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 솔갈비 산길에서 .. (261번째 산행기) ㅇ일시: 2009년 02월 15일 일요일 ㅇ날씨: 아침에는 맑았으나 점점 흐림 (눈오다가 그침) ㅇ산행자: 영원한 산친구 그리고 나 ㅇ산있는곳: 全北 南原市 巳梅面, 大山面 淳昌郡 東溪面 ㅇ산행코스: 혼불문학관-호성암터(마애석불)-계관봉-노적봉-풍악산-응봉-423.4m봉-비홍재
ㅇ12:37-무명 봉우리 (2시방향 길을 버리고 좌측 11시 방향으로 내려감. - 고도 570m) ㅇ07:40 남원IC
산행이야기.. 지난주는 경상도(경북 군위)를 다녀왔으므로 이번주는 전라도로 가자는 아내의 말에 전라도 산을 물색한다. 오늘도 존경하는 부산의 산꾼이신 문종수님의 홈피에 들어가 남원의 풍악산 이란 산을 사이버 쇼핑하게 되는데 문종수님 코스보다 월간 산지에 실린 혼 불문학관에서 비홍재까지 종주코스가 더 마음에 들어 종주산행을 하기로 아 내와 합의한다. 세벗아우님 같은 풍류산객은 산을 많이 타는 것이 능사가 아 니라고 말하지만 서너시간 산행하는 것은 시쳇말로 쉼에 차지 않고 기름값도 아낄겸 한 방에 끝내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
5년전인 2004.9.26 비홍재에서 시작하여 문덕봉~삿갓봉~고리봉을 산행한 적 이 있었는데 고리봉에서 북진, 남원의 서쪽을 감싸며 삿갓봉, 문덕봉, 응봉, 풍악산, 노적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남원 산악인들이 '부흥산맥'으로 부 르고 있다고 하니 오늘 산행으로 '부흥산맥'을 마스터 하는 셈이 되겠다. 월간 산지에서 7시간 30분 코스라 산거북이 우린 최소한 9시간은 걸릴 것 같아 5 시에 모닝콜이 울리고 통영대전고속도로 경유 88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에서 썰렁한(?) 우동으로 아침을 때우고 나온다. 이렇줄 알았다면 산청휴게소에서 먹고 올걸 그랬다. (88고속도로 휴게소는 대부분 썰렁하니 참조하시기 바람)
남원 나들목을 빠져 나와 곧이어 나타나는 남원교차로에서 전주방향 우회전 1분 후 나타나는 백공산사거리에서 전주방향 다시 우회전하면 춘향터널이 나 타나고 춘향터널 지나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철길굴다리 밑으로 통과하여 조금달리면 혼불문학관 안내판이 나타난다. 이 안내판에서 우회전한 후 잠시 후 다시 좌회전 하면 혼불문학관으로 진입할 수 있다. 그런데 춘향터널 지나 사거리 못미친 지점에서 짙은 안개로 차 두 대가 충돌하여 렉카 차가 출동한 것이 보였다. 짙은 안개 바람에 만약 네비게이션 없었다면 찾아오기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사진에다 대고 클릭한 후 다시 우하단 마크에 클릭하면 보다 큰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08:03>
난방까지 되는 수세식 화장실에서 용무를 마친 후 산행준비를 하고 다시 계단길을 올라가니
어디로 이동해야 산으로 붙는지 도통 알 수가 있나? 물어볼 사람도 없고..
천추락만세향(千秋樂萬歲享)이란 글이 새개진 돌에는..
서북으로 비껴 기맥이 흐를 염려가 놓였으나, 마을 서북 쪽으로 흘러내리는 노적봉과 벼슬봉의 산자락 기운을 느긋하게 잡아 묶어서, 큰 못을 파고, 그 기맥을 가두어 찰랑찰랑 넘치게 방비책을 강구한다면 가히 백대 천손의 천추만세향을 누릴만한 곳이다. 하고 이르셨다. -혼불 中에서- 라고 적혀있다. 즉 이곳이 그만큼 길지라는 뜻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무작정 갈 수 밖에 없는데 혼불문학관 우측으로 산길이 보여 그리로 꺼떡꺼떡 올라가니 묘지가 나와 여기가 아닌가벼? 하며 도로 내려와 논밭을 가로질러 산쪽으로 올라오니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터널이 나타난다. 터널 위로 길이 보이고 능선이 연결되어 있어 옳치! 저리로 가면 되겠다 싶어 신발에 흙을 덕지덕지 묻히면서 올라가니 묘지들이 나타나고 아무리 둘러봐도 등로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당황한 일이!
