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행 경주] 예술과 과학이 결합된 석굴암

[인공연못]

예술과 과학이 결합된 석굴암

경주 석굴암은 토함산 정상부위에 위치해 불국사와 함께 신라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조형물일 뿐 아니라 뛰어난 과학과 예술성으로 세계적인 문화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학자들은 ‘한글을 국보 1호라 한다면 석굴암은 국보 2호가 되어야 할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석굴암의 가치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크다.

석굴암은 통일신라시대 불교미술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술적 조형미와 건축학 또한 현대기술로도 따라잡기 어려운 과학이 내재된 선조들의 지혜가 서려있다.

궁금한 것은 그 이후 신라의 국운이 쇠퇴함과 함께 예술적 재능도 사라져 갔다는 것이다.

그 보다 뛰어난 작품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의문을 증폭하게 한다.

석굴암을 건축한 예술가가 사라지면서 그 기술과 예술적 재능도 이어지지 않고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일까?

석굴암이 앉아 있는 토함산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삼국사기 기록의 ‘탈해’를 ‘토해’라고도 부르는 석탈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와 안개를 토하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또 용암을 토해내는 산의 모습을 일컬어 ‘토함산’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토함산은 해발 745m 높이로 경주의 동쪽에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산으로 신라의 수도 동쪽을 지켜주는 산으로 경배했다.

경주시는 지금도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해맞이 행사를 토함산 정상에서 진행하고 있다.

석굴암의 본존불이 앉아 있는 위치는 동해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위치로 명당 중의 명당이라는 설이다.

한 겨울 토함산 8부능선에 마련된 주차장에는 칼바람이 불어도 석굴암에 들어서면 조용하고 아늑한 공기가 감돈다.

마치 어머니 품 속 같은 따뜻한 기운이 서린 곳으로 서라벌을 지키는 불력이 응집된 곳이라는 풍수설도 간간히 전해지고 있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석굴암을 통째로 해체해 일본으로 옮겨가려는 음모가 진행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통일신라시대 절정의 불교미학을 품고 있는 석굴암으로 역사기행을 떠나본다.

◆창건과 수난

석굴암의 창건과 보수 등에 대한 기록은 삼국유사와 조선시대 불국사고금창기, 정시한의 ‘산중일기’에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석굴암은 751년 통일신라 경덕왕 때 김대성이 그의 전생의 부모를 위해 지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석굴암과 불국사의 건축과 예술성은 신라가 통일 이후 최고 융성기에 있을 때로 정치적 안정과 불교이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조형예술 또한 최고로 발달한 형태로 표현된 것이라 이해된다.

건축 규모 등을 미루어 석굴암과 불국사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전하는 김대성 개인이 창건한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건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석굴암은 건립당시에는 석불사로 불리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중기까지는 석굴암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다.

고금창기에 의하면 조선 숙종 29년 1703년과 영조 34년 1758년 중수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어떠한 내용과 규모인지는 자세하게 알 수 없다.

정시한의 ‘산중일기’에 1688년 5월15일 석굴암을 방문했을 때 ‘불상들이 살아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하며 석굴암 입구의 홍예와 본존상 좌대석, 주벽의 여러 조각 등이 질서정연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표현해 당시까지 석굴암은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승려와 시인, 신도들이 방문해 시를 짓고, 겸재 정선의 그림과 화첩이 남아 있어 당시 전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일제시대인 1912년 초대총독 데라우치가 석굴암을 방문한 뒤 1913년부터 1923년까지 세차례에 걸쳐 완전 해체복원공사가 이루어지면서 주변의 환경이 파괴되고 누수, 결로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등의 결점들이 생기기 시작됐다.

1961년 각계각층의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석굴암에 대한 조사와 예비공사가 시작됐다.

침수 결로현상과 습기를 피하기 위해 굴 내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외부공기를 차단하는 등의 인위적인 석굴 습도조절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1962년부터 3년에 걸쳐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추진하면서 일인들이 잘못 배치한 팔부신중과 십대제자, 금강역사 등의 조각상들의 위치를 수정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이 석굴암을 해체 복원하면서 시멘트로 콘크리트를 쳐 제대로 수정 작업을 할 수 없게 되고 문화재 일부가 없어지는 등 석굴암의 수난은 일제시대에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석굴암 내부의 석실에 있던 2구의 조각이 일제시대 반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본존상 앞뒤에 5층보탑이 있었는데 이 또한 반출되고 대석만 남아 있다.

◆석실구조와 과학

석굴암의 구조는 현재과학으로도 흉내내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평면도로 풀어보면 앞부분은 사각의 방형으로 되어 좌우 4구씩 팔부중상을 배치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사천왕상과 팔부신중상을 배치하고 금강역사상을 좌우에 돌출되게 배치시켰다.

뒤쪽으로 들어가면 원형으로 주실을 꾸미고 있는데 가운데 본존불을 중심으로 제석과 문수보살, 좌우에 범천과 보현보살을 배치하고 뒤쪽으로 들어가면서 십대제자 5구씩 대칭되도록 양쪽에 세웠다.

그 가운데 본존상 바로 뒤쪽에 십일면관음보살상을 배치했다.

또 부조상들 윗면에 돌아가면서 10개의 석실을 마련하고 보살과 거사상을 섬세하게 환조로 빚어 모셨다.

