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강론은 우리 복자성당 사목회의 부회장 이 종희 이냐시오님께서 평신도주일을 맞아 본인의 체험을 중심으로 미사강론을 하신 내용입니다. 좋은 내용의 강론을 우리 모두 한번더 반추해 봅시다)
찬미 예수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서른아홉 번째 맞이하는 평신도 주일입니다. 저는 사목평의회 부회장 이종희 이냐시오입니다.
먼저 영원한 대사제이신 하느님과 본당 주임 신부님께 평신도가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를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심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 지난 주 신부님께서 강론 준비를 할 때 체험 위주로 준비함이 좋겠다 하여 내심, 속내를 드러내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간적으로 적잖게 고심이 들었음을 교우여러분께 먼저 고백합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그리고 학생, 청년 여러분!)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누구로부터 시작된 교회입니까?
초기 교회 창설의 주역들, 수많은 순교자들, 특히 103위 성인들 중 대다수가 성직자입니까? 아니면 평신도입니까?
예, 여러분들도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평신도로 시작된 교회입니다.
평신도란 무엇입니까?
평신도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선택된 백성으로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신자를 일컫는 말인데, 성세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고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직, 왕직에 참여하여 그리스도 백성으로서 사명을 완수하는 신자를 말합니다.
평신도 사도직이란 무엇인지 간단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 신자들의 사명, 우리의 살 길이 곧 평신도 사도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예언직은 우리에게 새롭고 영원한 생명을 주는 하느님의 말씀 곧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의 진리를 삶으로 증거하여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린토 1서 9장 16절의 말씀을 보면
“내가 복음을 선포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되지는 않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찌할 수 없는 의무이기 때문이지요. 바오로 사도는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불행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힌두교를 믿었던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아주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나는 그리스도는 좋다, 그러나 그리스챤은 싫다”
더 쉽게 말하면 우리를 위하여 목숨까지 바치신 예수님은 좋은데, 예수쟁이는 싫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을 말로만 믿고 행동으로 따르지 않는 신자들은 싫다는 말입니다.
입으로는 “주님, 주님, 사랑, 사랑”하면서,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인간들은 싫다는 말입니다. 내 삶이 이웃에게, 내가 하는 말 그대로 주님을 전하는 삶이 되었을 때 그게 바로 예언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선봉지에서는 생선냄새가 나고, 꽃을 싼 봉지에서는 꽃향기가 납니다.
예수님을 모시고 사는 우리에게서는 어떤 향기가 나야 되겠습니까?
우리에겐 그리스도의 향기를 삶으로 증거하신 성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스도의 향기가 이웃에게 전해지면, 간디가 남긴 말‘그리스챤은 싫다’를 ‘나도 그리스챤이 되고 싶다.’로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사제직은 무엇입니까?
신부님만 사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 뽑혔고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사도로 파견되었으니 우리도 사제직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시고 우리 모두를 성화시키고자 대사제가 되셨다면 우리도 사제가 되어 성화되고 우리 가정이 주님을 모시는 성가정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곧 성소의 삶이라고 합니다.
성소에는 성직성소, 수도성소, 결혼성소가 있는데.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각자의 성소에서 하느님께 일치하는 삶을 사는 것이 사제직입니다.
그 다음 왕직에 대하여 말씀드리면 겸손되이 봉사하고 희생과 사랑으로 일치를 이루며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을 닮는 삶을 사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교회에서는 성사를 집행하시고 복음 선포의 영적 교도직을 수행하시는 성직자에게 우리 평신도들은 협력하는 자세를 취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재정 운영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성직자로 하여금 심려토록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외인들은 주위의 평신도를 통해서 복음을 들을 수 있고, 그리스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 평신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이제 저의 체험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저는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신천주공위치에 45년을 살아온 신천동 고향 지킴이입니다. 1960년대를 회상해보면 참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이웃 사랑만큼은 정말 따뜻
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저 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영화가 기억나는지요. 주인공은 오래 전에 고인이 된 이윤복씨지요. 그 영화의 첫 장면에 “넝마주이가 리어카를 끌고 푸른 다리에서 나오는 장면”이 기억납니다. 그땐 밥 때만 되면 귀신같이 나타나 밥 동냥을 하는 거지 떼를 흔히 볼 수 있던 때였지요. 모두들 가난하게 살았지만 거지들을 그냥 돌려보낸 적이 없었으며, 집집마다 명절 때면 음식을 나눠먹으며 정이 넘쳐났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며 대학 갈 형편이 못되어 상업고등에 진학하여 금융인이 되었습니다.
옛말에 본래 술· 담배는 어른한테 배워야 올바로 배운다고 합니다만, 저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신고식 때 선배들한테 반강제적으로 배운 것이 지금까지도 저에게는 큰 짐이 되었습니다.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5남매 맏이로 가장의 역할,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술· 담배로 풀곤 하였습니다. ‘남자는 술· 담배 정도는 할 줄 알아야 돼.’라는 위선으로 포장한 채 말입니다. 따라서 똑같은 죄의 고백이 하느님께 죄송스럽고 부끄러웠으며, 가족에게도 늘 미안하고 죄인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신문에서 본 내용인데,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아빠의 고칠 점이 뭐냐고 물어보았더니 첫 번째가‘아빠께서 술을 덜 마시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다고 하더군요.
