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학 학담암-포철의 혼(5.13a) 완등기
지난주 아쉽게 포철의 혼 완등을 놓쳤다. 토요일에 3번을 시도했고 일요일에는 5번을 시도했다. 토요일에는 1년 전에 톱로핑으로 한 번 했지만 무브는 기억이 안나고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고 왔지만 실제 등반해보는 것과는 또 달라서 무브를 풀고 만드는 일에 집중했었다. 일요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무브를 정리하고 힘을 배분해가며 완등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3번째 시도에서는 크럭스 구간을 다 풀고 마지막 왼손턱 홀드를 거의 잡을 듯 하다가 추락했다. 4번째 시도에서는 크럭스 시작 구간인 작은 오버행 턱에서 일어서다가 추락. 오늘은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포기하려 했는데 원식이가 완등하는 걸 보니 또 욕심이 나서 한 번 더 시도. 그러나 마지막 크럭스 구간을 넘지 못하고 또 추락. 아쉽게 다음 기회를. 다음 주에 또 오려고 퀵드로를 회수하지 않고 그냥 걸어두었다.
1박 2일로 죽장 학담암 등반. 10시부터 중앙벽이 그늘이 졌기에 그 시간을 맞추려고 8시에 부산에서 출발했다. 지난주보다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하천의 물 수량도 많이 줄었다. 이번주에는 원식, 석우까지 3명이 함께했다. 등반가들도 적어서 한적하게 등반을 할 수 있었다. 신의 아들(5.12a) 루트로 몸을 풀었다. 몸이 덜 풀려서 그런지 온사이트를 했던 저번주 보다 어렵게 느껴진다. 이러면 안되는데.
포철의 혼 오늘의 첫 번째 등반. 의외로 크럭스 구간 끝까지 무난히 진행. 마지막 왼손턱까지도 잡았다. 오른손 옮겨와서 위쪽의 크림프 홀드도 잡고 발 자리를 찾는데 양손 모두 힘이 빠지는 느낌. 왼손으로 다음 홀드를 찾다가 그대로 추락. 오마이갓. 다됐다고 생각했는데.
포철의 혼 두 번째 등반. 크럭스 끝나는 구간까지는 잘 갔다. 마지막 구간에서 발 자리를 고민하다 동작이 버벅대고 힘이 빠지면서 아쉽게 또 추락. 휴식 시간이 좀 짧은 듯도 했다. 크럭스 마지막 무브를 조금 더 편하고 쉬운 동작을 찾기 위해 몇 번 연습을 더 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해봐도 다 일장일단이 있는 듯 하다.
일단 좀 많이 쉬자. 점심도 간단히 먹고.
포철의 혼 세 번째 등반. 몸과 마음을 비우기 위해 화장실도 다녀왔다. 등반지에 있는 간이 화장실치고는 여기가 제일 깨끗하다. 석우가 포철의 혼을 먼저 등반하면서 솔질로 청소까지 잘 해준다. 감사.
