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풍수로 풀어본 노거수 - 느티나무

[이철희]

총받이가 된 느티나무

  전북 임실 땅에는(둔남면 오수리)에는 주인을 위해 죽은 개의 충혼을 기린 의견비(義犬碑)가 있고, 그 곁에는 ‘오수(獒樹)’라 불리는 느티나무가 서 있다. 옛날에 김개인(金蓋仁)이란 사람이 있어, 그는 언제나 개를 데리고 다녔다. 어느 날이다. 술에 취한 채 집으로 돌아가던 그는 도중에 잔디 밭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때 부근에서 난 들불이 김개인에게로 점점 타들어왔다.

  위험을 느낀 개는 주인을 깨우려고 짖기도 하고, 옷을 물어 당기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 골아 떨어진 주인은 요지부동이었다. 다급해진 개는 냇가로 가 몸에 물을 흠뻑 적시고는 주인 근처의 불길 위를 뒹굴었다. 주인을 향해 번져오는 불길을 막기 위함이다. 수 백번을 반복하던 개는 기진맥진해 쓰러졌고, 결국은 불타 죽었다. 얼마 뒤, 잠에서 깨워난 김개인은 깜짝 놀랐다.

  사방은 온통 잿더미로 변해 있고, 사랑하던 개는 자기 곁에서 죽어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을 알아 챈 그는 크게 슬퍼하면서 개 무덤을 만들어 주고, 짚고 다디던 지팡이를 꽂아 두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지팡이가 살아서 큰 느티나무로 자라났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 나무를 오수(개나무)라 부르고, 마을의 이름까지 ‘오수 마을’로 삼았다.

  전국적으로 분포한 느티나무는 성장이 빠르면서 비옥한 땅에서 잘 자라고, 햇볕을 좋아하는 나무이다. 가지가 사방으로 둥글게 퍼져 넓고도 짚은 그늘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우니 마을 어귀의 정자목으로 자리잡았다. 느티나무는 오래사는 나무이다. 큰 느티나무는 고향을 잊고 사는 도시인에게 할머니처럼 넉넉하고 정다운 존재며, 마을 사람들에게는 담소와 마을 일을 결정하는 모임의 장소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느티나무가 많아 지명조차 ‘느티나무골’로 불리는 곳이 있다. 충북 괴산(槐山)으로, 신라 때는 개잠성이라 불리었다. 백제군이 처들어오자, 신라 장수였던 찬덕(讚德)은 풍전등화같은 위기에서 끝까지 싸울 것을 명령하였다. 그러나 식량과 물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목숨을 보전하길 원했다. 더 이상 싸을 수 없음을 깨달은 찬덕은 머리를 큰 느티나무에 들이박아 자결하고, 그 충절을 높이 산 신라 조정은 개잠성을 괴산으로 고쳐부르게 하였다. 괴산은 지금도 군 내 곳곳에 느티나무 거목이 즐비하고, 필자는 괴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대부분을 그곳에서 자랐다.

  느티나무는 또 재질이 우수하고 문양이 아름다워 가구용 목재로써 인기가 가장 좋다. 특히 수많은 세월이 그려낸 나이테는 어느 예술품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어찌보면 동양의 산수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그림이고, 어찌보면 기묘한 천연 문양이 기하학적 균형감을 이룬 듯하다. 특히 뿌리로 만든 공예품은 얼마나 빼어난 자태로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가? 그래서 가구를 만드는 장인(소목장)이라면 누구나 괴목 수집에 열을 올린다.

