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너무 더워서 꼼짝하는 것 자체가 고생이고 스트레스다. 이럴 땐 시원한 수박 한 통 사다놓고 TV 앞에서 주말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피서법 중 하나다. 하지만 집 안에서 주말 이틀을 온전히 보내는 건 좀 따분하다. 방법은 있다. 하루는 쉬고, 하루는 가까운 문화공간을 찾는 것. 가벼운 몸과 홀가분한 마음으로 휙 다녀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감성지수까지 끌어올리는 데는 미술관만한 곳도 없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하는 행복한 주말 문화 나들이를 떠나보자.
[왼쪽/오른쪽]지앤아트스페이스 / 백남준아트센터
갤러리부터 카페까지 다 있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파스타와 피자로 점심식사를 한 후 야외 테라스에 앉아 아이스커피 한 잔, 리빙숍에서 알록달록 디자인이 예쁜 테이블웨어를 구경한 다음 아카데미에서 일일 도예체험까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자리한 지앤아트스페이스는 가족, 연인, 친구 등 누구와 함께 가도 한나절 재미있게 보낼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복합 문화공간이다. 전시 위주의 일반 미술관과 달리 생활 속 문화공간을 표방하여 동네 산책 나가듯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도자예술을 바탕으로 한 지앤아트스페이스의 '지앤(ZIEN)'은 흙, 땅, 대지를 뜻하는 한자어 '지(地)'와 열린 가능성을 이르는 영어 접속사 '앤드(and)'의 합성어. 흙으로부터 무한히 퍼져 나오는 삶과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각각 독립적인 기능을 가진 5채의 건물이 유기적으로 만나 하나의 공간을 이룬다.
[왼쪽/오른쪽]지앤아트스페이스 내 레스토랑 '하이드파크' / 공공미술 프로젝트 '꽃을 위한 집 전(展)' 화분 만들기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공간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평지에 1~3층이 차곡차곡 올라간 것이 아니라서 딱히 어디가 1층이라 말하기 참 애매한 공간. 안팎의 경계도 명확하지 않고, 주차장은 분명 2층에 있는데 도로와 수평을 이루고 있는 희한한 구조. 결국 홈페이지를 찾아 평면도를 보고 나서야 아하! 무릎을 치게 된다. 건물이 들어설 땅의 모양을 건드리지 않고, 건물 자체가 주변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만들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혹시?
맞다. 지앤아트스페이스는 건축가 조성룡의 작품이다. 광주 무등산 자락의 등산로 지형을 그대로 살린 의재미술관, 몽촌토성과 연결되는 서울 방이동의 소마미술관, 건물만이 아니라 건물 주변 풍경 전체가 기념관이 되도록 설계한 충남 홍성 '이응노의 집', 버려진 정수장을 재활용한 선유도공원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풍경으로서의 건축'이라는 평소 철학을 그대로 적용한 지앤아트스페이스는 2009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지앤아트스페이스 중정 수공간
9월 2일까지 '하늘 아래 집 전(展)'
지앤아트스페이스에서는 요즘 도예가 이인진의 '토우(土宇), 하늘 아래 집 전(展)'이 한창이다. 가스 가마가 아닌 전통 장작 가마에서 굽는 방식으로 사발, 접시, 항아리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온 이인진 작가는 이번엔 '집'을 주제로 한 작품들만 모아 전시를 꾸몄다. 작가가 20여 년간 틈틈이 작업해온 흙집들은 전시공간인 갤러리뿐만 아니라 중정 앞의 수공간과 계단 등 지앤아트스페이스 곳곳에 배치되어 관람객을 맞고 있다. 빛깔도, 형태도 제각각인 작은 흙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룬다. 그 풍경이 하도 정겹고 예뻐 한참 동안 들여다보게 된다. 집들 사이사이로 물고기 몇 마리가 헤엄쳐 다니는 수공간의 전시작품은 아이들이 특히 재미있어 한다. 홍익대 도예유리학과 교수이기도 한 이인진 작가의 작품들은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과 대영박물관 등 해외 유명 박물관에도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인진 작가의 작품들
아이들은 흙놀이장, 엄마는 리빙숍
지앤아트스페이스의 다양한 공간들 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마음껏 흙을 주무르며 뛰어놀 수 있는 흙놀이장이다. 입장료 8,000원을 내면 2시간 동안 점토를 갖고 놀며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본래 주말에만 운영했으나 여름방학 기간인 7~8월은 주중에도 문을 연다. 단, 주중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이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흙놀이장 체험을 하려면 여벌옷과 수건, 흙 묻은 옷을 담을 비닐봉지는 필수다. 흙놀이장 바로 옆에 팔다리를 씻을 수 있는 곳이 있지만, 놀다 보면 그 정도 씻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을 만큼 흙 범벅이 되는 수도 있다. 이럴 땐 스태프에게 문의해 샤워장을 이용하도록 하자. 흙놀이가 시시한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라면 일일 도예체험에 도전해보자. 매일 4회, 각 1시간가량 진행되는 일일 체험에서는 핸드페인팅, 빚어 만들기, 물레체험 등을 할 수 있다. 그밖에 성인, 청소년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정규 교육 과정과 단체 워크숍 패키지도 운영한다.
