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의 마지막날 ..
아침부터 콜록거리는 앞지기녀석이 못내 걱정이된다.몸에 열은 없으나
연신 콜록거리는 모습이 안스럽기만하다...
회사일을 하루 미루고 3월1절 아침을 대청봉정상에서 맞고자하는 바램은
앞지기의 기침소리에 멀어져만 간다..
집사람은 아무래도 병원에 데리고 갔다올테니 상황이 좋아지면 저녁때라도 출발하라고 권유한다....
아무래도 힘들것 같아 등산복을 다시 정장으로 갈아입고 회사에 출근하니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질 않는다...
눈앞에는 설악이 내게 오라고 손짓을 하는데.....
내가 아들녀석을 꼭 설악에 데리고 가고자하는 이유가 있다.
작년의 새해맞이 일출 산행때는 치악산 자락에서 폭설을 맞아가며
밤을 꼬박새며 좋은 아빠와 멋진 아들이 되고자 약속하고 해년마다 1월1일 일출은 앞지기와 같이 보내기로 약속했건만 올해 새해맞이 일출 산행은 집사람과 야영하며 일출을 맞이했던게 못내 아쉬어서다.
집에 전화를 걸어 아들녀석의 용태를 물어보니 기침이 잦아들지 않는다한다... 걱정이 될수밖에...
아무래도 이월의 마지막날 설악으로의 출발은 힘들지 않나 생각이 앞선다. 3월 1일 아침에 출발하는것으로 결정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아침 6시반 한계령으로 출발하는 직통버스의 시간을 확인하고 저녁내내
짐을 꾸리고 잠을 청하는데.....
이럴수가.....눈을 뜨니 아침 6시이다..군포에서 동서울 터미날까지 도저히 시간내에 맞출수 없으니 어떡한다....결국 차를 가지고 가기로 결정..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7시반 집을 나서 영동고속도로의 군포ic로 진입하는데 아이고 이런...... 차가 막혀 오도가도 못한다...한시간동안 진행한게 겨우 북수원 ic주변 ...겨우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로만 진행..
홍천을 거쳐 인제 지나 한계령에 도착하니 벌써 12시..
한계령에 차를 버리고 짐을 챙겨 배낭을 메는데 배낭무게가 예사롭지 않다... 아들 녀석도 연신 콜록거리고..입술이 벌써 파래졌다....
핸디폰 파워를 끄고 계단을 올라 매표소에 도착하니 웬걸..폭설로 입산 통제란다... 눈이 그다지 많이 오지 않았는데 윗부분은 많이 왔단다..
여느때 같았으면 옥신 각신 다투었겠지만 아무래도 아들녀석의 몸상태
때문에 발길을 돌린다..
오색으로는 통제가 풀렸단다... 어쩔수없이 오색으로 다시 말머리를 돌려
내려서서 13시 40 오색매표소를 통과 비로소 산행길에 오른다...
작년 6월 월드컵때 옆지기 하고 대청봉에서 오색으로 내려올때 없었던 인공 계단등이 많이 생겼다...편하고 좋지만 아무래도 씁쓰레하다....
날이 따뜻해 눈과 얼음이 녹아 벌써부터 땅이 질척거린다...오히려
산행길이 불편하다... 뒤를 보니 아들녀석이 연신 처진다...
하긴 감기 몸살에 동계용침낭과 양식등이 담긴 제 몸만한 배낭을 메고 오니 힘에 부치는가 보다 .. 하긴 나역시 간만에 한 20키로정도 되는 배낭을 메니 다리가 후들거리긴 마찬가지이다....
아들 녀석과 한 50미터 거리를 두고 오르길 시간반.....설악폭포앞 표지판에 도착 (고도 950미터)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옥수수를 꺼내 하나씩 떼어먹는데 박새들이 살포시 주변으로 몰려든다..
내가 옥수수를 떼어네 손바닥에 들고 가만있으니 처음엔 경계하다 이내 손바닥에 올라와 다 쫗아 먹는다... 아들녀석은 마냥 신기한가보다.
저도 해본단다...
다시 배낭을 메고 출발하여 본격적인 경사를 타고 오르는데 숨이 막힌다..내려오는 사람들은 다들 아들녀석을보고 한마디씩한다..그큰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게 대견한가보다..아들녀석이 자꾸 꼬마라고 사람들이 부르니 4학년인 놈이 꼬마소린 듣기 싫은가보다..