  좋은 작품은 좋은 느티나무를 구하는 것으로 거의 결정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댐 건설로 수몰되는 지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장인들끼리 구입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한다. 가구용 판재를 켜기 위해 제재소로 가져가면, 주인에게서 문전박대를 받기가 쉽상이다. 거기에는 우리 민족이 겪은 전란과 질곡의 수난사가 나무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강화도에 있는 ‘정족산성(鼎足山城)’은 1866년 조선군 양헌수(梁憲洙) 부대가 프랑스 군대와 접전을 벌여 프랑스 군사 32명을 죽이고 50여 명에게 중상을 입혀, 구한 말 열강의 침략에 맞서 최초로 승리를 거둔 격전장이다. 그런데 그 싸움의 일등공신은 다름아닌 성 안에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이 나무는 전란이 있을 때면 윙윙하고 울어 자명목(自鳴木)이라 불리는데, 프랑스 군대가 쳐들어 오던 날도 밤 새워 울었다고 한다.

  그러자 양헌수는 적의 기습을 눈치채고 1천여 명의 조선군을 모아 전투 태세로 돌입했고, 그 중에는 명사수로 소문난 강계 포수도 많았다. 드디어 적의 칩입이 거세지자, 느티나무에 몸을 보호한 강계군은 백발백중의 사격 솜씨를 뽐내 프랑스 군대를 통쾌하게 무찔렀던 것이다. 그렇지만 총받이가 된 느티나무는 자기 몸 속으로 수많은 총알과 포탄 파편이 뚫고 들어와 만신창이가 되어 ‘총알 박힌 나무’가 되었다.

  전국의 느티나무치고 어느 것 하나 그 속에 총알과 파편이 박히지 않을 것이 없다하니, 제재소의 주인이라면 기겁을 할 일이다. 애써 날을 세운 톱날이 순식간에 쇠붙이에 의해 절단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느티나무는 고운 문양만큼이나 장인의 애를 썩이는 나무고, 온갖 정성으로 은은하고 정갈한 가구로 탄생시키는 장인의 손길만큼은 오늘 날에 와 더욱 귀하게 생각된다.

[사진 : 남원 보절면의 느티나무(제 281호)
조선 세조 때에 우공이란 장수가 있었는데, 어린 시절에 뒷산에 올라가 맨손으로 나무를 뽑아 와 심어 놓고는 ‘누구든 이 나무를 다치게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말한 뒤에 떠났다고 한다. 그 후 우공은 나무의 공덕으로 나라에 큰 공을 세워 수군절도사에 올랐다 한다.]

느티나무에 얽힌 설화들

  느티나무는 마을의 정자목이나 당산목의 역할을 하는 신령스런 나무로, 15그루가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하지만 나무가 아주 오래되면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추정만 가능한데, 전국적으로 500년 이상된 나무가 흔하다.

   그 중에서 청송 신기동의 느티나무(제 192호)는 수령이 150년으로 기록돼 있으나 현장에서 줄기의 굵기, 뿌리의 뻗음, 가지의 수관을 볼 때에 원성 흥업면의 느티나무(제 279호)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제 279호의 수령을 400년으로 추정한다면 제 192호의 수령은 500년은 족히 넘을 듯 싶고, 안내판에는 350년은 넘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천 년을 사는 느티나무는 연륜만큼 많은 신령스런 사연이 전해진다. 나무를 치성으로 위하면 아들을 얻게 된다는지, 밤에 광채를 내면 마을에 좋은 일이 생긴다든지, 흉한 일이 생길 때마다 울어 ‘운나무’란 별명이 있는 느티나무, 찢어진 가지로 목재를 만들었더니 목수가 죽었다는 나무 등등 대개는 가지를 꺽으면 화를 당한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오늘 날까지 아름다움을 누린다.


◈ 삼척 소달면의 긴잎느티나무(제 95호)
  서낭당의 나무로 마을의 번영과 안녕, 그리고 태평성대를 지켜왔고,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고려 말에 여러 선비들이 이 나무 아래로 피신한 적이 있어 지금도 입시철이면 치성을 드리려는 학부모들이 찾아온다.


◈ 남해 고현면의 느티나무(제 276호)
  500년 전에 이 마을의 부농이었던 유동지란 사람이 심었다고 전한다. 마을의 정자목으로 나무 아래에서 계모임을 하거나 노인을 위한 잔치를 연다.


