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서울과 멀리 떨어진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첫차는 새벽 4시, 김포공항까지 예상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오전 8시 30분 비행기 시간에 맞춰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버스시간입니다.(막차는 오후 4시라서 이 버스를 이용할 수도 없답니다^^;;) 할 수 없이 하루 전날 친정집에서 자고 여행을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서울에 살 때는 이런 불편함을 몰랐는데... 우리지역 공항에서도 오사카에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집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간사이 지역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구름 많고, 비오고... 걱정이 한 가득입니다. 하필이면 비예보가 히메지, 고야산, 비와코 일정을 잡은 날입니다. 그래도 내심 ‘내가 여행을 떠나면 오던 비도 멈춘다’는 과거 경험에 기대며 출발합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잘 못 자는데, 이번엔 제 옆지기까지 잠을 못 자고 밤새 뒤척이네요. 4월 하순에 이사를 했는데 이사짐 정리하랴, 일하랴, 여행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봅니다. 계속 콧물을 흘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네요. 덕분에 저까지 더 잠을 설치고... 그래도 시간이 되어 김포공항으로 go~go~ 탑승 수속을 마치고 간단히 출출한 배를 달래주고 출국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인천공항보다 사람도 적어 보안검색이나 출국심사도 많이 기다리지 않아 편했습니다. 뭐 인천공항보다는 면세점 규모가 작아 구경할 것은 적어 보이지만, 어짜피 면세점도 기웃거리지 않는지라 별 불편함은 없더라구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출국장 밖에 두고 온 물건 때문에 잠시 우왕좌왕했지만 아시아나 직원의 도움으로 물건을 찾고, 액땜이기를 기도하며 비행기에 올랐습니다.(이런 경우, 얼마 전까지는 출국장에 들어왔던 승객이 해당 항공사 직원과 함께 밖에 나갔다 올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보안이 강화되면서 승객은 아예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네요. 출국장 들어오기 전에는 꼭 짐 확인 한 번 더 해야겠어요
)
(이때 쯤 공항사진이나 비행기 내부 사진이라도 등장해 주어야 하는데, 저의 실수로 여행 사진이 많이 없습니다. 특히 앞부분의 사진이...
카메라 작동 미숙으로 사진이 사라져 버리는 참사가 발생하였거든요. 여러모로 죄송합니다
)
기내식으로 제공된 아주 맛없었던 베이글 샌드위치를 먹어치우고 잠시 눈을 감았다 떠 보니 오사카에 도착이랍니다. 드디어 오사카에 도착하였습니다. 심장이 두 ~ 둥....
저희는 한국의 여행**를 통해서 간사이공항역에서 난카이난바역까지의 라파트 특급권과 오사카 시영지하철, 뉴트램, 버스 전 노선 1일승차권이 포함된 Yokoso Osaka Ticket(1,500엔)을 구입한지라 10시 35분 기차 탑승을 목표로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목표를 달성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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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트는 지난 여행 때 옆지기가 너무 타보고 싶어했던 기차라서 선택했는데, 막상 타보니 별로네요. 멋진 외관에 비하면 내부는 그냥 보통 기차입니다. 직통특급 전철보다 가격대비 많이 빠른 편도 아니고요.(다시는 라피트를 타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시 찾은 일본의 첫 인상은 ‘많이 습하다’ 였습니다. 기차 안의 냉방이 약해서인지, 별로 더위를 타지 않는 저도 후덥지근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드디어 난바역에 도착. 2개월여만에 다시 와서 그런가요, 왜 이리 친근하고 낯익던지... 제가 오사카에 다시 왔습니다. 고수님들의 조언대로 난바역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가서 한국어 지도 등을 받습니다.(한국어 가능한 직원분이 계시긴 한데 의사소통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날만 그런건지...) 그동안 옆지기는 호텔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보며 네비게이션 모드로 돌입할 준비를 합니다.(이번 여행 동안 제 옆지기의 뛰어난 방향감각으로 저는 아주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몸속에 자석이나 네비게이션 프로그램 같은 것이 내장된 것처럼, 날씨만 좋다면 엉성한 지도 한 장만 있어도 거의 99% 목표하는 곳으로 안내를 합니다^^)
우리가 4일밤 묵게 될 호텔은 후지야호텔. 니뽄바시역과 나가호리바시역 중간 큰 길가에 있어 찾기가 아주 쉽습니다. 저희는 오사카에 다시 온 기쁨에 난바역에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충분히 걸어 갈만한 거리더라구요. 체크인 이전 시간임에도 체크인을 해주셔서 바로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난 여행 때 숙박했던 혼마치 근처 비즈니스호텔의 세미더블은 정말 좁은 침대에, 키가 작은 편인 저도 다리를 뻗지 못할 정도의 욕조, 여행가방을 놓아두면 여유공간이라곤 없는 작은 방이었는데, 이곳 세미더블은 두 사람이 자기에 불편함이 없는 침대크기에 여행가방 놓고도 우산 두 개를 펼쳐놓고 말릴 수 있었고, 욕실 욕조도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 정도였답니다.
