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제를 일컬어 ‘탁덕(鐸德)’이라 불렀습니다.
‘덕을 행하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호칭입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을 ‘수선탁덕(首先鐸德)’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나라의 첫 탁덕(사제)이시기 때문입니다.
신부님께서는 생전에 21통의 편지를 남기셨습니다.
대부분 사제 서품 이전에 쓴 이 편지들에는 하느님을 향한 신앙의 덕과 교회와
신자들을 향한 사랑의 덕을 목숨을 바쳐 살아낸 탁덕의 삶이 배어 있습니다.
“우리 사랑하온 형제들아, 알지어다.
황황(遑遑)한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같이 싸워 이길 지어다.
혹 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하여 위주광영(爲主光榮)하고
조심을 배로 더하고 더하여라. 할 말이 무수하되 거처가 타당치 못하여 못한다.
모든 신자들은 천국에 만나 영원히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입으로 너의 입에 대어 사랑을 친구(親口)하노라.”
사제를 탁덕이라 부르는 이유는 사제가 신앙의 덕을 스스로 행함으로써
신자들에게 참된 삶을 위한 덕행의 길을 인도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법을 깊이 묵상하며, 읽는 바를 믿고, 믿는 바를 가르치며,
가르치는 바를 실천하십시오. 여러분이 가르치는 교리는
하느님의 백성에게 양식이 되고, 여러분의 성실한 생활은 교우들에게
기쁨이 되도록, 말과 모범으로 하느님의 교회를 건설하여야 합니다.”
(서품식 기도문)
사제들은 서품식에서 수선탁덕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하셨던
똑같은 약속을 제대 앞에 오체투지로 엎드려 다짐합니다.
돈보스코 성인은 “사제는 천국에 가든 지옥에 가든 혼자 가지 않습니다.
그는 항상 많은 영혼들을 함께 데리고 갑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제의 덕행은 많은 이들을 영원한 삶으로 인도하지만,
한 사제의 악덕은 수많은 사람들을 파멸로 이끕니다.
그래서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신부님은 자주 이렇게 말하곤 하였습니다.
“사제는 성인이 아니면 마귀입니다.”
수선탁덕 성 김대건 안드레이 신부님,
하느님 앞에 엎드려 약속한 탁덕의 길을 걸어가는 사제되게 하소서.
전주교구
김영수 헨리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