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최고의 히트상품 '로또', 당첨 뒷얘기와 당첨자 생활 로또복권 당첨자의 뒷얘
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하다. 발행한 지 5개월 만에 벌써 70여 명을 억만장자
로 만들었고 누구라도 그런 행운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45
개의 숫자 중 행운을 가져다 준 6개 숫자를 어떻게 골라냈는지, 비법이라도 있는
것인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당첨된 사연도 가지각색이지다. 횡재수로 당첨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십 년 동
안 복권을 사온 마니아, 발행된 뒤 연구를 거듭해 전략을 세워 당첨된 이들도 있
다.
또 당첨된 주인공은 누구일까. 어떤 사람들이 복권에 당첨됐는지 궁 금증을 부채질
한다.
2003년 최고의 히트상품이자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은 '로또', 당첨자들의
뒷얘기를 모아봤다.
국내 복권 사상 최대의 당첨금을 기록한 19회차(4월 19일 추첨) 로또 당첨자는 단
1명. 춘천경찰서의 박모 전 경사(39)였다. 박 전 경사는 춘천경찰서에 경찰관 자녀
들의 장학금으로 10억원을 기탁한 뒤 곧바 로 지역 신문사인 [강원일보]를 방문,
공익재단과 불우이웃에게 기탁 한다며 20억원을 추가로 내놓았다. 박 전 경사의 당
첨 비밀은 꿈에서 '하얀색 호랑이(白虎)'를 보고 복권을 구입, 당첨됐다.
▲1등과 3등 4개 맞춘 로또 달인도
재미있는 사실은 박 전 경사가 경찰 출신답게 주도면밀하게 세워 당 첨금을 수령했
다는 것. 운영사업자인 국민은행측에 4월 21일 전화를 걸어 2~3일 뒤 당첨금을 수
령하겠다고 밝힌 뒤 다음날 바로 국민은행 을 방문, 당첨금을 수령해갔다. 그러나
박 전 경사는 취재진의 눈은 따돌렸지만 '입조심'에는 실패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4월 26일 새벽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 전 경사 이전 로또 최고 당첨금의 주인공은 청주에 사는 주부 ㄱ 씨였다. 15회차
(3월 15일 추첨) 추첨에서 1백70억여원의 대박을 터뜨 린 ㄱ씨는 지난 2월부터 로
또를 구입해왔고,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해 자신과 관계있는 모든 숫자로 번호조합
을 만들어 당첨됐다. 15차 당 첨번호를 뽑은 방법은 제비뽑기. 일곱 살 난 딸이 고
른 6개 번호로 복권을 구입했다. 그것도 단 1게임(2,000원)만. ㄱ씨는 당첨사실을
동 생과 함께 당첨 방송을 보고 알았다.
ㄱ씨는 3월 17일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국민은행에 나타났다. 복권 사업팀에 털
어놓은 ㄱ씨의 삶은 당첨번호 선택만큼이나 드라마틱했 다. ㄱ씨는 어린 나이에 남
편과 결혼, 월세방에서 생계를 걱정할 정도 로 생활이 어려웠다는 것.
'로또의 달인'이라 불렸던 당첨자도 있다. 14회차에서 93억여원에 당 첨된 40대 남
자는 슬립용지 1장으로 , 1등 1게임, 3등 4게임을 맞춰 로또 마니아들을 놀라게 했
다. 1등 당첨금과 3등(당첨금 2백56만여원) 4게임으로 1천만여원을 더 받았다. 이
로또 달인의 비법은 꿈에서 점 지해준 번호를 따른 것. 이 당첨자는 로또 방송을 시
청하는 꿈을 꾸 었고, 꿈어서 본 번호 5개를 기본 조합으로 선택한 뒤 나머지 번호
5 개를 골라 총 5게임이 당첨되는 행운을 잡았다.
'로또 달인'이라 불린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로또 복권 1등 당첨 자 중 처음으
로 10억원을 흔쾌히 기부한 것. 국민은행 복권사업팀 이 인영 팀장으로부터 "기부
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조언을 받은 로또 달인은 1주일뒤 5억원짜리 수표 2장을
들고 국민은행을 찾아와, 5억 원은 대구참사 성금으로, 5억원은 불우이웃돕기 성금
으로 내놓았다. " 로또 달인이라는 이름답게 멋진 모습을 보였다"는 게 이인영 팀
장의 평가다.
