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치유 움직임 비교 연구
-기무, 태극권, 기공의 비교를 중심으로-
1.연구의 배경
온 우주의 존재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세한 입자들로 인해 구성이 되어있고 공기의 흐름과 순환으로 유지되고 있다(장은석, 2013; 이진신, 2001). 마찬가지로 자연생태계, 더 작게는 우리 인간 역시도 기의 흐름을 통해 살아간다(장은석, 2013). 따라서 정상적인 기의 순환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반대로 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기는 축적이 되며 질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명수·강대봉·문성록(2003)의 연구에 따르면 질병이 발생되는 원인은 첫째 기의 부족, 둘째 기의 막힘, 셋째 사기의 침범이라고 하였다. 즉, 기의 순환과 질병과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며, 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기 치료를 통해 모자라는 기를 채워주고, 막힌 혈을 뚫어서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어야 병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기 치료는 탁기와 사기를 제거함으로써 질병이 자연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인체가 갖고 있는 자연 치유력을 강화함으로써 질병을 물리치게 하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는 급격한 첨단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많은 질병들이 치료되고 있다(박은정, 1998; 김경수, 2017). 다양한 치료법과 신약개발 등을 통해 높은 수준의 치료의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질병들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몇몇 질병들에는 현대의학의 한계점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김경수, 2017).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체의학 중 하나인 기 치료를 통해 몸을 정화하고 질병을 극복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김경수, 2017). 오산산·강동근·계홍경·박정준(2015)은 12주간의 태극권 운동프로그램을 통한 여성 치매노인의 인지기능과 체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인지기능과 체력 모두 운동군이 대조군보다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진·이혜정·인창식·채윤병·백유상·신용철·이상재·박히준(2009)은 파킨슨병 환자를 위해 기공의 기존 공법들과 6개의 새로운 형태로 동작을 구성하여 기공프로그램을 확장시켰다. 성혜련·양점홍·강문선(2006)은 현대의학으로 치료하기 힘든 질병들을 치유움직임을 통해 어떻게 개선이 되고 치료되는지에 대한 연구로 자료를 제공하였다.
이런 연구와 효과로 인해 자연스럽게 대체치료의학, 기로써 병을 다스리는 치유움직임 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졌다(전세일, 2004). 극단적인 상황에 있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예방의 차원으로써 기의 순환과 활성화를 추구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치료법의 종류도 다양해졌다(김윤영·권지혜·이시우·유종향, 2012). 기 수련법에는 유교, 불교, 도교 등의 수행으로 정신적 완성을 이루고자 하는 정적인 수련법이 있고, 최근에 널리 보급되고 있는 동적인 수련법이 있다(이명수·강대봉·문성록, 2003). 정적인 수련법은 앉아서 단전호흡 위주로 수련하는 반면 동적인 움직임은 몸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몸을 크게 움직이며 수련한다. 기 수련에서 한 쪽에 편향적인 방법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닌 두 가지의 수련법을 병행했을 때 심신일원론의 이론과 같이 몸과 정신이 함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기 치료의 종류에는 건강을 위한 무술인 태극권, 조식을 중시하는 관념을 가진 요가, 중국의 고대로부터 내려온 기의 강화를 위한 방법인 기공이 있다. 그 밖에도 석가가 6년간의 고행을 통해 큰 깨우침을 얻은 방법인 명상 훈련, 유교의 방법인 정좌, 고조선 이래 화랑도를 거친 선도, 선법 등이 있다(이명수·강대봉·문성록, 2003; 정승석, 2007).
이러한 흐름 속에 무용분야에서도 무용동작을 통한 기의 순환을 유도시키는 치유방법을 개발해냈다. 그것이 바로 기무이다. 기무는 한국춤과 기공을 활용한 움직임으로 한의학에 기반을 두어 기, 호흡, 음양의 원리를 바탕으로 구성된 움직임이다. 즉 인체의 구성 원리를 한의학에서 중시하는 정, 기, 신으로 보며 몸과 마음, 호흡이 조화로운 상태로 조절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호흡과 신체의 움직임 그리고 의식의 조절을 통해 심신이 모두 온전히 조화롭고 자연스러운 상태에 놓일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무의 종류에는 오행경혈기무와 산조기무가 있다.
