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관망세가 두드러진다. 추석 이후 ‘미쳤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값이 급등해 주택수요자들이 추격매수에 부담감을 느끼는데다 11ㆍ15대책의 여파를 지켜보자는 심리도 확산돼서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그러나 일선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열 명 중 아홉 명 꼴로 내년 봄쯤 집값 불안 현상이 재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부동산 전문가들이나 청약현장에서 만난 수요자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다만 건교부 등 부동산 정책을 집행하는 곳에서는 여전히 ‘집값은 곧 안정될 것’이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내년에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 가운데 공통점이 많은 5가지와 이에 대한 정책 당국자의 반박을 소개한다.
3년간 수도권 누적 공급량 40만가구 부족
최근 만난 중견 주택건설업체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그는 “9월에 주변 시세보다 평당 500만원 가량 비싸게 나온 파주신도시내 아파트가 모두 팔렸다는 건 비 정상적인 일”이라며 “비싸면 안 팔려야 정상이고, 2001~2002년까지만 해도 새 아파트를 분양할 때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주변의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를 책정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발표한 ‘11ㆍ15주택 안정화 방안’자료를 내밀며 “수도권의 적정 신규 공급물량은 연간 30만 가구인데 2004년 20만가구,2005년 19만가구,2006년 10~11만 가구(추정) 등 2004~2006년 3년간 누적공급량이 ‘적정 규모’보다 40만 가구나 모자랐기 때문에 비싼 값에 내놔도 아파트가 팔리는 것이며, 수급불균형에 따른 집값 불안 현상은 당분간 지속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올 가을 수도권 전역의 집값이 크게 급등했던 것은 3년간 40만 가구나 ‘펑크’난 데 따른 부작용이 일시적으로 폭발한 것이며, 수급불균형은 당장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에 내년에도 집값 불안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말이다.
경기 용인 신봉동 L부동산 관계자는 “용인 성복ㆍ신봉동 일대에서 올해 분양될 예정이었던 아파트들이 대거 내년이후로 분양이 연기되면서 새 아파트를 기다리던 용인지역 주택수요자들이 기존 아파트 시장을 기웃거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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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수도권의 연간 적정 공급물량을 30만 가구로 잡은 것은 넉넉하게 책정한 것이며 실제로는 26만 가구면 충분하다”며 “공급이 다소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년에는 신규 공급이 올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수급불균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수요억제책을 병행해 쓰고 있기 때문에 올 가을과 같은 불안현상이 되풀이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에 신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에 대해 “최근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기 민간 건설업체들 입장에서 볼 때 분양성이 좋아진 셈”이라며 “이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로 올해 분양을 못했던 물량이 내년으로 이월돼 내년에는 수도권 일반 아파트 신규 분양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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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입주 물량도 감소한다는데
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중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에서 새로 입주하는 일반 아파트는 2595가구에 불과해 올 상반기(8489가구)의 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상반기 서울지역 전체 일반 아파트 입주 물량도 9348가구로 올 상반기(2만1860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입주 물량이 줄어든 것은 2003년 10ㆍ29 대책 이후 분양 경기가 위축된 데다 각종 규제로 재건축 물량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입주물량 부족은 전세난으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내년 봄 이사철부터는 올 가을과 같이 전세시장 발(發) 집값 불안 현상이 매매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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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건교부의 생각은 다르다. 건교부 관계자는 “국민임대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 1만5700가구에서 내년에는 3만5600가구로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전세 물량 공급에 크게 기여를 할 것”이라며 “올해에는 쌍춘년 결혼 붐에 따른 신혼부부들의 전세수요가 많았으나 내년에는 예년과 같을 것이기 때문에 큰 이상 조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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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초 짒값이 또 불안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정부는 "무슨 소리"
라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진은 분당신도시 전경. |
이와 관련, 서울 강남구 S부동산 관계자는 “강남 등지에서 일반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수요자들은 자격이 된다고 해도 국민임대아파트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국민임대 입주가 늘어나기 때문에 전세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정책당국자의 말은 정책 입안자가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분당급 신도시 발표에 따른 후폭풍?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분당급’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계획이 나오면 검단신도시 발표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부동산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고 있다.
판교신도시 후폭풍으로 분당ㆍ용인지역이 급등하고, 송파신도시 발표로 송파ㆍ강동의 집값이 들썩였던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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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건교부 관계자는 “신도시 발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면밀히 세우고 있는 중”이라며 “투기조짐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에 신도시가 발표된다고 해도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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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매물부족 더 두드러져?
내년에는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내년부터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매물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거래됐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매물이 더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연세대 서승환 교수(경제학부)는 “아파트 한 채를 가진 경우에도 아파트값이 6억원이 넘으면 양도세가 많이 매겨지기 때문에 강남 등 인기지역 거주자 대부분이 아파트를 파는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인기지역에 새로 들어오려는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매물이 귀해지면 집값은 불안해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서울 25개구 전역이 주택투기지역으로 묶였기 때문에 강남권ㆍ비강남권을 불문한 서울 전역에서 매물이 더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 노원구 하계동 S부동산 관계자는 “하계동의 경우 최근 주택투기지역으로 묶인 이후 매물이 더 귀해졌다”며 “주택투기지역 지정에 따른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로 이전에는 1000만원만 내면 될 양도세가 억원대로 늘었기 때문에 집 팔기를 머뭇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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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의 예측은 역시 다르다. 건교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고 종부세 부담을 주택소유자들이 피부로 느끼게 되면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에 매물이 더 없어질 것이란 일부의 주장은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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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기대감이 크다는데
최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주택 수요자는 “내년에 대선이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재건축 규제 완화책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동 현대힐스테이트 청약 현장에서 만난 청약자도 “경험상 대선을 앞두고는 여러 가지 ‘개발 공약’이 쏟아져 나와 집값이 많이 올랐다”며 “내년에는 대선 때문이라도 집값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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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역시 다르다. 재경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선거를 앞두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부동산값이 오르는 일이 있었으나 요즘엔 ‘돈 선거’가 없어졌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도 “국민 대다수가 ‘집값 안정’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표를 의식해 집값 불안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놓을 정치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 규제 등을 포함한 8ㆍ31대책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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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 기자[jsham@joongang.co.kr] |
2006년 11월 29일 11시 39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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