조식도 간단하지만 짜지 않고 먹을만 했습니다.(다만, 조식의 메뉴가 거의 바뀌지 않아 3일째부터는 질리더라는...) 직원들도 매우 친절하구요. 날씨나 여행지 정보 등을 물으면 바로 확인해서 알려줍니다. 그 지역의 상세지도도 칼라로 복사해서 표시해 주고요. 한국어 가능한 직원이 매일 오전 9시~오후 2시까지 근무를 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그리고 객실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이렇게 신청해도 수건, 칫솔은 매일 새것으로 교환해 줍니다. 휴지통도 비워주고요) 작은 선물을 줍니다. 500ml 생수 2병, 커피나 즉석카레, 열쇠고리 중 선택할 수 있답니다. 저희는 커피를 선택했답니다. 맛은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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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나카노시마에서 오사카와 찐~하게 조우하기로 합니다. Yokoso Osaka Ticket에 포함된 1일 승차권을 이용해 나카노시마로 이동, 먼저 중앙공회당 반지하(?)에 위치한 나카노시마 클럽에서 오므라이스로 점심을 먹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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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수제 소스로 맛을 낸 오므라이스는 제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나카노시마 클럽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여러 명의 직원이 분주히 돌아다니며 컵에 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바로바로 채워주며,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체크하는 서비스까지... 덕분에 아주 기분 좋은 식사를 하였습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중앙공회당 내부를 돌아다니다 내부를 자세히 구경할 수 있었네요. 오래된 돌계단들과 출입문 장식들... 1918년에 세워진 건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었고, 지금도 여러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저희가 갔던 날도 회의가 있었던지 대회의장에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메인무대의 은은한 조명을 제외하고는 객석의 불은 모두 꺼져있고, 중간중간 스탠드 몇 개만 켜져 있어 아주 독특한 분위기였습니다.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대회의장 출입구에 행사관계자로 보이는 중후한 일본 할아버님들이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네시는 것을 보곤 바로 패스...
다른 곳들을 돌아봅니다. 은행건물, 시청, 동양도자기미술관, 국제미술관.... 정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베인 고색창연한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곳이더라구요. 평일이라서인지 사람도 별로 많지 않아 여유롭게 주위를 산책할 수 있었습니다. 공원에 좀 더 앉아 있고 싶었으나 여기저기서 농약으로 추측되는 무언가를 뿌리고 있는데 바람에 저희 쪽으로도 실려와서 나카노시마와 작별하고 시텐노지로 향했습니다.
