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시립대는 이전에 등록금을 미리 내고 휴학한 학생들에게 복학한 다음 학기 등록금에서 해당 금액만큼 빼주는 방식으로 차액을 돌려주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로써 등록금을 미리 내고 휴학했다가 올해 1학기에 복학한 학생들은 2학기에 ‘0원’ 고지서를 받게 된다. 말하자면 과거 한 학기 등록금으로 두 학기를 다니게 됐으니 반값등록금이 명실상부하게 실현된 셈이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5일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소위 ‘반값등록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원하면 제1호 법안으로 반값등록금을 상정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당사자랄 수 있는 대학들은 반값등록금에 대해 시늉만 할 뿐 미온적이다. 반값등록금은 정말 요원한 것일까? 카피라이터 정철(51) 씨가 최근에 펴낸 <나는 개새끼입니다>라는 책에서 그 정답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 반값 등록금
가능 합니다. 딱 한 대학만 압박하면 충분히 가능 합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아니, 청와대.
이 책에는 이밖에도 재미난 풍자와 해학들이 차고 넘친다. 그 가운데는 이런 말도 있다. 광우병은 촛불 책임이고, 구제역은 농민 책임이란다. 물론 전제는 있다. 정치도, 정부도, 대통령도 없는 나라라면. 요즘 전셋값이 천정부지여서 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일부 ‘높으신 분들’은 전세기 타고 전세계 도느라 바빠서 전셋값 걱정하실 짬이 없으시단다. 그렇구나, 헐~
MB정부 들어 본의아니게 이미지에 피해를 입고 있는 동물이 있다. 다람‘쥐’다. 요즘 다람쥐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개’도 마찬가지다. 주인(국민)을 무는 경찰을 두고 견찰이라고 하는 데 이건 견(개)에 대한 모독이다. ‘걔들’을 ‘개들’과 비교하지 말란다. 미처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단어를 하나 소개하자면, ‘민주주의’란 ‘민주’를 ‘주의하라’는 뜻이라네. 그렇게 깊은 뜻을 발견하다니 놀랍군! ㅋ
# 국어사전을 펼치면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국민이란 단어보다 늦게 나온다. 국회의장이라는 단어도 국민이란 단어보다 늦게 나온다 대법원장이라는 단어도 국민이라는 단어보다 늦게 나온다.
국민이 우선이다. 당신이 국민이다. 당신이 우선이다.
국민이라는 단어는 권력이라는 단어보다 분명 앞에 나온다.
# 백번 맞는 말
가난은 부모 책임입니다. 자살은 연약한 정신상태 책임입니다. 치안부재는 조폭영화 책임입니다. 청소년 탈선은 전교조 책임입니다. 청년실업은 눈높이 책임입니다. 물가는 기업 책임입니다. 환율은 세계경제 책임입니다. 주가폭락은 투자자 책임입니다. 국제대회 실패는 국민의식 책임입니다. 광우병은 촛불 책임입니다. 구제역은 농민 책임입니다. 공공기관 해킹은 북한 책임입니다. 물난리는 하느님 책임입니다.
백번 맞는 말입니다. 정치도, 정부도, 대통령도 없는 나라라면.
# 높으신 분들
당신이 전세 걱정을 할 때 높으신 분들은 전세계를 걱정 하십니다.
당신이 전세 걱정을 할 때 높으신 분들은 전세기를 걱정 하십니다.
전세기 타고 전세계 돌아다니느라 전세 걱정 따위는 할 겨를이 없습니다.
늘 땅바닥에 달라붙어 전셋값만 계산하는 우리와는 걱정의 높이가 다릅니다. 그래서 높으신 분들입니다.
# 다람쥐
미안하네 요즘엔 자네까지 미워 보이네
# 개
경찰을 견찰이라 하지 마세요. 개들은 결코 주인을 물지 않는답니다.
개들을 걔들하고 비교하지 마세요.
# 민주주의
민주를 주의하라는 뜻.
백성이 주인이라는 당연한 얘기도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고 주의하라는 뜻.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꽃 피운 민주주의도 한 사람의 발바닥에 의해 하루아침에 짓밟힐 수 있다는 주의 또는 경고.
# 물 부족 국가
물대포 쏘지 말란 말이야! 물길 막지 말란 말이야! 물 쓰듯 나랏돈 쓰지 말란 말이야!
# 정말 시급한 것
사장님 임금 사장님 상여금 이사님 임금 부장님 임금 과장님 임금 정규직님 임금 평균 임금 비정규직 임금 최저 임금 . . . 아르바이트 시급
# 라면
70년대 경제성장의 일등공신.
죽어라 일만 하던 노동자들은 밥 대신 하루 세 번 라면을 끓였다. 덕분에 라면을 끓여주는 연탄산업, 냄비를 만드는 철강산업, 냄비에 기름때를 지우는 세제산업, 방방곡곡 라면을 실어 나르는 자동차산업, 자동차 달리는 길을 닦는 토건산업, 구멍가게마다 라면을 놓아주는 유통산업, 라면 먹고 배탈 난 사람을 치료해주는 제약산업까지 골고루 성장할 수 있었다.
정말 이등도 없는 일등공신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모두가 성장하던 이 때에도 성장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 들은 라면을 입에 달고 사는 키 작은 노동자들.
<나는 개새끼입니다>의 저자 ‘정철’은 누구? |
지난 3월 리더스북에서 출간된 <나는 개새끼입니다>의 저자 정철(51)은 본업이 카피라이터다. 어느 커피 광고의 카피 ‘악마의 유혹’과 한명숙 전 서울시장 후보의 메인 슬로건 ‘사람특별시’, 그리고 지난 4.11 총선 때 문재인 민주당 고문의 슬로건 ‘바람이 다르다’ 등은 전부 그의 작품이다.
이 책은 제목이 <나는 개새끼입니다>이듯이 화살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 이 제목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날 그가 봉하로 내려가기 직전에 자신의 심경을 블로그에 써서 올린 글의 제목 그대로다. 폐부를 찌르듯한 이 글은 수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하루 만에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노사모 출신이자 이 글을 썼던 인연으로 책 제목을 이걸로 삼았다고 한다. 초판 인세는 노무현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1985년 MBC애드컴에 입사한 이래 광고일을 해오고 있으며, 현재 ‘정철카피’ 대표로 있다. 틈틈이 도발적인 제목과 주제의 책들을 엮어 몇을 펴냈다. 2009년에 펴낸 <카피라이터 정철의 내 머리 사용법>, 2010년에 펴낸 <카피라이터 정철의 불법사전> 등이 바로 그런 책이다. 평소 그는 “절반은 카피라이터로 절반은 작가로 살고 있다”고 말해 왔다. | |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