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자이용범(李龍範)
정의
무속의 장군신 가운데 하나. 많은 군사를 거느린 무장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점에서 일종의 장군신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영 장군, 임경업 장군과 같은 무속의 대표적인 장군신과는 차이가 있다. 이들 무속의 장군신은 한 인물이 죽은 다음에도 생전의 개별적 정체성을 유지한 채 신격화된 인물신이다. 이에 비해 군웅은 생존한 어떤 장군과 같은 구체적인 인물이 신격화된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장수(將帥)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군웅을 군왕(君王)의 와전으로 보아 고려 군왕의 신 혹은 군왕으로서 정상적인 죽음을 하지 못한 자라는 견해도 있으나, 군웅을 묘사하는 무가 사설을 통해서 확인하기 어렵다.
내용
군웅은 서울, 경기, 황해도, 동해안, 제주도 등지의 굿에서 등장한다. 역할에 따라 여러 유형의 군웅이 있다.
군웅의 특징 중 하나는 많은 군사를 거느린 장군의 이미지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서울 무속의 굿에서 군웅 관련 무가 사설에는 “안전 할안전 흘각양각 가로백이 만하대전 상살바더 오신 군웅 길아래 삼쳔군사 길우에 오천병마 진을 늘여 오신 군웅 대활네로 놀으소사”라고 되어 있다. 경기도굿에서도 을지문덕(乙支文德, ?~?)ㆍ관운장(關雲長, ?~219)ㆍ마초(馬超, 176~222) 같은 장군이 죽어 군웅이 되는 것이라며 군웅의 차림새와 이끌고 오는 부대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동해안굿에서도 군웅은 김유신(金庾信, 595~673)과 조자룡(趙子龍, 168~229) 같은 여러 장군을 “군웅아 장수야 장수야 군웅아”라고 청한다. 황해도굿에서도 군웅거리에서 칼로 목을 찌르는 흉내를 내면서 허리를 뒤로 젖히는 장군놀음을 한다. 이런 점에서 군웅신은 군사를 거느리는 힘 있는 장군의 성격을 지닌 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군웅신이 힘 있는 장군신이라는 것은 동해안굿에서 군웅을 노는 놋동우 또는 장수거리에서 무당이 무거운 놋동이를 맨입으로 무는 행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편 군웅신은 장군신 외에 조상과 관련된 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는 서울굿과 경기도굿의 “강남은 홍씨군웅 우리나라 이씨군웅”이라는 무가 사설을 통해 알 수 있다. 여기서 ‘이씨군웅’은 이씨라는 성씨 집단과 관련된 군웅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서울 지역 굿의 대감거리에서 그 집의 조상 가운데 벼슬한 대감을 군웅대감이라 하며, 경기도굿에서 군웅청배를 조상청배라고 한다. 화성 지역 자료에서는 조상거리의 ‘조상님 모시구 다니는 군웅님’이라는 구절에서 군웅이 나온다. 제주도 지역에서도 군웅은 어떤 집안이나 씨족에 오랫동안 모셔져 내려오면서 그 집안 내지 씨족을 수호해 주는 신으로 인식된다. 이런 점에서 군웅은 무장(武將)의 이미지와 함께 조상의 성격을 아울러 지니고 있는 신이다.
이러한 군웅신은 무속의 장군신이 그러하듯이 일정한 삶의 영역이나 집단을 수호하는 신으로 여겨진다. 즉 군웅은 화살을 가지고 일정한 삶의 영역이나 집단을 해롭게 하는 액(厄)과 살(煞)을 물리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군웅신의 역할은 굿에서 사방으로 활을 쏘는 행위로 나타난다. 서울굿의 ‘사살(射煞)군웅’이란 표현은 군웅신의 이러한 역할을 잘 나타낸다.
군웅신이 일정한 삶의 영역이나 집단의 액과 살을 물리치는 신이라고 할 때 그 영역과 집단에 따라 여러 유형의 군웅신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굿에는 상산별군웅(上山別軍雄)이 있는데 이는 개성 덕물산 장군당에 소속되어 있는 군웅신이다. 마을 도당의 도당군웅은 한 지역의 살과 액을 몰아낸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역할이 한 집안에 한정되는 군웅은 성주군웅이다. 즉 성주군웅은 한 집안의 액과 살을 물리치고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한편 서울굿에서는 사신군웅도 나타난다. 이 군웅신은 외국으로 나가는 국가의 사신(使臣)을 수호하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군웅신의 역할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승에만 한정되지 않고 죽은 자의 세계인 저승에서도 지속된다. 서울진오기굿의 시왕군웅이 좋은 예이다. 이승의 영역에서 살과 액을 물리쳐 사람들을 지켜주듯이 저승의 영역에서도 죽은 자들을 보살피는 존재가 시왕군웅인 것이다. 한편 동해안오구굿에서 군웅을 모시는 놋동우굿 역시 여러 장수 또는 군웅을 불러서 망자의 저승길을 축원하며 가족의 명복을 기원하고 일 년 동안의 살을 막아주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서울진오기굿의 시왕군웅처럼 군웅의 역할이 저승의 영역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