속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데 그와중에도 운해처럼 깔린 안개속 풍경이 아름다워 한 컷 찍고 조금 내려오다가 남원택시 (미리 적어온 전화번호) 기사님께 전화를 걸어 길을 물어 보니 모른다는 실망스런 답변을 듣고 할 수 없이 빽하기로 결정한다. 산도 타기전에 이 무신 헤프닝이란 말인가!
이리로 갔더라면 슬슬동풍길이었는데 "보지는 조지요, 자지는 만지라" 라는 어느분의 말씀이 참으로 명언이구나. 선답자의 산행기를 단 한번이라도 보았더라면 40여분의 알바는 없었을 것을.. (월간 산지 하나만 읽음.) 여기서 보지=補知 자지=自知 이니 즉 누가 가르쳐 주어서 아는 것은 조지(早知)요. 일찍 깨닫고 스스로 깨닫는 것은 만지(晩知)라. 늦게 깨닫는 다는 뜻이니 보지가 좋은 것인지? 자지가 좋은 것인지?
아까 우리는 저 짙은 안개속에서 우왕좌왕 했던 것인데 신기하게도 이곳은 맑음 그자체다. 보이는 저 능선으로 길도 없는 산길을 치고 올라갔더라면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산행기가 탄생하겠지만 참고 산행기는 될 수 없으리라 장차 고속도로가 될 길을 가로질러 조금 올라오니 진짜 들머리가 나타난다. ^^
봄 철(2월1일~5월 15일), 가을 철(11월1일~12월 15일)은 통제기간이며 위반시 과태료 10만원이란 남원시장의 통제 안내판이 보인다. (오늘은 이런 통제안내판 마저 반갑다.)
호성암은 한국전쟁 때 소실돼 흔적이 없고 넓은 터에 물맛 좋은 석간수가 목마른 중생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거대한 암벽에는 고려 초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원형이 잘 보존된 마애불상(전북문화재 제146호)이 새겨져 있는데, 4.5m의 활짝 핀 연꽃을 두 손으로 받들고 명상에 잠겨 있는 듯한 모습에서 평온함이 느껴진다. -월간 산에서 발췌-
노적봉 팻말이 가리키는 우측으로 진행하니 허름한 움막하나가 나타난다. 무속인의 것이라 추정되는 잡동사니가 나뒹굴고 있는 볼썽사나운 움막을 지나니 등로가 옆길로 새는 것 같아 또 알바구나 하여 마애불로 돌아왔지만 이길 말고는 길이 없다. 그래서 다시 옆길로 하산길 같은 길로 걸어가니 등로가 좌측으로 꺾이면서 산길 오름길이 이어진다. ^^
9시 48분. (고도 455m 지점)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니 혼불문학관과 남원시 사매면 풍경이 펼쳐져 한 컷 찍는데 12-24렌즈로는 당겨지지않아 따로 준비한 18-200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로 당겨본다. 줌 촬영을 위해 오늘 카메라 두 대를 가지고 왔는데 결과론이지만 두 컷 찍었다. ㅠㅠ 이곳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은 나중에 계관봉에서 찍은 사진에 밀려 탈락되었다.
10시 00분. (고도 520m지점) 주능선에 올랐다. 이곳에서 가야할 길은 좌측인데 우측으로도 길이 보이는 것으로 보면 아까 치고 올라왔으면 길은 연결되었을 같다는 생각이든다. 하지만 그쪽은 리본이 하나도 없고 우리가 올라온 방향으로는 광주산가족 등 리본이 몇 개 걸려있어 혼불문학관으로의 하산길을 알려주고 있다.
오늘 산길은 솔갈비가 깔린 폭신폭신한 산길이라 촉감이 참 좋다. 피톤치드향도 나고.. ^^ 소 뿔다구 같은 기암을 지나자 편평한 암릉지대가 나타는데 이곳이 바로 계관봉(닭벼슬봉)이다.
(이 한 장의 사진을 찍기위해 카메라 두 대를 가져왔다. 18-200을 장착한 카메라로 촬영) <10:19>
"질매재 라는 이름이 참 많은 것 같다" 고 (나는 모르겠는데..) 질매재에 오니 별다른 표식이 없고 탈출로가 보이는 것으로 질매재임을 확인한다.
좌측으로 하산길이 보이는데 이길이 문종수님 일행이 올라오신 길이다. 참고로 노적봉은 순창군 동계면과 남원시 사매면, 대산면의 중심에 있으니 삼면봉인 셈이다. 즉 좌측 길은 사매면과 대산면을 가르는 면 경계인셈.
