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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 거리축제
-공연, 전시 등의 문화예술행사
-테이프 커팅
-서울거리 축제
-왕의 행차, 어가행렬
-탈춤, 농악, 마당놀이 심청전
-국립극장 앞 농악
-한강축제
-대학로 거리 축제
-국제 현대 미술전
-국립박물관, 한국 문화재 특별전
-한국 민화, 한국 복시전, 자수 매듭전
-궁중음악 수제천
-종묘 제례악
-궁중무용
-오페라
-서울야경
-일본 고전극 가부끼
-그리스연극, 브라질 연극 등
-볼쇼이 발레, 헝가리 발레, 스페인 민속무용
-호동왕자
-세계합창제
-폐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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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를 초월한 동서문화의 축제
이현주 /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
현대 올림픽의 특징을 한마디로 문화올림픽이라고 요약하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오늘날 올림픽에서 문화행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9월 17일 시작돼 10월 2일 막을 내린 제24회 서울 올림픽 역시 올림픽 경기대회를 전후해 다양한 내용의 문화행사를
가졌으며 모든 게 막이 내린 지금 현재 일부에서는 서울 올림픽이야말로 그 어느 대회보다 문화행사의 의의가 돋보인
명실상부한 문화올림픽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을 정도다.
올림픽보다 한 달 앞서 시작된 문화예술축전은 서울 올림픽에 대한 내·외의 관심을 높이는데 선도적 역할을 담당함과
동시에 동·서문화의 만남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훌륭히 수행해냄으로써 우리 문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공연·전시 및 특별행사 등 장르를 망라해 계획되고 추진된 문화예술축전 공식행사만도 41건 1백 20여 개에 이른다.
8월 17일부터 10월 5일까지 50일간에 전국각지에서 펼쳐진 문화예술축전에는 국내에서 4백 69개 단체, 2만 7천여명이
나서고 해외에서 80여 개국 43개 단체, 3천여 명이 참가해 올림픽의 이념인 화합과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문화적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올림픽 문화예술축전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문화예술이 일으킨 이상열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문예축전의 열기는 사실상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이 몰고 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들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는데 일부에선 이에 대한 우려의 뜻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 동안 정치적 이유로 차단되어 있던 공산권
예술이 올림픽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쏟다져 들어와 서구에 편중된 우리의 외래문화 수용태도에 균형감각을 같게 해주
었다는 점에서 소련과 동구권 단체들의 이번 문화예술축전 참여는 단위 공연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 「역사적 사건」
이라 할 수 있다.
서울 올림픽 문화행사 점검
특히 소련의 문화축제는 섬뜩할 정도로 치밀한 계획아래 펼쳐졌는데 9월 3일 볼쇼이발레단과 소련 발레스타들의 서울
공연을 필두로 22일 모스크바 방송합창단의 전국공연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소련의 공연
단체들이 줄을 이어 전국을 누비며 공연을 가짐으로써 올림픽 개막에 즈음한 시기에 이 땅에 소련 붐을 일으켜 놓았다.
이들은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슬라브 민족의 예술 혼을 무대 위에 유감없이 펼쳐 보인 외에도 각 단체들마다 빠짐없이
한국계 소련인 예술가들을 내세워 우선 심정적으로 우리 관객들을 사로잡아놓는 치밀함을 보였는데 특히 9월 10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독창회를 가진 루드밀라 남(메조소프라노)과 넬리 이(소프라노) 등 두 한국계 소련인 성악가는 서투른
한국말로 울먹이며 「아리랑」과 「그리운 금강산」 등 우리 노래를 불러 객석을 온통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문화예술축전 중 서울 국제연극제와 무용제를 제외한 기타 행사들을 점검해 본다.
