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숙면의 시간을 갖았습니다. 행복한 일입니다. 잠만큼 소중한 일도 없습니다. 잠을 일이라 하는 표현하는 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지만 불쑥 마음에서 우러난 단어입니다. 요즈음은 참 두서없이 생각하고 말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평생을 지켜 온 나의 소중한 것들을 나도 모르게 매일매일 조금씩 세월에게 빼앗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맥 놓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절대로 허물어져 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자신이 너무 초래해져 가는 느낌이 들어 나름 노력을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 네덜란드 자신과 가족들이 몰려 살고 있는 마을에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하여 온몸으로 막아 구한 한스 소년의 기지처럼 자신의 원형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싶은 것이 저에 마음입니다. 그렇게 되려면은 두 가지를 철저하게 받아드려 실천하며 극기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
다행히도 산과 자연을 통해 배운 천천히 끝까지 걸어 오르고 매 순간 고통으로 다가오는 현실을 극복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훈련과 정상에 대한 체험은 자연에서 습득한 바른 지혜이기에 여간 힘이 되는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어 다행입니다. 평생지기 산과 자연은 사춘기 때부터 절친으로 지내며 평생 교훈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굉장히 잘 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어제는 모처럼 신경 쓸 일이 없어 평상심도 고요하고 편안하였습니다. 여유로운 하루의 산막의 시간을 통하여 계절은 이미 가을을 불러 모으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가을꽃이 다가오는 길을 열어주기 위하여 묵은 꽃자리는 분명하게 정리해 주어야 한답니다. 그러한 일을 반나절 시간을 이용하면서 문득 5월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그윽하고 매혹적인 향기를 뿜어내어 심미와 심향으로 다가가는 행복을 주었던 은방울꽃이 자신의 자리를 가을에게 넘겨주기 위하여 자신의 자리를 흔적도 없이 비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커다란 잎 아래에 숨어서 피는 줄줄이 달린 은방울꽃 작지만 아름답고 향기는 매혹적입니다. 선후를 알고 있는 깔끔함이 그토록 아름다운 꽃 향을 잉태하는 모양입니다. 지금도 은방울꽃 자리를 보게 되면 아름다운 5월의 그 자리가 떠오릅니다. 이젠 내년 5월에 가서야 볼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향취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미련이 남는 일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그렇게 짙푸르던 잎사귀가 8월이 떠나면서 누렇게 뜨더니 한 잎 두 잎 쓰러져 흔적을 지우고 있었습니다. 지는 것도 또한 매혹적인 것이 은방울 꽃 본태입니다. 참 귀감입니다. 원형인 본태를 잃지 않으려는 자신과 너무 비교되어 부끄러움을 느껴 습니다. 변화는 심신이 주체를 이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신의 지향심은 과연 무엇일까? 새로운 사유의 길이 열린 것 같습니다. 진리를 지우는 일은 자연에 대한 배반인데... 여름이 가기 전에 보듬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5시 15분 자리를 툭 털고 일어섰습니다. 이제는 여름 이불이 추운지 여러 차례 이불깃을 고쳐 덮기 위하여 일어나 앉았다가 다시 잠든 기억이 있었던 것 외에는 숙면상태를 지속해서 유지해서 그런지 참 개운했습니다. 여름 벌레들이 달려들지 못하도록 로션계통의 약을 바른 후( off deep woods, 이 약은 약효가 6시간 이상 유지되어 outdoor 생활에 유익한 야외활동 용 방어 제입니다.)
