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장, 지수는 서둘러서 한예옥의 퇴원수속을 밟는다. "지수야! 정말 내가 너하고 살아도 될까?" "어머니! 저랑 사시는 것이 싫으세요?" "내가 싫을 리가 있니? 그냥 너에게 미안해서 그러지........" "어머니! 어머니가 저를 도와주시는 건데 미안하실 이유가 뭔데요? 오히려 제가 어머니께 감사를 드려야 하는데요." 지수는 한예옥의 짐을 챙긴다. 이미 퇴원수속을 마치고 인경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수는 인경이 도착을 하자 이내 서둘러 병원을 나선다. "우리 인영이는?" 인경은 보이지 않는 동생을 묻는다. "지금 회사가 너무나 바빠서 이따가 저녁에 집으로 오라고 했어요." "그래도 어머니를 모시지 않고......." 인경은 지수를 보기가 미안스럽다. 그러나 인영은 지수에게 미안해서 일을 핑계 댄다. 그런 마음을 지수도 알고 있다. 지수는 차를 몰아서 일산의 자신의 집으로 한예옥을 모시고 간다. 집에 도착을 하자 인경과 한예옥은 눈을 크게 뜨면 놀란다. 생각보다 너무나 넓고 좋은 집인 것이다. "어휴! 이렇게 좋은 집인 줄 몰랐다." "이제 이곳에서 어머니와 저와 단 둘이서 재미있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겁니다." 지수는 일부러 밝고 명랑한 소리로 말을 한다. "엄마! 이제 나는 엄마 사랑을 빼앗기게 생겼는걸요." 인경도 더불어서 밝은 모습이 되어 농담을 하곤 했다. 김연자는 처음에 지수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제 와서 다시 인영과 무슨 인연을 맺으려하는가 하는 생각에서 인영의 어머니를 모시겠다는 지수의 마음을 이해하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수의 마음은 인영과는 관계없이 인영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는 승낙을 했던 것이다. 서로가 외롭고 상처를 받은 사람끼리 서로 이해하면 감싸 줄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김연자는 인영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녀의 눈에는 지수와 인영과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들어오건만 지수의 마음에는 한 결 같이 인영을 밀어내고 있었으니 아무리 지수를 낳은 엄마라 할지라도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인영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지수의 손에 닿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행여나 이제서 인영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면 한사코 인영의 어머니를 모시는 일에 반대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수의 마음은 인영과는 상관없이 그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지수의 순수한 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김연자는 차라리 지수를 혼자서 지내게 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한예옥이 오기 전에 김연자는 일산으로 내려가 한예옥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방의 배치를 도와주었다. 지수는 자신의 모든 짐들을 이층으로 옮기고 자신이 쓰던 방을 한예옥에게 내어 주면서 불편함이 없도록 가재도구들을 새롭게 마련을 한 것이다. 집의 외면이야 언제나 박 기정이 손을 보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손을 볼 필요는 없지만 내부는 지수가 살고 있는 동안 한 번도 손을 대지를 못해서 며칠을 새롭게 손을 보면서 집안을 모두 다시 바꾸다시피 한 것이다. 한예옥은 집안을 둘러본다. 너무나 깨끗하고 산뜻한 집이 한예옥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었다. “세상에! 혼자서 어떻게 이 넓은 집을 이렇게 깨끗하고 이쁘게 가꿀 수가 있었니?“ “이번에 다시 손을 좀 보았어요. 