먼저 음악관계 공식행사로는 양악쪽에서 서울국제음악제가, 국악쪽에서 대한민국국악제와 국악큰잔치·민속마당놀이·
종묘악의 밤 등이 있었다. 먼저 국악행사 중 KBS 주최로 9월 1일부터 보름간 열렸던 「대한민국국악제」는 정악·민속악·
무속음악·창·산조·시나위 등 날짜별로 특정 장르의 밤을 마련, 우리 전통음악의 정수들을 체계적으로 맛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 31명을 비롯하여 준문화재 이수자 및 보유자·연주자와 무용단원·승려 등 모두
5백 76명을 참여시킴으로써 일단 외형상으로는 당당 국호(國號)를 그 이름으로 내건 행사다운 면모를 갖추는 듯했다.
그러나 이같이 그럴싸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행사기획·편성 및 운영미숙으로 전체적으로는 졸작이었다는 평가를 면치
못했다. 서초동 국립국악당에서 계속된 무대공연이 공연내용과 출연자가 수시로 바뀌는 등 엉망진창의 진행과정을 보이
더니 급기야는 마지막 순서로 마련된 현장행사 「영산제」가 불교 종파싸움으로 양분돼 봉원사와 봉은사 두 곳에서
열리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어 9월 19일부터 올림픽 경기대회가 막을 내린 후인 10월 5일 까지 역시 같은 곳에서 「국악큰잔치」가 열렸다.
전통음악·민속음악 및 무용 등 국악 레퍼토리 중 전통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것들을 A·B 두 프로그램으로 묶어 매일
바꿔가며 공연을 가졌다.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와 국립국악원 전속연주단원 등 1백여 명이 무대에 선 이 행사는
제한된 시간 안에 여러 가지 작품을 고루 선보여야 했던 까닭에 기본적으로 우리 것을 제 맛 그대로 내보이지 못한
한계는 있으나 일단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 편성과 기획으로 일반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한편 올림픽기간 중인 9월 15일부터 10월 5일가지 잠실 놀이마당에서는 「민속마당놀이」가 계속됐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민속놀이를 마당종목과 무대종목으로 나누어 매일 3개 종목씩 바꿔가며 선보였는데 야외마당이라는 공연장
의 공개성과 민속예술 특유의 흥과 신명이 올림픽의 축제 분위기와 제대로 맞아떨어지며 예상외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냈다.
서울 올림픽 문화예술축전 국악행사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행사로 9월 18일 하오 8시 종묘정전에서 거행된 「종묘악의
밤」을 꼽을 수 있다. 국립국악원과 전주이씨대동종악원이 함께 마련한 이 행사에는 성경린(成慶麟), 김천흥(金千興)씨
등 인간문화재 9명 전원 등 종묘제례악 전문가 2백 33명이 나서 종묘제례악 원곡을 완주하는 한편 제례의식도 옛 법식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해방 이후 처음으로 중요무형문화재 1호인 종묘제례악을 원형 그대로 재현해냈다.
음악행사
양악쪽의 공식행사인 「서울국제음악제」는 9월 17일부터 14일간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을 무대로 펼쳐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스위스, 독일, 그리스, 멕시코, 콜롬비아, 이집트, 소련 등 세계 12개국 1천
1백여 명의 음악인들이 교향악·실내악·독창·합창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음악 애호가들을 만났다.
특히 모스크바 방송합창단과 모스크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소련이라는 국가와 그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공연
자체의 높은 완성도로 음악제 행사 중 단연 가장 높은 관심과 갈채를 받았다.
또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姜東錫, 프랑스), 첼리스트 조영창(趙永昌, 독일), 피아니스트 서혜경(徐惠京, 미국), 소프라
노 박미희(朴美熙, 미국)·조수미(趙秀美, 이탈리아)씨 등 재외한국인 음악가들이 상당수 참여해 독주 혹은 협주의 형태로
모국의 무대를 밟았는데 특히 조수미씨는 첫 번째 귀국무대였던 이번 연주회를 통해 아름다운 목소리와 이를 효과적으로
살려내는 완벽한 기교를 유감없이 발휘해 보임으로써 국제무대에서의 그녀의 명성을 국내음악인들에게 확인시켰다.
