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오비구경(五比丘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아라아나시이국의 선인(仙人)들이 사는
사슴 동산[鹿野苑]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남아 있는 다섯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물질은 <나>가 없다.
만일 물질이 <나>가 있다면
물질에는 응당 병이나 괴로움이 생기지 않을 것이며,
또한 물질을 이렇게 되었으면 한다던가,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수 없을 것이다.
물질에는 <나>가 없기 때문에
물질에는 병이 있고 괴로움이 있어 생기는 것이요,
또한 물질을 이렇게 되었으면 한다던가,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이니,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또한 이와 같느니라.
비구들이여,
너희들 뜻에는 어떠하냐.
물질은 항상된 것인가.
항상 되지 않은 것인가."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항상 되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이여,
만일 항상 되지 않은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이여,
만일 항상 되지 않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라.
그런데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거기서 과연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와 다르다.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모든 물질로서,
과거거나 미래거나 현재거나 안이거나 밖이거나
굵거나 가늘거나 좋거나 더럽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그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참다이 관찰하라.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비구들이여,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이 다섯 가지 쌓임을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다라고 본다.
이렇게 관찰하기 때문에
모든 세간에 대해서 전연 취할 것이 없게 되고,
취할 것이 없기 때문에 집착할 것이 없게 되며,
집착할 것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열반을 깨달아,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생 몸을 받지 않는 줄'을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經)을 말씀하시자
그 다섯 비구는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그리고 여러 비구들도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