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같은 원피스ㆍ구두같은 스니커즈ㆍ재킷같은 카디건 …
블라우스 니트, 란제리 룩, 캐포츠 룩, 스니커즈 부츠.
올봄에는 새로운 개념의 패션 트렌드와 신조어가 크게 유행할 전망이다. 예전 같으면 조화를 이룰 수 없었던 패션 아이템 간의 `이종결합`이 활발하다. 일명 `크로스오버 패션`이다.
서로 다른 장르의 융합을 뜻하는 `크로스오버`는 음악이나 공연 분야에서나 사용하던 용어였지만 요즘은 패션계에서도 낯설지 않은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크로스오버 패션에서 가장 익숙한 디자인은 스커트의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살리면서도 바지의 활동성을 살린 일명 `치마바지`. 올해 새롭게 등장한 크로스오버 아이템은 더 나아가 원피스형 티셔츠부터 소품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여성복 브랜드 `씨`의 박난실 디자인실장은 "정장과 캐주얼, 남성복과 여성복, 속옷과 겉옷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등 패션계에 크로스오버 현상이 올 시즌에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이런 영향으로 한 벌짜리 슈트보다는 단품 코디네이션이 가능한 상품 위주로 기획하고 있는데 패션 감각이 뛰어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크로스 오버 패션 열풍의 시초, `원피스형 티셔츠`=`원피스형 티셔츠`는 크로스오버 패션의 유행을 리드한 선두주자. 지난 몇 년간 많은 여성이 스키니 진과 함께 레깅스를 즐겨 입으면서 상의는 엉덩이를 덮을 정도로 길게, 하의는 다리를 그대로 감싸며 가늘게 보이게 하는 패션 스타일을 선호해 왔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원피스형 티셔츠`.
특히 이번 시즌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원피스형 티셔츠`는 단순히 길게 만들어진 게 아니라 티셔츠 앞뒷판은 길게 늘리고 허리 부분은 몸에 붙게 만들어 여러 겹의 주름으로 포인트를 주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됐다. 이와 함께 남성용 셔츠와 원피스의 일부를 응용한 `셔츠형 원피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기발한 발상으로 넘쳐나는 인터넷 쇼핑몰도 특이한 `크로스오버 아이템` 등을 속속 선보이면서 이 같은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온라인 장터 옥션에서는 최근 블라우스 니트를 출시해 하루 평균 1000여벌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블라우스 니트`란 시폰이나 프릴 레이스 등 블라우스의 고급스러움과 여성스러움에 니트의 신축성을 결합시킨 디자인. 팔이나 가슴 부분에는 하늘하늘한 레이스로 블라우스의 느낌을 살리고, 몸통이나 팔 부분은 니트 소재로 활동성을 높여 정장을 선호하는 직장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재킷일까, 카디건일까. 아예 섞을까?=`테일러드 재킷형 카디건`도 크로스오버 패션의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기본적으론 카디건의 느낌이 나지만 목 부분엔 테일러드 깃으로 장식해 재킷 느낌을 준다. 또 깃의 끝부분은 트렌치 코트처럼 리본으로 여밀 수 있도록 해 재킷과 카디건, 트렌치코트가 다양하게 믹스된 것이 특징이다.
또 트렌치 코트와 원피스가 믹스된 아이템도 뜨고 있다. `트렌치 코트형 원피스`는 어깨의 케이프 칼라(어깨를 덮는 큰 깃)를 떼면 슬리브리스(소매 없는) 원피스가 되는 디자인이다. 닥스 여성복의 홍정화 디자이너는 "크로스오버의 유행은 한 벌로 여러 벌의 느낌이 나는 아이템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요구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봄 트렌드인 스포티즘의 영향으로 `점퍼형 원피스`도 유행하고 있다. 점퍼형 원피스는 사파리 형태의 긴 점퍼인데, 허리 부분에 고무줄 또는 끈을 넣어 조일 수 있어 원피스의 실루엣을 느낄 수 있다.
▶캐포츠룩 유행 선도하는 `트레이닝 점퍼와 데님 팬츠의 만남`= 캐주얼과 스포츠를 혼합한 `캐포츠`라는 장르는 이제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기능성에만 중점을 두던 전통 스포츠 브랜드까지 좀더 세련되고 일상생활에서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캐포츠 스타일을 내놓을 정도다.
또 올봄ㆍ여름 메인 트렌드인 `퓨처리즘`과 `스포티즘`을 반영한 캐포츠웨어가 봇물 터지듯 출시되면서 이번 시즌 크로스 오버된 캐포츠웨어의 열풍을 예감케 한다. 올해는 위아래 세트로 트레이닝 웨어를 입는 기존 스타일에서 탈피해 데님 팬츠에 정장을 믹스 매치(MIX&MATCH)하는 식의 스타일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스니커즈와 스포츠의 크로스 오버, 복싱ㆍ승마ㆍ스케이트화 다양=발목까지 올라오는 하이컷 스타일의 스니커즈는 복싱화, 승마용 부츠 등의 기능성 스포츠화를 응용한 스타일로 패션 리더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여성의 경우 미니 스커트나 크롭 팬츠와 함께 신으면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 거친 질감의 빈티지 청바지와 신으면 멋쟁이로 거듭날 수 있다. 또 스케이트 보더들의 발목 보호를 위해 발목 부분이 패딩처리된 스니커즈나 산악 자전거용 운동화를 크로스 오버한 스니커즈도 인기다. 산악 자전거용 운동화와 믹스된 스니커즈의 경우 밑창이 두꺼워 내구성이 뛰어나고, 거친 운동에도 너끈하게 제작돼 오래 신어도 발이 편안하다. 아울러 패션성도 뛰어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