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 연세가…" "나?
아흔하나" "이 까짓게 일이 간디? 경운기가 다 해놓은 거 다듬기만 하는건디, 뭐". 지난 3일 전남 곡성군 오곡면 오지리서 만난
유도열(91) 할아버지는 아흔이 넘는 나이에도 손수 밭을 간다. 유 할아버지는 양반마을 출신답게 밭일 나갈때도 늘 마고자를 챙겨 입는다.
곡성군은 중산층을 위한 한국형 실버타운 '시니어 콤플렉스' 유치를 선언한
상태다. | |
나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살면 오래 살까. 또 꼬부랑 노인이 돼도 건강과 품위를 잃지 않고, 돈도 벌면서 사는 방법은 없을까.
여기 모범답안이 있다.
조선일보, 서울대 노화및세포사멸연구소(소장 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와 시니어 콤플렉스 연구팀(팀장 이정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이상적 한국형 실버타운 모델 ‘시니어 콤플렉스(Senior Complex)’ 플랜을 내놨다. 이는 2년여에
걸친 전국 100세인 조사와 장수마을이 밀집된 ‘장수벨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시니어 콤플렉스는 지방자치단체가 농촌 이주를 희망하는 도시 은퇴자들로부터 1억~2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받되 이들의 노후와 일자리를 책임지는
제도다. 이미 장수벨트 지역에 속해 있는 전북 순창군과 전남 곡성군이 시니어 콤플렉스 유치를 선언했다.
시니어 콤플렉스 기획자인 서울대 이정재 교수는 “기존의 사설 실버타운이 돈 많은 상류층을 위한 노후시설이었다면, 시니어 콤플렉스는 도시
중산층 은퇴자를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08년쯤이면 현실화될 이 복합노인복지단지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서울대 연구팀이 전북 순창군 복흥면의 한 마을을 모델로 설계한
시니어 콤플렉스의 모든 것을 가상 입주자 K씨의 하루를 통해 알아봤다.
또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전국 평균의 3배에 이르는 전북 순창과 전남 곡성·담양·구례 등 장수벨트 4개군 지역 현장 취재를 통해
80세 노인이 100세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미래 고령사회의 모습을 엿봤다.
복합 노인
복지단지에 들어가면…
K씨는 지난 50년간의 도시생활을 청산, 2개월 전
이곳 ‘금빛마을’(가칭)에 입주했다. K씨는 평소 은퇴 후 실버타운에 입주할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공공기관에서 만든 노인복지 복합단지가
들어선다는 말을 듣고 입주 원서를 냈다. K씨는 자신과 부인 몫으로 각각 1억원씩 총 2억원을 투자금 형식으로 납부하고, 부부가 생을 마칠
때까지 이 마을에서 살게 됐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아프면 마을 내에 있는 너싱 홈 시설에 들어가 사망할 때까지 무상으로 보호를
받는다. 입주시 낸 2억원은 일종의 기금으로 10년 소멸형이다. 10년 안에 사망할 경우는 일정 비율에 따라 원금을 돌려주지만 10년이 넘으면
원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대신 원금에 대한 이자는 죽을 때까지 꼬박꼬박 나온다.
K(65)씨는 오늘도 새소리에 눈을 떴다. K씨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손목시계를 찾았다. 시계를 차는 순간 그의 혈압과 체온, 심박수 등
기초 건강정보가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 자동으로 전송되기 때문이다. 전담 의료진은 아침 출근과 동시에 K씨의 건강상태를 보고받고 이상이 없는지를
살핀다.
▲ 서울대 연구팀이 전북 순창군 복흥면의 한 마을을
모델로 설계한 시니어 콤플렉스
계획도 | |
K씨는 세면을 마치고 텃밭에서 직접
일군 유기농 야채와 미숫가루로 아침을 먹었다. K씨는 아침식사를 하고 늘 나가는 산책길로 나섰다. 작은 수로(水路)를 따라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산책길에서 건너편 집에 사는 L씨를 만났다. L씨는 사업을 했던 K씨와 달리 직업군인 출신이다. K씨는 전혀 다른 직업에 종사하던 L씨를 만나
얘기를 듣는 재미로 그와의 산책을 즐긴다. 30분간의 산책이 끝나고 K씨는 단지 내에 조성된 공동영농법인으로 나갔다. 그곳에 고추와 콩을 기르는
밭이 있는데, 밭갈이나 김매기 같은 어렵고 힘든 일은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이웃마을 사람들이 해준다. K씨는 고추나 콩을 따는 비교적 쉬운
일들을 한다. K씨는 이날 4시간 가까이 일했다. 일당은 월말에 K씨의 통장으로 입금될 터이다.
단지를 운영하는 공공법인에서는 K씨에게 매달 최고 80만원(투자금 이자 40만원 포함, 하루 4시간 노동 기준)을 지급한다. K씨가 일을
하지 않더라도 매달 입주시 법인에 투자한 2억원에 대한 이자 40만원 수입은 보장된다.
