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명이 붙어 있는 한 내 인생을 근본적으로 타파해서
석가모니처럼 부처가 되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서야 되거든.
그게 서지 않으면 성취되질 않아.
어디서 선방 한 철 날 때도 '이 철에는 내가 부처가 되겠다.
다른 모든 것은 필요치 않다.'고 하는 신념이 정립되어야 해.
이것이 정립되지 않고는 마음이 흔들려. 참선의 근본이 그것이야.
원을 세워 가지고서 '이번엔 기필코 견성성불(見性成佛)하겠다.'
그게 원성취(願成就)거든.
우리가 시장에 볼 일이 있어 가더라도 원이 있어서 가거든.
하다못해 쌀을 사오든지 소금을 사오든지 과일을 사오든지, 그 원을
성취하기 위해 장에 가는 게야. 원이 없이 그냥 가면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올 것 아녀? 모든 일이 다 그렇지.
- 서암스님의 '소리없는 소리' 중에서 -
소참법문(小參法門)-10
그러니 첫째, 확고한 원(願)이 서야 우리 수좌들에게 다른 것은 귀에 들릴
것도 없고 눈에 보일 것도 없을 것 아녀?
무슨 권리를 구하겠어, 무슨 재산을 구하겠어, 명예 건강을 구하겠어?
오직 구하는 것이 그것 하나뿐이야.
그러니까 그것 하나 이루기 전에는 아무 것도 구할 게 없지.
딴 데 눈을 팔 것도 없고 귀로 들을 것도 없고 오직 내가 꿈 깨려는
생각 하나 밖에 없는 거야.
그러한 태도가 확립이 되어가지고서는 과거 불보살이 가르쳐 준 것을
참조로 해야 되고 조사어록을 보고 선각자한테 이야기도 듣고,
아는 길도 물어 간다고 자꾸 탁마상성(琢磨相成)이 되도록 해야지.
없는 걸 새로 배우는 게 아녀. 이걸 자꾸 확인해 가지고 봐야 하거든.
예전에 회향스님이 자기는 그렇게 많이 알아 봐야 인생에 대해서 항상
쾌활하지 못하고 어딘가 초조하고 불안이 가시지 않는 거야.
그런데 육조스님은 글자 한 모르는 무식꾼이라는데 그 명성이 천하에
진동하고 거기서 많은 도인이 난다 하니, 참 굉장한 일이라 호기심이
나서 육조스님을 찾아 간 것이야.
"육조스님 계신 방이 어디냐?" 하니, 저기 윗방이라고 가르쳐 주기에
가서 문을 열고 인사를 하고 척 들어서려니까, 육조스님이 쳐다보고는
어느 학자가 교만스런 태도로 들어오니까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는 거야.
"어느 물건이 이렇게 왔느냐!"
그래 깜짝 놀라며 무슨 몽둥이로 정수리 한번 얻어 맞은 것 처럼
혼비백산이 되어 우두커니 서 있는거야.
어떤 물건이 왔다고 되질러야 되는데 꽉 막혀 버린거지.
오기는 용하게 왔어.
안 온게 아니여.
손 한번 내젓고 발 한번 내딛고
눈 반짝거리면서
길가에 오다가 돌뿌리 차서 넘어지지도 아니하고,
도랑물에 빠지지도 않고
지나가는 사람하고 이마 받치지도 않고,
용하게 오기는 왔거든.
이런 물건이 왔다고 탁 되질러야 할 건데
꽉 막혀버린거야.
- 서암스님의 '소리없는 소리' 중에서 -
소참법문(小參法門)-11
평생에 쌓은 학문의 금자탑이 무식꾼 육조스님 한마디에 다 도난당해
버린 거야. 빈털터리가 됐어. 많은 지식으로도 그것 하나 대답 못하니
어디 쓸거냐 말이여. 꽉 막혀 버렸어. 그러니까 평생에 자기가 제일
보배로 알고 갈고 닦고 해왔던 것이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 거여.
우주도 없고 막막한 거기에는 시비장단이나 어떠한 미동도 없이
모두 딱 끊어져 버리고, 오직 꽉 막힌 기막힌 대목이 탁 나타난 게지.
속담에 '혼 빠진 할머니 딸네 집 건네 보듯이 한다'고 우두커니
한참을 서 있었지.
육조스님은 눈 푸른 의사스님이니까 아무 소리 없었고,
학자도 그렇게 단지 문고리 잡고 서 있는 거여.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속으로 '저 어른하고 백 날 앉아 이야기해
보아야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하고는 오히려 발길을 돌린 거야.
아무런 얘기도 못하고 그렇게 돌아갔어요.
발길을 돌려도 이것 하나 탁 걸려 자기 밑천이 그것 하나밖에 남은
게 없어. 자기 지식 주머니는 저절로 무너져 도난당하고 빈 거지가 된
셈이지. 완전히 알거지여.
음식을 먹다가 목에 가시가 하나 걸린 것처럼 이 놈이 걸려 놓으면
삼키려고 해도 안 넘어가고 뱉으려고 해도 안 뱉어지는 거여. 무슨 일을
하든지 목 안에 답답한 게 탁 걸려 가지고 딴 게 들어서지 않는 거야.
모든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보아도 보는 것이 없고
들어도 들리는 것이 없는 거야. 가나 오나 앉으나 서나 밥 먹으나
무슨 얘기를 하나 그것은 잊혀지지 않아.
평생의 자기 재산을 송두리 채 빼앗아 버린 것,
그 한마디 문제가 딱 걸린 거야.
'어떤 물건이 왔느냐'고 한 그 문제가 딱 걸려서 잊을래야 잊을 수
없고 놓을래야 놓을 수 없는 거야. 놓아지질 않는 게지.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