숨이 막힐정도의 급경사에 또다시 나무로 만든 계단들이 많이 놓아져있다
.오히려 계단길이 부담스럽다..
1200고지에 올라 다시 잠시 휴식.이젠 아들녀석이 제가 먼저 옥수수를 까서 박새에게 손바닥을 내민다..그 천진 난만함을 옆에 지켜보는 내자신이 참 행복하다는걸 느꼈다...바람이 매우 차다... 역시 설악의 겨울은 매섭기만하다..윈드자켓과 오버 트라우저를 착용하고 다시 오른다...
오래된 주목과 상고대가 눈부시다..응달진 곳에는 눈이 2미터 이상 싸여있고 사람들이 밟은 자리가 아닌 쪽을 밟으면 한 40센티가 발이 푹 빠진다.. 토사 유출 방지 펜스가 눈에 파묻혀 윗쪽만 조금씩 보인다....
아들녀석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내역시 오른쪽 어깨와 목근육이 땡기기 시작한다..일부러 둘다 아이젠을 안하고 정상까지 오를려고 보니 오색초입에서 1200미터 안부까지 빙판인 길을 오를때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나 싶다.
아들녀석은 내내 켁켁거리며 연신 침을 뱉는다..아무래도 무리하게 아들놈데려오는게 화근이다 싶어 궨찮냐고 물어보는 내게 무뚝뚝하게 오히려 아빠가 더 걱정이란다...하긴 내스스로도 평소보다 많이 지치긴하다.
어제 저녁 집에 들어가기전에 헌혈센터에서 헌혈하고 기념품인 전화카드를 집사람에게 주면서 어이!! 피팔아서 얻은 카드네.. 잘쓰소라고 했는데
지치다보니 헌혈때문인가도 싶다.심한운동은 며칠동안 삼가라고한 간호사의 말이 생각나 웃음 짓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젠 내가 뒷처지고 아들녀석이 앞선다..부자간이 서로 아무말없이 앞만 보고 걷는다...
해가 뉘였뉘였한다...차라리 그냥 눕고싶은데 아들녀석은 거꾸로 어디서 힘이 나는지 총총걸음으로 내달은다.
내친김에 아무 바위밑에서 둥지를 틀고 누워서 자고 싶은데 아무래도 아들놈의 기침이 예사스럽지 않아 비박하지 않고 산장에서 자는게 낫다싶다..
고도 1400미터..이젠 시간이 늦어 하산하는 사람을 만날수가 없다..주목군락지를 거쳐 또 잠시 휴식.. 옆에 있는 아들녀석에게 좋은 정보를 하나 알려준다.
얀마 ! 엄마 비밀 하나 알려줄까??? 저기 저쪽 바위 뒤에서
작년에 엄마가 실례 했다~~아빤 여기서 망보고....우리 이바위를
응아바위라고하자...했더니 O.K한다.. 드디어 설악산에 16번정재호네가 이름 붙인 바위가 생겨났다..응아바위.....차라리 냄새바위라고할까
마지막 남은 코스...해가 서쪽으로 이내 없어진다..바람이 심하다..내려오는 사람이 없으니 길에 사람발자욱이 흐물흐물하더니 이젠 아예 길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제법 컴컴하다.. 20여분을 오르니 군사시설물터에
도착하여 다시한번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아들놈은 바람이 부니까 눈을 제대로 못뜨겠다 엄살을 부린다..
10여분후 설악산 대청봉 정상에 도착했다.. 멀리 속초의 야경이 보인다.
정말 장관이다..정상의 표지석에서 아들을 부둥켜 안는다...
아빠는 승준이가 아빠의 아들이라는게 자랑스러워 했더니 이내 지도
내가 지네 아빠라는게 자랑스럽단다... 바람이 세차 아들놈이 연신 바람에 쏠려 기우뚱된다..아래쪽의 중청산장의 불빛이 스며나온다...
주위엔 눈천지이다..바람을 맞으며 내려오는데 아들놈 콧물이 얼어서
11자로 늘어서있다..그래도 좋은지 헤헤 거린다.. 10여분후 중청산장에 도착하여 3월 1일 하루의 산행을 마감한다... .
첫댓글 넘 감동적이 장면이 막 그려지네요.. 보기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