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돌아왔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지만 올 추석에도 우리민족의 대이동이 이어졌다. 추석에는 흩어져 있던 자손들이 고향에 모여 서로의 정을 나누며,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그런데 이 추석에 조상묘에 대한 성묘 의식은 우리민족 5천년 역사 가운데 불과 5백여 년밖에 안 된다. 우리민족은 고조선 시대에 무속신앙으로 천신에 대해 제사하는 제천의식은 있었으나, 조상에 대한 제사는 없었다. 조상숭배 사상이 생겨난 것은 고려말엽 성리학이 전래되면서부터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하면서 성리학을 국가통치 이념으로 삼아 조상제사는 차츰 보편화되어 오늘날까지 내려왔다. 유교적 전통인 차례와 성묘는 돌아가신 부모님께 봉헌하는 효도의 한 형태이다. 고려시대에는 불교의 영향으로 화장을 하고 1년 후에 매장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조선중기 성종 때에 와서야 '주자가례'에 따라 시신을 염한 뒤 관에 넣고, 매장하는 유교식 장례가 국가의 기틀로 확립되었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면서도 효 사상과 부활론이 기복적 차원과 결합하여 매장문화를 바꾸지 못했다. 결국 지금의 한국식 매장풍습은 죽은 자의 명복을 비는 것보다는 산 자의 출세와 양명을 위한 주술적 기복의 효 사상으로 봉건적 미풍양속의 탈을 쓰고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장묘문화가 되었다. 유교가 매장문화라면, 불교는 화장문화이고, 기독교는 매장이든 화장이든 성경상 위배되는 것은 아닌 비본질적 문제이지만, 서구 기독교 문화는 교회주변에 시신을 매장 처리하는 매장문화이다. 지금 우리국토의 약 1%가 묘지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묘지의 넓이가 공장면적의 3배가 달한다고 한다. 매년 여의도 만한 넓이의 묘 터가 늘어난다고 한다. 또한 전국에 흩어진 묘지 가운데 40%는 무연고 묘지라고 한다. 현재와 같은 매장 관행이 지속된다면 서울과 대전에선 올해 말 이면 묘지를 구할 수 없게 되고, 전국적으로 2012년이 되면 집단묘지 공급이 한계에 도달하리라는 전망이다. 매장 관행은 더 이상 묘지를 쓸 땅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묘지가 국토 이용을 가로막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파괴되고 매장비용도 만만치 않은 폐해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우리국민은 누구 나가 다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장묘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개인묘지의 넓이는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더 호화롭게 장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장묘문화가 너무나 뿌리가 깊어 쉽사리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묘제도 개선과 함께 국민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민족의 매장식 장묘문화는 유교에 뿌리를 둔 조상숭배 사상과 풍수지리설과 관련이 깊다. 또한 남에게 과시하고 싶은 졸부근성이 융합되어 전국적으로 명당자리를 찾아 이장하는 일이 소위 성공한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유행처럼 되어버렸다. 이제는 살만큼 되었으니 조상 묘 터를 잘 가꾸고 꾸미자는 것이다. 조상을 잘 섬겨야 자자손손 복을 받는 다는 사고이다. 묘 때문에 복을 받았는지? 복을 받았으니까 묘를 꾸미는지? 알쏭달쏭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매장을 하고 싶어도 매장할 터가 없다. 다행히 국민의 장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최근에는 화장을 원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93년 5.7%에 불과했던 화장비율은 지난해 44%로 급상승했다고 한다. 화장 희망 비율은 이보다 더 높아 60%를 웃돌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국민이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는 바람직한 변화가 일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올해 지방자치단체가 화장장과 여기서 나오는 유골을 안치하는 납골당을 짓는데 지원된 중앙정부의 예산은 126억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각 시·도가 내년에 쓰겠다며 500억 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100억 원으로 삭감됐다고 한다. 정부의 한정된 예산에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나마 화장장을 혐오시설로 보는 국민의식으로 인해 화장장을 착공조차 못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어 문제이다. 매장으로 인한 묘지 면적을 줄이기 위해 화장을 하지만, 화장은 조상을 두 번 죽인다는 국민정서와 명절이나 제사 때에도 친족들 간에 만날 기회가 드물게 된다는 화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화장 후 유골을 보관하는 납골묘나 납골당, 납골탑이 성행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납골시설도 2012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제 일반 매장묘지 뿐만 아니라 납골시설도 만원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국가에서 매장대신 화장을 권장해온 주된 이유는 국토의 묘지화를 막고 또 묘지에 의한 산림훼손 등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화장장이다. 정부는 화장을 한 뒤 즉각 산골(유골을 그대로 흙에 뿌리는 것)하기를 꺼리는 후손들의 정서를 감안해 과도기적으로 납골시설을 설치케 하고 있다. 그러나 납골묘 지원책이 또 다른 환경오염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납골시설 또한 국토를 잠식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매장분묘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으로 돌아 갈 수 있지만 납골당, 납골묘, 납골탑은 환경을 더 파괴하는 시설이 되었다. 일부 부유층에서는 납골당조차 대규모 호화시설로 만들어 매장의 폐해를 무색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설 납골시설의 경비도 만만치 않아 서민으로서는 납골시설의 이용도 분에 넘치는 일이다. 며칠전 한 임목학자는 그의 유언에 따라 화장한 후 수목원의 한 나무 아래 후손들이 산골하고 '○○할아버지 나무'라고 비목을 써 붙인 것을 TV뉴스에서 감명 깊게 보았다. 친환경적인 수목장(樹木葬)이다. 수목장은 묘지강산이나 납골강산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장묘문화라 할 수 있다. 산골을 후손들이 꺼리는 이유는 고인에 대한 추모의 장소가 없어진다는 정서라면, 옛날 우리 선조들처럼 별도의 장소에 영정이나 위패를 모시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어느 교회는 20여 년 전에 아름다운 수목원에 추모의 숲(산골장)을 만들어 친환경적 장묘문화에 선구적 역할을 하는 것을 필자는 친히 보고 왔다. 장례문화는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려운 것이다. 한 민족의 문화와 가치관과 의식의 변화 없이는 장묘문화는 바뀌기 어렵다. 개인이나 가정의 종교에 따라서 장묘문화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는 매장이든 화장이든 친환경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다. 미국은 매장을 하더라도 분봉이 없는 친환경적인 평장(平葬)을 한다. 서구의 많은 나라들이 환경 친화적으로 묘지공원을 만들었다. 이웃나라 중국은 100%화장을 한다. 이는 그 나라의 지도자인 등소평, 주은래, 호유방이 그의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하고 산골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국가 지도자들이 친환경적인 산골 유언을 하면, 장묘문화는 크게 바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자연 그대로 산골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추모의 숲' 같은 시설을 만들어 놓고, 산골하는 유가족에게는 적당한 보상을 해주고, '장사 등에 관한 법률'도 개정하여 친환경적 산골장묘정책을 적극 추진 할 수 있는 법의 뒷받침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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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을 읽어 보니,수목장의 잇점도 무시할수 없군요...
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