그러나 서울국제음악제는 주최측의 운영미숙과 무성의가 곳곳에서 드러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스칼라 오페라단의 「투란토트」 공연을 비롯해 서울시립오페라단의 「시집가는 날」,
국립오페라단의 「불타는 탑」 등 오페라 공연과 6개국 10개 합창단이 한데 모여 화음을 이룬 「세계합창제」, 범유럽
오케스트라인 「유럽피언 매스터 오케스트라」 초청연주회와 서울시향의 「팝스 콘서트」, KBS 교향악단의 「엑스·김·
마 트리오 연주회」등이 올림픽을 기념할 음악행사로 문화예술축전을 장식했다.
이탈리아의 스칼라 오페라단은 8월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푸치니 원작의 3막 오페라 「투란토트」로 문화
예술축전의 막을 올렸다. 43억 원의 제작비에 7백 30여명에 이르는 방대한 출연진에, 특히 게나 디마트로바·쥬세페 자코
미니 등 세계적 가수들과 세계 지휘계의 황제로 일컬어지는 로린 마젤이 지휘를, 오페라 전문연출인 영화감독 프랑코
제피렐리가 연출을 맡는 등 세계 1급 예술가들이 만드는 무대라는 데서 「투란토트」는 공연발표와 함께 이미 음악 애호
가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 관심은 날이 가면서 달아올라 예매 시작 불과 몇 일만에 표가 동이 나버리고 12만원
짜리 S석 입장권 암표 가격이 36만에 이르는 소동과 함께 「투란토트」는 3회 공연에 1만 1천 5백여 명을 끌어들이며
객석점유율 98퍼센트를 기록했다.
스칼라 오페라단은 음악 애호가만을 들뜨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 스칼라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환상의 무대, 꿈의 무대」라는 극찬과, 「성의 없는 무대와 무작정 열광만 하는 관객들」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엇갈려
한때 지상논쟁으로까지 번져갈 조짐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시립오페라단이 9월 16일∼17일 양일간 서울올림픽 경축전야제 행사로 선보인 메노티의 신작 오페라 「시집가는
날」 역시 개막 이전부터 음악인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던 작품이다. 우리 것을 소재로 한 세계적 오페라를 탄생시킨다는
취지에서 고(故) 오영진(吳泳鎭) 원작의 희곡「맹진사댁 경사」를 토대로 이탈리아의 세계적 오페라 작곡가인 잔 카를로
메노티 옹이 1년 전부터 대본을 쓰고 곡을 붙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노티가 직접 연출까지 맞아 완성시킨 3억원 짜리
오페라 「시집가는 날」은 무대를 확인해본 결과 실패작으로 판명됐다.
메노티가 이탈리아어로 다시 쓴 대본 자체가 극 구성과 인물설정 양쪽에서 모두 실패해 기본적으로 내용에 설득력이
부족한데다 음악마저 이렇다 할 특색을 보이지 못했던 것이다.
이들에 반해 국립오페라단이 10월 2∼5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인 「불타는 탑」은 신라시대 지귀설화를 토대로
윤조병(尹朝炳, 극작가)씨가 대본은 쓰고 작곡가 장일남(張一男, 한양대 교수)씨가 곡을 붙인 순수 우리 창작 오페라로
전체적인 무대의 완성도에는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음악에 있어 여러 가지 기법을 다양하게 구사해 극의
상황과 등장인물의 성격을 구축해나가는 진실성을 보임으로써 창작 오페라의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아냈다.
지난 2월 개관한 음악전용공간인 예술의 전당도 「세계합창제」와 「유러피언 매스터 오케스트라 초청연주회」를 자체
기획해 문화예술축전에 기여했다. 특히 국내 5개 단체와 미국, 캐나다, 브라질, 서독, 일본 등 해외 5개 단체가 참가한
세계합창제」는 내실 있는 단체선정과 참신한 공연기획으로 예상외로 높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KBS 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서울을 소재로 활동 중인 교향악단들도 자체 기획으로 기념연주회를 가졌다.