이것은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연구팀이 설계하고 추진 중인 미래형 노인복지 복합단지 ‘시니어 콤플렉스’에 입주하게 될 K씨의 하루를
가상으로 꾸며본 것이다. 앞으로 머나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연구팀장인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이정재(李政宰) 교수는 “현재 보건복지부, 농림부, 농업기반공사 등과 시니어 콤플렉스 건설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 중”이라며 “전북 순창군, 전남 곡성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 오는 2008년쯤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농촌자원개발연구소 조사 결과 현재 55세 이상 도시에 거주하는 잠재적 은퇴 인구 중 은퇴 후 농촌 이주 의사가 있는 사람이
58.2%”라며 “농어촌을 활용한 ‘생산복지’가 고령화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속 K씨의 일상을 살펴보자. 그는 공동 농장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신만의 텃밭에 들른다. 점심 식탁에 올릴 상추를 따기
위해서다. 달포 전 씨를 뿌렸던 상추를 벌써 딸 때가 됐다. 내외가 한 끼 먹을 만큼만 땄다. K씨는 서울 유기농 채소가게에선 이 정도 양이면
3000원은 받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집에 오니 서울 사는 손자 녀석들이 내려온다는 전화가 와 있었다. 커뮤니티 센터에 전화를 해야
한다. 마을 주민들의 공동 생활공간인 커뮤니티 센터에는 방문자들을 위한 숙소가 따로 마련돼 있다.
K씨는 부인과 상추쌈으로 점심을 먹고 TV를 봤다. 유명 골프스타가 출전한 PGA(미국프로골프)투어 대회인데, 지난 밤 늦게 생중계된 것을
홈 네트워크 컴퓨터가 자동으로 녹화해뒀다. 선수의 경이로운 아이언샷에 빠져 있던 중 오후 2시가 됐다. 단지 내에 상주하는 간호사가 방문할
시간. 간호사는 매일 같은 시간 K씨 집을 찾는다. K씨는 다른 건강 상태는 괜찮은데 혈압이 약간 높은 편이다. 간호사는 K씨와 K씨 부인의
체온과 혈압, 심박수 등을 체크하고, 지난주 실시한 소변 검사 결과 K씨의 당뇨가 약간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해줬다. 간호사는 이어 지난밤
잠은 몇 시간 잤는지, 아침에 화장실은 잘 다녀왔는지 등을 묻고, 이를 꼼꼼히 기록한 뒤 돌아갔다.
오후 3시. 골프 치러 갈 시간이다. 마을 단지 내에 6홀짜리 퍼블릭 골프장이 있다. 평소엔 부부가 함께 다녔지만, 오늘은 저녁에 온다는
손자 녀석 음식 장만을 위해 부인은 빠지기로 했다. K씨는 언제부터인가 부인의 샷이 정확도도 좋고 거리도 많이 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부인이 없는 틈을 타 더 열심히 연습했다. K씨는 이어 마을 입구에 있는 커뮤니티 센터로 갔다.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L씨와 저녁 내기 라켓볼
시합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사실 K씨는 오래전 배운 골프보다 최근 배운 라켓볼이 더 재미있다. L씨도 K씨의 권유로 마을 라켓볼 동호회에
가입했다. 내기에서 이긴 K씨는 저녁에 손자들이 온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L씨로부터 저녁을 얻어먹기로 했다. 저녁 메뉴는 단지 내에 있는
레스토랑 ‘섬진강’에서 파는 참게찜. K씨는 이날 밤 커뮤니티 센터에서 손자 녀석들과 만나 보드게임과 당구를 즐기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가 또
저물었다.
도움말=서울대학교 시니어 콤플렉스 연구팀(팀장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이정재 교수·임승빈 교수·안동만 교수, 농경제사회학부 노재선
교수·이성우 교수)
시니어
콤플렉스란?
주거·의료와 문화시설 갖춰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운영
입력 : 2004.12.09 17:20 05'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연구팀이 설계한 미래형
복합노인복지단지. 기존의 실버타운이나 양로원은 돈이 아예 많거나, 없는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 비해, 시니어 콤플렉스는 도시 중산층
은퇴자를 위한 시설이다. 서울대 연구팀에 따르면 콤플렉스 운영은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담당하며, 주민들은 입주시 1억~2억원 가량을 투자금
형식으로 출연해야 한다. 지자체는 투자금을 지역의 특성화 산업에 투자해 일정금액의 이자를 보장해주고, 입주자들은 공동 농장에서의 노동을 통해
임금을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단지 내에는 주택 외에도 너싱 홈 등 보건의료시설, 문화 여가시설, 골프장 등 체육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입주 노인들의 건강상태는 도시의
자매 대학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체크하게 된다는 서울대 연구팀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년쯤 사업 유치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며, 오는 2008년쯤 첫 입주가 실현될 전망이다. 지자체 중
전북 순창, 전남 곡성 등이 이미 시니어 콤플렉스 유치를 선언하고 나선 상태다.