초크를 대량 보충해서 출~발. 배불뚝이 오버행 가기 전에 양팔을 풀면서 휴식. 석우처럼 위쪽에서 휴식을 했는데 늘 아래쪽에서 하다가 위에서 하니 다음 진행 동작이 또 어색해져서 다시 밑에서 하던데로 다시 한 번 휴식. 한 번씩 잘 못잡고 떨어지는 크럭스 시작 구간인 배불뚝이 오버행에서 무난하게 왼손 언더홀드를 잡고 잘 일어섰다. 오른손 언더를 잡고 왼손을 한 번 풀어주고, 그 반대로 또 오른손도 한 번 풀어주고. 처음에는 여기서도 언더홀드와 발 지점을 못찾아서 힘을 많이 소비했는데 이제는 팔을 풀어주는 여유도 생겼다. 위쪽의 왼손 사이드와 다시 오른손 언더를 지나서 왼쪽 날개를 잡고 몸을 카운트 발란스로 만든 다음 클립. 키 큰 분이 밑에서 다리를 벌려 클립하는 걸 보고 따라 해보려다가 그냥 하던데로. 왼손 날개 잡고 클립한 이후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무브가 서로 다른 것 같다. 오른손으로 가슴팍의 조금 흐르는 홀드를 잡고 왼손으로 조금 더 왼쪽 위의 사이드 홀드를 잡고 그 위쪽을 크림프로 잡고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고 개스통으로 잡고 레이백으로 진행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사이드를 잡고 클립 후에 카운트 발란스 상태에서 왼발, 오른발을 조금 더 올려서 위쪽의 중간에 있는 사이드 홀드를 오른손으로 개스통으로 잡고 오른쪽으로 누우면서 위쪽의 조금 날카로운 사이드성 홀드를 왼손으로 잡고 왼발을 무릎위에까지 올리면서 오른손으로 그 위쪽의 작은 크림프를 잡고 다시 투테이크로 그 위쪽의 양호한 크림프 홀드를 잡고 바로 왼쪽의 사이드 홀드를 잡고 클립을 했다. 클립 후에 왼손 사이드와 아래쪽의 크림프 홀드를 잡고 각각 한 번씩만 팔을 풀어줬다. 많이 쉬어도 힘들 것 같아서. 요즘은 등반하면서 계속 영상을 찍으니까 동작들을 복기해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팔을 한 번씩 풀어주면서 초크를 듬뿍 발랐는데 너무 많이 발라서 미끄러운 감이 있어서 잽싸게 입으로 불어서 초크를 털어냈다. 이전 등반에는 초크를 바를 틈이 없어서 홀드가 미끄러웠던 것 같기도 한데 역시 너무 많이 발라도 미끄럽다는 사실.
그리고 계속 고민했던 마지막 무브. 왼손을 먼저 더 올려 위쪽의 둥그스럼한 사이드 홀드를 잡고 오른발 백스텝. 오른손 바깥쪽 첫 번째 사이드 그리고 투테이크로 더 위쪽 사이드 잡고 몸을 끌어올렸다. 왼발을 올려 딛고 오른발을 바깥쪽 사이드로 자연스럽게 내딛었다. 이 동작을 처음한 것 같다. 그리고 왼손을 조금 더 오른쪽에 있는 각진 사이드를 잡았다. 등반 중에는 왼손을 이 홀드로 옮겨 잡았다고 생각을 안했는데 영상을 보니 자연스럽게 옮겨잡고 있었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한 번 더 위쪽의 사이드 홀드 잡기. 오른발 안쪽으로 갖고 와서 조금 더 높은 지점에 딛고 왼발을 힐훅 그리고 왼손 위쪽의 턱에 아주 살짝 런지. 그리고 왼발 오른발 균형을 잡고 정리하면서 오른손 위쪽 턱의 크림프 잡고 왼손 아래쪽 왕건 홀드 잡고 휴식. 와우 이제는 정말 끝낼 수 있겠구나. 그 위로는 왼쪽의 사이드 홀드를 잡고 일어서면 더 위쪽으로 수평 턱을 잡을 수 있다. 클립 후에 위쪽으로 진행하면 왼손 사이드 홀드와 오른손 양호한 언더 홀드. 다시 왼쪽의 사이드 홀드를 잡고 더 위쪽에는 안쪽으로 손가락도 들어가는 좋은 홀드를 잡을 수 있다. 더 왼쪽 위쪽으로 왼손 양호한 홀드를 잡고 마지막 짧은 휴식. 오른발을 턱까지 올리면 키 큰 사람은 여기서 클립이 가능. 드디어 완등.
