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of Dreams poster.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upload.wikimedia.org%2Fwikipedia%2Fen%2Fthumb%2F6%2F6b%2FField_of_Dreams_poster.jpg%2F220px-Field_of_Dreams_poster.jpg)
정말 오래 전에 한국에서 봤었는데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 올라와 다시 봤네요.
1989년에 나왔다니 거의 30년 전 팬터지영화...
30대 초반이었던 케빈 코스트너의 젊은 얼굴이 참 매력적입니다.^^+
영화는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한 레이가
자신의 옥수수 농장에서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되지요.
If you build it, he will come.
아무리 둘러봐도 이 문장을 말하는 사람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입니다.
그에게만 들리는 소리.
드디어 그에게 무엇을 지어야하는지가 보여집니다.
야구장.
그가 우상처럼 받들었던
이미 세상을 떠난 오래 전 야구영웅 조 잭슨의 얼굴도 보이고.
그의 아내와의 대화에서 그는
자신의 밋밋하고 아무것도 한 것없는 삶이
자신의 아버지와 같아지는 것같아 두렵다고 합니다.
정신나간 짓이겠지만 야구장을 짓고 싶어하는 거지요.
심은 옥수수들을 밀어부치고 말입니다.
아내 에이미가 그럽니다.
꼭 그래야겠다면 해야지.
드디어 그는 저축했던 돈을 모두 털어 야구장을 짓습니다.
그리고 어느 한 날 그가 환상처럼 보았던 조 잭슨
벌써 세상을 떠난 그가 그곳에 나타나고
그렇게 이미 고인이 된 다른 추억의 야구선수들도 나타나
그곳에서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며 즐거워하다가
옥수수밭으로 사라지곤합니다.
하지만 야구장 면적에 해당하는 옥수수 수확이 줄어 농장을 잃을 수도 있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고
그런 그에게 다시 목소리가 들립니다.
Ease his pain.
누군지 모르지만 그 누구의 고통을 없애주라는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것이 유명했던 작가 테렌스 맨임을 발견하고
거의 2000km를 자동차로 달려 그를 찾아내고
간신히 그를 야구장에 데려갑니다.
야구 경기를 보던 중에
다시 들리는 목소리
Go the distance.
그러면서 또한 명의 야구선수인 Moonlight Graham의 이름이 전광판에 보이지요.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들이 그에게는 아주 또렷하게 나타나는 겁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목소리를 들은 사람이 레이만이 아니었음을 발견합니다.
레이가 거의 납치하다시피 야구장에 데려갔던 테렌스 맨도 들었던 것.
두 사람은 또 먼 길을 운전해 문라이트 그래햄을 찾아가지만
그는 벌써 십여년전에 세상을 떠나버렸음이 드러납니다.
그런 사실에 의아해하다가 혼자 밤 산책을 나선 레이
갑자기 바깥 풍경이 거의 이십년 전의 모습입니다.
영화관에 올해의 유명영화라며 God Father가 간판에 걸려있고
자동차 번호판의 연도가 1972년.
그리고 저 앞에 우산을 짚고 길을 가는 노신사가 보입니다.
쫒아가 말을 걸며 레이는 그가 바로 문라이트 그래햄임을 발견하지요.
야구선수의 꿈을 정말 목전에 놓고 야구를 그만두었던 그에게 그 이유를 듣고
이제 그 아쉬웠던 꿈을 이룰 곳이 있으니 그가 사는 곳으로 가자고 권하지만
그래햄은 사양하고 맙니다.
아내 에이미에게 대출금을 못내서 농장이 경매에 넘어가게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향하는 레이를 따라 테렌스도 같이 아이오와로 향합니다.
도중에서 아주 젊은 야구지망 청년 하나를 차에 태웠는데
그의 이름이 아치 그래햄.
바로 문 라이트 그래햄의 젊은 모습임에
레이와 테렌스는 서로를 쳐다봅니다.
집에 도착하자 보이는
실제와 똑같은 야구선수들의 유령들을 보고 테렌스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청년 아치 그래햄은 메이저 선수들의 초청을 받고 흥분해서 구장에 들어섭니다.
그 유령들을 보지 못하는 에이미의 오빠가 그곳에 옵니다.
경매에 넘어가기 전에 자기 사업파트너에게 농장을 팔라는 겁니다.
그나마 돈을 조금은 건질 수 있기 위해서 말이지요.
그는 그 야구 전설인물들을 보지 못하기에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레이가족들이 이상하고 어이없을 뿐입니다.
그런데 대여섯살 쯤 되는 레이의 딸 캐런이 그럽니다.
농장을 팔지 마세요.
사람들이 올 거예요.
야구를 보러.
어린 시절에 봤던 야구선수들을 보기 위해서.
완강하게 농장을 팔라고 권하는 처남
팔지 말라는 딸
이제는 테렌스까지 나섭니다.
농장을 팔지 마라.
사람들이 올 거다.
돈이 들어올 거다.
드디어 레이가 선언합니다.
안 판다.
기가 막혀하는 처남이 조카 캐런을 잡아 흔들다가
그만 캐런은 높은 곳에서 땅에 떨어져 의식을 잃고 맙니다.
놀래서 응급차를 부르려는 캐런의 엄마 에이미
그녀를 말리며 레이가
둘러서있는 선수들 사이에서 아치 그래햄를 바라봅니다.
그는 야구 선수를 그만 둔 후에 의사가 되어 평생을 일했었거든요.
드디어 아치 그래햄이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 세계와 다른 세계를 나누는 금처럼
자갈로 된 야구장 경계에서 멈칫 합니다.
