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 맞은편에는 도서관이 하나 있다. 수필 관련 도서가 필요해서 그 곳을 찾게 되었는데, 인문학 강좌 수업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평소 관심이 있던 분야라서 주저하지 않고 신청하였다. 수업 과정은 격주제로 짜여져 있으며 강좌는 1층에 위치한 스터디 룸에서 진행되었다. 수강 인원은 10명 내외였다..수업이 시작되면 강사가 읽을 도서에 대한 내용을 간력하게 소개하고, 수강생 각자의 감상문을 2주후에 발표하는 형식이었다.이하 내용은 얼마 전 발표한 '이기적 유전자' 책에 대한 독후감상문으로써 일련의 칼럼 형식을 띈 글임을 밝힌다. 2) 이기적 유전자는 다윈의 진화론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도긴스'는 진화생물 및 동물학자임을 서두에 밝힌다. 첫 페이지부터 압도당하며 숨가쁘게 읽어내려갔다. 다소 난해하고, 생소한 과학 용어는 나를 몹시 당황하게 하였지만 점차 읽을수록 흥미를 더해갔다. 54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단숨에 소화해 내었으니까. 내용은 주로 인간을 포함하여 야생의 동물.조류, 물고기, 곤충, 식물 등에 내재되어있는 그들만의 독특한 유전자 풀 속의 비밀을 상세하게 파헤치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3) 30억년 전부터 유전자, 즉 DNA 가 있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전문적인 과학 서적은 아니지만 온갖 생물학적 용어들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미트콘트리아, 체세포 분열, 감수분열, 게놈, XY염색체, 유성생식, 무성생식, 획득형질, 근친교배 등이 그것이다. 학창시절 생물 시간에 배운 가벼운 지식을 토대로 해서 읽긴 했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저자는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있음을 본다. 이 모든 용어들은 유전자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 손색이 없었다. 4)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이기와 이타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둘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불가분의 관계로 맺어져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차 양보 운전은 분명 이타적 행위이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은밀히 이기도 포함되어있다. 양보는 했지만 조금은 자기의 너그러움을 나타내려는 이기도 숨어 있기 때문이다. 황제 팽귄이 서로 몸을 밀착하여 몸의 열을 뺏기지 않으려는 행위는 호혜적 이타주의로 볼 수있다.여왕개미는 움직이지도 않고 평생 알만 낳는다. 이역시 이타주의다. 반면 주위에 포식자가 있음을 알리는 새의 경계음도 초원에서 펄쩍 뛰는 행동을 하는 톰슨 가젤(영양)도 대표적 이기주의 모형(이타주의적 척하면서 이기적인 경우)이다. 개미, 벌은 고도화된 사회성 집단이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번식에만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개체 수 늘리는데만 있다. 즉 , 이기는 없고 이타만 보일 뿐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적을 향하여 침을 쏘고 장열히 자살(가미가제 벌)하기도한다. 본능만 있고 이성은 없다. 그들 몸의 유전자 풀 속엔 그렇게 행동하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기때문이다. 5) 여기서 말하는 이기적 유전자란 모든 생명이 있는 동, 식물은 자기복제를 위하여 어떤 숙주를 이용하여 개체 수를 늘리거나 감소케도 하고, 더불어 성비의 균형을 도모하는 역설적 의미로서의 이타주의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를 보전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짜 넣은 생존 기계이다. 생존기계? 참을 수없는 용어가 아닌가. 단지 인간의 몸이란 그들 유전자의 운반과 보존을 위한 일개의 매개체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이유에 대한 해답을 다음 단락에서 명쾌하게 제시해나가고있다. 6) 유전자들은 자기복제자 즉 ' 밈'이다. '밈,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말하는' 밈'이란 계속 모방되고 반복되어 퍼져 나가는 문화적 전달 또는 위미의 단위를 뜻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상가가 새로운 사상을 가르치고 이를 제자들이 이어 나가고 대중에게 퍼뜨리면 이 사상은 '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디자이너가 옷깃이나 치맛단을 새롭게 디자인했을 때 이것이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이어지고 대중에게 퍼져 나가면 이것 역시 '밈'이다. 유전자가 생물 개체의 특징을 셍식을 통해 퍼뜨리듯, 밈은 특정 문화의 표현 양식과 의미 요소를 세상에 퍼뜨린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시작되어 대중이 입에 올리는 유행어 등이 모두 '밈' 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저자는'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멤 mimeme 과 유전자 gene를 조합해 '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7)여기서 인간 사회를 한번 돌아보자. 과거 농경사회 때는 가능하면 아이를 많이 낳아서 논, 밭을 경작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럼 요즘의 사회환경은 어떠한가. 인구 과밀로 인하여 그 개체수를 조절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 증거로 우리의 뇌는 이기적 유전자에 배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정도로까지 진화했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피임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분명해진다. 인위적인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가 그 한 예이다. 왜냐하면 유전자의 원리는 선남선녀가 사랑의 행위를 할 때면 무조건적인 자기 복제를 잉태하게끔 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낳을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8) 끊임없는 자기복제를 시도하는 유전자에 맞대응 하기 위하여 피임에 이어 또 하나의 대응책을 마련함이 인류에게 남겨진 마지막 숙제인 것 같다. 지금도 생명과학 연구실에선 유전자 관련 실험이 부단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요원한 영역이지만 말이다. 이기적이든 이타적이든 유전자는 불멸의 존재임을 인정해야한다. 신이 만들었던 아니던 논쟁의 대상 범위를 넘어선다. 어떤 행위가 이루어지면 정자가 유영해서 마침내 난자를 만나 자궁에 착상이 된다. 이어서 부모로부터 각각의 유전자를 반반씩 물려 받아 비로서 한 생명체의 꿈틀거림이 일어난다. 이 경이로운 유전자의 신비에 우리 인간은 겸손과 겸허해야 할 당위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가지 덧붙힌다면, 여지껏 내 삶이 이기로 뭉쳐져 있었다면 앞으로의 삶은 좀 더 이타에 접근할 수 있는 과감한 사고의 전환을 모색해야할 것으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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