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전철 따라 북한강물처럼 정갈한 맛집 즐비
경치만 좋은 게 아니라 음식 맛도 좋다
- ‘경춘선 기차의 시대’가 마감되고 ‘경춘선 전철의 시대’가 열렸다. 다 같은 철길 운행이지만 기차와 전철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과 교통수단은 판이하다. 기차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정해진 역으로 가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전철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아무 때나 전철이 닿는 역으로 나가면 곧바로 탈 수 있어 편리하다. 동요로 불렸던 ‘기차는 빠르고 비행기는 높다’는 기차의 개념이 이제는 KTX와 수도권 전철의 개통으로 인해 뒷전 신세가 되고 있다.
1939년에 개통된 서울(성동)~춘천 간을 잇는 경춘선 열차는 70년 세월을 긴요한 교통수단으로 유지되었다. 또한 1980년대 이후 ‘관광과 낭만의 열차’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았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그러했다. 청량리역발 춘천행 단선 선로를 달리던 기차는 크고 작은 역마다 모두 섰다. 어떤 역에서는 마주 오는 열차와 교차하기 위해 한참을 머물기도 했다.
열차 안은 대부분 즐거운 행락객들로 붐볐다. 달리는 차창 밖의 풍경도 무척 변했다.
마지막으로 타 본 기차, 성북역~마석 구간은 마치 아파트 숲속을 달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기차가 마석역을 지나 대성리로 접어들면 북한강 물줄기와 46번 국도와 평행선을 이루며 달렸다. 이른 새벽, 운 좋게도 열차가 물안개 속을 달릴라치면 차속의 사람 모두가 신선이 되었다.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역에 내려 MT나 축제장, 캠프장으로 향하던 그 행복했던 발걸음, 그리고 영원토록 간직하고픈 아름다운 이야기들, 이 모두는 경춘선 위에 쌓인 많은 사람들의 공유의 추억이겠다. 그리고 경춘선과 인연을 닿았던 사람들 대부분은 그들만의 소중한 사연들도 간직하고 있으리라. 연인끼리라면 적어도 한 차례 이상 경춘선 열차는 타 보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경춘선 철길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낭만과 추억들이 쌓여 있다.
필자의 경우, 경춘선 열차를 처음 타게 된 것이 1950년대 후반이었다. 논산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마치고 전방부대로 배치받기 위해 군용열차편으로 춘천에 갔다. 입대했던 시점이 만추. 거리에는 낙엽이 흩날렸고 길거리 전파상의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던 고음의 피아노곡 ‘오텀 리브스(Autumn Leaves)’ 는 내 온 몸에 전율을 일게 했다. 그 음악을 들으며 엄동설한, 군인의 신분이 되어 춘천행 군용열차를 탄 것이다.
늦은 저녁시간 논산역을 떠난 열차가 용산역을 경유, 춘천역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오전이었다. 그 해 겨울 춘천은 유난히도 추웠다. 살을 에도록 추웠던 그 기억은 지금도 내 피부에 아련하게 와 닿는다. 그 추위의 묘한 쾌감을 느끼고 싶을 때는 춘천을 찾아 갔다. 이제는 춘천 땅 ‘나미나라공화국’, 남이섬의 ‘겨울연가’의 음악, ‘처음부터 지금까지’ 처럼 전철을 이용, 춘천을 자주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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