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궁기를 기억하는 우리세대는 살기위해 먹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하고 있지만 요즈음은 먹기 위해 산다고 할 정도로 식도락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그 식도락을 즐기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요. 그러나 맛을 찾지 않아도 가볍지 않은 배낭을 메고 걷는 도보여행은 체력소모가 커서 시장이 반찬이라 하듯 웬만한 음식이면 다 꿀맛이지요.
동물성은 일절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를 비건(vegan)이라고 하지요. 아주 옛날부터 종교적 철학적 이유로 실천해 왔지만 최근에는 자연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공장식 축산문제가 드러나면서 동물보호와 환경보호 그리고 건강을 위해 비건(vegan)이 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지요. 서구에는 20퍼센트가 넘어서 그들을 위한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렇지가 못하지요.
비건(vegan)인 저는 남파랑 도보여행길 신청 때 고민을 했습니다.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선망하고 부러워하는 게 아니라 까다로운 별종이라 여기고 뜨악해 하는 경향이 있어서 많지 않은 인원에서 나 하나 때문에 먹는 일로 민폐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지요. 그러나 인적이 드문 험준한 산속을 걷는 것도 아니고 해안을 중심으로 걷는 비교적 가벼운 일정이어서 편의점등을 이용하면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 여기고 참가했지요.
남파랑길 15코스 시작점인 통영시립충무도서관 부근에서 반가운 분이 합류했습니다. 부산에 사시는 비노쉬님이 4일차부터 함께 걷기로 해서 만나게 된 거지요. 그런데 비노쉬님이 육류를 드시지 않는 채식인이라고 하셔서 뜻밖의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지요. 계란 우유와 생선은 드시는 베지테리언(Vegetarian)이라고 하시더군요.
비건(vegan)이 모이는 회합이 아니면 채식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일곱 명 중에 두 명이면 구성원의 30퍼센트나 되니 기분 좋은 만남이지요..^^ 채식을 하게 된 동기야 각각이겠지만 자기 절제와 건강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되고 청정지구를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보람도 작지 않지만 먹고싶은 욕구를 포기해야하고 여행 시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해서 제대로 실천하기는 정말 힘들지요. 그러기에 비노쉬님과의 만남이 더 반가웠던 거지요..^^
문명이 주는 이웃 간의 각박함이 점점 심해진다고 아쉬워 하지만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보여행을 즐기는 이유만으로도 생면부지의 서울사람이 부산사람과도 소중한 인연을 맺게 해주는 온라인 커뮤니티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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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창포마을에서 출발하여 통영시립충무도서관 앞과 조망이 뛰어난 삼등산을 넘어 신거제대교를 건너 거제시의 사등면사무소 앞까지 25.6킬로미터를 9시간50분(점신,휴식시간2시간15분포함)동안 걷습니다.
첫댓글 마자요
그랬지요 어두움을 헤치고 산을 넘어야 한다고 해서
잔뜩 겁이 났었지요
지나고 나면 추억이지만 그 시간은 왜 그리 힘들었는지요
고맙습니다 표현은 못했지만 모두 함께 해주셔서...
혼자의 힘으로 어찌 해낼수 있을까요
같이 하니 가능했었네요
삼봉산 정상이 남파랑길에 2년이나 뒤늦게 합류하여 정식 노선이 된 사연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멋진 풍광을 선사하는군요.
동무생각님 덕분에 그 비경을 보네요. 감사합니다~~ ^^
오마나~ 부끄러워라~~~ㅎㅎ
장난으로 스틱을 가지고 좀 놀았는데(^^), 이렇게 단독 샷 세례의 영광을 받았네요.ㅎ~
멋진 일출, 일몰, 삼봉산 전망~ 모두 멋집니다.^^
저를 만나면서 산을 수없이 넘어야했지요. 멋진 사진으로 그곳에 다시 가보네요 우리의 일상이 빨리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