그동안 제대로 손을 대지도 않고 살았기 때문에 어머니 핑계를 대고 손을 보고 나니 마음이 좋더라고요.“ “정말 큰일을 했구나!” “어머니! 이 아래층은 어머니가 쓰세요. 저는 이층을 쓸 겁니다.“ “나 때문에 네가 번거롭겠구나!” “아니에요. 저는 번역을 해야만 하는 시간이 많아요. 이층은 채광이 더 잘 들어오고 밝고 환해서 그곳이 좋거든요. 그리고 주방도 아래층에 있으니까 어머니가 아래층을 쓰시는 것이 더 편리하고 좋을 겁니다.“ 지수는 한예옥을 아래층의 침실로 모시고 간다. “이곳이 어머니 방이에요. 어때요? 마음에 드셨으면 합니다.“ “마음에 들고말고....... 너무나 좋은 방이구나!“ 한예옥은 정말로 마음에 드는 방이라는 생각을 한다. 인경도 방을 들어서면서 감탄을 한다. “어머니! 참으로 좋은 방이에요. 이방에서 어머니가 살고 계신다는 생각만으로도 난 기분이 너무나 좋아요.“ 그들 모녀는 지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수는 그렇게 한예옥을 데리고 오면서 자신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시간을 맞추어서 식사시간을 지키고 시간을 만들어서 한예옥과의 대화시간을 만들면서 그녀들만의 시간을 보낸다. 한예옥은 집안 구석구석을 손질을 하면서 잠시도 몸을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를 않는다. 지수가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쯤이면 이미 주방에서는 맛있는 음식냄새가 코를 자극하곤 한다. 원래 한예옥은 음식솜씨가 남다른 곳이 있는 사람이다. 너무나 오랜 세월을 살림에서 손을 놓고 있었지만 타고난 한예옥의 음식솜씨는 아직도 그대로 살아 있었다. “어머니! 이렇게 먹다간 금방 살이 쪄서 뚱보가 될 것 같아요.“ “어서 많이 먹고 살 좀 쪄야겠다. 너무나 말라서 보기에 정말 안쓰럽다.“ "어머니! 우리 백화점에 좀 다녀올까요?" “백화점은 왜? 뭐라도 필요한 것을 사야만 하니?“ “그냥 이것저것 사야 할 것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그러자! 오랜만에 너하고의 외출인데 나야 좋기만 하지!“ 그녀들은 서둘러서 외출 준비를 한다. 지수는 가을이 깊어가자 한예옥의 속옷들을 사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 한예옥과 백화점을 간다. 이제 옷을 통해서 들어오는 바람이 꾀나 차다고 느끼면서 지수는 한예옥의 속옷과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상용품들을 구입하고서 지하의 식품 매장으로 들어선다. “어머니! 오늘 인영씨를 함께 가자고 해 볼까요?“ “그래도 괜찮을까?........” 한예옥은 인영이 자주 찾아와 주지 않는 것에 다소 섭섭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인영은 생각보다 자주 오지를 않는다. 그것은 지수에게도 조금은 서운한 일이었던 것이다. 지수는 인영에게 전화를 한다. 인영은 곧 바로 백화점으로 달려온다. 지수의 전화를 받고서야 인영은 어머니가 입으실 옷들이 별로 없음을 생각한다. 몇 년을 병원에 계셨기 때문에 어머니의 옷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도 않고 살았던 것이 그만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지수야! 내가 진즉에 미리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래서 오라고 한 것이 아니야! 어머니께 그 정도로 해 드릴 수 있는 돈은 나한테도 충분히 있어! 오랜만에 나왔으니까 얼굴을 보고 싶어서 나오라고 했어!“ “안 그래도 이번 주말에 내려가려고 하고 있었어!” “오늘은 시간이 어때? 함께 우리 집에 가서 저녁이라도 해 먹고 집에 가면 안 될까?“ “그러지!” 인영은 지수와 어머니를 모시고 일산으로 간다. 한예옥은 모처럼 아들과 함께 와서 저녁을 하는 손길은 즐겁고 흥겹기만 했다. 이렇게 마음 놓고 아들에게 맛있는 밥을 해 먹일 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셋이서 행복한 마음으로 식탁에 둘러앉는다. 즐거운 저녁 한때를 보내고 나서 한예옥은 피곤했던지 먼저 방으로 들어가서 잠이 든다. 지수는 가벼운 칵테일을 만들어서 인영과 이층으로 올라간다. “여기 오기가 힘이 들어?” “응? 아니!......“ 인영은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까 잠시 망설인다. 