트레킹화를 착화 후 산막문을 나섰습니다. 반려 견 파이는 벌써 저만치 앞서 걷고 있는 중입니다. 참 충견입니다. 엄격한 기준으로 대하지만 산막생활에서 의지가 많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느 때는 참 성가시기도 합니다. 어디를 갈 때 마음 놓고 다닐 수 없는 것 이외의 단점도 많습니다. 언덕을 내려서서 논 옆으로 다가서자 목가적인 아침 풍경이 근사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보기 좋은 아침풍경을 서서 관조하며 풍경 속에 한 축을 지니고 있는 문명의 대표적인 전봇대 숫자를 나도 모르게 세고 있었습니다. 전기계통의 차단기가 말썽을 일으킨 일이 연상되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전봇대의 숫자만큼 사람들이 정주하는 가옥 숫자와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었습니다. 다시 걸으며 초목을 마음 안으로 끌어 드리자 이슬의 영향으로 촉촉하게 젖은 초목이 보기 좋고 숲향기도 덩달아 피어 올라 기분 좋은 아침을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시선을 놓지 않고 걷다 다른 각에서도 찍어 보았습니다. 역시 좋군요. 빛과 싸우다 보면 오랜 시간 정주하는 자세로 사진을 찍어야 할 경우도 참 많습니다. 그만큼 사물은 빛의 위치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지요. 기다림이라 하는 것은 생의 전반에 필요한 덕목입니다.
그때 살며 시 다가온 달 맞이 꽃이라 하고 산지 마라 부르기도 하며 영어로는 Evening Primrose 부른답니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지만 우리나라로 귀화한 식물입니다. 전답의 빈 터만 찾아서 무성하게 자라는 개망초와 같이 개화기 때 함께 들어온 식물이지만 한 녀석은 아름다운 이름을 작명 받았지만 국운이 기우는 것을 빗대어 개망초가 된 식물은 억울 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이름으로 夜來香(야래향) 또는 월견초(月見草)라 부르지요. 그렇고 보니 달밤에 숲을 거닐다 만나면 노란빛 꽃이 달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이유를 단박에 알게 되는 꽃입니다. 약용으로 염증을 잡아주는 탁월 효능이 있습니다. 나물로도 먹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꽃을 우려 찻물로 마십니다. 여름 담장 위와 지붕에 올라앉은 박꽃도 좋아하지만 월견초 도 참 좋아하는 꽃입니다. 올해에는 꽃씨를 받아 두었다가 내년 단지를 만들어볼까 구상하고 있습니다. 꽃말은 기다 림입니다. 무엇인가를 기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솔직함이 깃들어 있어 늘 존중하는 단어입니다. 달을 기다리고 있다가 만나야 필 수 있는 꽃, 달맞이꽃, 전자시대에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기다 림이지만 누군가 로부터 선택을 요구받는다면 주저 없이 기다림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審美眼(심미안)으로 꽃구경을 끝내고 옆으로 돌아서다 흔하고 흔한 강아지 풀을 만났습니다. 빚은 풀빛이고 익으면 가을빛인 흙빛으로 변하는 풀입니다. 선조들께서는 흔하면 늘 개를 넣는 단어를 구사하셨습니다. 이 풀이 강아지 풀이된 연유는 반갑다고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오는 강이지 고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참 사실적이지요. 이러한 내용을 떠올리며 반려 견 파이를 슬쩍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녀석은 꼬리가 없답니다. 영국 웨일스 지방에서 소몰이 개로 이용되는 개이기 때문에 어려 서부터 소들에게 꼬리가 밟혀 상처를 입을 까봐 꼬리를 잘라주기 때문에 꼬리가 없는 것입니다.
옛날 영국 켈트족들이 키웠는데, 원산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웨일스(Welsh) 지방입니다. 이름을 분석하면 welsh(웨일스)의 corgi(다리가 짧고 코가 뾰족한 작은 개)입니다. 펨브로크(Pembroke)와 카디건(Cardigan) 두 종이 있는데, 현재 한국에 있는 웰시 코기의 대부분은 펨브로크종입니다. 원래는 단일종으로 간주했지만 1930년부터 세분하여 상기한 두 종으로 분류했으며, 카디건이 펨브로크보다 조금 더 크고 귀는 넓으며 모색도 훨씬 다양하답니다. 웰시 코기의 단점은 털이 잘 빠진다는 것입니다. 목욕을 시켜보면 배수구 뚜껑에 상상할 수 없는 털이 쌓입니다. 특히 환절기에 관리를 잘해주지 않으면 온 집안에 그 녀석에 털로 난장판이 되어 버립니다. 자주 산책을 해주면서 밖에서 털관리를 매일 해주고 빠진 털은 잘 모아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봉투를 이용하여 배출해야 합니다.