엄마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는 리빙숍이다. 오렌지, 그린, 블루 등 다양한 색상의 아름다운 생활자기들을 보고 있으면 눈이 즐겁다. 생활용품은 물론 전문 작가의 작품 등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왼쪽/오른쪽]아빠와 함께 흙놀이 / 흙놀이장 옆 씻는 곳
지앤 리빙숍
길 건너편엔 백남준아트센터
지앤아트스페이스에서 길 하나 건너면 바로 백남준아트센터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그 이름 석 자만은 너무도 익숙한 미디어 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기리는 미술관이다. 2001년 아트센터 건립이 논의되던 당시 백남준은 자신의 이름을 딴 이 공간을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 명명했다고. 하지만 아트센터는 그가 타계한 지 2년 뒤인 2008년에야 완공되었다.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미술관에서는 상설전시는 물론이고 분기별로 활발한 기획전과 워크숍이 늘 열린다. 전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고 싶다면 매일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도슨트 투어를 이용하자. 평일은 오후 2시와 4시, 토~일요일은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에 1층 로비에 모여 시작한다.
마침 올해는 백남준 탄생 80주년이 되는 해. 천재 아티스트가 태어난 날인 7월 20일부터는 특별전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전이 시작된다. 국제 심포지엄, 공연, 특별강연 등도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니 참고할 것. 전시는 내년 1월 20일까지. 서울 방이동 소마미술관에서도 7월 6일부터 '광:선 백남준 스펙트럼 전(展)'이 열리고 있으니 연계 관람하는 것도 좋겠다.
[왼쪽/오른쪽]그랜드 피아노를 본떠 만든 백남준아트센터 외관 / 일본 전위음악가 요토모 요시히데의 설치작품 <위드아웃 레코드>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수원TG 삼거리에서 신갈 방면 → 중부대로 → 신갈치안센터 사거리에서 우회전 → 갈천로 7번길 → 백남준로 → 지앤아트스페이스
* 대중교통
강남(양재 경유) : 5001, 5003번 좌석버스
잠실역, 강변역, 수서역 : 5600번 직행 좌석
종로2가, 종각 YMCA, 광교 입구, 서울역, 한남동 : 5000, 5005번 광역버스
분당선 미금역 : 5500-1번 좌석버스, 7007-1번 좌석버스, 30번 마을버스 → 신갈오거리, 상갈파출소 하차
2.맛집
영골가든 : 포곡읍 영문리 / 엄나무호박닭백숙 / 031-332-0720
오사야 : 풍덕천2동 / 수타우동 / 031-272-0336
산사랑 : 고기동 / 산나물정식, 참숯양념구이 삼겹살 / 031-263-6070
3.숙소
한화리조트 용인 : 남사면 봉무리 / 031-332-1122 / www.hanwharesort.co.kr
용인자연휴양림 : 모현면 초부리 / 031-336-0040 / www.yonginforest.net
글, 사진 : 이정화(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2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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