산조기무는 산조춤에서 기인한 것으로, 깊은 호흡을 통해 내부의 기를 끌어 올리는 움직임이다. 본래 한국무용의 산조춤에서 난이도 높은 움직임과 음악적 빠르기의 변화를 사용하지 않아 일반인들도 쉽게 움직임을 따라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였다. 산조기무에서는 음악의 빠르기를 조절함으로써 호흡을 1분에 12회 정도 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성인이 1분에 평균 16~20회의 호흡을 하는데, 비교적 더 깊고 느린호흡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느린 동작과 호흡을 통해 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오행경혈기무는 한국춤과 기, 호흡을 활용하였고 한의한의 14경락의 관점을 토대로 한 움직임으로 음양오행의 원리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오행에 근거한 상징적인 동물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를 형상화한 움직임과 오음이 상징하는 소리로 구성되었다. 또한 14경락에 의한 주요 경혈을 압박하면서 움직임이 이루어진다. 이렇듯 기무는 기의 순환과, 호흡조절, 근육이완, 체온조절, 소화흡수 조절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도와준다(윤미라, 2020).
건강을 위한 치유움직임인 기무는 완성도 높은 구성과 정확한 목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아직은 그 역사가 아직 짧아 기무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그간 동양의 치유움직임으로써 오랜 기간 수행되어 온 태극권과 기공과의 움직임 비교연구를 실시하여 기무의 움직임이 두 치유움직임과의 얼마만큼의 유사성이 있는지, 또한 이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향후 기무가 치유 움직임으로써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는데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2.문제제기 및 연구의 목적
생명체가 움직이는데 필요한 물리적 심리적 힘, 곧 에너지를 기라고 한다. 기는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지만 몸 안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장이 뛰고, 내장이 움직이고, 걷고 마시는 등 동작하는 모든 작용은 기가 없다면 행할 수 없다(김동수, 2020). 기에는 맑은 기운의 정기, 생기가 막혀 변질된 탁기가 있다. 몸 안에 정기가 가득하면 건강하지만, 탁기가 쌓이고 뭉치면 기혈이 막혀 질병을 만들어낸다. 이 기가 정상적으로 순환이 되어 신체에 고르게 퍼지게 되면 몸이 편안해 '기분이 좋고', 기가 막혀서 몸이 불편해지게 되는 경우 '기분이 나쁘다'라고 한다. 코와 피부를 통한 호흡, 입과 귀를 통한 외부와의 소통도 다 기의 순환에서 비롯된다(김동수, 2019). 이렇듯 우리의 몸은 기의 순환이 잘 이루어져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유기체이다(김동수, 2019; 장은석, 2013).
이처럼 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대체치료의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맞춤형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 기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기무란 '한국춤을 바탕으로 기의 흐름을 주도하며, 몸에 흐르는 기의 흐름을 사용하여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유도하는 건강춤'이다(윤미라, 2014). 기무는 호흡과 음양의 움직임을 조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며, 이 과정에서 개인의 체질 및 건강상태에 따라 기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에 움직임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신체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기무를 통한 치료는 단순한 무용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기무는 한의학적 관점의 기, 호흡, 음양의 원리를 바탕으로 경락에 따라 기가 흐를 수 있도록 경근을 자극하는 동작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체의 구성 원리를 정, 기, 신으로 보아 몸과 마음, 호흡이 조화로운 상태로 조절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호흡과 신체의 움직임 그리고 의식의 조절을 통해 심신이 모두 온전히 조화롭고 자연스러운 상태에 놓일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목적이다(윤미라·심혜경, 2020).