시니어 콤플렉스 "우리 마을이 명당"… 전남 곡성
수입 올릴 수 있는 펜션형
보성강변 따라 3곳에 건립
곡성=황대진기자
입력 : 2004.12.09 17:22 45'
“교사 경력이 있거나, 음악이나 체육, 미술 등 아이들
특기 적성교육을 시킬 수 있는 분들에게 우선 입주 자격을 드릴 생각입니다.”
고현석 전남 곡성군수는 “도시에서 들어온 은퇴자들이 지역 아이들을 가르치면 특기적성 교사가 부족한 곡성군 입장에서도 좋고, 은퇴자 스스로도
자신의 일을 갖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며 이렇게 말했다.
고 군수는 지난 5일 전북 순창군과 함께 시니어콤플렉스를 유치키로 하고, 농업기반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곡성군은 섬진강의
지류인 보성강변에 마을당 10만㎡ 규모(최대 100가구)로, 총 3개의 시니어 콤플렉스를 만들 예정이다. 마을에는 주거시설은 물론 소득 창출을
위한 농업단지, 의료 요양시설 및 문화여가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곡성군은 60세 이상 은퇴자 중 문화나 예술, 체육, 기술 등 분야에서
경험과 경륜을 쌓은 사람에게 우선 입주 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다. 또 시니어 콤플렉스를 가능하면 펜션형으로 개발, 입주자에게 농업소득 외에
펜션수입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고 군수는 “곡성은 아름다운 섬진강을 끼고 있어 주변경관이 수려한 데다, 광주나 순천 등 인근지역과의 연계성도 좋고, 예로부터 범죄가 없는
곳으로 유명해 노후를 보내기에 정말 좋은 곳”이라며 “내년부터 부지매입 등 사업을 시작해 2010년쯤이면 입주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니어 콤플렉스 "우리 마을이 명당"… 전북
순창
고향출신들에 입주우선권
편안한 여생 책임지겠다
순창=황대진기자
입력 : 2004.12.09 17:23 24'
전북 순창군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장수복지과’란
행정조직이 있다. 순창은 고추장과 함께 ‘장수’를 아예 지방자치단체의 ‘브랜드’로 내걸었다. 군으로 진입하는 도로마다 ‘장수와 장류의 마을
순창’이란 표지가 서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군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4%나 된다. 인구 10만명당 100세인 인구 비율은 29명으로
전국 1위다. 순창군은 지난해 7월 미국의 ‘타임(Time)’지에 세계의 장수고을 중 하나로 소개됐다. ‘시니어 콤플렉스’를 구상한 서울대
연구팀이 순창군 복흥면을 모델로 놓고 설계도를 그린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강인형 순창군수는 “최근 시니어 콤플렉스 유치를 위해
농업기반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장소는 서울대팀이 모델로 삼았던 복흥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복흥면은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던 가인 김병로 선생의 고향으로, 해발 350m 정도의 분지로 예로부터 명당으로 불리던 곳. 도시 사람들이 들어와 이질적인 마을을 만드는
것을 기존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겠냐는 지적에 대해 강 군수는 “저항이 가장 적은 방법을 쓸 것”이라며 “서울에 사는 향우들에게 우선적인
입주자격을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 군수는 “순창은 1주일 동안 입어도 와이셔츠가 깨끗할 만큼 공기가 좋은 곳”이라며 “전원에서의 노후를 그리는 모든 도시민들에게 완벽한
조건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장수벨트의
특징
입력 : 2004.12.09 17:15 50'
●
자연 조건은?
-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을 잇는 중산간지역.
- 평균 표고(標高)는 314.2m로 전국 군 평균(252.1m)보다 60m이상 높음.
- 평균 기온은 13.7도로 전국 군평균 12.7도보다 1도 가량 높은 반면, 연 평균 강수량은 1459㎜로 전국 평균보다 200㎜가량
적음.
- 산림면적 비율은 전국 군 평균보다 2% 높음.
● 얼마나 오래사나?
- 전북 순창의 경우 10만명당 100세인 비율 전국 최고(29명)
- 4개군 평균 노인인구 비율 20% 넘음(전국 평균 8.65%).
● 어떻게 살고있나?
- 장수벨트 지역에 사는 노인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매우 낙관적임(조사 대상 노인의 66%는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좋다’또는 ‘아주
좋다’고 생각하고 있음).
- 특히 배우자가 생존해 같이 살고 있는 비율이 38%로 60세 이상 전국 평균(약 24%)보다 상당히 높았음.
- 하루 9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며, 낮잠 자는 노인도 상당수. 과일과 콩, 버섯, 채소 등을 좋아하는 식품으로 꼽았고, 유제품·육류 등
동물성 식품을 싫어하는 음식으로 꼽았음.
첫댓글 아고 벌써 요런 정보를 접해야 하나~~ㅎㅎ
향기님은 좀더 있다가 보슈? ㅎㅎㅎ
탱큐,,우리 태봉산님들은 태봉산쪽으로 가자, 노을의보은 저수지,시야의평온쪽, 나의시거리쪽 아~그때가 그리워진다 기대된다,건강을 서로 책임지면서 살아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