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과 동떨어져 사는 이상향의 무릉도원(武陵桃源),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나무 언덕에서 의형제를 맺었다는 도원결의(桃園結義), 안평대군의 꿈을 안견이 그렸다는 꿈속의 낙원 몽유도원도(夢遊桃原圖). 이 세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은 뭘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벌써 짐작했을 터,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복사나무 얘기다. 봄이 잰걸음으로 왔다. 뭐가 그리 급한지 예년 같으면 사월 중순에나 피던 복사꽃도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트리며 입주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장미과(科)에 속하는 복사나무(peach tree, 桃, 복숭아나무)는 복숭아라는 군침 도는 탐스러운 과실을 안길뿐 아니라, 봄날을 화사하게 물들이는 복사꽃을 선사한다.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도 제법 넓은 유실수원(有實樹園)을 만드는 추세인데, 그곳에 핀 연분홍의 아름다운 복사꽃 무리는 마치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복사꽃
은은한 달빛을 함초롬히 머금고 있는 복사꽃 사이로 “넌 내가 얼마나 널 사랑하는지 물었지 / 나의 마음은 진심이야. 나의 사랑도 진실해 /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잖아”로 시작하는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이 감미로움을 더한다면 취할 수밖에···.
복사나무 잎
복사나무는 넓은 잎 중간키 나무로 키가 4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와 가지에 나무진이 많아 상처가 나면 맑은 액체가 흘러나오며 잎은 여느 나뭇잎과는 달리 아주 길쭉하다. 꽃은 4월 중순께 잎보다 먼저 피는데 대부분 분홍색이지만 품종에 따라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꽃이 아름답다 보니 기존의 복사나무는 물론 만첩, 수양, 삼색 등 매력을 가미한 원예종이 조경수로 인기가 높다.
만첩백도
만첩홍도
유사한 종으로는 산에서 흔히 만나는 개복숭아라고 불리는 산복사나무가 있고 꽃 색깔에 따라 흰색의 백도와 붉은색의 홍도가 있다. 또한 꽃잎이 홑잎이 아니라 여러 겹으로 포개진 만첩백도와 만첩홍도는 열매가 아닌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해 심는 정원수다.
삼색도
신기한 것은 삼색도라는 것인데 흰색과 붉은색 꽃이 같은 나무 다른 가지에서 피기도 하고 한 송이에 두 가지 색깔이 함께 어우러지기도 한다. 그 외 능수버들처럼 늘어지는 펜둘라, 국화 닮은 국화도도 있다.
국화도
복사꽃을 보니 오래전 논산훈련소에서의 추억이 스친다. 소한의 강추위 속에 훈련받던 우리에게 정훈장교는 늘 ‘고향의 봄’을 부르게 해 눈물을 훔치곤 했는데, 효에 대한 무언의 가르침이 아니었나 싶다.
“수욕쟁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고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 자식은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라고 하신 부모님 말씀이 금세 나의 얘기가 될 줄이야···.
※ 관리 포인트
-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기름진 흙을 좋아하며 맹아력은 좋은 편이다.
- 생육환경은 양수이므로 볕 바른 곳에 심어야 하며 건조에 견디는 힘인 내건성이 약해 수분관리가 필요하다.
- 바닷바람에 견디는 힘(내조성)과 추위에 견디는 힘(내한성)이 강하여 중부 내륙지방에 심고 가꾸지만 가끔 얼어 죽기도 한다.
- 번식은 씨앗을 한데 묻어두었다가 파종하거나 실생묘를 대목으로 만첩백도, 홍도를 가지에 접붙이거나 눈을 떼어 접을 붙인다.
- 병충해가 많은 것이 흠이지만 과수가 아닌 조경수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출처 : 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첫댓글 복사나무중 삼색도는 정말 신기한 나무입니다 여러가지 색의 꽃들이 한 나무 한 가지에서 피다니
이 세상은 신비롭고 상상을 초월합니다 ㅎㅎ
병충해를 생각하면.............ㄷㄷㄷㄷ
식재 하고 싶지 않은 정원수 ㅎ
복사꽃 넘 이쁘네요 ㅎㅎ
과일 중에 딱딱이 복숭아 넘 맛나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