2000년대에 들어 '웰니스(wellness)'와 '슬로 라이프'가 주목받으며 대체의학, 치료요법 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 중 하나가 태극권인데 이는 부드러운 듯 강하고, 고요하면서도 빠른 무술로, 근육의 이완과 정적인 호흡, 명상을 통해 몸과 정신의 피로를 떨쳐내고 내면의 균형을 추구하는 운동이다(매일신문, 2012년 11월 15일자). 태극권은 '빠름과 강맹함'을 추구하는 이미지의 다른 무술에 비하여 '느림과 부드러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태극권의 전체적인 모습은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지만, 간간이 묵직한 손끝과 발동작은 부드러움 속에 강함을 보여준다. 태극권의 '느림과 부드러움'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빠름과 강함'의 직접적 반대어인 '느림과 부드러움'이 아니다. 태극권의 발전과정을 알아보면 단순한 무술동작기술의 발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 몸의 수행을 위한 방편으로 기를 전신으로 잘 흐르게 하고 신체의 각 부위들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한다(김희섭·한동일·권오륜, 2018). 태극권을 수련하면 스스로 몸을 강하게 만들 수 있으며, 명상수련법으로 정신까지 단련할 수 있어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된다. 특히 관절염, 허리 통증, 중풍, 불면증, 다이어트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매일신문, 2012년 11월 15일자).
또한 기공 역시 오랜기간 수행되어온 치유 움직임인데, 기공이란 기에 공을 들인다는 뜻으로 몸 안에 흐르는 기라는 생체 에너지의 흐름을 부드럽고 원활하게 하는 중국의 전통 자기치유 체계를 말한다. 기공은 내용상으로는 성공(性功)과 명공(命功), 형태상으로는 정공(靜功)과 동공(動功), 작용상으로는 경공(硬功)과 연공(軟功)으로 나뉜다 (이용호, 2003). 우리 몸을 구성하며 기관이 되는 기와 우리 몸에 유동하는 기가 있으며, 우리 몸을 유동하는 기는 크게 경기(經氣), 위기(衛氣), 진기(眞氣)로 구분되고 있다. 경기는 우리 몸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는 경락계를 따라 순행하면서 우리 몸의 신진대사와 생명현상을 관장하며, 위기는 의념에 의한 의식적 작용과 우리 몸을 보호하려는 본능적 작용에 의해 운행되면서 우리 몸의 질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지킨다. 진기는 희로애락 등의 마음의 작용에 의해 진화·발생되어 경기와 위기의 흐름에 영향을 주고 타인에게도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진기는 기 치료 시에 이용된다. 기공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몸의 보호력과 면역력을 증강하여 양질의 진기를 발생시켜 질병을 치료하고 몸의 안정과 건강을 회복,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또한 특유의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 덕분에 심신의 이완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교감신경을 완화시켜 스트레스와 불안을 다스려 준다(이지관, 2010).
상기에 설명한 바와 같이 태극권, 기공과 더불어 기무 역시 기를 통한 몸의 순환이라는 공통적인 개념을 지니고 있다. 세가지 형태의 치유 움직임은 '기의 순환'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어 다수 비슷한 성격으로 보이나, 일부 다른 특징 역시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각 치유움직임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세부적인 연구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 사용되는 3가지(기무, 태극권, 기공) 기 치유 움직임의 개념정의와 특성을 비교 정리하며,
둘째, 각 치유움직임들의 호흡법을 비교 분석해 보며,
셋째, 각 치유움직임들의 공통적인 움직임 및 특성을 파악해 본다.
본 연구를 통해 기무와 타 치유 움직임과의 유사 동작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타 치유 움직임과의 유사한 동작 패턴을 분석하여 기순환 및 깊은 호흡, 혈액 순환 등 신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적 동작을 알아본다. 이를 통해 추후 기무의 동작 개발 및 동작 별 효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자 한다.
<동양의 치유 움직임 비교 연구/ 이재아 경희대학교 대학원 무용학과 석사학위논문>