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없어요-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이끼를 거쳐서, 옛 탑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 수도 없는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녘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눈-김수영
눈은 살아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마당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낙화-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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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예날 고등학교때 국어 시간에 공부 했던 시가 다시 우리 건일이를 통해서 생각 나는구나. 알수 없어요.....
좋은시네 난 3번째시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가 좋다
이게 바로 오빠가 쥭어라고 외웠던 시? 좋다
참 좋은 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