◈ 김제 봉남면의 느티나무(제 280호)
  줄기 밑부분에 큰 구멍이 있으며(현재는 외과수술로 메움), 그 옆에 큼직하고 평편한 바위가 놓여있다. 그런데 이 암반이 조금만 높았더라도 역적이 났을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또 6.25 사변 때에 젊은이들이 이 나무에 인사를 드리고 전쟁터에 나갔는데, 한 사람도 다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나무 곁에 있는 정자는 옛날 배씨 성을 가진 풍수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익산대(益山臺)라 이름 붙였는데, 현재는 반월정(半月亭)으로 부린다고 한다.

◈ 남원 보절면의 느티나무(제 281호)
  조선 세조 때에 우공이란 장수가 있었는데, 어린 시절에 뒷산에 올라가 맨손으로 나무를 뽑아 와 심어 놓고는 ‘누구든 이 나무를 다치게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말한 뒤에 떠났다고 한다. 그 후 우공은 나무의 공덕으로 나라에 큰 공을 세워 수군절도사에 올랐다 한다.

◈ 담양 대전면의 느티나무(제 284호)
  조선의 태조가 아직 왕에 등극하기 전, 전국의 명산으로 치성을 드리며 다니던 중, 삼인산에서 기도를 마친 다음 이곳에 심었다. 당시는 이곳이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라 이 고장의 명물로 보호받아왔다(현재는 초등학교 교내)

◈ 함양 학사루의 느티나무(제 407호)
  조선 조 때에 김종직이 함양 현감으로 재직하면서 객사 내의 학사루 앞쪽에 심었다고 전해진다. 함양의 역사를 음미하는 귀중한 나무로 지상 3m 이내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어 영남학파의 꿋꿋한 기개만큼이나 품위와 위엄을 갖추었다.

[사진 : 김제 봉남면의 느티나무(제 280호)
줄기 밑부분에 큰 구멍이 있으며(현재는 외과수술로 메움), 그 옆에 큼직하고 평편한 바위가 놓여있다. 그런데 이 암반이 조금만 높았더라도 역적이 났을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또 6.25 사변 때에 젊은이들이 이 나무에 인사를 드리고 전쟁터에 나갔는데, 한 사람도 다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나무 곁에 있는 정자는 옛날 배씨 성을 가진 풍수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익산대(益山臺)라 이름 붙였는데, 현재는 반월정(半月亭)으로 부린다고 한다.
]

느티나무의 입지환경에 대한 풍수적 분석

1. 수(水)의 흐름 상의 특징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은행나무는 총 15건으로 전체에 대해 풍수적 입지를 조사했다. 하지만 대개의 느티나무는 마을 어귀나 길가 혹은 냇가에 위치함으로 뿌리를 내린 내룡의 방위를 패철로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담양 대전면의 느티나무(284호)의 경우, 한재 초등학교 운동장 내에 서 있는데 현장에서 파(破)와 내룡의 판단이 불가능해 결국 1/5000의 축적 지도로 입지환경을 분석하였다.

    또 여러 나무가 외과수술을 받았는데, 그것은 가지가 부러지거나 찢겨나간 자리로 추측된다. 하지만 본래 가지가 뻗어나간 방위를 판단하기 어려워 용상팔살에 의한 찢김인지, 혹은 팔요풍(八曜風)에 의해 고사(枯死)했는지 판단키 어려웠다.

    느티나무는 수국과 화국에서 잘 자라는데, 수국이라면 절파(巽巳)가 우수하고, 화국이면 절파인 건해파(乾亥破)가 우수하다. 그런데 자연 흐름에서는 수국은 좌선수가, 화국은 우선수가 뛰어나다. 하지만 목국에 위치한 경우는 적고, 특히 원성 흥업면의 느티나무처럼(279호) 금국의 경우는 예의에 속하고, 가장 길지인 묘파에 위치해야 노거수로 자랄 수 있다. 그리고 영풍 순흥면의 느티나무(274호)는 유일하게 양기가 수국의 태파에 해당되어 양기의 흐름에서 가장 취약하였다.

