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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못 먹었으면 한걸음도 못 걸은 채 119에게 구조된 왕기
너무 아파보이는 길냥이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먹지도 못한다는 메시지가 지난 2월 16일 오전 페북커뮤니티 '길고양이 친구들'에 올라왔습니다. 저는 상도동에 사는지라 동작보건소 앞 건물로 갔습니다. 동네가 가까워 항생제라도 먹여볼 요량으로 갔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상태가 너무 심각했습니다. 여지껏 상태가 안 좋은 길냥이들이라도 대부분은 항생제 먹이면 좋아질 정도였는데 얘는 먹지도 못 할뿐더러 아예 움직이지 않은 채 앉아만 있었습니다. 건물 병원에 근무하는 분들이 안타까워 수시로 내려오셔서 걱정하셨답니다.
병원에 데려갈 생각을 안했기 때문에 이동 가방도 없이 갔는데.. 앞뒤 안 가리고 119에 사정을 얘기했더니, 급한 출동이 없어 일단 와 주셨습니다. 녀석이 도망갈 힘이 전혀 없어 수월하게 구조했고, 구청 지정 동물병원으로 데려다 주셨으나, 병원은 유기묘 보호만 할뿐 치료는 못한다고 해서 제가 이용하는 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어요. 워낙 기력이 없어 살았나 죽었나를 확인할 정도였습니다.
7-8년쯤 된 노묘이고 못 먹은 지 꽤 된것 같다고 황달에.. 검사 차 피를 뽑는데 색깔이 빈혈 있는 색깔이라고 빈혈 수치가 최저여서 부랴부랴 수혈부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밥을 못 먹으니 호스를 통해 강제 급여해야 한다네요.
한달 입원 가정하고 가예산을 뽑았는데 길냥이 30% 할인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았으나 녀석의 상태가 너무 처참해서 내버려둘 수 없었습니다. 이후 이 녀석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사람에게 따뜻한 돌봄 한번 받게 해주고 싶어 앞뒤 사정 안재고 입원을 시켰지요.
개인병원 주차장에서 항상 앉아 있길래 쉬는 줄 알았는데 먹을 걸 줘도 안먹고 물만 몇 모금 들이킨다는 병원 관계자들의 관심이 있었구요. 구조한 날에도 병원 관계자들이 마음을 못놓고 계속 내려와 주셨습니다. 구조해 주시고 이동까지 함께 해 주신 119요원들의 도움이 아니였다면 제가 마음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았을 거예요.
일단 빈혈을 잡는 수혈부터 시작
입원 이튿날 가보니 역시 움직임이 없지만 수혈을 받고 입가에 혈색이 돌아오더라구요. 스스로 먹이를 못 먹으니 코를 통해 호스에 미음같은 걸 주입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밥을 먹게 되면 퇴원하게 된다는데 조혈 주사도 더 맞아야 하고, 오랜 시간 못 먹어서 발생한 지방간 치료도 해야 한다고. 7-8년된 노묘이지만 TNR 표식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밥을 얻어 먹었을텐데 무슨 사정으로 이렇게 처참해졌는지 안쓰럽기 짝이 없지요. 병원관계자분도 너무 안타까워 하시며 길냥이들 밥을 꼭 놔야겠다고 하시네요.
아직 눈도 못 마주치고 움직임이 없어 누워서 치료받고 누워서 쉬어야 하지만 곧 회복되면 눈도 마주치고 만져주면 좋아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좋은 다시 길생활로 가기보다는 좋은 분과 인연이 닿아서 따뜻한 곳에서 지내보길 희망하구요.
워낙 중환자라 1일 입원비가 다른 녀석들에 비해서 더 들어가구요, 우선 빈혈을 잡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구내염 등 자잘한 것들까지 치료하려면 비용이 상당하게 예상됩니다. 길냥이라고 30% 할인해 주는 병원인데도 이 녀석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상당하네요. 그동안 길냥이들 치료해 봤지만 이렇게 심한 경우는 처음이라 난생 처음 '모금'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관심과 용기를 주셨어요.
혈기도 약간 돌고 쳐다 봅니다.
입원 5일째 왕기를 보니 격리입원실로 옮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쳐다 봅니다. 미동도 없고 표정도 없고 쳐다보는 것도 없었는데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화장실도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빈혈수치 검사를 했는데 여전히 최저입니다. 빈혈의 원인이 뭘지 정밀하게 검사를 해야겠다고 합니다. 갈 길이 멀고 비용도 산적합니다. 노묘라 치료 후 다시 방사는 도리가 아닌 것 같아요. 바로 입양되면 좋겠지만 당분간 임보 후 입양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애초 치료를 시작할 때도 긍정의 힘을 믿었던 터라 왕기와 인연이 닿는 분이 꼭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저도 포기하지 않을거구요.
이 모금 준비도 쉽지 않은데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시도했구요, 번거롭더라도 더 많은 분들의 마음과 온정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모금이 돈을 모으는 차원을 넘어 길냥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존에 대한 가치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큰 의미가 실현되기를 바래봅니다.
하악질에 뒤로 자빠질 뻔~ 힘이 생겼나봐요
평소엔 옆으로 누워 있는데 오늘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왕기를 보고 왔어요. 얼굴 윤곽도 선명하고 눈도 부리부리하고, 가까이서 쳐다보니 '하악'을 무섭게. 뒤로 자빠질뻔 했어요. 치료할 때도 담요를 꼭 씌우고 한다네요.
제대로 힘나면 우찌 감당할지 겁이 날 정도로 천천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벌써 입원 보름을 넘겼습니다. 이제 녀석의 거처를 알아봐야 할 과제가 있네요. 쉽지 않겠지만 도전해 봐야죠. 무난한 길냥이만 데려다가 가족이 되었고 아직 손도 안타는 어린 냥이는 어찌어찌 반려하게 됐는데 이런 위중한 몸 상태에 노령묘 길냥이를 우찌해야 하나 걱정이 다가오네요.
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3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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