좌측 사면길에 리본이 많이 매달려 있고 직진 오름길에는 없지만 사면길로 가다가 치고오른 경험이 있기에 그리 높지 않아 직진하는데 결국 봉우리 못 미친 지점에서 좌측 사면길 쪽으로 이동하게끔 길이 유도를 한다. 누군가가 흰비닐끈으로 마치 가는 길을 인도라도 하는 양 매달아 놓아 그길을 따라 내려가니 좌측 사면길과 합류하게 되었으므로 헛심만 쓴 꼴이다. 쩝쩝.. 잠시 후 암릉지대가 이어지는데 암릉지대는 크게 어려운 것이 없고 로프지대도 없고 우회길이 잘 나있어 그런대로 슬슬동풍길이다. ^^
동계면 수정리와 대산면 길곡리를 잇는 신치다. 예전에 동계면 사람들이 남원장터를 오가던 제법 큰 고개라던데 지금은 신경을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아무 특징이 없는 고개길이다.
여수에서 왔단다. (30여 명) 오늘 처음 만나는 산님들이라 무척 반갑다. 어느분께서 어디서 올라왔냐고 물어 혼불문학관에서 올라왔으며 비홍재까지 갈 계획이라 내가 말한다. 다시 내가 어디까지 가십니까? 하고 물으니 그분 왈' "우리는 이제 내려갑니다. 올라와서" 하신다. 띠용~~ 몇 년전 거창 삼봉산에서 어느분에게 어디까지 가십니까? 하고 물으니 "차 있는데까지 갑니다." 하더니..흑흑..
아내도 안면이 있는지 오랜만에 보는 전일상호신용금고 정상석이라며 좋아한다. 이때.. 위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한 산님이 반대편에서 올라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서울 산악랜드 소속인 이분은 B조 선두였던 것.. 올라오자마자 이곳이 풍악산이 맞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본인과 일행은 응봉을 풍악산 정상으로 알고 쌔가 빠지고 올라갔다가 이리로 왔다며 본인과 몇 몇은 B조고 A조는 비홍재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곳(비홍재)에서 타는 사람들을 산에 미친 사람들이라 말한다. 우리도 비홍재까지 가는데.. ^^;;
암튼 이분 바람에 중요 포인트 하나를 놓치는데 바로 문종수님 산행기에서 본 풍악산 자연 정상석인 뫼 山字 모양의 돌이다. 한참 나중에서야 놓친 것을 눈치 채고 애석해 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고 집에와서 곰곰 생각하니.. 바로 내가 올라서서 가야할 능선을 찍었던 그 바닥의 바위가 뫼 山字 모양의 바위였던 것이다. (날씨가 좋으면 이곳에서 문덕봉~삿갓봉~고리봉까지 훤하게 조망됨.)
좌측으로 갈림길(첫 번째)이 나타난다. 지형도상에는 내령재라는 것이 있는데 이곳이 내령재인지 알 수는 없다. 버리고 직진한다.
잠시 후 12시 37분. 나의 고도계 570m를 가리키는 봉우리인데 '보리수산악회' '같이하는 산사람들' 등의 리본이 보이는 11시 방향 내림길로 내려간다. 다시 오름길이 이어지고 전방에 입석이 나타나는데 자세히 보니 흰 차돌이다.
8분쯤 올라가니 헬기장인 응봉 정상인데 시계가 제로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ㅠㅠ
등로가 우측으로 꺾이는 봉우리가 나타난다. 그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꺾어 내려와 다시 오름길을 올라가면 봉우리 같지도 않은 423.4m봉이 나타나고 잡목지대를 통과하면 시라재다.
시라재에서 다시 산길로 올라오면 잘 단장된 연안 김씨문중묘지가 나타나고 문덕봉 라인은 그제서야 살며시 얼굴을 내민다. 연안김씨묘를 지나 내려선 전치에서 다시 오름길이 이어지고 한동안 평탄한 능선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ㅠㅠ 하지만 그것도 잠시, 봉우리 오르기 직전 (고도 480m)에서 광주 산가족 리본이 보이는 2시방향 하산길로
내려오면 어느덧 비홍재에 이른다. ^^ 비홍재에서 택시기사님께 전화를 걸어 혼불문학관에서 차를 회수한 후 2004년 문덕봉~삿갓봉~고리봉 산행시와 2006년 견두산~천마산~깃대봉 산행시 들렀던 남원 '창학동 회관' (고급한정식당)으로 향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남원의 청학동회관은 옛날 그 맛있는 맛집이 아니었다. 5년 전과 불과 3년 전 만하더라도 추천맛집이었는데.. 중급식당으로 변했다.
오늘 산행은 초장부터 알바를 하지 않나 예상치 못한 복병(일기불순) 때문에 조망의 즐거움이 반감되었고 뒤풀이까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 썩 만족한 산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루종일 폭신폭신한 솔갈비 길을 걸었고 일명 '부흥산맥'을 완결했다는데 큰 의미를 둔다. ^^
<END>
|
출처: 이수영의 산행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이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