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봄 마중(2)
(어리목→윗세오름→영실, 2023년 3월 6일)
瓦也 정유순
어제 수월봉 낙조를 보고 조금 늦게 숙소에 도착하여 곤한 잠에 빠진다. 새로운 오늘 아침을 맞이하여 조반을 마치고 이 몸을 실은 버스는 1100도로를 달려 어리목에 도착한다. 오늘 일정은 어리목에서 윗새오름에 올랐다가 영실로 내려가는 코스다. 어리목은 한라산의 어승생오름 남쪽에 있는 길목으로 영실 코스와 더불어 한라산의 등산 길목 중 으뜸이다. 어리목에는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와 탐방안내소가 있다.
<어리목한라산 표지석>
어리목은 ‘어리’와 ‘목’의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어리’는 18세기 중반의『증보탐라지』의 ‘빙담(氷潭 : 어름소)’의 표기를 고려할 때 ‘어름’의 변음으로 보인다. ‘목’은 ‘통로 가운데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을 뜻하는 고유어다. 어리목 코스는 어리목 광장에서 어리목 계곡을 건너 사제비동산을 오른 뒤 만세 동산을 가로 질러 웃세오름 대피소로 이어 진다.
<어리목 한라산 입구>
한라산 입구인 어리목은 해발 970m로 한라산 서북쪽 탐방로다. 입구에 들어서면 졸참나무가 숲으로 이어지고 땅바닥에는 제주조릿대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졸참나무는 참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굴밤나무라고도 하며, 높이 23m, 지름 1m에 달하고 어린 가지에 긴 털이 밀생한다. 나무는 생장이 빠르고 좋은 용재이며 나무껍질은 염료로 이용한다. 제주조릿대는 한라산에서 우점종이 되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조릿대는 쌀 씻을 때 이물질을 걸러내는 조리를 만드는 재료로 이용된다.
<졸참나무 숲과 조릿대>
탐방로 옆에는 해발 100m 올라갈 때마다 표지 석을 설치해 놓아 나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지난겨울에 내린 잔설(殘雪) 때문에 일부 탐방객들은 아이젠을 부착하고 산길을 걷는다. 조심조심 쉬지 않고 오르니 사제비오름(또는 사제비동산)이 나온다. 사제비는 ‘새접이[조접(鳥接)]’이라는 인근 묘비 표기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데, 새매를 이르는 제주도 방언인 ‘새잽이’가 변형되어 부르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해발 1000m표지>
한라산은 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구상나무가 사는 곳이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늘 푸른 나무로 힘찬 기상을 가진 우리 토종나무다. 지리산과 덕유산 등에도 구상나무가 자라고 있지만, 가장 많이 자라고 있는 곳은 바로 한라산이다. 백록담을 중심으로 해발 약1400m 이상 약6㎢의 넓은 면적에 숲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구상나무를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이라고 하는데, 이는 구상나무가 죽어서까지 한라산을 지킨다는 뜻일 것이다.
<구상나무>
<구상나무 고사목>
그리고 한라산을 비롯한 제주도의 용암층은 해안지역에서 지하 150m까지, 서부 해안지역에서는 지하 60m까지 나타나고, 그 밑으로는 서귀포층이 나타난다. 서귀포층은 제주도의 용암분출 이전에 100만년 넘게 지속된 수성화산활동(水性火山活動)으로 생긴 지층이며, 바다에서 쌓인 퇴적층은 물론 송악산과 같은 모양의 화산인 응회환(凝灰環)과 일출봉과 같은 화산인 응회구(凝灰丘)로 이루어져 있어 제주도의 표면이 매우 울퉁불퉁하다.
<한라산 기암>
그래서 제주도 길은 대부분 울퉁불퉁하다. 해발 1600m 지점에는 만세동산전망대가 있다. 백록담(화구벽) 좌측으로는 장구목오름과 민대가리동산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윗세붉은오름이 보인다. 장구목오름은 삼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구 같이 좁아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고, 민대가리동산은 정상부분에 나무가 자라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만세동산은 옛날에 한라산에서 소와 말을 방목했을 당시에 높은 곳에서 우·마(牛·馬)를 감시했다고 하여 망동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세동산전망대>
<민대가리동산)>
고도가 높아질수록 거센 바람의 저항으로 나무들은 키가 작아진다. 그 중에서도 ‘눈향나무’는 하늘로 솟는 것을 거부하고 아예 땅으로 달라붙는다. 이 나무는 해발 1400m 이상에서 정상까지 분포하며 바람을 피해서 지면 가까이 최대한 키를 낮추고 살아가는 키 작은 상록(常綠) 나무다. 향나무와 비슷하나 가지가 구불구불하고 원줄기가 비스듬히 서거나 땅바닥으로 뻗는 특징이 있다.