    이 경우, 풍수 경전은 혈장(나무 위치)과 파(양기가 최종적으로 빠진 곳)까지의 직선거리가 135m 이내라야만 당국 내에 생기가 응집되어 건강하다고 한다(百步轉欄). 그런데 그곳은 대략 500m는 넘게 떨어져 풍수적으론 흉지라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느티나무가 위치한 입지환경을 분석하면, 수국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화국으로 자연흐름은 절파인 경우가 양호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14건의 느티나무에 대한 국, 파, 자연 흐름을 분석하면 《표 1》과 같다.

구 분	파 의 구 분				자연 흐름
	묘 파	절 파	태 파	소 계	우선수	좌선수
수 국	2개(13%)	3개(20%)	1개(6%)	6개(40%)	2개(14%)	4개(26%)
목 국	1개(7%)	2개(14%)	-	3개(20%)	2개(14%)	1개(6%)
화 국	1개(7%)	3개(20%)	1개(6%)	5개(33%)	2개(14%)	2개(20%)
금 국	1개(7%)	-	-	1개(7%)	1개(6%)	-

2. 입지한 땅의 기운
    느티나무가 입지한 땅의 기운은 수맥이 흐르지 않으면서 고운 흙으로 이루어진 관대룡이 특히 좋다. 그리고 장생룡과 제왕룡까지 감안하면 소위 풍수적 길지와 87%가 부합되며 그 내용은 《표 2》과 같다. 관대룡을 사람으로 간주하면 글도 배우고 문장도 익히며 청년으로 자라나는 시기로 땅의 기운은 대체로 장생룡과 제왕룡보다는 견밀하지 못한 채 무르다. 생기를 품을 수 없는 흉룡(凶龍)에 느티나무가 자리잡은 경우는 찾지 못했다. 따라서 느티나무는 땅 속이 고운 흙이고, 단단하지 않은 채 약간 무른 상태이거나, 장생룡에 잘 자란다고 할 수 있다.

    느티나무의 입지 환경 중에서 특이한 점은 나무들 중에서도 장풍이 양호하지 못한 지점에 주로 위치한다는 것이다. 즉, 깊은 산 속이나 좌우 가까이에서 청룡, 백호가 바람을 막아주는 곳이 아니라 마을의 어귀나 넓은 들판 한 가운데가 많다. 이것은 느티나무가 양분을 생산키 위한 광합성 작용에서 많은 햇볕을 필요로 하는 식물임을 대변한다. 즉, 느티나무는 많이 먹고 많이 소화하는 식물로, 건강하니까 병충해도 강한 내성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벌판이 넓으면 바람이 많이 분다. 태풍으로 가지가 부러지거나 찢기는 경우가 많은데, 용상팔살의 방위로 뻗은 가지가 언제나 부러지고 찢겨져, 외과수술을 받은 흔적이 있다.

구 분	장생룡	관대룡	제왕룡	임관룡	양 룡	소 계
수 국	-	4	1	1	-	6
목 국	1	1	-	1	-	3
화 국	2	2	1	-	-	5
금 국	-	-	-	1	-	1
소 계	3	7	2	3	-	15

3. 느티나무의 수세(樹勢)적 특징
    느티나무 중에서 수관이 수려한 것은 제 274호, 제 275호, 제 281호, 제 284호, 제 382호, 그리고 제 407호이며, 가지가 찢겨 수관이 왜소해진 것은 제 192호, 제 273호, 제 276호, 제 283호 등이다. 그 중에서 제 284호는 조선의 태조가 삼인산에서 기도를 드린 후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수관이 장엄하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또 제 382호의 것장연의 느티나무겄는 가까이에 세 그루의 거목이 함께 자라서 여름이면 큰 숲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느티나무는 광활한 벌판에 우뚝 서 모진 비바람을 막고 섰으니, 사람에 의한 답압(踏壓)의 피해보다는 태풍으로 가지가 찢기는 것이 가장 두렵다. 따라서 거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용상팔살, 팔요풍) 뻗은 가지마다 특수 제작된 지지대를 설치하고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것을 막기 위한 지주대가 아니다. 휘몰아치는 바람을 너끈히 견디어 낼만한 고정 지지대이거나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방풍대가 필요하다.

