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일산보다 먼 김포로 이사를 왔습니다. 어쩌다 보니 장편 두 권의 출간이 결정되었고, 어쩌다 보니 행사 사회자가 되었는데, 공교롭게 장편 두 권의 퇴고 일정과 한마당 행사가 겹쳐버렸습니다. ‘회원의날’ 모임 때 말씀드렸듯이, 그동안 과도할 정도로 집필을 해서 1년 정도 쉬려고 했고, 12월에는 여행을 다녀오려고 했는데 계획이 다 바뀌었어요.(물론 기쁜 일이지만요.)
사회를 보는 것보다 대본을 준비하는 게 부담이 되었습니다. 장편 두 개를 퇴고하느라 글자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또 글을 써야 한다는 게... ^^;; 다행히 24회 대본이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행사 순서에 맞게 내용을 바꾸고, 식순에 들어간 모든 분의 성함과 작품명을 다섯 차례에 걸쳐 확인, 또 확인했습니다.
분량으로 치자면 많은 글을 쓰는 게 아닌데도, 여기에는 많은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당일 참석자를 파악하고, 지난 행사 대본을 전달해 주신 건 문학의봄 살림을 책임지시는 강순덕 사무처장님이었습니다. “발표하실 때 긴장감 흥미 두근거림 듬뿍 가미하셔요.”라는 주문에 당선자 발표를 위한 봉투를 준비했는데, 회원분들이 좋은 반응을 주셔서 좋았습니다. 사회자가 읽어야 하는 상장 문구는 개동 선생님께서 빠르게 PDF 파일을 보내주셔서 작성이 수월했습니다. 함께 사회를 본 베테랑 유성자 작가님께 새벽에 메일을 보냈는데, 오전 중에 빠르게 피드백을 주셔서 음악에만 집중하면 되어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음향실에서 장비로 트는 것보다는 음질이 떨어졌겠지만, 공연이나 낭송할 때 부랴부랴 음원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사회자가 컨트롤 하는 방식으로 결정했습니다. 대관한 장비를 다룰 줄 아는 분도 없었고요. 강순덕 작가님이 모두 다 취합해주셔서 스트레스 안 받고 편하게 작업했습니다. 역시나 유튜브, MP3, WAV, 다양한 포맷으로 접수된 음악들을 MP3로 변환해서 클라우드에 올려두었습니다. 효과음도 준비했고요.
그리고 행사 전날, 자가격리에 이어 교정 작업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산발이 되었던 머리를 정리하러 두 달 만에 미용실에 갔습니다. 정장을 입으려고 했는데, 운동을 하면서 몸이 커져서 그런지 상의는 가슴이 끼고, 하의는 허벅지가 끼더라고요. 그래서 무신사에서 만 원 주고 산 셔츠에 결혼식 사회 볼 때 입었던 옷을 입고 안양으로 출발했습니다.
집에서 두 시간이 걸려 안양역에 도착했고, 지난 한마당 때처럼 삼덕도서관에 갔습니다. 오늘 저는 곧 출간할 장편소설의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데요.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라는 (가)제목입니다. 한마당 뒤풀이 때 말씀드렸지만 지난 6월 4일, 제24회 한마당 전날에 안양에 내려가 삼덕도서관에 들어가서 1시간 동안 쓴 시놉시스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장소에 가서 내년 상반기 출간 예정인 앤솔러지에 들어갈 단편 시놉시스 작업을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나오니 날이 꽤 쌀쌀하더군요. 중앙시장에 가서 국밥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행사가 있던 안양아트센터에서 길 하나 건너면 있는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지난번에는 숙소가 너무 열악해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행사에 참석하는 바람에 사진 찍다가 기절할 뻔했거든요. 이번에는 다행히 축구 응원을 마치고 바로 잠들었습니다.