파산 직전 로또 당첨금으로 되살아난 사람도 있다. 22회차(5월 3일 추첨) 1등 당첨
자 중 40대 남성 ㄴ씨는 로또복권으로 새 삶을 찾았 다. 이 남자는 신용카드 빚-은
행채무-사채 등으로 궁지에 몰려 개인 파산(워크아웃) 신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ㄴ
씨는 로또복권을 구입, 22 회차에서 45억여원을 챙기며 단숨에 일어섰다.
복권에 대해 가장 조예가 깊었던 당첨자는 3회차(2002년 12월 21일 추첨) 20억원
당첨자 박모씨(46). 박씨는 30년간 재미삼아 매주 복권 을 5만원어치씩 구매해왔
다. 로또복권 역시 도입과 동시에 구입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박씨는 IMF 때 사업
에 실패하며 '험한 꼴'을 당했 던 경험이 있었다.
박씨는 부인과 함께 국민은행을 찾아 당첨금을 찾았는 데 당첨금 수 령방식이 주도
면밀했다. 국민은행측 관계자에게 "통장 하나에 넣지 말고, 다른 은행 통장으로도
입급해달라"고 요청한 것. 박씨는 담당자 에게 다른 은행 통장 5~6개를 펼쳐보이
며 담당자에게 들이밀었다. 이 유를 묻자 "통장에 꽉 차 있는 금액을 누군가 눈치
채고 추적이라도 하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복권 당첨 뒤 사회생활 망가지기도
박씨는 "복권을 매주 산다며 타박한 아내지만 그동안 고생을 너무 많 이해 1억원
을 가장 먼저 현찰로 줄 생각"이라며 부부애를 과시했다. 또 "자식들에게는 당첨
사실을 알리지 않겠다"며 "공돈이, 그것도 거 금이 한꺼번에 생겼다고 자식들이 자
만하며 살도록 만들고 싶지 않다 "고 밝혀 국민은행 관계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복권에 당첨된 뒤 가정과 사회생활이 망가진 당첨자도 있다. 6회차(1 월 13일 추
첨)에서 65억여원의 대박을 터뜨린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 는 ㅈ씨는 온갖 괴소문
에 시달리며 집에도 제대로 귀가하지 못했다. 당시 심지어 남양주경찰서 강력반은
ㅈ씨의 집을 방문해 신변보호를 지원하겠다고 밝힐 정도 였다.
ㅈ씨는 당첨된 뒤 사람을 기피하게 되면서 집을 나가 밖에서 살다시 피 했다. ㅈ씨
의 부인은 당첨된 뒤 한 달 동안 남편의 얼굴을 손에 꼽을 정도밖에 보지 못할 정도
였다. 또 ㅈ씨의 부인은 "남편은 바깥 에 나가 사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며 "당첨된
뒤 남편뿐 아니라 친지- 이웃 모든 사람과 서먹해졌다"고 말했다. ㅈ씨의 부인
은 "가족의 화 목이 없으면 억만금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ㅈ
씨 의 당첨 사실이 알려진 것은 당첨된 뒤 한 기자회견 때문이었다. 한 방송사의 실
수로 ㅈ씨의 얼굴이 0.5초 정도 전파를 탄 게 화근이었다. ㅈ씨는 당첨된 뒤 한 기
자회견을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후문이다.
국민은행 복권사업팀 이인영 팀장은 "당첨 사실이 밝혀져 곤란을 겪 는다는 것 자
체가 국내 복권문화가 성숙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외 국에서는 당첨자가 방송
이나 사진으로 얼굴을 밝히고, 당첨금을 받는 날은 동네의 축제가 열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로또 를 단순히 큰 돈을 한순간에 만지려는 도박성 '대
박' 게임이 아닌 문 화로 이해하는 게 가장 좋다"며 "인생역전과 대박에만 관심을
기울일 게 아니라 로또의 긍정적인 측면, 조성되는 공익기금과 유익성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