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801번 버스를 타고 전의역 인근에서 700번으로 갈아탄 후 천안흥타령관 앞에서 내리자 행사장이다.
평촌마라톤 갑장 3명과 함께 뛰기로 했다. 비가 올 듯이 흐린 날씨, 출발과 동시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거세졌다. 비옷을 걸치고 20km까지는 넷이서 같이 움직였지만, 흥태와 경희친구가 조금씩 뒤쳐졌다.
오늘은 특이하게도 젊은 군인들이 꽤 참가했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해군소위도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친구는 60km를 겨우 시간 내 완주를 한 모양이다.
송암이 흥태와 경희친구와는 결별하고 특전사 상사와 발을 맞추고 있었다. 으례 20~30km를 가다 지쳐 떨어질 텐데, 첫 울트라 마라톤 참가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끈떡 지게 달라붙었다. 특전사다운 체력과 정신이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30km 이르기 전 더 이상 비는 오지 않아 걸리적거리던 비옷을 벗었다. 40km CP를 넘어서자 긴 고개를 만난다. 정상은 금북정맥 부수문이고개다. 실제 지명은 부소령으로 되어 있고, 예전에 이름 없는 봉우리였던 459m봉은 부소산으로 칭하고 있었다. 내리막길은 보폭을 짧게 하고 앞서 나갔다가 평지를 만나자 속도를 늦췄다. 다시 한번 고개를 만나 걸어올라 간 다음 내리막 44km 지점에서 1등으로 들어오는 정용민씨를 만났다. 3등까지는 큰 격차가 없었다.
"ㄷ"자형으로 꺾어 들어간 50km 반환점에서 막걸리 한잔과 함께 식사를 하고, 포도와 커피를 디저트로 마무리하며 왔던 길을 되밟기 시작했다. 갈수록 안개가 자욱하여 헤드랜턴을 손에 들고뛰어야 했다.
함께 한 특전사 상사는 60km 지나도 떨어지지 않고 놀라울 정도의 저력을 보여줬다. 하프를 뛰어본게 전부였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탁월한 체력을 자랑했다. 4~5명의 특전사 동료들은 10~20km 이상 큰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한 분은 부상을 당했는지 아마 중도에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서상사도 70km를 넘어서자 쥐가 올라올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송암도 힘들어하고 나는 회음부가 쓸리면서 쉬지 않고 뛸 수는 없었다. 3:7의 비율로 걷고 뛰는 방식을 택했다. 오르내리막이 반복되어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긴 평지를 만나도 걸어가면서 사용하는 근육을 바꿔줬다.
60km CP에서 헤드랜턴을 놔둔 것을 1km 지나야 생각이 났다. 예비 랜턴을 갖고왔기 때문에 달리는 데는 문제없었다. 80km를 넘기고 바닥에 잘못된 화살표를 보면서 자칫 혼자였다면 엉뚱한 길을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찾는데는 탁월한 송암이 시계를 보더니 방향이 맞다고 했다. 90km를 넘어서서 도착시간을 가늠해 봤다. 목표한 13시간 내 완주는 물 건너갔고 13시간 20분이면 완주할 것 같았다. 여명의 새벽, 셋이서 함께 골인했지만 맨 앞에는 서상사를 앞세웠다. 3시간 22분에 완주했다.
서상사는 힘들었는지 식사를 못했지만 송암과 나는 막걸리와 밥을 깔끔하게 비우고 사우나로 향했다. 사우나 안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있을 때 40여분 늦게 도착한 흥태친구가 나를 깨웠다. 인근 식당에서 다시 막걸리 두병을 주문하여 김치찌개와 함께 오늘 대회를 마감했다. 돌아가는 교통편이 편해서 10kg짜리 쌀 한 가마니를 짊어졌음에도 편하게 집에 올 수 있었다.
<잘 모르는 충남사람과 함께>
<특전사 서효석 상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