시텐노지는 ‘593년 불교를 나라의 통치이념으로 여긴 쇼토쿠태자에 의해 설립된 일본 최초의 불교사찰로 당시 일본에는 사찰을 지을 기술력이 없어 백제장인들을 초청해서 건립했다’는 간단 여행안내서의 내용을 보았을 때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외양의 절이겠거니... 하고 방문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행 전에 접했던 일본 관련 책에 소개된 시텐노지와 관련된 일화를 읽고는 꼭 보고 싶어졌지요. 쇼토쿠태자가 백제장인 중 유중광이라는 사람에게 金剛 이라는 성을 하사하고 대를 이어 시텐노지를 관리할 것을 명했고, 그 후손들이 건축회사를 설립해 절을 보수․관리해 오다 회사가 망하자 그 당시 사장이 시텐노지 근처 집안 묘역에서 부인과 아들이 보는 앞에서 할복하였고, 그 부인이 상복을 입은 채로 태풍에 쓰러진 시텐노지의 오층탑을 세워 회사를 살려내고 그 아들이 건실히 운영하고 있더라는... 글쓴이가 아들을 만났을 때 이미 70대였는데도 회사에서 시공하고 있는 모든 공사를 일일이 챙기고 있어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를 묻자 “ ‘남’의 나라에서 두 번이나 망하면 무슨 망신이냐”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고 하는 일화.(그럼에도 그 회사는 2006년 파산하였다는 슬픈 소식도 쓰여 있었습니다) 1400여년이나 살아온 땅에 정착하지 못하면서 백제의 기술을 응축해 놓은 절이 꼭 보고 싶었지요. 이런 애틋함이 있어서인지 지난 여행 때 봤던 절들과 달리 익숙함과 친근함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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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서깊은 장소에서 책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책부터 만화책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이 펼쳐져 있었고 평일 낮 시간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책을 고르고 계시더라구요. 부러운 장면이었습니다.
이제 신세카이로 이동해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우리는 쿠시카츠의 원조라는 다루마를 찾습니다. 식당 앞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재빨리 포기하고 또 다른 곳에 있는 다루마를 찾아갔지만 역시 꽤 많은 사람들이 줄서 있습니다. 역시 원조 쿠시카츠 집은 다르네요. 저희도 얌전히 기다렸다 맛난 쿠시카츠를 맛보았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안의 내용물의 향과 맛이 살아있어 만족스럽게 먹었네요.
이제 슬슬 어두워진 신세카이 거리거리를 돌아보려 하는데 삐끼들의 호객행위가 장난이 아니네요. 걸음을 방해할 정도로 공격적입니다. 몇 번 피해다니다 신세카이는 포기하고 가라호리 지구 쪽으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어떤 여행가이드에 오사카의 옛날식 공간을 볼 수 있는 거리라고 소개되어 있어 꼭 보고 싶었는데, 우리가 잘 못 찾았는지 옛날식 공간을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안내되어 있는대로 마쓰야마치역 3번출구에서 가라호리상점가를 찾아들어 갔는데 이게 옛날식 공간이라는 건지... 거의 문을 닫은 상점가에서 주택가 쪽으로 나와 잠시 주택가 산책을 하였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절들이 모여있는 지역도 있었는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어둑해지는데도 야구를 하는 동네아이들도 있고... 참 평화로운 풍경이었습니다.
호텔로 돌아가기 전에 구로몬 시장에 들릅니다. 지난 여행 땐 일요일 오후에 갔었는데 시장의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아 시장다운 느낌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평일로 방문일정을 잡았는데, 지난번 보다 많은 상점들이 장사를 하고는 있지만 역시 썰렁한 느낌입니다. 잠시 시장거리를 돌아보곤 밤에 맛 볼 맥주와 간식거리를 사서 호텔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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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서 이렇게 귀여운 맥주를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처음 봤을 때는 미니어쳐인 줄 알았답니다^^)
잠시 호텔에 들렀다 짐만 놓아두고 도톰보리를 구경하려 했지만, 피곤이 몰려온 관계로 맥주 한 캔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 합니다.
첫댓글 혹시광주? 전정읍입니다~24일날가는데 광주서 새벽버스 타고가야 아침에 탈수있죠~ 지방도 뱅기좀 취항하지...ㅜㅜ
저는 강원쪽입니다. 그러게요... 유령(?) 국제공항 활성화 좀 시켰으면....
24일날 여행가시나봐요... 넘 부럽네요. 즐거운 여행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