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두께 6.9㎜의 초슬림형 신제품 `아이팟 나노(iPod nano)'를 발표한 데 이어 소니는 8일 일본 도쿄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신제품 `워크맨 A 시리즈'를 공개하며 MP3플레이어 시장에서의 경쟁에 다시 한번 불을 지폈다.
최근 일본 MP3플레이어시장은 이용자 증가와 함께 시장 경쟁도 격화돼 사업에서 철수하는 업체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애플과 소니, 양대 산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초슬림형 VS 선곡기능=애플이 이번에 새로 출시한 아이팟 나노는 무게가 불과 42.5g으로 시리즈제품으로는 초경량이다. 플래시메모리를 사용하며 4GB 제품의 경우 최대 1000곡을 저장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초대 아이팟 이래 가장 큰 혁명'이라며 자신감을 비쳤다.
한편 소니의 워크맨 A 시리즈는 이용자가 자주 듣는 곡이나 발매 연대순으로 선곡해 재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SW)를 업데이트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
워크맨 A 시리즈는 11월 19일부터 발매될 예정이며, 20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타입이 30만5000엔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이며 2GB 플래시메모리타입이 3만2000엔 전후가 될 전망이다. 소니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워크맨 A 시리즈를 450만대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휴대용 MP3플레이어 시장은 올해 50%가량 늘어나 40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음악정보를 제어하는 반도체 등의 부품만 있으면 쉽게 제조할 수 있어 이 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업체들도 잇따라 과당경쟁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 국내 시장점유율 3위로 `리오' 브랜드로 알려진 D&M홀딩스가 이달 말 시장철수를 밝히는 등 브랜드 파워에서 열세인 업체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한 과당경쟁 속에서 애플은 8월부터 일본에서 온라인음악서비스를 시작해 한 달만에 일본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자사의 점유율을 5%포인트 가량 끌어올렸다. 소니도 계열사인 레벨게이트가 운영하는 온라인음악서비스와 제휴를 강화하며 반격을 꾀하고 있다. 양사 모두 음악서비스를 전개한다는 강점을 살려 시장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MP3플레이어 사업에서 철수하는 업체가 잇따를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양대 메이저 VS 마이너그룹=애플과 소니가 공세를 강화하면서 시장은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D&M홀딩스가 이달 말로 시장 철수를 표명하며 이같은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 진출한 마쓰시타전기산업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MP3플레이어 시장은 2003년에 약 40만대, 지난해에 전년대비 2.25배 늘어난 90만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전년대비 84% 증가한 166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일본 국내에서는 도시바ㆍ켄우드ㆍ올림푸스 등 대형 전자업체는 물론 해외업체까지 진출해 수 십 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이다.
일본 유명 IT 전문주간지인 BCN(Business Computer News)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휴대용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애플이 4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일시적으로 소니가 점유율 선두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지난달 애플이 온라인음악서비스 `아이튠스 뮤직스토어'를 시작하면서 다시 선두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애플은 온라인음악서비스에서도 일본 최다인 100만곡을 보유해 소니 그룹 등이 출자한 레벨게이트의 20만곡을 압도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 온라인 음악서비스업체들은 애플의 진출로 수세에 몰리고 있어 소니가 플레이어와 음악서비스 등 양쪽 모두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애플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BCN의 조사에서 제품 판매순위 1위부터 9위까지는 모두 애플과 소니 제품이 차지했고 이들 외에는 리오가 유일하게 10위를 차지,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애플과 소니의 2강 구도가 굳어지면서 하위업체들의 점유율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오가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다른 업체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양사의 경쟁, 휴대전화로 확전=애플은 이번 신제품발표에서 아이팟 기능을 갖는 휴대전화 단말기 `라커(ROKR)'도 선보였다. 라커는 모토로라가 제조하고 미국 국내에서는 최대 휴대전화서비스업체인 싱귤러와이어리스가 독점 판매한다. 애플은 이 제품을 미국에서 출시한 데 이어 이달 중 유럽에서, 연내에 아시아와 중남미에서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소니에릭슨도 지난달부터 음악재생기능을 강화한 워크맨휴대전화 `W800'을 유럽과 아시아에서 순차발매하고 있다. W800은 카세트테이프ㆍCDㆍMD로 선도해 온 휴대용 음악플레이어 `워크맨' 브랜드로 출시해 음악기능에 대한 소니의 애착을 드러냈다. 또 이르면 다음달 후속기종도 시장에 투입될 것으로 보여 `아이팟' 대 `워크맨' 경쟁은 휴대전화 단말기시장에서도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