KBS 교향악단은 한국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씨가 이끄는 세계적 실내악단인 「엑스 김 마 트리오」를 초청,
8월 31일과 9월 1일 예술의 전당에서 「실내악의 밤」과 「협주곡의 밤」을 각각 가져 실내악 팬들을 열광케 했다.
또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영국에서 활동중인 세계적 팝음악가인 스탠리 블랙을 지휘자로 초빙해 8월 28일 ∼29일 세종
문화회관에서 팝스 콘서트를 가짐으로써 색다른 축하의 화음을 이루었다.
문화예술축전 전시행사는 크게 미술관계 행사와 문화재관계 행사로 나눌 수 있다. 미술관계 행사는 행사의 성격을 기준
으로 구분하면 다시 우리 미술의 오늘을 한데 펼친 「한국미술전」과 세계미술의 흐름을 되짚어 본 「세계현대미술제로 나눌 수 있다.
미술행사
한국미술전으로는 8월 17일부터 10월 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전」과 8월 20일부터 한 달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계속되었던 「서울미술대전」의 대표적 작가 5백 6명의 작품을 한데 모아 선보였다.
당초 이 전시회는 주최측인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 현대미술의 집약된 내용과 단면을 보여준다는 취지아래 중이 있다.
우선 한국현대미술전은 한국화(68명), 서양화(2백 55명), 조각공예(93명) 등 국내에서 활동 중인 각 장르별 현대작가 1백
36명만을 초대할 계획이었으나 「구상과 추상」,「외래성과 주체성」을 둘러싼 잡음 끝에 미술계의 반대여론에 밀려
출품작가 수를 대폭 늘리고 분야도 구상에서 비구상까지로 확대시킴으로써 축제 형식의 행사로 탈바꿈돼 열렸다.
서울미술대전은 한국화·서양화·판화·조각 등 국내작가 1백 30명의 최근작을 전시해 시민축제로의 성격을 부각시켰다.
한편 세계현대미술제는 「국제야외조각 심포지엄」과 「세계야외조각초대전」으로 이루어졌다. 국제야외조각 심포지엄
은 현장 작품제작 프로그램으로 올림픽 조각공원의 조성을 위해 문화예술축전 약 1년 전인 87년 여름과 88년 봄 두 차례
에 걸쳐 올림픽 공원에서 실시됐었다. 이 심포지엄에는 특별초청작가인 세자르(프랑스)와 폴 뷰리(벨기에), 로버트 쟈콥
센(덴마아크)을 비롯하여, 세계적 조각가 36명이 참가했는데 9월 12일 올림픽 조각공원 개막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작품
들을 보면 60년대의 누보 레알리즘에서 초현실주의, 구조주의, 미니멀리즘을 거쳐 80년대의 키네틱아트와 신표현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현대조각의 흐름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9월 12일부터 10월 5일까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세계야외조각초대전에는 세계 75개국의 대표적 조각가 1백 68명이
초대됐는데 이중에는 스페인의 조셉그로가리, 프랑스의 베르트랑 라비에르, 이탈리아의 아르날도 포모도로 등 세계적
작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이 두 행사에 참가했던 조각가들의 작품 2백 4점이 문화예술축전이 끝난 후에도 올림픽공원에 영구 전시됨
으로써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이 우리의 문화재산으로 길이 남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하다.
국제현대회화전은 8월 17일부터 10월 15일가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다. 이 전시회에는 그 명칭에 걸맞게 40년대
시정추상」의 대가 메시지에와 50년대 초 「뜨거운 추상」의 기수였던 조르쥬 마튜(이상 프랑스)를 비롯하여 유럽화단의
신표현주의 물결을 주도해온 펜크(서독)와 60년대 미국 현대예술을 이끌었던 마더웰 등 세계 64개국의 화가 1백 6명이
작품을 냈다. 45년 이후의 현대미술사의 흐름에 원칙을 두고 작가를 구성, 그 작가들의 최신작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기본
적으로 작가선정에 있어 실제로는 50∼60년대를 풍미했던 작가들이 위주가 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현대」 작가인
70∼80년대 작가들이 상당수 제외돼 동시대 미술운동의 흐름을 접해보고자 했던 많은 미술인들을 아쉽게 했다.