4. 천 년을 살 느티나무의 풍수적 입지조건
    느티나무가 노거수로 자라는 입지는 주로 수국과 화국에 잘 자란다. 그런데 수국과 화국내라면 절파에 해당되는 지점(巽巳·乾亥)이 우수하고, 우선수보다는 좌선수가 우수하다. 하지만 목국과 금국내라면 파가 길해야하고 양기 흐름도 우선수가 뛰어나다. 자연이 북동방으로 흘러빠지는 곳에는 느티나무를 심지 않는 것이 좋겠다.

    땅의 기운은 관대룡이 가장 우수하니, 은행나무보다 무른 흙을 좋아함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느티나무가 주로 평지에 위치하는 이유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평지룡은 현장에서 판단이 어려워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론 느티나무는 양기가 동방으로 빠지면서(乙辰·巽巳破), 용맥이 서방에서 동방으로 뻗은 곳이거나(辛戌龍), 화국이 경우는 건해파(乾亥破)에 내룡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뻗은 곳에(丙午龍) 식수한다면 장수를 기약할 것이다.

[사진 : 담양 대전면의 느티나무(제 284호)
조선의 태조가 아직 왕에 등극하기 전, 전국의 명산으로 치성을 드리며 다니던 중, 삼인산에서 기도를 마친 다음 이곳에 심었다. 당시는 이곳이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라 이 고장의 명물로 보호받아왔다(현재는 초등학교 교내).]

남해 고현면의 느티나무

■ 지정번호: 천연기념물 제 276호(지정사유: 노거수, 500년)
■ 영명: Zelkova Tree at Kohyon-myun, Mamhae
■ 학명: Zelkova serrata Makino(느릅나무과)
■ 소재지: 경남 남해군 고현면 갈화리 732
■ 지정일자: 1982. 11.04
■ 소유: 국가 및 개인
■ 나무의 특징
    (1)크기: 높이17.5m, 가슴줄기둘레 9.3m, 가지(동 9.6m, 서 14.5m, 남 14.5m, 북 13.5m)
    (2)면적: 314m2
    (3)1995년 태풍으로 주가지가 부러짐
■ 풍수적 입지:木局-右旋申破(8分針)-左旋甲卯長生龍乙辰養龍-正養向辰坐戌向


나무찾아 10만리
    남해대교는 하동의 노량리와 남해의 노량리를 연결한 다리로, 지명 상으론 다리가 아니다. 하지만 깊고 물살이 빠른 노량 바다를 두고 육지와 고립된 남해는 이 다리의 건설로 인해 산업, 운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꾀하였다. 다리를 건너 섬 서쪽 기슭을 따라 건설된 19번 도로를 타고 가면, ‘이충무공전몰유허기념관’이 오른쪽에 있고, 그곳을 지나 고현면 소재지에서 1024번 도로로 갈아탄다.

    바다를 끼고 난 도로는 푸른 남해가 도로가로 출렁거려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약 8km를 가면 낮은 고개로 도로 좌우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그곳이 갈화리이다. 고개는 서학산(西鶴山)에서 북서방으로 뻗은 산줄기가 일시적으로 숨을 고르는 고개이다. 마을 지나 100여 m를 가면 개천이 나타나고, 도로에서 100m 떨어진 왼쪽 개천가로 꽁지빠진 공작마냥 이리저리 가지가 잘린 거목이 보인다. 이 나무가 천연기념물 제 276호로 갈화 마을의 신목이다. 나무는 개천과 거의 붙어 서 있고, 막돌로 3단의 석축을 쌓은 다음 그 위에 격자형 철책을 세우고,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다.