현재 감실에는 2구의 조각상이 일제시대에 반출되고 8구만 남아 있다.

석굴암의 평면과 조성원리에 대해 일본의 건축기사가 한국의 고대건축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과 비례문제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 1940년 석굴암 조영계획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석굴암 건축과 조각배후의 치밀하게 짜여진 비례의 아름다움과 과학적 건축기술이 잘 드러나고 있다.

석굴암 석굴의 평면에 적용된 수리적 기본개념은 12당척이다.

평면에 쓰인 비례는 5:4 비의 직사각형과 정삼각형, 정사각형의 대각선을 전개시킨 1:√2 비의 직사각형 등에서 유도되었다고 밝혀졌다.

석굴암 평면과 입면에는 한변을 12당척으로 하는 정삼각형과 그 수직선이 기본으로 사용되었다.

본존불의 두광 배치와 본존불 위치가 주실의 중앙보다 뒤쪽으로 물려 배치된 것도 착시현상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석굴암 본존불 뒤쪽 지하에 암반수가 흐르고 있는데 이를 일제강점기에 폐쇄해 결로문제가 심각하게 됐다.

석굴암은 지금도 풀이하기 난해한 기하학과 건축학,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복잡한 과학이 동원되었다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어 선조들의 무궁한 지혜를 엿보게 한다.

첨단과학을 가진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도의 기술을 녹여내고 있는 석굴암의 예술을 보면서 당시 건축은 신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지게도 한다.

◆조각상

석굴암에는 본존불을 포함해 40구의 불상들이 조각돼 배치됐었지만 지금은 38구만 남아 있다.

이 조각상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섬세하게 그리듯 표현돼 통일신라시대의 뛰어난 예술세계를 웅변한다.

옷주름과 표정 하나하나까지 읽을 수 있도록 그려진 작품들은 가히 걸작이다.

본존불의 바로 머리 위쪽 돔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지붕의 천개석이 세부분으로 갈라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삼국유사 ‘큰 돌을 만들어 덮다가 돌이 갑자기 세토막으로 갈라졌다’는 기록과 일치해 당시 갈라진 틈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본존불은 대표적인 조각으로 부드럽고 인자하면서 감히 범할 수 없는 위엄을 간직한 모습, 그러면서도 소박하고 순수하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통일신라시대 가장 아름다운 조형미를 갖춘 불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본존불 뒤의 11면관음보살상과 제석천과 범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부조상에서 예술의 조화미와 섬세한 기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얼굴 표정과 얼굴에서 어깨선, 바람에 펄럭일듯한 옷주름의 표현은 가히 예술이다.

존불 뒤에 시립한 10명의 제자 십대제자상을 배치시킨 것은 극히 드문 현상이다.

사리불, 가섭, 부루나, 아나율, 라후라 등의 10대제자들의 모습을 얼굴표정까지 그대로 사실적으로 표현한 부조상은 흥미롭기도 하다.

설법하는 모습, 정병을 들거나 발을 살짝 벌리고 생각에 잠긴 모습, 나이든 모습, 수행에 들었다가 눈이 먼 모습까지 십대제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굴 윗단의 감실에 안치된 환조 조각상. 본존불을 둘러싸고 있는 조각상은 모두 입상이지만 감실에는 모두 좌상이다.

비어 있는 두 개의 감실에는 옥으로 빚은 보살상이 있었는데 본존불의 미간에 태양이 비칠 때 백호의 반사광이 보살상을 비추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이 보살상 2구는 일본인들이 반출했다는 설이다.

사천왕상, 금강역사, 팔부신중상은 모두 동서남북의 방향을 지키거나 탑이나 사찰의 문, 불교를 수호하는 일을 맡은 무사들의 모습이다.

특히 본존불의 입구를 지키는 두구의 금강역사는 근육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우람하게 표현되었으며 태권자세를 취하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

◆삼층석탑과 수광전

석굴암의 동쪽 언덕에 높이 3m 크기의 아담한 삼층석탑이 있다.

보물 911호로 지정된 팔각원당형의 기단 위에 3층 탑신이 놓인 이형탑이다.

이 석탑은 원과 4각, 8각이 조화미를 이루며 상하 균형미와 함께 경쾌하게 조성돼 9세기 석탑 가운데 가장 뛰어난 걸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 이 석탑을 보기는 어렵다.

수광전은 원래 승방으로 쓰이던 집이다.

석굴암 창건 당시부터 있었던 집인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1963년 개축해 휴게실 겸 관리사무실로 사용하곤 했다.

지금은 건물에 잇대어 부엌으로 사용하던 칸을 철거하고 본채만 수리해 아미타삼존불을 모시는 불전으로 활용되고 있다.

석굴암은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편안하게 형성된 흙길을 따라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흙길로 만들어 진 산길을 걷다보면 다람쥐가 계속 나타난다.

새소리, 들풀향기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석굴암은 까마득하게 높지는 않지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전실에 가려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조성돼 있다.

전실의 옆문을 통해 들어가면 가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서린 본존불과 금강역사가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까마득한 역사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환상의 세계를 경험해보는 석굴암 역사기행을 강추한다.

2016.06.13

[강시일]

석굴암의 기하학적 섬세한 건축기술을 지금의 학문으로
정확하게 분석하고 재현할 수 있을까요?

[탱크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