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하는 착한 사람들(댄 애리얼리 지음/이경식 옮김, 철림출판, 2016)(1)

[책갈피(염철현 교수)]

이 책은 <상식 밖의 경제학> <경제심리학>으로 유명한 듀크대 댄 애리얼리 교수의 저서이다. 행동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좀 더 현실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인간은 비합리적이지만 그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기발한 실험들을 수행하였다. 기존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인 소비주체로 보지만, 그는 이런 경제학의 근본 전제를 정면에서 반박하기 때문에 그의 실험과 그 결과들은 매우 신선하고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혁신적인 실험과 재미있는 일화를 바탕으로 부정행위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을 낱낱이 파헤친다. <거짓말 하는 착한 사람들>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이렇다. 1970년대 케네디예술센터가 운영하는 선물매장센터에는 300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고 있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나이 지긋한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 매장에는 금전등록기가 없었고, 대신 물건을 팔고 받은 돈을 보관하는 현금상자들만 있었다. 문제는 이 매장의 한 해 40만 달러가 넘는 매출액 중 15만달러를 누군가가 훔쳐간다는 점이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어떤 한 사람이 한꺼번에 큰 돈을 훔치는 게 아니라,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조금씩 돈과 물품을 훔쳤던 것이었다. 예술을 사랑해 자원봉사를 청한 수십 명의 선한 노인들이 그런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책 제목처럼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착한 사람들이라 여기고, 조금씩 부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부정행위를 통한 이득을 보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규모로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다. 스스로가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것에 저항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그의 유쾌하고 기발한 실험결과들을 따라가보자.   

1) 택시운전사와 장님 속이기

택시 운전사는 속임수를 잘 쓴다는 것이 사람들의 통념이다. 특히 외국관광객들에게 지름길을 놔두고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가는 이른바 '뺑뺑돌기' 수법이 간혹 뉴스에 나온다. 모든 택시운전사가 이렇다면 억울한 일이다. 확인되지 않은 편견과 관련해 사람들은 택시 운전사가 정말 승객을 속이는지, 특히 속임수를 눈치 챌 수 없는 사람(시각장애인)을 더 많이 속이는지 궁금한 일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저자는 정상인과 장애인에게 각자 따로 기차역과 대학을 오가며 왕복 20회 택시를 타도록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는 시각장애인이 정상인보다 평균요금을 덜 낸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기사는 장애인을 속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평소 요금보다 더 많이 나오는 경우에는 미터기를 끄고 평균요금만을 받았다. 왜 그랬을까?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을 상대로 미터기를 조작하거나 뺑뺑 돌기를 하여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퍼지이론(fudge theory)이다.

퍼지이론이란 이렇다. 사람에겐 두 가지의 상반된 동기부여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거울에 비친 자기모습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싶어하는 자아 동기부여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을 속여서 이득을 얻고자 하며 그것이 가능한 한 크길 바라는 재정적 동기부여라고 한다. 남을 속이는 동시에 스스로를 정직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모순도 보통 모순이 아니다. 사소한 부정을 저지름면서 이득을 얻는 동시에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이런 균형 잡힌 행동을 퍼지 요인이라고 한다. 어쩌면 인간은 이런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이 작동하기 때문에 이 모순 속에서 살아간다고 하겠다.  

2) 가석방과 판사 컨디션의 관계

가석방 심리가 열리는 시간은 가능한 한 이른 오전이나 점심식사 직후로 잡는 게 유리하다고 한다. 왜 그럴까?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판사의 정신이 맑고 원기 왕성한 시간대일수록 판결의 석방허가율이 높다고 한다. 이스라엘 법정에서 이뤄진 가석방 판결 사례를 조사한 결과, 판사들은 원기가 충만하다고 느낄 때 자기감정을 거스르는 것이 가능해 가석방을 허가하지만, 인지부하가 쌓이고 쌓였을 경우에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접근해 가석방을 허가하지 않는 현상유지의 판결을 내린다고 한다.

3) 자아고갈(ego depletion): 욕망을 이겨내는 데도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수고와 노력을 반복함에 따라 의지력은 점점 소진되고 나중에는 저항하는 힘이 점점 약해져 결국 항복하고 만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루가 끝나가는 저녁에 특히 자제력을 잃기 쉽다. 하루 종일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애쓰다가 저녁이 되면 지친 나머지 욕망에 쉽게 굴복하고 마는 것이다. 하루 종일 유혹에 저항하다가 밤늦은 시각에 허겁지겁 야식을 먹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또 아침과 낮에는 다이어트를 잘 한 사람이 저녁에 무너지는 데도 자아고갈로 설명할 수 있다.

4) 시험과 할머니 부고

외국에서도 학기말에는 학생들의 할머니들이 집중적으로 세상을 떠난다고 한다. 주로 기말고사 직전이나 리포트 마감 기한 직전이다. 평균적으로 한 학기에 수강생의 10퍼센트가 가족 중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그 대상은 보통 할머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시험일자나 리포트 마감 기한을 미뤄달라고 한다. 학생들의 가족에게 왜 하필 기말고사 직전의 한 주가 그토록 위험한 시기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할머니들은 중간고사 때 평소보다 10배 더 사망하고, 기말고사 때 19배 더 많이 사망한다고 한다. 게다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할머니들은 훨씬 더 위험했다. 낙제한 학생들이 할머니를 잃을 확률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50배나 높았다. 이 슬픈 연관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연구자들은 몇 가지 추정을 한다. 하나는 학생의 할머니가 손자가 받을 시험결과를 너무나 걱정한 나머지 사망하지 않았을까. 다른 하나는 학기말에 학생들이 날마다 새벽까지 공부하느라 너무 지쳐서 어느 정도 도덕성을 상실했을 수 있으며 또한 이 과정에서 자기 할머니의 건강상태를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마지막 추정은, 몇 달 동안 여러 과목의 수업을 듣느라 지칠대로 지친 학생들이 학기말의 시험과 과제 제출의 압박감을 완화하려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

이 연구결과가 사실이라면 우리 할머니들은 손주들의 기말고사 시기에는 각별히 건강관리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 할머니를 둔 대학생은 시험으로 할머니를 시험에 들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를 필요로 할 것이다!!! 

2016년 8월 24일

to be continued

[최순혜/사무국장/15]

거짓말 하는 착한 사람들- 너무 재밌는 책 같습니다. 저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 있는듯도 하여 꼭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분명 부정행위임에도 그 양이나 빈도가 작은것들은 스스로 부정행위라 생각하지 않고 자기합리화를 한다는 점이 매우 공감이 갑니다. 보통의 유부남들이 외박후 꼭 친구의 아버님이 상을 당하시는 이유와도 비슷해 웃음이 났습니다. 무더위에 재밌는 책 소개해 주신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책갈피(염철현 교수)]

맞아요.
주변의 친구들 보면, 집에 그럴싸한 핑계를 말할 때, 누가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나중에는 한 사람이 두 번 돌아가시는 경우도 생기더라구요.
저도 흥미롭고 감칠맛나게 읽었습니다.
피드백 고마워요!!!

[이지희/16대 학생회장/13학번]

재미있고 창의적인 실험과 결과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전..... 아침, 점심 식단관리 잘하다가 야식에 무너진다는 사례에서 격하게 공감갑니다~~ㅎㅎ

[김숙/15학번]

'시험과 할머니부고' 학생으로서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시험기간에 다시한번 봐야 겠습니다.
언제나 감동과 웃음을 선물해 주신 교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