문화재관계 행사는 「한국문화재특별전」과 「한국문화소개전」으로 구분된다. 한국문화재특별전은 우리의 고유한
솜씨가 어린 미술품과 유구한 역사가 깃든 고고유물(考古遺物) 등을 주제로 기획되었던 행사로 서울과 지방의 국(시)립
박물관에서 열렸다. 서울에서는 고유의상 및 장신구, 옛 보자기 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인 「한국의 미, 특별전」과 시민들
의 소장품을 과시한 「서울시민소장문화재전」이 문화예술축전 기간인 8월 17일부터 10월 5일 사이에 계속됐다.
경주에서는 「황룡사지특별전」이, 공주에서는 「백제와당특별전」이, 청주에서는 「한국고인쇄문화전」이, 진주에서는
「가야토기특별전」 등 그 지역의 특색이 돋보이는 기획전이 각각 같은 기간 중 열렸다. 또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호랑이)와 관련해 「한국호랑이민예특별전」이란 기획전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시행사로는 「한국전승고예대전」(경복궁 석조전), 「동서현대도예전」(미술회관),
국제현대서예전」(예술의 전당), 「전통민속공예전」(경희궁터), 「한국음식문화 5천년전」, 「서울영상전」, 「한국
풍물사진전」 등이 다양하게 선보여졌다. 또 올림픽 기간 중인 9월 14일부터 10월말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탈
리아 고대 스포츠 유물전」이 열렸는데 그리스, 에트루리아, 로마 등 고대 희랍 문화권의 미술세계를 보여주는 스포츠를
주제로 한 74점의 유물들이 전시됐다.
다양한 주체의 문화재관계 전시회들 중 참신한 기획으로 특히 외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행사로는 단연 우리 선인들의
뛰어난 심미안을 보여준 「한국의 미, 특별전」과 올림픽 마스코트를 주제로 해 일단 시의적인 관심을 끈 「한국호랑이
민예특별전」을 꼽을 수 있다.
문화예술축전을 통해 41건 1백 20여 개의 올림픽을 기념하는 공연·전시행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올림픽의 시작과 끝을
알라는 공식행사인 개·폐회식 자체 역시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한판 볼거리였다. 8만여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에 1백
60개국의 선수단과 우리 문화예술 행사요원이 어우러지며 잠실 메인 스타디움을 무대로 펼쳐 보인 9월 17일 오전 10시의
올림픽 개막식 행사는 반만년의 우리 역사를 21개의 프로그램으로 응축시킨 일대 서사극이었다.
메인 스타디움 밖 한강을 무대로 한 대 규모 수상(水上) 행사인 「강상제」로부터 개막식은 시작된다. 이것이 주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해맞이 행사」로 이어지는데 해맞이는 「새벽간」, 「용고행렬」, 「천(天)·지(地)·인(人)」, 「태초의
밤」 등으로 구성된다.
이어 김정길(金正吉, 서울대 교수)씨가 작곡한 11분 짜리 올림픽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난 뒤 다시 「어서 오세요」가 이어진다.
이로서 식전행사는 끝이 나고 선수단 입장, 개회선언, 올림픽기 게양식, 성화점화 순으로 개회식 공식행사가 진행된다.
식후행사는 「한복차일춤」과 「차일춤」으로 구성된 「좋은날」을 소개로 「혼돈」, 「정적」, 「새싹」 등을 거쳐 우리
전통민속 놀이인 고놀이를 새롭게 구성한 「화합」으로 끝을 맺는다.