인영은 이곳을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수가 혼자서 살고 있음을 알고 난 이후에 인영의 마음은 지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지수야! 너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 “이제 그런 말은 하지 마! 난 어머니를 모시고 나서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 그동안 어떻게 혼자서 지냈는지 나도 모를 정도로 정말 좋거든! 헌데, 네 가족들을 이곳에 한 번 만이라도 데리고 오면 안 되겠니?“ “.................” “어머니가 말씀은 하시지 않으셔도 그래도 며느리와 손녀가 보고 싶지 않으시겠어?” “미안하다! 모든 것이 다 내가 부족한 탓이야!“ “그렇게 어렵니?” “...................” “알았어! 힘들다면 굳이 강요하지는 않겠어!“ 지수는 말없이 인영을 바라본다. 지수의 시선을 느낀 인영은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그렇게 되면 자신을 통제할 방법이 없으리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누른다. “인영아! 부부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니?“ “........문제? 그렇지 뭐!“ 인영은 그저 얼버무린다. 인영은 그만 자신의 마음이 약해지려는 것을 느낀다. “나 그만 가 봐야겠다.” 인영은 시계를 보는 척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래! 너무 늦어서 집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지수는 그런 인영을 만류하지 않고 그대로 배웅을 한다. 인영을 배웅하고 들어온 지수는 마음이 허전해 옴을 느낀다. 인영의 표정은 지수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었다. 무언가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으나 인영이 굳이 말을 하기를 꺼리고 있는 것을 느낀다. 지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인영의 생각을 떨쳐낸다. 겨울이 오기 전에 인경은 남편과 지수를 찾아온다. 인경은 가을 추수한 것들을 남편의 차에 싣고서 지수를 찾아온 것이다. “아니? 웬 것들을 이렇게 가져오셨어요?' “내가 지수씨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이런 것들 밖에는 뭐가 있어야지!” 인경의 남편은 가져온 것들을 집안으로 끌어들인다. 쌀이 다섯 가마를 가져오고 각종 잡곡들과 참깨와 참기름 등을 한 차 싣고 왔던 것이다. “웬 쌀을 이렇게 많이 가져 오셨어요?” “지수씨 집에 세 가마 보내드리려고....“ 인경은 미안한 듯이 말을 한다.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랬어요. 힘들여서 농사를 지어서 이렇게 가지고 오시면 남는 것이 뭐가 있겠어요?“ 지수는 인경의 마음 씀이 너무나 고맙고도 미안했다. 한예옥은 그런 딸과 사위의 마음 씀이 고맙다. 지수는 인영에게 전화를 했으나 인영은 자리에 없었다. 허나, 이미 인영은 누나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영은 사무실을 나와서 백화점으로 가서 이것저것을 산다. 언제나 지수에게만 모든 것을 맡겨놓은 채로 모른 척 해 오고 있는 자신이 참으로 뻔뻔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인영은 지수를 위해서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인영의 마음이다. 따뜻한 스카프와 예쁜 가죽장갑을 고르고 과일들과 고기를 사서 차에 싣고는 일산으로 향한다. 한예옥은 모처럼 자신의 자식들을 만나서 너무나 마음이 흐뭇하고 행복에 겨워서 지수를 바라본다. 그러면서 지수가 인영의 배필이라면 하는 욕심을 내 보다가는 스스로 깜짝 놀란다. 마치 전부터 한 가족인양 그들은 너무나 좋은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낸다. 인영은 그날 지수의 집에 머문다. 