느티나무 이야기
    이 나무는 갈화리에 거주하는 유씨(劉氏)의 9대조인 유동지(劉同旨)가 자기 논 옆 냇가에 500년 전에 심고서 여름철에 농사를 관리라며 휴식처로 삼았다고 전한다. 6.25 사변 전에는 이 나무 아래에서 마을 총부회(청년회)를 열어 임원을 선출하였으며, 논매기등 두레를 계획하기도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나무 아래에는 ‘청년회공적’이란 쓴 시멭트 비석이 서 있어 그 유래를 알려주고 있다.

    현재는 정월 보름에 이 나무 밑에서 동제를 지낸다. 본래는 굵은 세가지가 수려한 모양을 갖추었으나, 1995년 태풍으로 남서쪽 가지가 부러지고 잘려나가 지금은 두 개의 굵은 가지만이 남아있다. 부러진 부분에는 외과수술을 받은 흔적이 남았다. 하지만 모양이 수려하지 못해 천영기념물로써 관상미는 떨어진다.

풍수적 입지연구
    남해는 본래 육지와 동떨어진 섬이 아니라. 하동의 금오산(849m)에서 남쪽으로 뻗어나간 산자락이 남해의 금음산(481m)로 솟구치기 위해 몸을 낮춘 과협이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바다물이 들어 차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유는 금오산에서 남진한 산줄기와 금음산에서 북진한 산줄기가 위세와 방향에서 서로 짝을 이루기 때문이다.

    갈화리는 사학산에서 마치 누운 아기의 다리 모양으로 뻗은 두 갈래의 용맥에서 오른쪽 다리의 안쪽에 위치하고, 왼쪽 종아리 부분에는 공동산이 우뚝하다. 따라서 하복부의 양 기슭에서 흘러온 물은 연못 못미쳐 합수하고, 그 물이 개천을 이루며 남해로 흘러든다. 느티나무가 위치한 내룡은 마을 뒷산을 이룬 산맥 중에서 마을 오른쪽에 자리한 숲 옆으로 갑묘 장생룡(甲卯長生龍)으로 뻗어내리다가 논밭을 통과해 개천을 따라 을진 양룡(乙辰養龍)으로 뻗어왔다.(來龍: 木局右旋乙辰養龍)

    혈장을 에워싼 산봉우리를 관찰하면, 동남방으로 서학산이 웅장한 자태이고, 서방으로 뻗은 백호의 과협부분이 약간 낮기는 해도, 건너편으로 바다가 보이지 않으니 월수는 되지 않았다. 비록 바닷가지만 청룡과 백호가 손을 마주잡을 듯이 감싸안은 형국에 그 가운데로 개천이 흘러가 장풍이 잘 된 곳이다.

    이곳에 미치는 바람과 물의 순환은 서학산에서 흘러온 양기가 개천을 따라 흐르다가 공동산 아래의 청룡 끝자락과 1024번 도로가 만나는 지점으로 빠져나가니, 좌선수로 신파(申破, 6分針)이다.(水口:木局左旋絶位申字地支消水)

    혈장의 생기(生氣)은 양룡으로 길한 터이나 땅 속은 견밀하면서 단단한 흙으로 구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을진용(乙辰龍)은 신방(申方)이 용상팔살(龍上八殺)에 해당하여 수세가 약하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곳이라 태풍에 부러졌을 것이다. 또 나무가 생육과 결실에 영향을 미치는 좌향은 자연이 좌선수이고, 물이 신파이니 목국의 정묘향(正墓向)인 축좌미향(丑坐未向이 정법이다. (坐向:木局正墓向丑坐未向)