우선 개회식 행사의 구체적인 대본은 박용구(朴容九, 음악평론가), 최정호(崔禎鎬, 연세대 교수), 오태석(吳泰錫, 연출가)
등에 의해 마련됐다. 이는 상임위원회에서의 수정작업을 거쳐 연출·음악·미술·음악지휘·음향기술·조명·전광판 등 각 예술
파트의 전문 연출자들에게 인계됐다. 표재순(表在淳, MBC 제작담당 이사)씨가 총연출을 맡은 이 개막식 프로그램에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무용가는 거의 다 안무를 맡아 참여했으며 배경음악 작곡자만도 김정길, 박범훈, 강준일, 최동선,
강석희, 이건용, 장익환, 김희조씨 등 8명이나 된다.
폐회식 행사는 크게 「우정」과 「회상」, 「떠나는 배」, 「안녕」 등 네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음악감독만 김정길에서
강석희로 바뀔 뿐 같은 사람들에 의해 추진 실행된 폐회식 프로그램은 이별을 주제로 한 전통 창작 국악 레퍼토리로 꾸며진다.
개·폐회식 행사는 TV 생중계를 통해 전세계인에게 전달돼 국내외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등 우리의 문학적 잠재력을
전세계에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프로그램이 거의 일관되게 전통을 그 소재 및 주제로 삼고 있어 전통(잠재
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보편성을 갖는 당대의 문화를 가꾸어 보여주는 데는 미흡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또 개·폐회식이 일관된 흐름을 갖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잘려지는 듯했다는 평가를 내리는 공연예술 전문가들도 더러 있었다.
전체적으로도 그렇고 음악과 무용을 따로따로 분리해서 생각해도 그렇고 너무나 개별 프로그램들이 하나같이 세계성
보다는 민족성에, 현대화보다는 역사성(전통성)에 치중한 나머지 프로그램 하나하나는 물론 전체적으로도 보편적인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문화예술축전은 공연장이나 전시장 등 고정된 공간에만 머무르며 찾아오는 사람들만을 기다리던 그런 수동적인 행사가
아니었다. 여의도와 대학로, 뚝섬시민공원 및 한강 상공, 한강 물위에까지 무대를 만들어 일반 시민을 관객으로 끌어들였
는가 하면 종로에서 여의도에 이르는 구간을 행사를 벌이며 지나 볼거리를 제공하는 적극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9월 10일부터 10월 5일까지 여의도, 뚝섬, 한강변을 무대로 「한강축제」가 펼쳐졌다. 고적대 퍼레이드, 봄맞이 굿, 합창
등으로 구성된 개막제를 비롯해 한강무속예술제, 세계전통음식 및 민속제전, 레이저영상쇼, 재즈축제, 뚝섬축제 등 다양
한 시민참가행사가 기간 중 한강변을 중심으로 계속됐다. 한강축제 행사 중 비교적 공연예술로서의 전문성을 띤 행사로
는 대중문화 행사장인 「쿤스트디스코서울」과 종합 공연물 「회귀」(부제: 불의 아해들)를 꼽을 수 있다. 「쿤스트디스
코서울」은 KBS와 주한독일문화원이 합동으로 만든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9월 7일부터 10월 2일까지 여의도 자매도시
공원 안에서 일반에 공개된 후 서울시에 기증됐다. 3층 규모의 이 건물은 독일연방정부의 후원아래 젊은 독일 예술가들
로 이루어진 제작팀에 의해 추진된 예술적 개념이 가미된 디스코테크다.
안팎이 하나로 통하는 「개방성」과 모든 시설이 변형 가능한 「탄력성」을 가미해 설계한 조립식 특수공간인데 이 구조
물로서의 공간이 연극·무용 등 공연과 전시회·비디오·의상모드·조명효과는 물론이고 음료·스낵 등 일상적 요소들과 어우
러지며 하나의 행위예술 performance의 개념을 이루고 있었다.