12번의 시도 끝에 포철의 혼을 완등했다. 13a루트 치고는 개인적으로 적은 시도에 완등했으니 나름 고무적이다. 처음에는 구간구간 무브도 잘 만들어내지 못했고, 연속되는 오버행 크럭스 구간이 길어서 휴식할 곳도 못찾았다. 상단에서 번번이 추락했던 이유도 펌핑을 막을 수 있는 휴식 지점을 못찾았던 탓이 컸다. 그러나 등반을 거듭할수록 무브가 자연스러워지고 힘이 비축되면서 휴식 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다. 배불뚝이 크럭스 구간 진입 전에 휴식은 당연한 곳이고. 나의 경우는 그렇다. 쉴 수 있으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장년부는 다 그렇지 않나? 하하하. 배불뚝이 작은 오버행 위에서 왼손, 오른손 언더 홀드를 잡고 번갈아가면서 초크도 바르고 휴식하면 이후에 이어지는 무브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마지막 크럭스 구간인 상단의 사이드 홀드를 잡고 클립하기 전까지는 쉴 틈이 없다. 상단 사이드 홀드를 잡고 클립 후 오른쪽 아래의 비교적 양호한 크림프와 번갈아가면서 잠시 양손을 쉬게 하면 꿀맛같은 휴식이라고 할까. 오래쉬면 더 해로울 듯. 포철의 혼은 강력한 파워가 필요하지는 않은 듯 하다. 그렇다고 지구력만 있어서도 안될 것 같고. 그 중간 지점인 파워지구력이 필요한 루트인 것 같다. 2주전 일요일에는 암벽화에 줄을 세워야 할 정도로 붐볐다. 재미있는 루트이고 인기 루트이다. 실내 암장에서 비슷한 무브를 만들어서 연습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내 암장에서 무브를 만든다음 등반 영상을 찍어두니 다음에 연습할 때 홀드를 잊지 않고 좋았다. 등반 영상 촬영은 정말 추천할만한 일이다. 다른 이에게 찍어달라고 하면 부담스럽기도 하고 민폐가 되기도 하니 나의 경우는 삼각대에 휴대폰을 고정한 후 루트의 아래부터 완등 지점까지 화면을 크게 세팅해놓고 등반 전에 촬영 버튼을 눌러놓고 시작한다. 등반을 마치고 하강하면 스스로 정지 버튼을 누른다. 그러고 나면 등반 전과 등반 후에 5~8분 정도 분량으로 더 찍힌다. 요즘 휴대폰 용량이 커서 별 무리는 없다. 화면을 루트 전체로 세팅해서 찍다보면 올라갈수록 등반자가 작게 나오는데 요즘 카메라 성능이 좋다보니 동영상이 확대가 되어서 크게 볼 수도 있고 나중에 크게 해서 편집도 가능하다. 물론 외국 유튜브에서 전문가들이 보여주는 멋진 동영상을 따라 갈 수는 없지만 개인 소장용이나 무브를 복기하고 혹시 다른 이에게 참고가 되는 것에는 불편함이 없는 것 같다.
토요일에 목표로 했던 포철의 혼을 완등했기에 남은 시간은 즐거운 방과후 활동. 별책부록으로 환상(5.12c)을 시도했다. 포철의 혼 등반을 위해 온 힘을 쏟은 탓인지 환상 첫 번째 시도에서는 “애고, 이건 더 어렵네.” 하는 생각 뿐. 어느 블로그에서 봤던 환상 루트에 대한 재미있는 글이 생각난다. 시작과 끝부분은 쉬운데 크럭스 부분이 어려워서 ‘환장’한다고. 특히 유튜브 동영상에서 보았던 오버행 턱 밑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는 지점이 어려운 것 같다. 언더 홀드를 잡고 들어가려고 해도 들어가기도 힘들고 양손을 번갈아가면서 쉬려고 해도 쉬어지지 않고 펌핑이 더 온다.