마음이 정한 약속대로 11,000보를 걸은 후 산막으로 오르는 언덕에 섰습니다. 오르면서 관찰을 해보니 여름 꽃들은 지고 있었습니다. 끝물이지요. 그리고 가을빛이 조용히 자취를 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계절은 알게 모르게 찾아와 자신의 신분을 밝힌 후 슬며 시 씨앗으로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놓은 후 떠나는 것 같습니다. 생명은 생명의 흔적을 남긴 후 다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8월도 벌써 보름이 다가오는군요. 16일부터 며칠간 인척들 몇 분 하고 다녀올 일이 생겼습니다. 우물쭈물하 다간 서로 다시 보지 못하고 이별하는 일이 생길 것 같아 서로 초대하여 만들어진 소박한 여행입니다. 주마간산식을 빌린 여행이랍니다. 함께 숙식을 나누며 지내는 시간, 소중한 시간입니다. 다들 추억이 많이 잠들어 있는 양양, 속초, 고성권역으로 추억의 되새김 길로 잡았습니다. 베이스캠프는 양양비치에 잡아 놓고 오르락내리락하며 소일하려고 합니다. 새삼 추억을 새로 만드는 일 보다 추억을 되새김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중요한 시간이 될 듯싶습니다. 오늘은 느긋한 마음으로 휴식을 갖으며 영화음악을 들으며 보내게 되었습니다.
시청한 수많은 영화 삽입곡 중에 지금도 상세하게 뇌리에 남아 있는 곡은 Out of Africa에 삽입된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입니다. 1985년 상영된 영회로서 아프리카의 광활한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과 함께 잊히지 않는 선율이 늘 떠올라 자주 듣는 곡입니다. 이 곡은 원래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 장조 k 622(아다지오) (Mozart Adagio Form Clarinet Concerto - Mozart)을 팝으로 편곡하여 Dana Winner가 부른 곡입니다. 시드니 폴락(Sydney Pollack)이 감독을, 주연으로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와 메릴 스트립(Mery Streep)이 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의 아름다운 곡은 모차르트가 유일하게 남긴 클라리넷 협주곡이면서 또한 그의 최후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내일 귀경준비를 하면서 문득 떠올리며 조용히 가만가만 듣다. 공유하고 싶어 올려봅니다. 이 노래를 듣고 즐기는 순간 가슴 아픈 사자와 관련된 뉴스를 듣게 됩니다. 마취 총을 이용하여 생포한 후 천천히 관리에 대하여 연구하면 안 되었을까? 사살이라니. 동물학대 같다는 생각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언제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군요. 비행기 사고로 불현듯 떠나간 소식을 접한 여 주인공은 장례식에 참석합니다. 지인들이 많았던 많았던 남자 주인공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이면서 아름다운 로맨티시스트였습니다. 아프리카에 혼자 남겨지면서 커피농장을 경영하던 여자는 화재로 모든 재산을 날리게 됩니다. 그를 버티게 한 것은 이어온 사랑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입니다. 남자를 자유로운 꿈을 갖고 살던 멋진 아프리카 자연환경이 잘 보이는 언덕에 묻고 비로소 여자는 슬픈 사랑을 경험하게 됩니다. 실존 인물들로 짜인 소설을 시나라오로 각색하여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어느 부분까진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배경음악으로 선택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절묘한 선택으로 각인되었습니다. 걸출한 음악인의 재능이 멈춰지는 곡이라는 이유만이라도 선택이 가능했던 영화였던 것입니다. 어쩌면 지구에서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한순간의 꿈처럼 살다가 자취를 감추는 것이 운명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를 들어 어느 선각의 힘을 지닌 채 시를 썼던 시인은 소풍이라 표현하였습니다. 그의 마음을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아 바른 표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살다 보면 불편한 부분도 많은 것이 삶의 흔적들이지만 반면에 아름다운 것들도 많습니다. 그중에 사랑이란 단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