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디지털 ‘육군은 변신중’ |
군단급 FTX훈련 현장 |
“타닥, 탁 탁.” 지난 6일 새벽 4시 5분 육군5군단 훈련지휘소. 약 700평되는 대형 지휘소 공간에 200여 명의 장병이 빽빽이 책상에 앉아 숨 죽이며 전방의 대형 스크린과 함께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정적만이 감도는 여명의 새벽에 간간이 울려 퍼지는 소리는 오직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경쾌한 의성어만이 전부다. 종전 대형 사판 앞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왁자지껄하던 훈련지휘소의 부산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약 10만 명에 이르는 병력이 쌍방 자유 기동으로 펼쳤던 2006년 군단급 FTX훈련의 첫날 황군 측 군단지휘소의 모습이다. 이어 ‘공격’을 알리는 군단장의 결심이 떨어지자 장병들의 손놀림이 일제히 빨라진다. 각 기능별로 신속히 컴퓨터로 공격 전 제대에 전파(클릭)되면서 5분이 채 걸리지 않아 3000여 발의 포탄이 적 표적을 타격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데이터와 현황이 속속 대형 스크린과 컴퓨터 모니터에 떠오른다. 같은 시각. 군단 예하 ○○포병대대 야전지휘소. 최일선 야외에 설치된 지휘소에서 참모들과 함께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던 대대장 김찬우(43) 중령은 모니터에 뜬 적의 움직임과 각종 상황을 지켜보다 예기치 않은 적 특작부대의 기습을 받자 즉각 긴급대처와 함께 피해 상황을 확인한 뒤 아군의 지원을 요청(클릭)한다. 이러한 예하 부대의 긴박한 보고는 동시에 10여㎞ 떨어진 포병단 야외지휘소와 30여㎞ 밖에서 차량(이동식 서버)으로 이동 중이던 여단지휘소, 군단지휘소의 컴퓨터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그리고 1분도 채 안돼 아군 특공부대는 10분, 최근 거리의 아군 보병대대는 15분 내로 A방향과 B방향으로 기동, 적을 제압할 것이라는 상부 지침이 화면에 뜨자 김중령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려진다. 5분 뒤 매서운 새벽 찬바람과 마주하던 대대 155㎜ 포 사수 이광천(22) 상병은 ‘사격’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단말기 화면에 나타난 ‘평각 2250, 사각 420’이라는 사격 제원을 보자 곧바로 사격을 한다. 새로운 표적을 발견함에 따라 전 대대는 동시 사격하라는 군단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위치와 방향에 있던 수백 대의 포가 일제히 한 목표를 향해 동시 사격하기까지 불과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훈련을 참관하던 합참 관계자들로부터 “놀랍다”라는 감탄사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종전 같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이러한 사격이 가능하게 된 것은 대대 전술사격 계산기인 BTCS가 군단의 전술 C4I(ATCIS) 체계와 연동, 최초 표적을 발견해 최말단 포 사수에게까지 정확한 사격 제원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삐삐삐.”훈련 이틀째인 7일 12시55분 군단지휘소. 정적만이 감도는 지휘소 한쪽 구석에 위치한 방공장교 노트북에서 갑자기 요란한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이어 화면에 적기 출현을 의미하는 항적(항공기 표시) 화살표가 등장, 급박한 상황을 알린다. 적기의 기종·속도·위치 등이 화면에 뜨면서 이동 방향 등을 고려할 때 도하작전을 준비 중인 아군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음을 경고하자 군단은 신속히 대응 태세에 돌입한다. 10분 뒤 적기의 근접 항공 타격으로 아군 공병중대의 장비와 병력이 크게 피해를 입었다는 상황을 접수한 군단은 즉시 군수지원부대(○○정비대대 등)에 장비 보충과 정비 지원을 지시하고 신속히 전투력을 복원, 도하작전을 재개한다. 육군 사상 처음으로 올해 군단급 FTX훈련에 전술C4I체계를 실제 적용한 훈련의 한 단면이다. 마치 전자오락을 하듯 거대한 전장 환경이 컴퓨터 모니터 속으로 압축돼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졌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육군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한 역사적 순간인 것이다. 군단 화력지원반장인 이재봉(45) 중령은 “이번에 처음으로 군단급 야외훈련에 적용된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ATCIS)는 육군 발전사에 큰 획을 그었다”며 “이제 육군은 과거의 각개전투하며 돌격 앞으로만 하는 군대가 아니라 최소의 노력과 희생으로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첨단 미래전의 중심으로 바짝 다가가고 있다”고 훈련 소감을 밝혔다. 전술C4I(ATCIS)란-2005년 부터 전력화 최첨단 한국형 시스템 이번에 군단급 FTX훈련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전술C4I란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ATCIS)를 말한다. 1995년 개발에 착수, 꼭 10년 만인 2005년에 전력화됐다. 실제 훈련에 적용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와 육군이 이번 훈련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것은 이 때문이다. 91년 걸프전쟁과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 미 육군이 사용한 최첨단의 선진 전술체계와 유사한 한국형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알기 쉽다.즉 변화무쌍하고 복잡한 미래의 전장 환경에 맞게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한 과학화된 전투 수행 방법과 수단이 ATCIS다. 이번 훈련에서 ATCIS의 적용으로 종전과 달라진 점은 먼저 전장의 가시화와 반응 시간의 획기적 단축이다. 또 적과 아군에 관한 상황과 각종 자료를 공유하고 실시간에 현황을 종합함으로써 지휘관의 결심을 도우면서 적을 먼저 보고, 먼저 결정해, 먼저 타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육군은 이번 ATCIS의 성공적 운용에 따라 훈련 중 나타난 몇몇 보완점을 개선한 뒤 2008년까지 전 군단이 사용토록 할 방침이다. 종전과 패러다임이 바뀐 디지털 육군이 지금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2006.04.21 글=정호영·사진=이헌구 fighter@dema.mil.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