토요일 저녁 포철의 혼 완등 기념으로 집에서 10년을 묵혀두었던 발렌타인 30년산을 맥주와 함께 마셨다. 몇 잔 먹었더니 벌써 그로기 상태. 덕분에 일찍 잤는데 일찍 자다보니 새벽에 깼다.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는 바람에 부랴부랴 플라이를 쳤는데 텐트 성능이 워낙 좋다(?)보니 물이 마구 들어온다. 텐트 바닥은 또 왜 그리 성능이 좋은지 들어온 물이 안나간다. 한밤중에 수해복구를 하느라 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니 컨디션은 엉망이었다. 이튿날 일요일에는 포스코 산악회에서 암장을 보수했다. 환상 루트도 보수를 해서 오늘은 더 이상 환상적인 등반은 안되겠네 싶어서 박쥐(5.10a)에서 몸을 풀고 이름도 멋진 풍만한 앞가슴(5.12c)을 등반했다. 길도 확실치 않고 오버행 위의 볼트도 녹이 많이 쓸고 옆 루트로 우회해서 앵커에 줄을 걸고 이루트는 포기. 내려와서 센언니(?)들의 발레리나(5.12d) 등반을 구경했다. 새로 개척한 루트인 것 같은데 루트가 짧아서 난이도 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잘하는 언니의 동작을 보니 거의 발레리나 수준이다. 다시 중앙벽으로 가니 환상의 개보수가 끝났다. 오늘 컨디션 난조로 몸도 안풀던 원식이가 몸풀이겸 환상을 퀵드로를 걸면서 바로 등반했다. 원샷원킬(온사이트는 아니고 어제 3, 4번 등반하고 오늘 한 번에). 바로 완등을 해버렸다. 축하축하. 원식이의 완등에 동기 부여가 되어 나도 2번째 등반. 오버행 밑에서 퀵드로 걸고 언더를 잡고 버티다가 나와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추락. 역시 오버행 아래에서 쉬어야 하는데 쉴 수가 없어 힘들다. 오버행 나와서 오른손 크림프 잡고 위쪽의 언더가 또 힘들다. 오늘은 그 위쪽의 칸테에 올라서서 오른손 뻗어 사이드 잡는 동작도 어렵다. 오늘은 환상 루트도 인기가 많다. 루트를 보수하던 포스코 산악회 키크신 분이 환상 루트를 등반하는 것을 관찰했다. 키큰 사람이 오버행 밑에서 어떻게 하는지. 어라, 그런데 오버행 밑에서 다른 홀드를 잡고 팔을 번갈아가면서 쉰다. 저기 다른 홀드가 있었나. 벤치마킹을 해야지. 이제는 집에도 가야겠고 환상 3번째이자 마지막 시도. 3번째 등반하니 아래쪽 부분도 그렇게 힘을 많이 안들이고 진행이 된다. 오버행 아래 들어가면서 벤치마킹하고자 했던 각져 보이던 작은 홀드를 찾아 당겨보았다. 의외로 홀드에 힘이 간다. 발자리를 잘 정리하고 이 홀드와 원래 사용했던 언더 홀드를 번갈아가면서 팔을 풀 수 있었다. 팔을 풀고 오버행을 나와서 칸테의 크림프, 그리고 위쪽의 언더 홀드 그리고 그 위의 오른손 런지와 왼손 크림프 그리고 칸테에 올라서 무릎앉기, 그리고 오른손 먼 사이드 홀드까지 진행이 되었다. 별 욕심없이 붙었는데 크럭스를 지나버렸다. 이후에 힘이 좀 딸리긴 했지만 위에는 비교적 홀드들이 좋아서 결국 완등. 어제, 오늘 한골씩 멀티골을 달성했다.
죽장 학담암은 중앙벽이 오전 10시 이후로는 해가 들지 않아서 여름철 등반지로 좋다. 물놀이까지 가능하니 캠핑하기도 좋고. 화장실도 깨끗해서 굿. 지난 2주간 목표로 했던 포철의 혼도 완등하고 별책부록으로 환상까지 완등했으니 이 보다 좋을 수는 없다. 함께 등반했던 원식, 석우에게 감사.
여름에는 등반 마치고 먹는 빠삐코 맛이 일품이다.
<완등 영상 참고하세요.>
첫댓글 멋집니다. 형님~
민수,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