<눈향나무>
해발 1700m 지점까지 오르면 윗세오름이다. 윗세오름은 1100고지 부근의 세 오름 보다 위쪽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붉은오름(1740m), 누운오름(1711.2m), 족은오름(1698.9m) 등 3개의 오름을 합쳐 윗세오름이라고 부른다. 윗세오름의 큰 봉우리인 붉은오름과 가운데 봉우리인 누운오름 사이에는 윗세오름 대피소가 있어서 짊어지고 온 간식으로 중식을 대신한다.
<윗세오름>
윗세오름 전망대에 올라서면 선작지왓의 넓은 고산평원과 백록담화구벽, 만세동산과 볼레오름 등의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선작지왓은 한라산 고원초원지대의 ‘작은 돌이 서 있는 밭’이라는 의미로 키 작은 관목 류가 넓게 분포되어 있어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하는 고원습지로서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명승지다. 특히 윗세오름에서 영실기암 상부로 이어지는 코스는 산철쭉이 필 때 진분홍색이 뒤덮어 전국의 많은 애호가들이 몰려든다.
<백록담 화구벽>
백록담 화구벽 위로 흰 구름이 부챗살처럼 퍼지는 광경이 아름답고 바위 틈새에 뿌리를 박고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뭇 생명들을 뒤로하며 숨을 고른 후 영실탐방로를 따라 내려온다. 이 코스에는 한라산과 백두산에서의 14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서식하는 ‘시로미’라는 나무가 있다. 시로미는 늘 푸른 잎을 가진 작은키나무로 진시황이 불로초로 여겨 당시 서불(徐市)이란 사람을 제주도로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힘들게 한라산에 올라와 시로미 열매를 먹으면 피로와 갈증이 싹 가신다고 한다.
<시로미꽃
백록담 화구벽 위로 흰 구름이 부챗살처럼 퍼지는 광경이 아름답고 바위 틈새에 뿌리를 박고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뭇 생명들을 뒤로하며 숨을 고른 후 영실탐방로를 따라 내려온다. 이 코스에는 한라산과 백두산에서의 14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서식하는 ‘시로미’라는 나무가 있다. 시로미는 늘 푸른 잎을 가진 작은키나무로 진시황이 불로초로 여겨 당시 서불(徐市)이란 사람을 제주도로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힘들게 한라산에 올라와 시로미 열매를 먹으면 피로와 갈증이 싹 가신다고 한다.
<시로미 열매>
영실(靈室)은 백록담 서남쪽 해발 1400∼1600m 지점의 거대한 계곡 우측에 천태만상의 기암괴석들을 말한다. 웅장하고 둘러친 모습이 마치 석가모니가 불제자에게 설법하던 영산(靈山)과 비슷하다고 해서 영실이라 했다. 또한 기암괴석은 나한을 닮았다 하여 오백나한(五百羅漢)이라고도 하고, 우뚝 선 모습이 장군을 닮았다 하여 오백장군으로도 부른다. 이 기암괴석들은 영주십경(瀛州十景)의 하나인 영실기암으로 영실의 처 번째 매력으로 꼽힌다.
<영실계곡>
그러나 영실기암에 얽힌 전설은 “한 어머니에게 오백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들에게 죽을 먹이기 위해 큰 가마솥에 죽을 끓이다가 실수로 어머니가 솥에 빠져 죽었다. 외출 후 돌아온 아들들은 여느 때보다 맛있게 죽을 먹었다. 마지막으로 귀가한 막내가 죽을 뜨다가 뼈다귀를 발견하고 어머니의 고기를 먹은 형들과 같이 살 수 없다 하여 차귀도에 가서 돌이 되어 버렸고, 너머지 499명은 한라산으로 올라가 돌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영실 오백나한 바위>
탐방로를 따라 발을 내딛는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오백나한들의 위엄은 더 가깝게 다가온다. 영실기암은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이 하늘로 치솟고 그 위용은 장엄하다. 영실계곡의 둘레가 약2㎞, 계곡 깊이가 약350m 그리고 오천여 개의 기암으로 둘러싸인 골짜기는 한라산을 대표하는 절경이다. 탐방로 아래로 깊게 팬 영실 계곡과 주변을 둘러친 웅장한 절벽은 아마도 화산이 분출하면서 형성되지 아니하였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영실기암>
이 절경을 지키고 있는 수직바위들은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것처럼 둘러져 있어 병풍바위로 부르는 이름이다. 산들의 거처라고 불리는 영실의 병풍바위는 한여름에도 구름이 몰려와 몸을 씻고 간다고도 한다. 한라산의 모든 기가 아래로 뻗어 내리고 제주도의 모든 바람을 잠재울 것 같은 위세여서 영실계곡은 고요하다. 잔설이 녹아 길은 질펀하고 내려올수록 앞의 산방산이 가까이 보이는 대신 백록담의 암벽이 바위에 숨을 때 영실입구에 도착한다.
<병풍바위>
https://blog.naver.com/waya555/223051811513
첫댓글 어리목 코스로 봄마중 다녀오셨네요
ᆢ
잘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