모처럼 만난 매형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도 있었고 이렇게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깊은 행복감과 안도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시간을 더 누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지수는 그들이 모두 행복한 모습을 보이자 너무나 흐뭇한 마음이 되어서 자신 스스로도 함께 행복한 마음이 되어온다. 인경은 이틀 밤을 머물고 돌아간다. 어머니의 달라진 모습은 인경을 행복하게 만든다. 몇 달 전의 어머니의 모습은 간 데가 없다. 혈색이 돌고 건강해 보이시는 어머니의 모습과 밝고 명랑해지신 어머니의 모습은 얼마 만에 보는 것인지..... 인경은 다시 한 번 지수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한다. “오시고 싶으실 때 언제라도 오세요. 조금도 부담을 갖지 마시고 그냥 오시면 됩니다.“ “지수씨! 내가 죽어서도 지수씨의 이 은혜를 잊지 못할 겁니다. 어머니가 너무나 건강해 지시고 밝고 환한 모습이 되셨어요. 내가 어머니의 자식이지만 한 번도 어머니를 이렇게 편하게 모셔본 적이 없었어요. 무엇으로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제 그런 말은 하지 말기로 해요. 저도 어머니 때문에 얼마나 건강해졌고 행복해 졌는지 모릅니다. 어머니와 저는 서로 아주 잘 맞는 사람들이니까 안심하시고 아무 때나 어머니를 뵙고 싶으시면 오십시요.“ 지수는 인경의 소탈하고 인정이 많은 마음을 알고 있다. 인경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이다. 모처럼 자식들과 보내신 한예옥은 한동안 행복한 마음이 되어서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살아온 생애 중에서 이렇게 마음이 편하고 행복을 누렸을 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행복한 마음으로 그해 겨울은 두 여자에게 너무나 좋은 계절이 되었던 것이다. 지수의 번역은 꾸준히 이어간다. 날로 지수의 번역 실력도 인정을 받아서 잠시도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을 정도로 일이 밀려있었던 것이다. 한예옥은 글을 쓰는 지수의 건강을 위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민간요법의 건강식을 손수 만들어서 지수를 먹이곤 한다. 그런 한예옥의 보살핌이 있었기에 지수의 건강도 겨울을 지나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젠 옛날의 아름다운 모습이 되살아나고 있는 지수의 모습은 너무나 건강해진 모습이었다. 이젠 지수의 얼굴에서 어두운 그늘을 찾아 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따뜻한 봄이 찾아든다. 봄이 되자 한예옥은 마당을 손수 호미로 갈아 업고는 씨를 뿌린다. 작지 않은 마당은 그냥 놀리기보다 야채라도 가꾸어서 식탁을 풍성하게 꾸미고 싶은 한예옥의 마음이다. “어머니! 농사를 지어보셨어요?“ “집 앞의 작은 텃밭은 언제나 가꾸고는 했었지! 항상 시장이 없는 농촌 살림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싱싱한 야채를 구경하기가 어렵고 농촌에서 살다가 보면 그것은 당연한 일상생활이 되곤 하지. 그러나 손을 놓은 지가 하도 오래되다 보니까 제대로 할 수가 있을지 모르겠구나!“ 한예옥은 말을 하면서도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봄의 햇살은 따사로웠다. 지수는 그런 한예옥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평화로움을 느낀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인영과 지수가 어머니와 편안한 가족으로 살면 좋겠어요~~
참으로 가슴 따뜻한 글입니다!!
애가 탄다. 인영이와 어머니 또 인경이......
지수와 인영이 엄마처럼 사는게 인생을 사는 맛일텐데......
잘 읽었습니다.^^
너무 행복한 모습입니다~!
^*^
~~~~^^
`~~~~
행복해야하는데 둘이
즐감요
감사합니다
즐감
즐감^^*
즐독했습니다
항상 감사드리면서 오늘도,즐,독,하고있읍니다 감사 합니다
이제 가족의 정이 드는 것 같네요?
하늘이 맺어주는 인연은 끊을 수 없지요~~~
감사합니다
잘봅니다
즐감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