드디어 땅으로 그가 손에 들었던 글러브가 떨어지고
아치의 운동화 신은 발이 그 자갈 경계를 들어서자
그 운동화 대신 구두와 양복바지가 나타납니다.
이제 늙은 모습의 의사 문 라이트 그래햄이 진료가방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오다.
캐런을 진맥하고
일으켜 앉힌 다음 등을 두드리자 캐런은 기침을 하며 기도를 막고 있던 소세지를 토해냅니다.
그런 그래햄과 야구 전설들의 모습을
드디어 보게 되는 처남
이 사람들이 어디서 왔냐고 묻습니다.
정말 신기해하면서
이제 그도
농장을 팔지 말라고 하지요. ㅎㅎ
작가 테렌스는 유령선수들의 초청을 받아 옥수수밭으로 들어가고
집으로 향하던 레이는 저쪽에 보이는 유령선수 한 사람에 눈이 꽂힙니다.
그는 바로 레이의 아버지였습니다.
아주 젊은 모습의 그의 아버지 존.
세살 때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 손에 자랐는데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와 냉담한 마지막을 가졌기에 마음에 한이 있었던 레이.
그 아버지가 전혀 만나보지 못했던 자신의 아내와 딸을
그에게 소개합니다.
그리고 그 젊은 아버지와
어렸을 때 했던 공 주고받기를 합니다.
어두운 야구장에 불이 환하게 켜지고
이제 헤드라이트를 켠 차들이 그곳에 오기 시작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도록 꼬리를 이은 자동차의 행렬이 그곳을 향해 오고 있음이 보이고...
환상적인 지어낸 이야기이지요. 그래서 팬터지 영화.
그런데 그곳에도 진실이 있는 겁니다.
자신만이 듣는 소리가 있고
자신만이 보는 것들이 있다는 것.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소리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가슴의 소리와 보여짐을 무시하고 살기도 하는군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럴 수 없어 따르구요.
남들이 볼 때는 미친 것같지만
그래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메세지들이 있다는 겁니다.
한 번에 모두 들리고 보여지는 것이 아니구요.
한 단계를 따르고 나면 그 다음이 보이고 들려지는 것.
글 쓰는 작가 테렌스 맨을 생각해봅니다.
어느 시대 상황에서 정말 좋은 글을 썼었지만
시대가 변하니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집니다.
그럴 수 있지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생활을 보장 받지 못하자
그만 펜을 꺾고 맙니다.
은둔하고 말다.
아마 그런 세월을 충분히 보낸 걸까요?
다시 글을 쓰고 싶어지는 상황을 만나는 겁니다.
레이를 만나고
야구장에서 목소리를 듣고, 전광판에서 믿을 수 없는 기록을 접하고
문 라이트 그래햄에 대해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기적의 야구장을 보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던 전설같은 야구 인물들을 보자
다시 글을 쓰고 싶어지다.
그런 때가 있는 거지요.
침묵할 때
말할 때.
그런 계기를 만날 때가
오고
간다.
레이가 그 목소리를 따라 야구장을 짓느라고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 것처럼
그러다가 구함을 받는 것처럼
가슴에 주어지는 것을 따르면서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구함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위기를 감수하지 않으면
엄청난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안전을 추구하는 삶에서는
감격을 얻을 수 없는 일.
이 영화처럼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것이 많습니다.
레이처럼 정말 현명하면서 협조적인 배우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똑똑하면서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해야할 일은 하라'고 말해주는 파트너.
말도 안되는 꿈을 쫒는 남편을 위해 여행을 위한 짐을 싸주는 여자.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파트너.
용감하고 지혜로워서
필요한 때 적절한 조언을 주는 사람.
믿어주는 사람.
영화처럼 다시 한 번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요?
잡을 듯하다가 놓쳐버린 꿈을 다시 이룰 기회
놓쳐버린 사과를 하고 화해를 할 기회
떠나간 그리운 얼굴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
같이 하고 싶었던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
이 영화에서 아직 어린 소녀 캐런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아빠가 지었지만 텅 비어있던 야구장에
맨 처음 조 잭슨이 나타났을 때 캐런이 가장 먼저 발견했거든요.
여러명의 야구 전설들이 그곳에 등장했을 때도
캐런이 그것을 아빠에게 알려주었구요.
농장을 팔지 말라고 말한 것도 어린 캐런이었습니다.
모두가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기에
어린 시절에 보던 사람들을 보기 위해
젊은 시절에 보던 경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그곳에 올 것이라고 말한 것도 캐런.
사실 그런 사람이 있단 말입니다.
남들보다 먼저 보는 사람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것을 먼저 생각해내는 사람.
참...
이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불러내는 영화입니다.
감동해서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도 지어지는 영화.
오랫만에 보니
참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잊었던 친구를 만난 듯...
그리고 돌아봅니다.
나는
무슨 소리를 들었던가?
무엇을 보았던가?
사실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소리를 듣고
자기만의 보여짐을 경험한다고 믿거든요.
그러니
나는 무엇을 들었는가?
무엇을 보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따라왔는가?
그것을 위해
무엇을 잃었는가?
그것 때문에
무엇을 얻었는가?
눈을 감고
잠깐
숨을 멈춰봅니다.
......
첫댓글 문득 님의 블로그를 들어가고 싶군요.
윤허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까르미나님 스크랩글에 원문보기를 눌러 들어갔었구만요.
무슨 허락이 필요할까요?^^
하지만 제 카페에는 까르미나님이 안좋아하실 글들이 많이 있어보이는디요.ㅠㅠ
@보리심 보리심님 블로그는 비공개로 되어 있습니다요~~
@까르미나 이상하군요. 카페 공개설정에서 공개로 해놓았는데...
대표이미지 부분에 비공개로 되어있군요. 바꾸려고해도 안되구요.
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