어느 날 밤 꿈 속에서, 아주 큰 불을 보았는데 아무리 끌려고 해도 끄지 못한 채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주님께서 나를 찾으신다고 생각되어 성령묵상회 피정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성령의 9가지 열매 중 절제의 열매를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완전히 끊질 못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기도를 바칠 때마다 “마귀 놈, 술· 담배에 이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던 1980년, 하느님 보시기에 너무나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저를 주님께서 부르셨습니다. 저는 그 부르심에 응답하여 세례를 받았으며. 부모님을 모시고 3형제와 함께 성가정 꾸미기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30여년의 직장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계산동 지점장 시절의 일입니다. IMF사태가 발생하고, 카드대란 시절에 주변에는 경제력 상실로 파탄 일보 직전의 가정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 때 저는 고통받는 이들의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여 위로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여,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도 하였습니다. 힘들 때면 수시로 계산 성당에 달려가 주님께 간절히 기도드렸으며 그 때만큼 화살기도를 많이 한 적도 없었습니다. 참으로 힘들었지만 가슴에는 작은 기쁨이 넘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세속의 일에만 파묻혀 노력하는 저에게 주님께서는 도구로 쓰실 기회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경영 실적도 우수했고 그렇게도 열심히 생활하던 직장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명예퇴직을 갑작스레 당하기에 이른 것이지요. 많은 동료들은 다들 왜 제가 퇴직을 당해야 하는가 하며 당황해 했으며, 저 또한 황당한 현실 앞에 처음에는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오히려 제 2인생을 맞게 될 거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게 된 것은 주님의 크신 은총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직장 생활 할 때와 같이 출근 시간에 직장이 아닌 효목도서관에서 가톨릭 관련책과 농업 서적을 읽고 깨우치며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직장생활 할 때보다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살아왔습니다. 마침내 저에게도 주님과 이웃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주님께서 부르시더라고요. 저는 서슴없이 “예”하고 응답했습니다.
교회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제 자신을 돌아보면 ME 교육, 꾸르실료 교육, 꾸르실료 봉사자 교육, 성령 묵상회 등 성령의 부르심에 저는 온전히 따르려고 노력하였으며, 나약한 저를 지금도 부르시는 하느님께, 주님만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겠다고 결심하며 무한한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교육받고 올 때마다 어머니께 큰 절을 올렸더니 기분이 좋으신지 “성당 교육은 자주자주 받으라.”고 격려까지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직장 생활 중 언젠간 퇴직할 것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 둔 기도의 터전 “예향 동산”이 있습니다. 예향은 ‘예수님의 매화 향기’란 뜻이지요. 일찍부터 저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농업인이 되고 싶었지요. 농장 일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두려운 생각도 들었지만 예수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저와 함께 하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황무지를 가꿔 자식처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실 농장을 돌보았습니다. 그래서 딸이 없는 저는 예향이를 친 딸처럼 여기며 애정을 가지고 보살핍니다. 십자가의 길도 바칠 수 있도록 14처를 꾸며 놓았으며, 농장 일을 항상 기도로 시작합니다. 황량한 벌판에서 새파란 싹이 돋아나는 자연의 모습을 보며 창조주 주님의 부활 신비를 느끼고 있습니다.
국가고시 “유기농업 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하여, 제 2인생을 전 영락없는 농업인으로 변화시켰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주님께서 친히 주신 것에 항상 감사드리며 오로지 옳은 일에 쓸 수 있도록 주님께 굳게굳게 언약하고 살아간답니다.
그리고 작년 대림 특강 때 박종인 라이문도 신부님의 ‘관상기도법’을 듣고 저도 주님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였습니다. 본당의 어느 형제가 가르쳐 주신 등산 코스를 따라 묵주기도를 드릴 때 저에게 다가오시는 주님과 성모님을 만나는 그 기쁨이란 이루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답니다.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셈이지요.
존경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그리고 학생, 청년 여러분!)
본당이 처한 현실을 소개하면 교적상 신자 수 2400명에 판공성사 신자 수가 900여명이지만 주변 재개발, 신축 아파트 공사가 계속적으로 계획되어 있어 이사, 전출 등으로 신자수가 추가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본당 재정은 물론 신자 영성면에서도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게 사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평신도들이 성직자와 함께 뭉쳐 일치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축구 경기에서 똘똘 뭉친 10명 뛴 팀이 11명 뛴 팀을 이길 수 있듯이 말입니다.)
( 특히 올해는 청년복음화의 해인데, 청년들이야말로 본당 미래의 주춧돌입니다. 청년들은 물론 부모님들이 주님을 우리 한가운데에 모시고, 주님 사랑· 이웃 사랑 실천에 앞장 서 주시고 본당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순교자를 모신 성지, 복자성당의 가족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시고 각종 교육이나 특강, 피정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본당 까페에 들어가면 본당 소식과 신앙적인 이야기 및 풍성한 성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기회에 본당 까페의 활성화를 위하여 수고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다시 한 번 서른아홉 번째 맞이하는 평신도 주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오늘 우리가 바치는 2차 헌금은 노인들과 평신도 사도직 활동을 위해 요긴하게 쓰여질 것입니다. 교형 자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며, 배추 이파리가 많이많이 보이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며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 마르코 복음 16장 15절의 말씀을 되새기며 강론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