「회귀」NOSTOI는 재미 한국인 홍가이(洪可異)씨 원작을 헝가리인 영화감독 미클로 얀초가 연출한 4시간 짜리 종합
공연물로서 9월 22일∼25일 하오 8시 서울 창경궁 명정전 앞뜰에서 선보여졌다. KBS와 헝가리 국영방송인 MTV가 15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근원적 우주질서에 반해 인류가 이루어낸 문명에 대한 자기성찰 내지는 비판
이라는 범우주적 주제를 금강산이라는 지역적 변경과 민속·무담·굿 등 우리 전통 샤머니즘 등 한국적 요소를 통해 표출해
보려한 듯하나 내용(작가의 정신이나 드라마 구성방식)과 형식(무대표현 방법)의 불협화로 한낱 의미 없는 실험에 그치고 말았다.
문예축전 기간 중 대학로 서울시내 곳곳에서는 「거리축제」란 이름으로 거리공연과 전시회가 열렸다. 8월 20일부터 10
월 5일까지 주말(토·일요일)마다 대학로와 그 주변에서 각종 현장공연 및 즉흥성이 강한 전시회가 계속됐다. 거리축제의
하일라이트격은 뭐니뭐니해도 상감마마행차(어가행렬(御駕行列))였다.
9월 15일 낮 12시 최중심지와 종묘에서는 상감마마가 3천여 명의 대부대를 이끌고 올림픽 행사에 나섰다. 종묘를 출발한
이 행렬은 광화문∼시청∼서소문∼충정로∼공덕동∼마포∼마포대교를 거쳐 여의도 광장에 이르기까지의 서울 중심가
약 8.2Km를 4시간에 걸쳐 관통해 막바지에 이른 올림픽문예축전의 열기를 한껏 돋웠다. 또 본 행렬 뒤에 전승돌이 행렬,
진돗개 행렬, 꽃차 행렬, 세계민속 행렬, 기(旗) 행렬, 등(燈) 행렬 등을 이어 놓아(총 2.8km) 시민과 함께 여는 시민축제
로의 기능을 다했다.
성화봉송
이밖에도 올림픽개막 5일전인 9월 12일부터 개막일인 17일까지 전국의 성화봉송 숙박지에서는 「88 서울국제민속축제」가
마련돼 원초적 몸짓과 박동 하는 리듬이 넘쳐나는 각국의 전통민속공연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동구권의 헝가리, 폴란드를 비롯해 이탈리아, 프랑스, 세네갈,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페루,
뉴질랜드 등 6대륙 12개국에서 4백여 명의 예술인이 참가해 전국을 무대로 신명이 춤판을 펼쳤다.
비공식행사 올림픽관계 문화행사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고슬라비아, 스웨덴, 영국, 호주, 일본, 서독, 벨기에 등 7개국
8개 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8월 11∼14일 서울문예회관과 산울림소극장에서 열렸던 국제꼭두극축제, 「88 서울마리오네
트월드」와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최한 국제 현대무용페스티벌(국립극장 소극장, 9월 27일∼10월 10일)을 들 수 있다.
한편 세계작가들의 큰잔치인 제52차 국제펜대회가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서울 쉐라톤워커힐에서 열려 문화계 전반
에 걸쳐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했다. 국내작가 6백여 명과 소련, 중국,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동독 등 공산권 7개국 35명을 비롯해 세계 42개국의 작가 2백 60명 등 모두 9백여 명의 작가들이 참가해 이번 대회의
주제였던 「급변하는 사회에 있어서의 문학의 가변성과 영원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이번 펜대회는 개최국이
우리나라인 만큼 국내 투옥 문인 등 인권문제가 주된 이유로 제기됐는데 구속작가 석방 건의안을 놓고 미국 「팬」이
간섭에 가까운 지나친 활동을 벌여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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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메달 도안이 잘 된것 같습니다. 즐감합니다.
예전 생각이 나네요~ 덕분에 지난 추억 꺼네여 봅니당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88 올림픽 메달 시리즈를 저도 수집하고 있는데, 이 메달은 저도 처음 접해 봅니다.....대한항공에서 협찬한 메달이라서 그런지 처음 접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