일어나서 준비하는데 왁스가 없고 헤어젤만 있어서 머리 손질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빨리 오라고 채근하는 강순덕 작가님의 전화를 받고 안양아트센터에 도착하니 운영위원회에서는 행사 준비를 거의 마치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팬플루트 연주를 필두로 행사가 시작되었고, 역대급으로 수준 높은 공연과 낭송에 사회를 보면서도 몰입이 되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약간의 변동이 발생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고, 정해진 시간에 딱 맞추어 무사히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올해의 작품상 발표할 때 이달의 작품 수상자분들을 잠시 무대에 세워둔 게 죄송했는데, 양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별진료소 문제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대상 수상자, 보건소에 근무하고 계신 정경임 시인께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다만, 눈에 뭐가 씌기라도 했는지, 정말 고생 많이 한 강순덕 편집주간의 ‘격려사’를 대본에서 빼먹은 큰 실수를 범했네요. 시간 관계상 생략한 줄 알았다며 괜찮다고 하셨는데 죄송합니다. 발행인님을 비롯해 운영위원회 모두가 고생하셨지만, 사회자로서는 강 시인님께 가장 많이 의지했습니다.
한마당 행사가 끝남과 동시에 긴장이 풀린 건 사실입니다. 김포로 이사 온 10월 말부터 이번 한마당까지, 가족 모임과 달리기를 제외하면 외출을 딱 네 번하며 금욕 생활을 했거든요. 출간 계약과 후배 결혼식 참석을 빼면, 11월 작가회 모임과 한마당 참석 외에는 바깥 음식을 먹은 적이 없었어요. 전화 통화 외에는 종일 대화 한 번 안 하고 살았고요. 퇴고를 마쳤고 행사까지 마쳤으니 해방감에 마음이 편했습니다. 체력은 바닥이었지만.
청정 칼국수에서 나와 노랑통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대구에서 온 우이안 작가, 2002년에 태어난 젊은 시인(내가 막내가 아니라니!)이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참으로 반갑고 예쁘고, 기분이 좋아서 겁도 없이 생맥주를 꽤 마셨습니다.(잘 내려가셨는지 궁금하네요.) 감자탕집에서는 거의 맛이 갔고요, 자리를 옮겨 양꼬치에 연태고량을 먹은 것 같은데 가물가물합니다.
참치회를 먹은 것 같고, 노래방은 드문드문 기억이 나는데, 정작 노래부를 힘도 없던 것 같네요. 제가 오버해서 개동 선생님 고생시킨 건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요즘 마음과 몸 모두 고생하고 계신 걸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기분 전환을 시켜드리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기분 전환 대신 지독한 숙취만 안겨드린 게 아닐까 하는... 젊은 저도 어제 오후까지 힘들었거든요.
정신을 차려보니 의왕역이었습니다. 새벽 1시. 차는 다 끊겨 대중교통으로는 김포까지 갈 수가 없었네요. 다행히 술이 좀 깼습니다. 정신줄 놓은 걸 반성할 겸 수원 정도까지는 걸어가서 새벽 첫차를 탈까 했는데 꽤 춥더라고요. 연말까지 손가락 빨자고 다짐하고 택시를 탔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한마당 후기입니다. (어제도 영제국장님과 사무국장님은 사진과 영상을 다듬느라 바쁘셨네요. )
해방감에 취해 모든 회원분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모처럼 밖에 나와서 말도 많이 했으니 실수도 했을 거고요.
다음 모임을 기대합니다.
정돈하고 나가겠습니다. :)
첫댓글 취하긴 취했었군. 왜 의왕역이었을까?
고생한 만큼 참석했던 모든 이들이 만족했을 거라 생각하네.
어쨌든 수고 많았고 내년 6월을 기대하네.
지하철을 반대로 탔나봅니다. 천안까지 안 간 게 다행이네요. 은근슬쩍 내년 예약까지 하시고. 무림 초고수의 신공에 매번 당합니다. 😂
너무 많이 고생했어요.
그래도 기대했던 것처럼
지루하지 않은 맨트로
현장에 맞게 진행하는 탁월한 능력 돋보였네요.
장편소설 대박행운 예감합니다.
겨울호 출간 준비에, 행사 준비와 운영에, 정말 수고 많으셨는데 제작 오류 때문에 마음이 무거우실 것 같아요. 인쇄 과정에서 나온 일이니 어떡하겠습니까. 자책하지 마시고... 많은 일이 있으셨던 올해, 기쁨만 남겨두고 힘든 것들은 내려둔 채 가볍고 평안한 연말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후기가 단편소설이네요. 염작가의 모든 열정에 박수를 칩니다. 아마 한마당 사회는 쭉--- 하셔야 할 듯.... ㅎㅎ
작가의 말 쓰기 힘들어서 후기를 쓴 것 같아요. ^^;;
다시 근신하며 다음 행사를 기다리겠습니다.