풍수적 보호방안
    현재 나무는 17m의 높이에 가지는 남쪽이 14m로 가장 길다. 즉, 향상으로 남향이 가장 좋은 양기를 택할 수 있고, 나아가 바람의 피해도 벗어날 수 있다. 현재 나무가 위치한 터는 주변에 인공적인 시설물이 없고, 또 신방의 가지는 이미 부러졌음으로 풍수적으로 우려할 사항은 없다. 단, 개천을 넓게 정비하여 전순이 작아졌으니 개천 물로 인해 혈에 응집된 생기가 파괴될 위험이 있다. 나무 앞에서 물이 금성수로 굽어도는데 물이 굽어돌기 직전의 방둑을 비보하여 물이 혈로 충(沖)하지 못하도록 방지함이 좋겠다.

양택풍수의 적용
    갈화 마을은 서학산에서 우측으로 뻗어내린 용맥의 안쪽 비탈에 자라잡고 있는데, 자연의 흐름은 정미 묘파(丁未墓破)이다. 또 내룡은 서진하는 갑묘 장생룡(甲卯長生龍)에 위치해 지기(地氣)도 왕성하다.

    다만 자연이 좌선수이니 목국의 자왕향인 병오(丙午) 남향으로 집을 놓으면 합법이다. 경전에 이르기를, ‘左旋水가 墓位 丁未方으로 消水하니, 火局의 艮寅 長生水, 乙辰 冠帶水, 巽巳 臨官水가 會合하여 上堂한 뒤에 衰方인 丁未方으로 消水하니, 生來會旺하여 發富發貴하고 오래 살고 人丁이 興旺한다. ’라고 하였다. 을진방에 있는 서학산은 골직자니 법관이 나을 길산이다.

[사진 : 남해 고현면의 느티나무(제 276호)
500년 전에 이 마을의 부농이었던 유동지란 사람이 심었다고 전한다. 마을의 정자목으로 나무 아래에서 계모임을 하거나 노인을 위한 잔치를 연다.]

풍수적 보호방안

    느티나무는 대개가 마을의 어귀에 위치하는데,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처럼 눈시울을 찡하게 만드는 나무이다. ‘親(父親, 母親)’자는 ‘나무에(木) 올라서서(立) 바라본다(見).’라는 뜻으로, 먼 곳으로 떠난 자식이 언제나 돌아올까 기대하며 늙은 어머니가 나무에 올라 바라보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어떤 나무에 올라가 먼 길을 바라보셨을까? 바로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이다. 느티나무는 밑둥에서 가지가 여러 개로 갈라져 넓은 수관을 이루니, 비록 원숭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올라가는 나무이다. 조바심이 실린 어머니의 무거운 발을 거뜬히 받쳐 준 고마운 나무인 것이다.

    느티나무는 광활한 벌판에 우뚝 서 모진 비바람을 막고 섰으니, 사람에 의한 답압(踏壓)의 피해보다는 태풍으로 가지가 찢기는 것이 가장 두렵다. 따라서 거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용상팔살, 팔요풍) 뻗은 가지마다 특수 제작된 지지대를 설치하고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것을 막기 위한 지주대가 아니다. 휘몰아치는 바람을 너끈히 견디어 낼만한 고정 지지대이거나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방풍대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느티나무가 노거수로 자랄 수 있는 입지 환경은 금국보다는 수국과 화국이 좋고, 파가 절파라면 좌선수이든 우선수이든 관계가 없다. 또 땅의 기운은 관대룡이 우수하니, 상기와 같은 지형을 선택해 건강한 느티나무를 심고 용상팔살만 주의한다면 곧 천 년의 장수를 약속할 것이다.

[사진 : 삼척 소달면의 긴잎느티나무(제 95호)
서낭당의 나무로 마을의 번영과 안녕, 그리고 태평성대를 지켜왔고,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고려 말에 여러 선비들이 이 나무 아래로 피신한 적이 있어 지금도 입시철이면 치성을 드리려는 학부모들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