 그릇을 식기(食器), 제사 때에 쓰이는 그릇을 제기(祭器),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는 데 쓰는 연장을 흉기(凶器), 사람의 덕량과 재능을 기량(器量), 차에 관한 여러 가지 기물을 다기(茶器), 기구와 기계를 아울러 일컫는 말을 기기(機器), 내장의 여러 기관을 장기(臟器), 물건을 담는 그릇을 용기(容器), 살림살이에 쓰는 온갖 기구를 집기(什器), 백토로 구워 만든 그릇을 사기(沙器), 진흙으로 만들어 잿물을 올리지 않고 구운 그릇을 토기(土器), 대나무로 만든 그릇을 죽기(竹器), 옻칠을하여 아름답게 만든 기물이나 그릇을 칠기(漆器), 대소변을 받아 내는 그릇을 변기(便器), 전쟁에 쓰는 모든 기구를 병기(兵器), 전쟁에 쓰이는 총검이나 화포나 핵병기 따위 온갖 기구를 무기(武器), 소총이나 권총 등의 병기를 총기(銃器), 사람의 기량은 깊고 깊어서 헤아리기 어렵다는 말을 기욕난량(器欲難量),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크게 될 인물은 오랜 공적을 쌓아 늦게 이루어짐 또는 만년이 되어 성공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대기만성(大器晩成), 국가를 다스릴 기량이 있다는 말을 간국지기(幹國之器), 깨어진 그릇 조각을 서로 맞춘다는 뜻으로 이미 잘못된 일을 바로 잡으려고 쓸데없이 애씀을 이르는 말을 파기상접(破器相接), 마룻대와 들보로 쓸 만한 재목이라는 뜻으로 나라의 중임을 맡을 만한 큰 인재를 이르는 말을 동량지기(棟梁之器),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 쓰이는 그릇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군자는 한 가지 재능에만 얽매이지 않고 두루 살피고 원만하다는 말을 군자불기(君子不器), 이미 망가진 일을 고치고자 쓸데없이 애를 씀을 이르는 말을 파기상종(破器相從), 큰 그릇을 작은 데에 쓴다는 뜻으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을 시킴으로써 그 재능을 살리지 못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대기소용(大器小用), 쥐를 잡으려다가 그 옆에 있는 그릇을 깨뜨릴까 염려한다는 뜻으로 임금 가까이 있는 간신을 없애려다가 임금께 해를 끼칠까 두려워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투서공기(投鼠恐器)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