한편의 장편소설 시놉시스가 될 듯해요.
그날이 생생합니다.
명사회의 노고에 가열찬 박수 드립니다.
그리고, 개동님 기분전환을 위해 희생과 봉사의 철학의 실천하셨군요.ㅎ
쾌척하신 거액 후원금과 택시비로 가정 경제가 휘청거릴 텐데,
모쪼록 건강하고 넉넉한 겨울 되시길 빕니다~^^
기록해두면 나중에 다 도움이 되기에 길게 끼적거려 봤습니다. :)
올 연말은 몸이 바쁘지만 마음은 넉넉하니 좋습니다.
회장님도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좋은 일만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수고가 많았습니다
양복은 동대문시장에 가면 맞춤집이 몇 남아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와이셔츠까지 사장님들 조언을 참고로 주문하면 상상 이상의 옷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어요
유행도 안타고...직장 생활을 할 때 자주 애용했었거든요
기성복 구매가격이면 와이셔츠 2~3벌 덤으로 그야말로 내몸에 딱인 그리고 내가 선택한 걸로 구입할 수 있지요
가봉까지 합해서 대략 7일이면 됩니다
발품 파셔야겠죠? 하하
문봄을 지탱하시는 선생님들의 변함없는 활약이 눈에 선합니다
열정에 엄지 척
양복 입을 일이 생기면 꼭 가보겠습니다. 일산에도 맞춤집이 있긴 한데 비싼데다가 언제 입을 일이 있을까 싶어서 계속 미뤘네요.
한마음 때 이달의 최우수 작품 시상하는 순서에서, 유성자 작가님이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쾌유를 빕니다.
@염기원 김포 어디서 사시나요?
전 걸포 한강메트로자이 1단지 102동 3505호가 집입니다
입원치료가 아니면 하루종일 방콕입니다 ㅋ
예전이면 벌써 한잔 하자고 꼬셨을텐데...주님을 멀리해야 산다길래
@봉화 유동환 제 연락처 그대롭니다
010-9918-6208
제 아랫층도 출판일 하는 분이 살더군요 하하
한번 봅시다 염작가님
@봉화 유동환 버스 네 정거장 거리군요. ㅎㅎㅎ
저는 장기동으로 왔습니다.
이사한 날 이삿짐 사장님들과 점심 먹은 뒤로는 늘 혼밥이네요.
출판 관련한 일들 정리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염기원 8일은 병원에 가야하니까 안되겠고...그날은 피해서 만납시다
지하철 김포골드라인 이용시 걸포북변역에서 내리면 되는데...여긴 뭐 먹을만한 게 없어서 시청이 있는 사우역에서 만납시다
그쪽 먹자골목이 꽤나 괜찮아요
하하하하 기다려지네
@봉화 유동환 밖에 나오실 수 있군요! 댁으로 가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ㅎㅎ
8일에는 저도 다녀올 곳이 있고 다음 주까지 출판사에 넘겨야 할 숙제들도 있어서요.
마무리 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외출할 수 있으시다니, 저도 하하하하입니다~
@염기원 기대가 만발인데요
역시 소설가는 어디가 달라도 너무 달라 ㅎㅎ
이 글은 금방 썼는데 작가의 말은... ㅠ 축구 시작하기 전에 다 끝내려고 했는데 자고 난 이후로 미뤄야 할 판국이네요.
문봄 한마당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생생합니다.
차마 꺼내지 못한 여러 사정이 있었던 지라 참석하지 못한 마음에 후기가 첫눈처럼 앵깁니다.
다음 한마당에는 참석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문봄의 든든한 우리 염작가님 ~최고 최고
그대를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어머, 감사합니다. ♥
베테랑과 함께여서 긴장을 덜 했습니다.
염작가, 행사 진행에 애 많이 쓰고 밤 늦게까지 술값도 과용했어요. 먼 길 가는 사람 차비라도 챙겨줬어야 하는데, 술이 취해서 그만 잊었네요. 다음에 만나면 거나하게 한잔해요.
네. 다음에 거나하게~ ^^;;
작가회 모임 때는 그렇게 취한 적이 별로 없는데, 한마당 끝나면 꼭 이러네요.
그 전날 참았던 술까지 마시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멀리까지 왔다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잃어버린 것 없고 다친 곳 없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