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천보리밥>
채소비빔밥이다. 가지가지 채소가 매콤하고 진한 된장국과 함께 나온다. 찬마다 이런 반찬 힘들겠다, 싶은 정성스런 찬들이 모여 따로 같이 하모니를 이룬다. 하술한술 반찬으로 야곰야곰 먹어도 좋고 양푼에 고루 넣고 비벼 한꺼번에 먹어도 좋다. 식전에 나오는 숭늉은 진짜 숭늉이다. 한 대접이 둘이 마서도 남는다. 물 중에 가장 좋다는 숭늉을 진국으로 먹을 수 있다. 가격을 보면 더 놀란다. 이 가격에 이런 왕후 밥상을 받다니 미안할 정도다. 인심 속에 맛도 있다.
1.식당얼개
상호 : 목천보리밥
주소 : 충남 천안시 동남구 대흥로 132-11
전화 : 041-551-6963
주요음식 : 보리밥 단일메뉴
2. 먹은날 2024.6.16.점심 / 6.9. 점심
먹은음식 : 보리밥 10,000원
3. 맛보기
중앙시장은 신나는 장이다. 시장도 크고 살 것도 많고, 좌판에서 먹을것도 많아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이다. 가만히 보면 좌판음식 말고도 식당 구색을 갖춘 정식 끼니용 음식도 많다. 돌아가면서 맛집을 골라내 먹어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곳이다. 이번에는 목천보리밥이다.
절기마다 채소는 바뀐다. 전체적인 구성은 큰 차이 없으나 야채의 내용은 항상 절기에 따라 가변적이다. 밖에서 보면 이 가게가 문을 열었나, 싶게 조용하고 인기척이 없어 불안한데, 안에 들어오면 가득찬 손님으로 다시 놀란다.
음식은 둥근 쟁반에 담아 내와 통째로 놓고 먹으면 되어서 일거리를 줄인다. 어느 음식점인가, 이름이 둥근상이더니 이집은 둥근쟁반으로 상호를 삼아도 될 정도로 둥근쟁반을 요긴하게 쓰고 손에게 인상도 남긴다.
일거리를 줄이는 방법은 또 있다. 바로 메뉴를 단일화하는 것이다. 가게마다 주문의 부담을 덜려고 키오스크를 준비하고 돈을 직접 내도록 하는데, 여기서는 메뉴가 하나여서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다. 사람이 들어와 앉는 것이 주문이다.
살뜰하게 만들어주는 찬을 살뜰하게 먹어주는 것이 손님의 역할, 집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채소를 먹기 힘드니 먹어두자, 비축도 살뜰을 부추긴다. 남기기가 미안하다. 그러다보니 살짝 과식, 채소 과식이니 괜찮겠지?
이렇게 살뜰히 먹고 가는 손님이 많으니 설거지도 편리하다. 차리기는 복잡해도 내오기도, 먹기도, 설거지도 편하니 그렇게 절약된 물자가 다시 찬에 담겨서 이처럼 10,000원 한장에 대접을 곱배기로 받는 거 같다. 감사한 집이다.
그래도 한 가지 불만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식단에 단백질이 너무 희소한 점. 찬을 하나 줄이고라도 계란후라이를 얹어주면 어떨까. 풀만 먹는다는 허전함도 함께 줄일 수 있을 거 같다.
천안역 근처 자유시장의 목천삼뱅이보리밥과 컨셉이 유사하다. 둘은 무관하다고 한다. 왜 목천이 둘 다 들어갔는지는 의문이다. 목천분들이 하셔서인가?
호박잎찜과 상추, 고추. 호박잎을 먹는 나라가 우리말고 또 있을까. 호박잎은 이렇게 쌈으로도 먹지만 된장국을 끓여도 향긋하고 좋다. 호박은 통째로 버릴 것이 없는 채소다.
고구마순. 연일 매스컴에서는 고구만의 효능에 대해 떠든다. 들어보면 만병통치약같다. 게다가 버릴 것도 없다. 대롱은 이렇게 나물로 먹는다. 뿌리식물인데 줄기까지 이렇게 알뜰하게 먹는다. 그러나 사실 고구마대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어서 상당히 고급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껍질을 벗기고 데쳐서 조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껍질을 조금 벗기다보면 손톱에 지저분하게 물이 새까맣게 든다. 벗기지 않으면 너무 질겨서 먹기 사납다. 요즘은 아파트 입구에서 할머니들이 농사를 지은 고구마대를 일삼아 껍질을 벗겨주므로 사다먹기 쉽다. 누구의 손이든지 닿아야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다.
껍질을 채 벗기지 못하면 삶아 말려서 먹는다. 전주의 유명한 육일식당이 감자탕을 바로 말린 고구마대를 주재료로 하여 개성과 맛을 잡아 성공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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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6.9.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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